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16)
재벌집 만렙 아들-316화(316/416)
316. 내 이름이 왜 여기에?
“그래.”
이번에도 정동진은 순순히 시인했다.
어처구니가 없네.
다시 생각해도 황당하다.
지금 나랑 정씨 집안 후계를 논하자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라서 하시는 말씀은 아니죠?”
“물론.”
“저희 오늘 초면이거든요?”
나는 검지로 내 가슴팍을 콕 찔렀다.
“저에 대해 보고받은 것들, 그것만으로 이런 중대사를 결정하셔도 괜찮겠어요?”
“안 될 것 있나?”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도 요모조모 따져보고 사는데, 초면에 후계자 운운하는 건 너무 이르지 않나요?”
나는 시체 도둑을 가리켰다.
“우선 저 사람이 무슨 보고를 어떻게 했을지 알고요?”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시선의 끝에서 시체 도둑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제멋대로 보고했는지, 중요 정보를 누락시켰는지, 알 게 뭐예요? 정보 교차 검증도 못 하고 있던 실정이잖아요?”
정동진은 입을 다물었다.
시체 도둑이 다급하게 입을 열려고 하기에, 내가 먼저 선수 쳤다.
“아무리 극비사항이라고 해도, 아프다고 해도, 한 사람에게만 맡겨둘 일은 아니었죠.”
나는 다시 한번 검지로 내 가슴팍을 콕 찌르면서.
“저는 우리 아빠를 끌어낼 미끼라면서요. 우리 아빠의 발목을 잡아 이 집안에 들어앉힐 만큼 소중한 사람, 한마디로 귀한 인질이란 말인데요.”
보란 듯이 웃어 보였다.
“최측근이라는 사람들이 제 존재 자체를 아예 모른다더라고요?”
나는 까치산 방 여사를 돌아보았다.
“제가 반년 전에 복덕방에 갔어요. 태성의 김 비서님을 대동한 자리였는데도 절 몰라보던데요.”
까치산 방 여사는 정동진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다.
그다음은 스승님이었다.
“그건 전당포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송골매 어르신, 제가 찾아가기 전까지 저에 관해 들어보신 적 있었어요?”
“없었습니다.”
“송년의 밤 초대장은 제가 보냈거든요. 그때 다들 아셨겠죠? 제가 태성의 막내손자이자, 차성준의 아들이라고.”
나는 정동진을 돌아봤다.
“아까 제가 물어본 질문이 이래도 무의미한 가정으로 들리세요?”
나는 손을 들어 시체 도둑을 가리켰다.
“저 사람이 중간에 정보를 제멋대로 조작했다면, 제 마지막 동아줄을 끊어버렸다면, 어떻게 됐을 것 같아요?”
그게 바로 내가 전생에서 겪었던 일이었다.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제가 고아가 되어서 길바닥에 나앉더라도, 아무도 절 거둬 가지 못했겠네요?”
그 추웠던 겨울, 이 남자의 입에서 직접 들은 말을 읊었다.
사무치는 원한은 죽어서도 내 뼈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주어진 환경에 맞서 싸우는 것도 능력이고, 사내라면 응당 그 정도는 되어야 하니, 제게도 그만한 능력이 있길 바라야 했을까요?”
“…….”
정동진의 시선까지 내 손가락을 따라 시체 도둑에게 향했다.
시체 도둑은 억울한 듯 항변했다.
“이간질에 휘말리시면 안 됩니다! 누가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면 저 애가 저를 저리 정확히 짚어낼 순 없었습니다!”
“저 애가 아니라 정혁 도련님이라 해야지.”
정동진이 살벌한 눈빛을 번뜩였다.
“네 입으로 고해바친 이름이다.”
“주인어른!”
“네 무능으로 상대의 유능함을 덮으려 하지 마라.”
“이건 유능이 아니라…….”
“네 정체가 들통났다는 건 네가 꼬리가 밟혔거나, 정혁이가 그만한 정보원과 접촉했거나겠지.”
정동진은 작게 혀를 찼다.
“아니면 둘 다이거나.”
“주인어른,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당신의 허벅지 안쪽에 새겨진 흑룡 문신도 아니라고 발뺌할 수 있어요?”
“……!”
“그 흑룡에 발가락이 몇 개나 달렸죠? 두 개였나?”
지하실에서 처음으로 내 손에 피를 묻혔던 그날.
그는 세 개의 발가락을 가진 흑룡을 새기고 있었다.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흑룡의 눈깔에 직접 나이프를 꽂아준 것도 나였다.
“흑룡 문신이라…….”
시체 도둑을 보는 정동진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싸늘했다.
쿨럭거리던 잔기침도 멈추고 응시했다.
“재밌네.”
“주인어른, 이건 모함입니다! 아무래도 우리 내부에서 음모를 꾸민 자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시체 도둑은 눈을 부라리며 사람들을 훑었다.
“그게 아니라면 저 애가 어떻게 이런 터무니없는 누명을……!”
“옷 벗어서 결백을 증명해 보시든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별로 어려울 것도 없지 않아요?”
“이……!”
시체 도둑이 손을 올리는 것보다 동남쪽 스컹크가 더 빨랐다.
촤악!
동남쪽 스컹크의 회칼이 정동진을 향했던 시체 도둑의 손등을 베고 지나갔다.
“크윽!”
순식간이었다.
동남쪽 스컹크가 순식간에 회칼을 푹푹푹푹 찔러 넣었다.
시체 도둑이 달려드는 것과 동시에 휠체어 뒤에 서 있던 남자들 몇 명이 우악스럽게 달려들었다.
동남쪽 스컹크가 다급하게 외쳤다.
“주인어른을……!”
“그러려고 불러온 사람들이거든요? 이쪽은 신경 쓸 것 없으니까 그 새끼나 조져놔요.”
이미 이쪽은 스승님이 앞장서서 경호하고 있었다.
또한 우리 쪽 사람들이 달려들어 놈들을 제압하고 있는 상황.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제일 신났다.
들고 있던 휘발유를 촥촥 끼얹어가면서.
“내가 설마 집에 불이나 지르자고 이 사람들을 불러왔겠어요?”
칼은 그쪽만 들었나? 이쪽도 들었다!
동남쪽 스컹크에게 확실하게 못 박았다.
“거동도 제대로 못 할 만큼 아프신 분을, 이런 사소한 일로 귀찮게 해드릴 수는 없다면서요? 그건 수하 된 도리가 아니라면서요?”
나는 시체 도둑을 콕 짚어 가리켰다.
“저쪽은 정중하게 응접실로 데려갈 필요 없으니까, 확실하게 지하실로 끌고 오세요.”
“하하하, 그렇게 하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난 오래 기다릴 생각 없다니까요.”
“역시 도련님은 정성준보다 어르신을 더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우리 아빠 이름은 차성준이라고 세 번째 말하거든요?”
동남쪽 스컹크는 회칼을 휘리릭 돌려 잡았다.
“여태껏 이런 경우는 없었는데. 정말로 기대 이상이로군.”
자세마저 제대로 고쳐 잡은 동남쪽 스컹크는 도발적으로 손가락을 까딱였다.
“쓰레기, 덤벼.”
시체 도둑의 낯빛은 와락 구겨졌다.
“죽어!”
이미 전세는 기울었다.
온몸에 저리 구멍이 뚫리고서야.
제대로 도망가는 것도, 싸워 이기는 것도 글렀다고 봐야지.
* * *
나는 정동진 어르신을 돌아봤다.
“대충 눈치채고 있었죠?”
“…….”
“의심이 확신으로 굳었을 땐 너무 늦은 모양이지만요.”
“…….”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휠체어에 앉은 채 싸늘한 눈으로 난장판을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떻게 알았지?”
“눈치껏, 요령껏, 능력껏, 재주껏?”
“하하하.”
“그냥 머리 조금 굴리면 누구나 다 알 만한 일 가지고, 뭘 그리 놀랍단 얼굴을 하세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러라고 판 깔아주신 거 아니었어요?”
중병에 들어 오늘내일한다는 사람이 어렵게 준비한 무대였다.
그래서 나도 사양하지 않고 응해드리기로 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선전포고였어요.”
정동진 어르신은 카랑카랑하게 웃었다.
짙은 기침과 쌔액거리는 쇳소리를 내면서.
정말로 즐거워 죽겠다는 듯이 느긋하게 휠체어에 등을 붙였다.
“이쪽을 노렸던 간부 두 명을 제거했으니, 저쪽도 속이 좀 쓰리겠어요?”
“정말로 재밌는 녀석이군.”
날 바라보는 정동진 어르신의 눈이 부드러워졌다.
“덕분에 동남쪽 스컹크를 불러왔고, 집안을 전부 갈아 치울 수 있게 되었다.”
“어때요? 이만하면 어르신이 만족할 만한 값은 톡톡히 치른 셈이죠?”
나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그럼 약속대로 태워주실 거죠?”
“까짓것 못 태울 것도 없지. 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내 말을 번복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감사히.”
“아직이다. 내 입으로 말한 것이 남아 있는데.”
정동진 어르신은 혈서와 유언장을 한꺼번에 흔들었다.
“이것의 처분을 결정하기 전에, 진위 여부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라고. 내 유언장까지 함께 교차 검수해 봐야지.”
동남쪽 스컹크가 피투성이가 된 시체 도둑을 질질 끌고 왔다.
털썩.
동남쪽 스컹크가 시체 도둑의 머리채를 우악스럽게 잡아채어 얼굴을 들어 올렸다.
“이 개같은 놈이 감히 주인을 물어?”
쾅! 쾅! 쾅!
동남쪽 스컹크가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그럴 때마다 시체 도둑의 안면은 걸레짝이 되어갔다.
동남쪽 스컹크는 숨소리조차 거칠어지지 않았건만.
“대체… 어떻게 알았지?”
시체 도둑은 다 죽어가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전생에 당신 입으로 토해낸 말이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고?
‘굳이 말해 주고 싶지도 않고.’
나는 그를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
“내가 당신 시체를 어디에 어떻게 처분할 것 같아요?”
“……!”
당신이 우리 어머니의 시체를 가지고 했던 장난질과 똑같이 돌려줄게.
전생에 나는 너무 어려서 뭘 몰랐고, 스승님은 그만한 전쟁을 감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나를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기대해도 좋을 거예요. 당신 몸값을 내가 얼마나 어떻게 뜯어내는지.”
시체 도둑의 몸에서 흘러내린 피가 흙바닥을 물들였다.
쫘악!
동남쪽 스컹크가 시체 도둑의 바지를 찢어냈다.
허벅지 안쪽, 가랑이 사이에 흑룡의 문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발가락이 두 갭니다.”
“종로 금이빨을 습격했던 놈들 중 하나도 흑룡 문신에 발가락 두 개를 달고 있었죠.”
“이런 빌어먹을 새끼가!”
쾅!
동남쪽 스컹크는 신경질적으로 시체 도둑의 대가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시체 도둑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동남쪽 스컹크는 피에 젖은 손으로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
꽁지머리를 묶어낸 머리에 피가 묻는 것도 개의치 않고.
“환장하겠군요.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겁니까?”
“어쩔 수 있나. 내 중병이 들어 오늘내일하는데.”
정동진 어르신은 피식 웃었다.
“이빨 빠진 호랑이가 다 되었지.”
“그러니까 왜 저희들은 밖으로 내돌려서……!”
“정씨 집안의 후계를 위해서. 여력은 남겨둬야지.”
동남쪽 스컹크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정동진 어르신은 개운한 얼굴로 물었다.
“아무래도 다시 물어야겠지?”
정동진 어르신은 턱 끝으로 나를 가리켰다.
“그래, 직접 만나 본 소감은?”
동남쪽 스컹크도 나를 돌아보았다.
복잡한 눈빛이었다.
정동진 어르신은 즐거운 웃음을 숨기지 못하며 대답을 재촉했다.
“아직도 판단 불가야?”
“다른 의미로 판단 불가라서 말입니다.”
동남쪽 스컹크는 불타는 별채를 보며 짧게 한숨을 쉬었다.
“제가 가늠할 수 있는 그릇이 아닌 듯싶습니다.”
“야마모토 이후 세 번째인가?”
“첫 번째라 해야 할 듯합니다.”
“하하하, 물론 나는 빼고 논하는 거겠지?”
“죄송스럽게도, 포함입니다.”
동남쪽 스컹크는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페인트 붓으로 칠한 것처럼 붉은 칠이 쳐졌다.
“세상 천지에 어떤 여덟 살짜리가 초면에 대뜸 집에 불을 지르고, 배신자를 색출하여 제 아비의 족쇄와 맞바꾼답니까?”
동남쪽 스컹크는 피식 웃었다.
“심지어 그게 이미 짜놓은 판이었다는 점에서 더욱더.”
동남쪽 스컹크는 피에 물든 손을 바지에 대충 문질러 닦았다.
“도련님, 아까 이 자식을 족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동남쪽 스컹크는 품에서 향수를 꺼내어 칙칙칙 뿌렸다.
피비린내를 감추기 위해서였다.
그래 봤자 양복에 가득 튄 핏방울은 감출 길이 없었는데 말이다.
“싹 다 태워버리겠다는 도련님의 그 말씀, 허투루 들을 게 아니었다고. 반성했습니다.”
동남쪽 스컹크가 부하들에게 크게 외쳤다.
“殺す。死体は焼却する! (죽여. 시체는 소각한다.)”
“はい! (예!)”
“ガソリンをもっと注ぐ! (휘발유 더 붓고!)”
“はい! (예!)”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동남쪽 스컹크가 미리 집안을 장악해 둔 덕분에.
내가 휘발유와 사람들을 잔뜩 동원해 왔기 때문에.
어려울 것 없이 문제는 일사천리로 착착 해결되었다.
동남쪽 스컹크에게선 독한 향수 냄새가 폴폴 풍겨왔다.
“도련님께선 대체 어디까지 계산하고 오신 겁니까?”
“아직 회수할 것과 받아 가야 할 것에 관해선 일언반구도 안 꺼냈거든요?”
나는 툴툴댔다.
“내 알 바 아닌 일이라고, 내가 너무 무르게 굴었나?”
“맙소사.”
동남쪽 스컹크는 입을 떡 벌렸다.
“시장통에서 흥정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집구석이 손님을 길바닥에 세워두고 후계를 논한대요?”
“안으로 들어가지.”
정동진 어르신은 흔쾌히 손을 흔들었다.
그의 깡마른 손가락에는 동백꽃 문양의 반지가 헐렁하게 채워져 있었다.
“스컹크, 정중하게 모셔라. 귀한 손님이다.”
“예, 주인어른.”
처음 이 집 대문을 열어주던 것 이상으로.
동남쪽 스컹크가 허리를 깊이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도련님,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무엇이든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쌍화차. 계란 노른자 두 개 동동 띄워서요.”
* * *
호로록 마시던 쌍화차를 슬쩍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허어?’
나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유언장에 후계에 대한 언급이…… 있었네요?”
유언장에 왜 이리 황금빛이 번쩍거리는가 했더니.
“제 이름이 여기에 왜 박혀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