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21)
재벌집 만렙 아들-321화(321/416)
321. 꿰뚫어 보았군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놀라서 물었다.
“외가의 부동산 회사라면… 설마 나까무라 부동산?”
“그래서 양가 아니고 세 집안이죠.”
“어마어마하군.”
말죽거리 말대가리의 눈동자에서는 지진이 났다.
“그러니까…, 쟁쟁한 세 집안 전부가 여덟 살이신 도련님에게 미래를 걸었다는…….”
“……!”
전대 거물 4인방과 동남쪽 스컹크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들 입을 떡 벌린 채 헛웃음을 흘렸다.
“밀매왕이 미국에서 굴린다는 도련님 개인 재산만 50억 달러에…….”
“나까무라 부동산에 도쿄 땅이 한 10만 평쯤 되었다고 했던가요? 지방까지 하면 몇십만 평에, 빌딩만 삼사천 채였고…….”
“도련님의 친가라는 태성그룹은 계열사가 몇 개랬죠? 38개였던가?”
“이번에 우광을 먹어 치우고, 그룹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12개가 더 늘어나서 50개!”
헛웃음처럼 중얼거리던 말이 뚝 멎었다.
일제히 나와 정동진 어르신을 번갈아 바라보며 안색을 굳혔다.
“이쯤 되면 정씨 집안 재산과 비교해도 그다지 꿀릴 거 없어 보이는데요?”
“시끄럽다!”
정동진 어르신은 인상을 와락 구겼다.
그에 따라 쥐고 있던 혈서와 유언장도 함께 구겨졌다.
“난 너희들에게 발언을 허락한 적 없다!”
그제야 최측근 수하들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를 보며 혀를 내두르는 걸 멈추지는 못했다.
들리지 않게 입술만 달싹이는 게, 딱 봐도 ‘여덟 살 꼬마 도련님이 어마어마하시군.’ 따위의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래 봤자 여덟 살짜리야! 좋은 집안에 부모 잘 만나서 금수저 물고 태어났을 뿐, 제 손으로 만든 재산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런 자잘한 것까지 꺼낼 생각은 없었는데.
이왕 까놓는 거, 내친김에 동전지갑에서 서류를 더 꺼내기로 했다.
“이것도 마저 보여 드려요.”
“또 있다는 겁니까?”
동남쪽 스컹크는 질린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늘어난 태성그룹 계열사 12개가 원래 어디 소속이었는지는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요.”
“원래의 소속?”
“JH투자라고 들어보셨나 몰라요?”
동남쪽 스컹크가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세계 최초로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를 만들었다는……!”
“어? 알고 계셨어요?”
“미국과 독일이 그 일로 발칵 뒤집어진 데다, 아랍에미리트 부통령이 달려와 국교를 맺게 된 전략 무기라는데, 일본 수뇌부가 그 일을 주목하지 않을 리가 없지요.”
역시 일본통!
동남쪽 스컹크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나를 보는 눈은 지진이 난 것처럼 떨렸다.
“설마…….”
“당장 가져와! 뭘 꾸물대고 있어!”
동남쪽 스컹크는 지체 없이 달려가 일본 부동산 관련 문서 일체를 가져다 바쳤다.
말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바로 움직이는 것이 보통 실행력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아직 다 안 끝났는데요?”
“맙소사……!”
동남쪽 스컹크가 손으로 이마를 탁 쳤다.
“한꺼번에 꺼내시면 오죽 좋아요! 한꺼번에 옮기게!”
……그러고 보니 저 남자 혼자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더라?
“제가 어디 가서 이런 시다바리나 할 군번이 아닙니다만…….”
“제가 시킨 거 아닌데요?”
“…….”
“전 이것들을 처음부터 미리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놨거든요? 누가 하나씩 나르래요?”
“…….”
나는 대놓고 정동진 어르신을 가리켰다.
“저쪽 어르신 성질머리가 불같은 걸 가지고 왜 제 탓을 하세요?”
“뭐 하고 있어! 기다리다 숨넘어가겠다!”
그러고 보니 저 어르신, 오늘내일하시는 중병 환자셨지.
“예. 갑니다, 주인어른.”
동남쪽 스컹크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올려놓은 서류를 마저 날랐다.
정동진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JH투자가 설마 정혁의 약자는 아니겠지?”
“…….”
“성준이가 태성 브레인의 이름으로 들고 갔다던 12개의 계열사가…….”
아직 안 끝났다.
“또 있어요.”
“또?”
동남쪽 스컹크는 다 죽어가는 얼굴로 핼쑥해진 반면, 정동진 어르신은 생기가 도는 웃음을 터뜨렸다.
몹시 만족스럽다는 듯이.
“말죽거리 말대가리 밑천까지 홀랑 털어먹었어?”
“허억!”
그제야 내가 건넨 이번 문서가 어떤 것인지 깨달은 말죽거리 말대가리.
이쪽도 안색이 확 변했다.
“정혁이랑 붙은 도박판에서 처참하게 깨져 하우스를 죄다 날려 먹고.”
“허윽.”
“전적으로 태성을 돕는 대신 연리 67.8%로 낮춰 갚기로 해? 진짜 된통 당했구나. 하하하!”
“크흐흡.”
스승님을 제외한 세 명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다른 곳도 아니고 말대가리 오라버니가 도박판에서…….”
“어쩐지. 나한테 자꾸 돈 빌려 달라더니. 꼬마 도련님이랑 붙어서 처참하게 깨져서였군.”
“맙소사……! 알고 보니 진짜 정씨 일가까지 털어먹고 계셨어…….”
수하들의 놀람이 커질수록 정동진 어르신의 웃음소리도 커졌다.
“아직이거든요?”
“또?”
“연판장을 네 장이나 받았는데, 맨입으로 얻어냈을 것 같아요?”
“아오!”
동남쪽 스컹크는 꽁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대체 어느 틈에 그것까지 다 털어먹으셨던 겁니까?”
“군소리 말고 가져오기나 해! 얼른!”
정동진 어르신은 바쁘게 손을 파닥파닥 흔들며 재촉해댔다.
발을 동동 구르는 심정을 이해하느니만큼 나는 이번엔 한꺼번에 뭉텅이로 넘겨주기로 했다.
“명동 송골매가 세운 거물은행에 투자를 했다고?”
수하들의 시선이 스승님께 꽂혔다.
“예술품 브로커를 자처하고, 말죽거리 말대가리한테 이자와 원금 회수를 맡아?”
수하들은 입을 떡 벌리고 스승님을 보았다.
“전당포에서 경매판을 벌인 것도 모자라, 푼돈에 명동 송골매를 심부름꾼으로 부리고 있었군.”
수하들은 헛웃음만 흘려댔다.
정동진 어르신의 웃음도 끊일 줄 몰랐다.
아직 안 끝났거든.
“강남땅을 18만 평 사들인 것은 까치산의 복덕방에 맡겼고, 천마 아파트 4,500채도 까치산의 떴다방에 맡겼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금괴와 달러를 바꿔 종로 금이빨과 환치기 거래를 텄군?”
탁.
정동진 어르신은 문서를 내려놓고 한참을 쓰게 웃었다.
“벌써부터 우리 애들을 꿰차서 제 수족 부리듯이 부려 먹고 있었는데, 난 이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어르신께 올라오는 정보를 통제하고 있던 놈이 죽일 놈이죠.”
그러니까 시체 도둑 그 새끼 잘못이 이렇게 크다, 이거예요.
“이걸 나한테 보여주는 이유가 뭐냐?”
정동진 어르신의 눈은 진지했다.
“정씨 집안 재산 따위 없어도 아쉬울 것 없다 이건가?”
“아쉬울 것 없다면 거짓말이고요. 원래 돈과 힘은 다다익선이잖아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가보고 유언장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다며?”
“그래서 드리는 제안이에요.”
나는 정동진 어르신이 제일 처음에 들었던 두 장의 문서를 가리켰다.
“우리 아빠 놔주고, 저랑 다시 얘기하는 게 어때요.”
“허?”
“처음부터 그렇게 요청했잖아요. 싹 다 태워 달라고.”
“…….”
“남아일언중천금. 저도 제 말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거든요.”
우리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붙었다.
나와 정동진 어르신, 누구도 먼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살벌하고 날카롭고 차갑고 뜨거운, 복잡한 시선이 충돌했다.
하지만 난 먼저 걸어온 싸움을 피하지 않는 사내라서.
“기어이 네 뜻을 밀어붙이겠다는 거구나.”
“저 또한 제 입으로 내뱉은 말을 어겨본 적이 없어서요.”
“역시. 너는 나를 닮았어.”
정동진 어르신은 혈서와 유언장을 만지작거렸다.
“이것만 태우면, 순순이 내 후계자가 되어줄 테냐?”
“못 할 것도 없죠.”
나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정씨 집안의 수장이 태성그룹을 먹지 말란 법도 없다면서요. 안 그래요?”
“그렇다면 정씨 집안의 가보는?”
“그건 할머니가 갖고 싶어 하신다니까요.”
“그래?”
정동진 어르신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꿍꿍이속이 다분해 보이는 불길한 웃음인지라.
나는 반지를 꽉 움켜쥐어 감췄다.
“치사하게 줬다 뺏으려고요?”
“난 그런 쪼잔한 짓 따윈 하지 않는다.”
정동진 어르신은 피식 웃었다.
“그건 네 것이다. 나는 네게 주었으니, 그것으로 끝난 일이다.”
화르륵.
정동진 어르신은 은색의 지포 라이터로 혈서 끝에 불을 놓았다.
불붙은 종이를 허공에서 몇 번 휘저어주자, 순식간에 무섭게 타올라서 재가 되었다.
“이것으로 배신자와 내통자 색출에 관한 빚도 청산했다.”
“진작 이러셨으면 오죽 좋아요. 탁월한 선택이에요.”
나는 정씨 집안의 다섯 수하들을 돌아봤다.
“다들 똑똑히 보셨죠? 이제 우리 아빠의 빚은 없는 거예요.”
특히 동남쪽 스컹크를 콕 짚어 말했다.
“우리 아빠가 저버린 충성맹세도, 정씨 집안에 진 빚도, 후계자 자리를 공석으로 만든 죄도, 앞으로 따져 묻지 말란 소리예요.”
“예!”
전대 거물 4인방은 순순히 납득하여 고개를 끄덕이는데.
동남쪽 스컹크만 분한 듯이 주먹을 불끈 쥔 채 입술을 깨물며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다 타버려서 재만 남아 흩어진 혈서를 노려보는 눈이 무시무시했다.
“우리 아빠에게 죄를 묻겠다며 이를 갈았다면서요? 그래서 어르신이 귀국을 불허하여 일본에 처박혀 살았다면서요?”
“……예.”
“그래서 어르신과 독립을 두고 흥정을 벌이셨어요?”
“그걸 어떻게……!”
“뻔하죠 뭐. 그게 아니라면 지금 이 자리에 수하들을 불러들여 집안을 정리하는 일을 도맡지 않았을 테니까요.”
“……!”
“그러니 거기까지만 하세요. 이미 청산한 빚에 끝까지 불복하겠다면 저도 가만히 두고 보진 않을 테니까요.”
“…….”
동남쪽 스컹크는 입을 꽉 다문 채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정동진 어르신을 돌아봤다.
“제가 할머니와 함께 정씨 집안 가보를 찾겠다고 방문 예약을 했다니까 이때다 하고 판을 짜셨던 거죠?”
“그래.”
역시나. 정동진 어르신은 순순히 시인했다.
“저 사람이 독립을 요청한 것도 결국 우리 아빠가 이 집안을 박차고 나갔기 때문인데, 유언장과 날 담보로 우리 아빠를 이 집안에 도로 눌러앉히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니까요.”
“그래.”
“한꺼번에 처리할 작정이었겠죠. 유언장과 집안 정리까지 전부 다.”
“그래.”
정동진 어르신은 반지를 꼈던 손가락을 습관처럼 매만졌다.
아마도 이 집안의 수장이 된 이후 평생 손에서 뺀 적 없던 반지였던 듯.
깡마른 손가락엔 반지의 흔적이 새겨져 있었다.
“생각처럼 안 되어서 유감이네요. 어르신이 그 유언장을 마저 태우면 우리 아빠는 정씨 집안과 영원히 안녕이고, 아빠의 힘이 되어줘야 할 동남쪽 스컹크는 제 갈 길 가게 생겼으니까요.”
“내 생각을 훤히 꿰뚫어 봤구나.”
정동진 어르신은 눈을 번쩍 떴다.
“역시 넌 나를 닮았어.”
달칵.
정동진 어르신은 은색 지포 라이터를 켰다.
화르륵.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정동진 어르신은 유언장에 불을 붙였다.
동남쪽 스컹크의 눈이 커졌다.
“주인어른께서 순순히 뜻을 접고 물러나시다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리는 목소리엔 혼란이 가득했다.
“맙소사……!”
단 한 번도 그런 일은 상상도 못 했던 사람들처럼.
정씨 집안 수하들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 * *
유언장은 완전히 재가 되었다.
마치 장례식이 거행되는 것처럼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정동진 어르신의 기침이 침묵을 깼다.
피에 물든 손수건을 휴지통에 버린 후, 정동진 어르신은 등베개에 몸을 묻었다.
“태울 것은 혈서, 회수해야 할 것은 태성그룹 지분, 받아 가야 할 것은 물음표.”
내가 전했던 세 가지 용건이었다.
“가보가 아니라면 그럼 무엇을 받아 가겠다는 것인가, 그게 내내 궁금했는데.”
정동진 어르신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이제야 알 것 같군.”
정동진 어르신은 네 장의 연판장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영악한 녀석. 왜 저놈들을 미리 빼돌렸나 했더니만.”
역시나 사채로 잔뼈 굵은 위인이라 그런가.
솔직히 그냥 넘어가 주길 바랐는데.
“쓸데없는 인정이었다.”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잖아요.”
“정말로 그것마저 꿰뚫어 보았을 줄이야. 내가 오늘 저놈들을 이 자리에 불러 모은 진짜 이유까지 눈치챘던가.”
정동진 어르신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난 오늘 저놈들부터 죽여 없앨 작정이었다.”
“헉!”
다들 놀라 숨을 들이마셨다.
오직 스승님만 홀로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