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23)
재벌집 만렙 아들-323화(323/416)
323. 이게 바로 내 스타일
동남쪽 스컹크의 시선이 철구 아저씨에게 꽂혔다.
정확하게 말하면 들고 있는 총에.
“중정?”
“간첩 새끼 잡으러 왔다. 보안국 요원이지.”
철구 아저씨가 동남쪽 스컹크의 피 튄 양복을 스윽 보더니, 잇몸을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이야, 벌건 대낮부터 방화에 피칠갑을 하고 앉았네? 너 현행범.”
“내가 불 싸지른 게 아니라면?”
“마당 가득 휘발유통이 굴러다니던데. 그건 어떻게 설명할래?”
“여기 이 도련님 짓이다.”
동남쪽 스컹크가 나를 가리켰다.
그 손가락을 따라간 철구 아저씨가 나를 발견했다.
“꼬맹이, 네가 여기 왜 이러고 있어?”
“제 진외종조부님이 아프시다고 해서 병문안 왔는데요?”
나 또한 손을 들어 정동진 어르신을 가리켰다.
이번에도 내 손가락을 따라간 철구 아저씨가 미라처럼 깡마른 정동진 어르신을 보고 흠칫했다.
주렁주렁 색깔별로 달린 링거 하며, 온갖 의료기 줄이 부착된 것이 누가 봐도 중병 환자였다.
“아이고, 저런.”
많은 것이 함축된 탄식이었다.
“아프신 분이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얼른 이 간첩 새끼들을 치워드릴 테니, 눈 딱 감고 계십쇼. 금방이면 됩니다.”
뻐억!
그야말로 핵주먹!
샌드백을 치듯이 가볍게 휘두른 철구 아저씨의 주먹에.
일본인 남자는 벽에 처박혔다.
쿠당탕탕!
“커흑!”
“봤죠? 금방이죠?”
철구 아저씨는 게거품을 문 채 파르르 경련하는 일본인 남자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퍼억!
화끈한 발길질이었다.
어찌나 강력했는지, 걷어차인 남자의 몸이 강제로 허공에 부웅 떠올랐다.
콰앙!
철구 아저씨의 내려찍기로 깔끔하게 마무리!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고개를 툭 꺾었다.
기절한 것이다.
동남쪽 스컹크가 눈을 크게 떴다.
“저 맷집을 이렇게 간단히?”
“발은 더럽게 빠르더니만, 뼈다귀는 영 부실한데.”
철구 아저씨는 모기를 때려잡았다는 듯이 시원찮단 표정이었다.
총 든 중정 요원들이 들이닥쳤다.
“이 새끼, 끌어내.”
“예, 빡 선배!”
중정 요원들 중 두 명이 기절한 일본인 남자의 손에 수갑을 채우고, 재갈을 물린 후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고 갔다.
나머지 중정 요원들은 동남쪽 스컹크와 전대 거물 4인방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바깥 정리는?”
“끝냈습니다.”
“구금 및 억류되었던 자들은?”
“신원을 조회하고 있습니다.”
“지하실엔?”
“인질을 가둬두고 고문했던 정황을 포착, 현행범으로 붙들어 넘겼습니다.”
“넘겨? 어디로? 경찰이나 검찰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부장님의 지시대로 서빙고 물고문실로 넘겼습니다.”
“좋아.”
우두둑.
철구 아저씨가 손마디를 꺾었다.
총구를 겨눈 채 동남쪽 스컹크를 향해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제 너 하나 남았다, 대북송금책.”
“왜 하필 대북송금책이지?”
“종로 금이빨 다음엔 사채왕을 노렸으면 뻔하지 뭐.”
“어처구니가 없군.”
동남쪽 스컹크는 은근슬쩍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아까 시체 도둑을 난도질했던 회칼이 자리한 혁대였다.
“아무래도 오해를 단단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오해는 무슨 얼어 죽을. 헛소리 말고 손이나 들어. 반항하면 진짜 뒈져.”
끼릭.
위협적인 소리에 동남쪽 스컹크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과격한 인사로군. 영장은 받아 왔고?”
“영장은 무슨 얼어 죽을. 중정이 언제부터 그런 거 따졌다고.”
중정은 검찰이나 경찰과 다르다.
정보기관을 표방하는 주제에 자체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대통령의 칼이라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던 기관.
검찰과 경찰도 중정 앞에서는 한 수 접어줬다.
그게 바로 이 시절의 중정이었다.
“이상한데. 대한민국 형법에는 분명…….”
“간첩 새끼 주제에 어디서 한국 법을 따져?”
“그야 난 간첩이 아니니까.”
“그럼 간첩도 아닌데, 남의 집에 불은 왜 질렀으며, 중병 환자를 모신 가정집에서 피 튀길 일이 뭐가 있으며, 문신한 놈들은 왜 끌고 와서, 왜 이 집안을 장악했냐?”
“그건……!”
동남쪽 스컹크는 난감해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가늠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일이 조금 복잡한데…….”
“자세한 건 서빙고 물고문실에서 들어 보자고. 개수작 부리지 말고 손이나 들어, 이 빌어먹을 간첩 새끼야.”
철구 아저씨가 총구를 더 위협적으로 들이밀었다.
“칼보다 총이 더 빨라.”
“……환장하겠군.”
총 앞에선 동남쪽 스컹크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손등의 혈관이 불거지도록 꽉 움켜쥐었던 회칼 손잡이에서 손을 떼었다.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동남쪽 스컹크는 나를 곁눈질로 보았다.
“이건 반칙 아닙니까?”
반칙 같은 소리 하네.
“이 바닥이 언제부터 반칙 따져가며 싸웠는데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면 장땡이라는 게 뒷골목의 룰이었다.
약육강식, 승자독식, 힘의 논리가 통용되는 세계였다.
“그런 사람이 우리 외할아버지 부동산 회사를 가지고 장난질을 치셨어요? 같은 편 식구들을 힘으로 제압하셨어요?”
나는 혀를 찼다.
“배신과 통수. 그건 이 바닥에서도 손가락질당하는 반칙이죠.”
“그건……!”
“시험이란 변명은 사양할게요.”
나는 차가운 눈으로 정동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일을 벌였는지는 뻔할 뻔 자지.
“들어는 봤나 모르겠네요? 공권력의 대재앙이라고.”
협박은 정동진 어르신과 동남쪽 스컹크에게 했는데.
“아아……!”
단전 깊은 곳에서 흘러나온 탄식은 말죽거리 말대가리에게서 나왔다.
“중정의 취조 실력이라면 상당히 유명하거든요. ‘조사하면 다 나와!’ 몰라요?”
“아아……!”
일전에 하우스 도박장이 털릴 때 겪었던 일이 생각나는 듯.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침통한 얼굴로 제 머리통을 부여잡으며 온몸을 비틀어댔다.
“없는 죄도 불게 만든다는 중정인데, 배신과 통수의 죄는 어디까지 털어낼 수 있으려나요?”
“아아아……!”
“매수하기 쉽지 않을걸요? 한밑천 털어주는 것으로는 눈도 깜짝하지 않을 거예요.”
“아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중정부장이 직접 지시한 일이라서 말이에요.”
“아아아아……!”
나는 동남쪽 스컹크를 보며 씩 웃었다.
“참고로 이 일대엔 경찰이 쫙 깔려 있을 거예요.”
도망가기에도 쉽지 않다는 소리.
“며칠 전에 명동에 출몰했던 간첩을 아직 다 소탕하지 못했다나 뭐라나?”
그러라고 부른 중정에, 그러라고 깐 중정부장의 빚이었다.
이 정도는 해 줘야지 수지타산에 맞는다.
나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여긴 뇌물과 청탁으로 다져놓은 일본 인맥도 통하지 않을 텐데, 서빙고 물고문실에서 뭘 어쩔 수 있을 것 같아요?”
동남쪽 스컹크가 아까 나한테 뭐라고 협박했었더라?
“한국 정부에 항의서를 보내실 거예요, 중정부장을 불러 직접 담판을 지을 거예요, 아니면 정씨 집안의 내부 극비 정보를 줄줄줄 불어대실 거예요?”
“맙소사……!”
동남쪽 스컹크는 안색이 희게 질렸다.
빠져나갈 길이 없다는 듯이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대놓고 턱을 치켜들었다.
동남쪽 스컹크가 내게 했던 그대로.
“물론 저는 당신과 협상할 생각 따윈 없어요.”
나는 아쉬울 것 없거든.
“당신 때문에 중정부장에게 따로 부탁할 일도 없을 테고요.”
나는 놈이 장난질 쳐놓은 일본 부동산 관련 문서들을 가리켰다.
“이건 제가 능력껏 알아서 잘 써먹도록 할게요.”
“남의 손을 빌어 절 제거하겠다는 뜻입니까?”
“그런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참으로 유감이에요. 하지만 그것까지야 제가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어요?”
동남쪽 스컹크가 내게 했던 그대로.
나도 얄밉게 웃어 주었다.
그러자 동남쪽 스컹크가 사색이 되어 외쳤다.
“도련님께서 회수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셨지요?”
태성그룹 지분.
나는 바지 주머니에 한쪽 손을 찔러 넣었다.
“개인적으로 따로 사들였다던 태성전자 지분 6%. 그것도 내가 알아서 능력껏 잘 회수해 볼게요.”
“도련님!”
“초면에 저한테 목숨 구걸하시려고요?”
나는 마뜩잖다는 눈으로 동남쪽 스컹크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오늘부로 독립한다면서요? 그래서 정씨 집안의 후계자가 더 이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면서요?”
이 모두가 동남쪽 스컹크가 내게 했던 말이었다.
“말했듯이 난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는 사람이에요.”
호의는 호의로, 악의는 악의로.
“난 우리 아빠랑 달리 성질머리가 제법 더러워서요. 기어오르는 사람을 곱게 봐줄 생각은 없어요.”
“도련님!”
“행여 우리 아빠한테 어떻게 이빨을 들이댈 줄 알고요.”
나는 시큰둥하게 말하며 팔짱을 척 꼈다.
“정 아쉽거든 우리 아빠한테 목숨 구걸이라도 해 보시든가!”
나는 등을 돌렸다.
“끌고 가세요. 용건은 이것으로 끝났으니까요.”
“끌고 가!”
철구 아저씨가 턱짓하자, 중정 요원들이 ‘예, 빡 선배!’ 하고 우렁차게 외치면서 동남쪽 스컹크를 제압했다.
동남쪽 스컹크가 애타게 부르며 도움을 청한 사람은 당연하게도 정동진 어르신이었다.
“주인어른!”
“그만!”
정동진 어르신은 손을 올렸다.
중병 환자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중정 요원들을 바라보는 눈이 매섭고 싸늘했다.
“내가 직접 윗선에 전화 넣기 전에 물러나라!”
중정 요원들이 개의치 않자, 정동진 어르신은 버럭 외쳤다.
“청와대에 걸까, 중정부장에게 걸까?”
그제야 중정 요원들은 멈칫했다.
정동진 어르신은 단호하게 일갈했다.
“나 정동진이야!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되었어도 아직 죽지 않았다!”
정동진 어르신의 서슬 퍼런 외침에, 중정 요원들은 주춤거렸다.
“사채왕 정동진…….”
“빡 선배, 어떻게 할까요?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거물입니다.”
“부장님께 먼저 보고부터 드리는 것이…….”
중정 요원들이 당황하여 눈치를 보느라 손에 힘이 슬쩍 빠지는 게 눈에 훤했다.
나는 삐딱하게 고개를 모로 꺾었다.
“직통 전화번호를 알고 있긴 하고요?”
“…….”
정동진 어르신은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알 리가 없죠. 평생 손끝으로 남을 부려온 사람인데, 그런 귀찮은 일까지 일일이 할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요.”
나는 대놓고 말했다.
“어르신 대신 온갖 곳에 전화를 걸며 수발을 들던 사람들? 죄다 내통자로 찍혀 강제 정리당했고요.”
어르신과 동남쪽 스컹크가 날 끌어들일 함정을 파면서 그들을 가뒀다.
“여기 계신 분들은 제게 충성을 맹세했고요.”
나는 전대 거물들을 가리켰다.
마지막으로 중정 요원들에게 잡힌 동남쪽 스컹크를 콕 짚었다.
“저쪽은 10년 가까이 한국을 떠나 일본 인사들을 구워삶느라 청와대 직통 번호나 중정부장의 번호 따윈 모를걸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전화번호가 있고, 뜻을 밀어붙일 능력도 있는데, 그걸 실행할 사람이 없네요?”
이게 바로 수하 보기를 우습게 안 결과다.
자업자득, 자승자박이라고 봐야지.
“참고로 지금쯤이면 풀려난 우리 쪽 사람들이 열심히 서류를 찾아 나르고 있을 거예요.”
그들은 전대 거물들의 수족이자, 정씨 집안 사람들이다.
이 집안에서 중요한 서류가 어떻게 취급되는지는 빠삭할 터였다.
정동진 어르신이 몸져누운 이후 중요한 이들은 대부분 이들 손을 거쳐 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집안을 장악하고, 정보를 통제하던 시체 도둑마저 함부로 손을 쓰지 못했던 이유였다.
“별채에 불이나 지르라고 데려온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정동진 어르신과 동남쪽 스컹크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끌고 가세요.”
“잠시만, 도련님 잠시만……!”
“재갈부터 채우시고요.”
“도련……읍!”
동남쪽 스컹크는 속수무책으로 질질 끌려갔다.
허리춤에 숨겨둔 회칼은 압수당했다.
품에 숨겨두었던 단검들도 빼앗기고, 향수병까지 바닥에 나뒹굴었다.
“읍! 읍읍!”
정동진 어르신은 깜짝 놀라 등받이에 파묻었던 상체를 일으켰다.
“잠깐만! 정혁아……!”
“제 용건은 아직 안 끝났는데요?”
“뭐?”
뭐 그리 놀란 얼굴이실까.
협박 처음 받아보는 사람처럼.
그건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