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24)
재벌집 만렙 아들-324화(324/416)
324. 뭘 더 바라는 거냐?
정동진 어르신은 다급하게 말했다.
“용건은 나중에 우리끼리 해결을 보자!”
정동진 어르신은 재갈이 물린 채 포박당해 끌려가는 동남쪽 스컹크를 가리켰다.
“우선 이 일부터 해결해야 할 것 아니냐.”
“이게 제 해결책이라면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집안 정리, 서열 정리, 은원 정리, 채무 정리까지 한꺼번에 원스톱으로 처리하려고요.”
“그만하면 됐다. 스컹크부터 풀어주고…….”
“왜요? 저 사람은 어르신의 명을 따랐을 뿐이란 말을 하고 싶으세요?”
나는 못마땅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상하네요. 이쪽도 어르신의 최측근, 저쪽도 최측근인데, 왜 아까는 제 사람들을 죽이네 마네 하셨어요?”
“그건…….”
“우리 아빠가 복귀할 때 반발할 것이라 하셨죠? 장애물과 위협 요인은 치워야 한다면서요? 혈서의 존재를 알기 때문에.”
“그러니까 그게…….”
“그렇게 따지자면 여기에 있는 그 누구보다 크게 반발할 사람은 저 사람 아니에요?”
나는 질질 끌려가는 동남쪽 스컹크를 콕 짚어 말했다.
“제가 혈서를 태우겠다고 그 난리를 친 이유, 저 사람 때문이거든요.”
“그 일에 관해서는…….”
“혈서를 태우면서 우리 아빠의 은원을 정리했다고요? 하지만 저 사람은 오늘부로 독립한다잖아요. 따로 우리 아빠한테 앙심을 품어서 보복을 하건 말건 상관없다 이거예요?”
나는 더럽게 맛없는 쌍화차를 탁 내려놓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기필코 태성을 풍비박산 내겠노라 선언했다던데요?”
내가 동남쪽 스컹크를 중정의 서빙고 물고문실에 처박으려는 진짜 이유였다.
“이게 앙심이 아니면 뭐가 앙심이에요? 우리 아빠한테 보복하겠노라 작정한 위험인물을 내가 그냥 두고 볼 것 같아요?”
“오해야!”
“오해는 얼어 죽을! 저 사람이 왜 지금껏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활동해야 했는데요?”
“그건 성준이의 뒤를 맡아…….”
“표면적으로야 우리 아빠가 내팽개치고 온 일본 부동산 회사를 맡아 운영한다는 명분 때문이겠죠. 그럼 이렇게 작정하고 장난질을 쳐놓으면 안 됐죠.”
나는 온갖 색깔이 번쩍거리는 일본 부동산 관련 서류들을 가리켰다.
“그래서 아까 말했잖아요. 이건 너무 괘씸해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겠다고.”
그때 동남쪽 스컹크는 소리 내어 웃었다.
-기대되는군요. 그런데 이걸 어쩌나. 도련님께서 뭘 어쩔 수 있을까요?
나는 차가운 눈으로 동남쪽 스컹크를 바라봤다.
몹시 당황한 얼굴로 ‘읍읍!’대고 있었다.
“기대를 받았으면 부응해 주는 게 사내의 도리 아니겠어요? 어르신이 말씀하셨죠? 주어진 환경에 맞서 싸우는 것도 능력이라고.”
나는 코웃음을 쳤다.
“부디 저 사람에게 그만한 능력이 있길 바랄게요. 어르신의 최측근을 자처하고, 우리 아빠에게 보복을 천명할 정도의 사내라면 응당 그 정도는 되어야겠죠?”
“정혁아!”
동남쪽 스컹크는 물론이거니와 정동진 어르신도 안색이 희게 질렸다.
“저놈 저대로 서빙고 물고문실에 끌려가면 진짜로 시체가 되어서 나올 거다!”
“그것까지야 제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니까요? 능력껏, 재주껏, 요령껏 빠져나오시면 되죠.”
“저놈 정씨 집안의 기둥이야!”
“글쎄요. 어제까지는 그랬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오늘부로 독립했다면서요?”
난 똑같은 말 두 번 하는 거 싫어하는데.
“내 알 바 아니라니까요?”
너무 대놓고 편애하잖아.
“누구는 장애물이 될 거라며 죽이겠다고 하고, 누구는 죽이지 말라고 뜯어말리고. 너무 속 보이는 짓 아니에요?”
“이건 그저 시험일 뿐이었어!”
정동진 어르신은 골치 아프다는 듯 연거푸 마른세수를 했다.
동남쪽 스컹크는 제 미래를 예감한 듯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푹 숙였다.
전대 거물 4인방은 복잡한 심경을 숨기지 못했다.
“시험…….”
스승님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도련님, 그만하면 스컹크도 충분히 반성했으리라고 봅니다.”
“글쎄요. 전 초면이라서 잘 모르겠는데요?”
“보아하니 그저 어르신이 짜놓은 판에서 그럴듯하게 연기한답시고 실례를 한 듯싶으니.”
“자세한 대화는 서빙고 물고문실에서 나누면 되겠네요.”
“도련님,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스승님은 즉시 허리를 굽혔다.
“이렇게 죽이기엔 아까운 인재입니다! 수완 좋고, 능력 있고, 추진력도 강하여 이만한 인재를 다시 구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종로 금이빨도 휠체어에 탄 채 고개를 숙였다.
“맺고 끊음이 분명하고, 은원도 확실한 앱니다. 살려두고 쓰신다면 앞으로 도련님의 수고를 크게 덜어줄 겁니다!”
까치산 방 여사는 다급하게 한마디 보탰다.
“아버님과 형, 동생 하며 붙어 다니며 지냈고, 목숨을 바친 충성 맹세를 했을 만큼 인연도 깊은 애예요. 아버님의 얼굴을 보아서 이번 한 번만 살려주세요!”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깔끔하게 보내버리시죠.”
“뭐야?”
전대 거물 세 명이 모두 뜨억한 얼굴로 말죽거리 말대가리를 돌아보았다.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모른 척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저 새끼가 너무 괘씸하잖아. 난 말 거들어줄 생각 없다.”
“아이고, 말대가리야!”
“말대가리 형님!”
“말대가리 오라버니!”
동료들이 뜯어말리거나 말거나.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꼿꼿하게 고개를 세웠다.
“저 새끼는 어르신의 명대로 시험을 빙자한 연극에 동참했다고 쳐! 하지만 본인 목숨은 본인이 구걸해야지! 그걸 왜 우리가 쩔쩔매고 있어? 저 새끼 무릎은 저렇게나 뻣뻣한데.”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중정 요원들에게 붙들려 몸부림치는 동남쪽 스컹크를 보며 혀를 찼다.
“다들 도련님께서 한 말을 허투루 들었나 본데? 목숨 구걸하고 싶으면 성준 도련님께 무릎 꿇고 빌라잖아!”
“……!”
전대 거물들은 놀란 눈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그건 끌려가는 동남쪽 스컹크도 마찬가지였다.
그제서야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손을 탁탁 털었다.
“초면에 저리 뻣뻣하게 굴어대며 도련님 속을 이만큼이나 긁어놔? 그럼 저 정도 고생은 당해도 싸지!”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동남쪽 스컹크의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홱 꺾었다.
“난 주인님의 뜻에 따를 생각이다. 이참에 집안 정리, 서열 정리, 은원 정리, 채무 정리 한꺼번에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씩 웃으며 손바닥을 싹싹 비볐다.
으악산 똥파리가 잘하던 짓이었다.
“주인님, 이참에 저도 막내 생활 좀 그만 청산해 주심이 어쩔는지요? 아무리 그래도 내가 이 나이에 새파랗게 어린놈 밑에서 개처럼 구를 순 없잖아요?”
인제 보니 다 꿍꿍이속이 있어서였구만!
하지만 이런 야망, 나쁘지 않다.
“그건 저 사람 하기에 달린 거고요.”
나는 입을 쭉 내밀고 툴툴댔다.
“다들 속도 좋으시네요. 방금 전까지 저 사람 손에 제거당하네 마네 하던 건 다 잊으신 모양이에요?”
“한솥밥 먹고 산 식구 아닙니까.”
스승님은 빙그레 웃었다.
“제가 저놈 네 살 때부터 거둬다 키웠습니다.”
“우리 아빠는 여섯 살 때부터 돌봐주셨고요?”
“그랬지요.”
그러는 저는 열 살 때 거둬 키워주셨죠.
사형들도 그만한 나이 때, 혹은 그보다 어릴 때부터 거둬주셨고요.
‘우리 스승님도 참. 정씨 집안 청지기라면서 아주 탁아소를 운영하셨다니까?’
덕분에 나와 사형들은 스승님의 처마 밑에서 비바람 덜 맞고 자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고마웠고, 그래서 늘 감사했다.
‘이런 때에도 한식구라면서 서로를 감싸줬던 사람들인데.’
전생에서는 서로를 죽고 죽이다니.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정동진 어르신이 야속했다.
“사람 목숨과 충정을 농락하는 게 무슨 시험이에요? 그게 어르신의 방식이에요?”
나는 동백꽃 반지를 보란 듯이 들어 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뒤를 맡기기로 했으면 어떻게든 믿으셨어야죠.”
나를, 그리고 전대 거물 4인방을.
정동진 어르신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내 방식이다. 난 그렇게 살아왔어.”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똑똑히 알아두시죠. 이건 제 방식이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집안일에 외세를 끌어들이고, 내 집안의 주요 인물을 남에게 넘겨?”
정동진 어르신은 미간을 잔뜩 구긴 채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네 방식은 틀려 먹었다. 넌 중정을 이 집안에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어.”
“왜요? 중정이 들이닥치면 비밀 장부를 빼앗겨야 할 테니까요?”
“……!”
정동진 어르신은 물론 전대 거물 4인방이 동시에 눈을 크게 떴다.
“그걸 어떻게……!”
“그게 제 용건이었거든요.”
“……!”
나는 씩 웃었다.
“받아 갈 게 있다고 했잖아요.”
“서, 설마……!”
“그거 우리 목숨을 말한 게 아니었어요?”
얼씨구?
“내 사람들 목숨을 왜 어르신께 받아 가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정동진 어르신은 허를 찔렸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내가 잘못 짚었다고?”
“한참 잘못 짚으셨는데요?”
“그럴 리가…….”
정동진 어르신의 오만하고 자신만만하던 표정이 처음으로 와장창 깨어졌다.
당황과 혼란을 감추지 못한 채, 정동진 어르신은 한참을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댔다.
“내가 여덟 살짜리 꼬마와의 수 싸움에서 패했다고?”
눈동자가 요란하게 떨리는 것이 지금 바쁘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게 뻔하다.
내 속내를 짐작하고, 진의를 알아내기 위해서.
탁!
그러는 사이에 상황은 종료되었다.
동남쪽 스컹크는 끌려갔고, 철구 아저씨는 중정 요원들을 데리고 나갔다.
* * *
바쁘게 오가는 소리, 호통치는 소리, 통제하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밖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흐음.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한참 만에 정동진 어르신은 입을 떼었다.
“도저히 모르겠군.”
정동진 어르신은 쓰게 웃었다.
패배감이 짙게 배인 쓴웃음이었다.
“그래, 구체적으로 뭘 받아 가겠다는 거냐?”
“청와대 경호실장님이 대통령님의 눈을 피해 뒷거래했던 내역이요.”
“뭐?”
“그걸 중정부장님에게 던져줄까 해요.”
“……!”
다들 입을 떡 벌렸다.
“그게 아니라면 저도 굳이 중정을 집안일에 끌어들일 생각을 안 했죠.”
“맙소사……!”
그 말을 곧잘 하던 동남쪽 스컹크는 이미 끌려가고 없건만.
전대 거물 4인방은 턱을 툭 떨어뜨렸다.
“도련님, 대체 어디까지 생각하시고 일을 벌이신 겁니까?”
정동진 어르신은 신음을 흘렸다.
“범상치 않은 개싸움이 나겠군.”
“그게 바로 제가 바라는 바예요.”
“하, 하하, 하하하!”
정동진 어르신은 헛웃음을 흘렸다.
“중정부장 김재국 그놈이, 그 아쉬울 것 없는 놈이 어째서 어린 네 손을 들어줬나 했더니만…….”
“어렵게 중정부장님을 움직였는데, 종로 금이빨의 목숨 하나 건진 것으로 퉁치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애써 달아뒀던 빚만 홀랑 까먹고 떨어지면 수지 타산이 안 맞아서요.
“하나를 내어줬으면 그 이상을 받아내야죠. 그게 내 스타일이거든요.”
일거양득, 일타쌍피, 일석이조.
난 그런 단어를 무척 좋아하거든.
“참고로 이 집구석도 싹 다 태워버릴 생각이에요.”
“뭐?”
“혈서와 유언장, 별채도 부족해서…….”
“진짜로 이 집구석을 싹 다 태워버리시겠다고요?”
이 사람들이?
“제가 언제 허튼소리 하는 거 봤어요?”
난 책임지지 못할 소리 따윈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잖아요?”
싹 다 태워버리겠다고.
진짜로 그래야 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뒤탈 걱정 없이 날로 꿀꺽하려면 어쩔 수 없지.’
스승님이 무척 당황한 얼굴로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도련님,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나머지 전대 거물들도 한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어르신의 시험도 이제 끝났잖습니까.”
“가져온 휘발유도 아직 많이 남았거든요?”
“여기까지 싹 다 태우면 어르신은 이 몸으로 길바닥에 나앉으셔야 합니다!”
그 짧은 순간에 다들 얼굴이 핼쑥해졌다.
정동진 어르신의 안색도 시커멓게 죽었다.
“이젠 어르신 수발들 놈들까지 죄다 중정으로 끌려간 판국이란 말입니다!”
한마디로 맨몸으로 쫓겨나게 생겼다는 소리.
“내 알 바 아니라니까요.”
“태성그룹 지분 회수하셔야 한다면서요!”
스승님은 주먹으로 제 가슴을 탕탕 쳤다.
고구마 한 백 개쯤 처먹은 사람처럼.
“이렇게 싹 다 태워버리면 태성그룹 지분은 어떻게 회수하시려고요?”
“능력껏, 요령껏, 재주껏?”
정동진 어르신은 이때다 하고 외쳤다.
“그래. 주마, 태성그룹 지분! 그러니 태우는 것은 여기까지만 하자!”
“일없거든요?”
다들 영 짐작조차 못 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솔직한 이유를 알려줘도 되겠지만…….
‘정동진 어르신 하는 꼴이 영 괘씸해서 안 알려준다!’
나는 일부러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적 팠다.
“주어진 환경에 맞서 싸우는 것도 능력이라면서요.”
이 정도 골려주는 것쯤이야 상관없겠지.
“정씨 집안 가주라면 응당 그 정도 능력은 되시겠죠?”
뜻하는 바가 있기에, 나는 일부러 정동진 어르신을 더 몰아세우기로 했다.
“능력껏, 요령껏, 재주껏 빠져나가 보시든가요.”
“……!”
정동진 어르신은 입을 떡 벌렸다.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거칠게 흔들렸다.
“왜요? 도움을 청할 전화번호가 있고, 뜻을 밀어붙일 능력도 있는데, 그걸 실행할 사람이 없어서 당황하셨어요?”
이게 바로 수하 보기를 우습게 안 결과다.
자업자득, 자승자박이라니까.
이번에도 전대 거물 4인방이 나서려고 하자, 나는 손을 들었다.
“본인 목숨은 본인이 구걸해야 한다면서요? 그런데 왜 어르신들이 쩔쩔매고 있어요? 정동진 어르신은 아직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는데요.”
“……!”
전대 거물 4인방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정동진 어르신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태성그룹 지분으로는 성에 안 찬다는 거구나. 뭘 더 바라는 거냐?”
“사과요.”
말 한마디 하는 거, 어렵지 않잖아요.
“어르신을 믿음으로 대했던 사람들이에요. 기만하고 농락하고 의심해서 상처를 줬으면 사과하셔야죠.”
전대 거물들에게, 그리고 우리 아빠와 외할아버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