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32)
재벌집 만렙 아들-332화(332/416)
332. 꼬우면 나가시든가.
성북동 청원각에 남은 일본인 조문객들은 술과 여자를 끼고 놀며 크게 웃었다.
“정동진의 후계자라는 놈도 별것 없더군요.”
“우리 앞에 모습도 드러내지 못하는 놈인데, 무서울 게 있겠습니까?”
“괜히 쫄아서 그간 눈치를 보았다 싶더군요. 이렇게 쉬울 줄 알았으면 진즉 압박할 걸 그랬습니다.”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었다.
일본 3대 야쿠자 간부들은 더욱 신이 나서 술잔을 높이 들었다.
“정동진까지 죽었으니 이제 눈치 볼 것 없이 히로뽕을 팔아치워도 되겠습니다. 으하하!”
“마약왕도 잡혀갔겠다, 밀매왕도 사라졌겠다, 한국은 이제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어요!”
“우리 일본산 히로뽕이라면 다들 엄지부터 들지 않습니까. 기대가 아주 큽니다!”
“한국을 거점기지 삼아 중국과 대만, 홍콩, 마카오, 북한, 러시아까지 제대로 판매 루트를 넓혀봅시다!”
구역을 넓히기 위해 마주치면 으르렁거리던 일본 3대 야쿠자 간부가 마약 아래 대동단결했다.
그들은 술잔을 높이 들었다.
“한국 진출을 위하여, 건배!”
“건배!”
웃음소리가 장지문을 넘어갔다.
“마약 방지턱 노릇을 하던 눈엣가시 같은 놈들이 전부 사라졌겠다, 이젠 누구도 우리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떼돈을 벌어 봅시다!”
마약은 돈이 된다.
그것도 아주아주 많은 돈이.
그때였다.
드르륵. 쾅!
“중정이다. 꼼짝 마!”
난데없이 총부리를 겨눈 일련의 무리들이 들이닥쳤다.
“뭐?”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며 술판을 벌이던 일본 3대 야쿠자 간부들은 벙찐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웬 불곰 같은 덩치의 사내가 장지문을 걷어차며 외쳤다.
“네놈들이 마약 유통했다는 간첩 새… 아니, 쪽바리 새끼들이냐?”
불곰 같은 사내, 박철구 요원은 씩 웃었다.
“아까 네놈들이 마약 유통 모의하는 거 다 들었다!”
“증거, 여기 있습니다.”
착.
유종태가 능글능글한 얼굴로 도청,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넘겼다.
빼도 박도 못할 증거자료1이었다.
* * *
다음 날, 중앙정보부 기자회견장은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일본 야쿠자와 중국의 흑사회가 손을 잡고 한국에 히로뽕을 유통해 왔다는 게 사실입니까?”
“중정에서 지난밤 일본의 3대 야쿠자 간부들을 잡아 일망타진했다는 게 정말입니까?”
중정에서 공문 대신 긴급 전화를 돌렸다.
중정부장이 직접 맡아 일을 처리할 테니 협조하란 지시가 떨어졌다.
그 즉시 만사를 제치고 취재진들이 기자회견장에 몰려들게 되었다.
“현재 수사는 어디까지 진행된 상황입니까?”
“이게 사실이라면 이건 명백한 국제마약법 위반 행위 아닙니까?”
“청와대에서는 어디까지 보고 계십니까?”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중정의 새로운 감찰국장이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몇 년 전 부산에서 검거된 마약왕을 기억하십니까?”
부산의 거물 마약왕이 부산지검과 부산중정지부, 경찰 마약감식반의 공조 수사에 의해 소탕되었다.
마약왕의 세력은 와해되고, 국내 마약 유통 조직은 일망타진당했다.
그에 따라 부산 바닥이 발칵 뒤집혔었다.
“며칠 전부터 우리 중정에서는 명동 일대부터 서울시 외곽까지 검문검색을 강화했습니다. 극비리에 마약 유통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럽게 이뤄진 검경의 대대적인 단속이라면 취재진들이 더 잘 알았다.
명동 일대를 봉쇄하듯 펼쳐진 대단위 음주단속은 많은 음주운전자들을 잡아내었다.
위험 운전의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단 기사를 낸 것도 그들 취재진이었다.
“마약 유통을 노리고 중국 흑사회 간부와 일본 3대 야쿠자 간부들이 비밀리에 입국했단 정보를 입수, 불시에 덮쳐 잡아들였습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취재진들의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더욱 빨라졌다.
수첩에다 바쁘게 받아 적는 속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
다들 손을 들고 질문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이 시간부로 우리 중정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겠습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따라서 해당 마약 유통책의 출국을 금지하고, 항구와 공항의 검문검색을 강화할 것이며, 이에 관한 시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받겠습니다.”
* * *
찰칵, 찰칵, 찰칵!
신문사와 방송국에서 나온 취재진이 좀처럼 중정을 떠나지 않았다.
서빙고 물고문실 앞에도 잠복 중인 취재진이 여럿이었다.
중정부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원숭이 구경이 따로 없군. 다들 왜 이리 유난이야?”
“마약 사건 아닙니까.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만큼 쇼킹한 일이죠.”
“신문사와 방송국 할 것 없이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이 일은 중정부장과 대통령과 합의를 본 사항이었다.
-청와대 경호실장이 부산 마약왕에게서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아 챙기고 있었습니다.
-마약왕은 부산에 불법 히로뽕 제조시설을 차리고 일본 아쿠자에게 마약을 공급했습니다.
-각하께서도 이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대통령이 불같이 노했음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이 새끼가 나 모르게 뒤에서 이런 수작질을……!
-여기에 이름 올린 놈들, 전부 잡아들입니까?
-좋다. 자네가 맡아서 처리해.
그렇게 승인받은 사안이었다.
이로써 그는 대통령의 정식 승인하에 숙적인 청와대 경호실장 세력을 가차 없이 파헤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이게 다 태성의 브레인 덕분이었다.
‘귀찮은 똥파리들 때문에 태성의 브레인을 기다리게 해버렸군.’
중정부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걸었다.
그가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사방에서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가 요란하게 터졌다.
몰려든 사람들은 그를 에워싸며 달라붙었다.
중정부장은 짜증을 숨기지 않았다.
“선전용 사진은 이만하면 됐다.”
“취재진 뒤로 물려!”
중정 감찰국장이 크게 외쳤다.
중정 소속 요원들은 즉시 취재진 통제에 나섰다.
어쩔 수 없이 취재진들은 군말 없이 지휘에 따라 뒤로 물러나야 했다.
“태성의 브레인은?”
“서빙고 물고문실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굳이?”
중정 감찰국장은 즉시 중정부장 옆에 붙어서 조심스럽게 보고했다.
“최근에 잡아넣은 인물을 만나러 온 듯합니다.”
“최근에 주요 인물들을 좀 많이 잡아넣었어야지.”
성북동 청원각을 덮쳐 일본 3대 야쿠자 간부들을 모조리 잡아 왔다.
거기에 태성의 브레인이 직접 보내온 중국 흑사회 간부도 한 명 추가.
또 누가 있더라.
“스컹크인가 뭔가 하는 놈과 독대하고 있다는군요.”
“스컹크? 그건 또 뭐 하는 놈이야?
“사채왕 정동진의 수하 중 한 명이라 합니다.”
“흐음.”
태성의 브레인이 정동진의 수하를 만난다라…….
그러고 보니 태성의 브레인이 정동진의 수하 한 명을 구하기 위해 명동 일대를 봉쇄해 달라 청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정동진과 은밀한 거래를 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는 바.
“대체 얼마나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에…….”
대뜸 성북동 청원각을 덮쳐달라 청한 것도 태성의 브레인이었다.
덕분에 이번에도 아주 굵직한 거물들을 잡아낼 수 있었다.
‘이 일로 각하의 신임과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되었지.’
이게 다 청와대 경호실장을 노리고 만들어두는 음모의 그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태성 브레인에 향한 중정부장의 눈빛은 부드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태성의 브레인에게 빚을 많이도 지게 되었군. 이 공을 다 어찌 갚는다?’
서빙고 물고문실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중정부장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덜컹.
중정요원들이 통쇠로 만든 철문을 열었다.
어두컴컴한 지하 고문실, 눅눅한 습기와 꿉꿉한 공기, 흔들리는 백열전등 밑.
태성 브레인 차성준이 있었다.
“오랜만이군.”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나야 누구 덕분에 그간 아주 많이 바빴지.”
중정부장이 성큼성큼 걸어가자, 중정 감찰국장이 즉시 새 의자를 내왔다.
털썩.
중정부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담배부터 물었다.
중정 감찰국장이 불을 붙여주자, 중정부장은 길게 흰 연기를 뿜어냈다.
“그래, 저놈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주면 되나?”
“풀어주십시오.”
“뭐?”
생각지도 못했던 답변에 중정부장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제 손으로 중정 물고문실에 처박아 놓은 놈을 이제 와서 풀어달라 요청해?”
“예, 그래 주셨으면 합니다.”
“태성의 브레인답지 않은 결정인데.”
중정부장은 흥미로운 얼굴로 턱을 쓸어내렸다.
“끈 떨어진 놈을 주워다 어따 쓰게?”
동남아 스컹크에 관해서라면 여기까지 오는 길에 중정 감찰국장에게 직접 보고받았다.
“이놈은 정동진이 십 년 가까이 일본에 처박아 두는 바람에 자네가 이용할 만한 한국에서의 기반은 갖추지 못한 데다.”
툭툭.
중정부장은 무심한 얼굴로 담뱃재를 털어냈다.
“태성을 무너뜨리겠다며 선전포고까지 했었다면서.”
중정부장이 서늘한 눈으로 차성준을 바라본다.
삐딱한 고개는 덤이었다.
“이제 정동진도 죽었고, 정동진의 후계자와도 접점이 없게 된 데다, 독립까지 약속받았으면 죽여도 상관없는 위인 아닌가.”
“예.”
“그런 놈을 풀어줘서 뭐 하게? 무슨 쓸모가 있다고.”
중정부장은 태성 브레인의 속내를 가늠할 요량으로 눈을 가늘게 좁혀 떴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차성준은 무감한 눈을 하고 있었다.
도통 그 속내를 짐작할 수 없는 포커페이스다.
“정씨 집안의 차기 수장이 저자를 이용해 일본에 빅 엿을 먹이겠다는데, 별수 있습니까.”
“일본에 빅 엿을 먹여?”
더욱 궁금해졌다.
일본에 엿을 먹이는 것은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경호실장도, 중정부장인 그도 엄두 낼 수 없는 일이었기에.
“어떻게?”
“이자가 일본 나까무라 부동산의 운영을 대행해 왔다는 것을 아십니까?”
“물론.”
이래 봬도 중정부장은 해외 극비 정보를 다루는 첩보 기관의 수장이었다.
제 손에 들어온 인사의 경력 정도는 줄줄이 뽑아 훑은 지 오래였다.
“정씨 집안의 차기 수장은 저자를 통해 일본 부동산 버블을 터뜨릴 생각이라 합니다.”
“부동산 버블?”
생각지도 못했던 방안이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부동산 가격 인상입니다.”
알고 있다.
한국 또한 후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성장하면서 눈에 띄게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정부가 오죽하면 투기를 잡겠노라 규제 정책을 발표했을까.
“나까무라 부동산이 가지고 있는 도쿄 땅과 빌딩이 꽤 됩니다.”
“도쿄에만 소유한 땅이 12만 7천 평, 빌딩이 4,890채라지?”
“지방에 소유한 부동산도 상당합니다.”
“알아. 오사카 5만 8천 평, 나고야 4만 2천 평, 삿포로 3만 9천 평, 센다이 3만 2천 평, 히로시마 2만 2천 평, 후쿠오카 1만 8천 평.”
말 그대로 일본의 땅부자, 나까무라 부동산.
‘그러고 보니 나까무라 부동산의 주인이 누군지도 베일에 싸여 있군. 정동진이 작정하고 정보를 차단한 탓에.’
중정부장은 담배를 흠뻑 빨아들였다.
폐 안쪽 깊숙하게 빨아들였던 연기가 지하 고문실을 뿌옇게 흩트렸다.
“정씨 집안의 차기 수장도 나까무라 부동산과 손을 잡았나?”
“예, 이참에 일본의 부동산 가격을 끌어 올릴 셈이라 하더군요.”
“일본 부동산 가격이라고 하면 지금도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한다만.”
“그쪽에서 보기엔 아직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정점에 달하지 않았다 합니다.”
“앞으로 땅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군.”
이 시절 도쿄 땅값은 얼마나 비쌌던지, 도쿄를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일본이 세계 2위 경제 대국 소리를 듣는 것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비싼 부동산 가격이었다.
부동산 거품이 잔뜩 낀 탓이었다.
“그러니까 저자, 스컹크를 통해서 땅값과 빌딩값을 올리겠다는 뜻인가?”
“올리는 건 임대료부터라 하더군요.”
담배를 입술에 도로 물리던 손이 멈칫했다.
중정부장의 눈빛이 번뜩 빛났다.
“더 자세히.”
“도쿄에 갖고 있는 빌딩만 4,890채라 하지 않았습니까. 동시에 일제히 임대료를 크게 올린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허?”
중정부장이 눈을 크게 뜨거나 말거나.
차성준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까무라 부동산이 보유한 도쿄의 부동산은 대부분 상업지구와 업무지구의 알짜배기 구역에 몰려 있습니다.”
“허……!”
“하지만 입지에 반해 그간 수익률은 썩 좋지 않았죠. 누가 악의적인 장난질을 많이 쳐놓았던 탓에.”
차성준의 눈이 물고문실 의자에 묶여 있는 남자, 동남쪽 스컹크를 향했다.
“알고 보니 상당히 이상한 계약서로 바꿔 쓰고 있더군요.”
장부를 까봤다.
나까무라 부동산의 어마어마한 수익에 빨대를 꽂고 있는 정관계 주요 인사들이 득실득실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 이중 계약서 덕분이었다.
“반대로 이 계약서 덕분에 임대인이 임대료를 왕창 올려도 저쪽에서는 항거할 방법이 없더란 말입니다?”
권력자들을 끼고 만든 계약서였다.
이면지에 오간 자잘한 이해관계가 더럽고 끈적하게 얽혀 있었다.
그래서 골칫덩이가 된 계약서이니, 반대로 말하면 저쪽도 골칫덩이가 될 요지는 다분했다.
“임대료를 단번에 올리면 여러모로 반발이 상당할 텐데.”
“집주인이 집세도 제대로 못 받아서야 쓰겠냐며 이렇게 전하라더군요.”
차성준은 씩 웃었다.
“꼬우면 나가시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