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39)
재벌집 만렙 아들-339화(339/416)
339. 다급하게 보내는 메시지
사색이 된 보좌관들이 자신들의 의원을 찾아 달렸다.
자민당 의원들에게 바짝 붙어 각자 작게 보고했다.
곁눈질로 힐끔힐끔 다른 의원과 보좌관들을 경계하는 것은 덤이었다.
“의원님, NHKS에서 연락 왔습니다. 의원님의 불륜 스캔들을 간신히 틀어막고 있다는군요.”
“의원님, 아사히 신문에서 연락 왔습니다. 의원님의 마약 파문 의혹이 사실이냐고 묻는데, 어떻게 할까요?”
“의원님, 마이니치 신문에서 취재진이 들이닥쳤습니다. 의원님의 갑질 의혹에 대해 인터뷰 요청하는데요?”
“의원님, 요미우리 신문에서 나왔답니다. 학력 위조와 주가 조작에 대해 투서가 날아왔답니다!”
“의원님, 산케이 신문에서……!”
“의원님, 니혼케 신문에서……!”
“의원님, 도쿄 신문에서……!”
뒷골이 띵하다!
한국 요정에서 천국 같은 며칠을 누리고 돌아와 보니, 이런 지옥같이 끔찍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니!
자민당 의원들은 저도 모르게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나, 난 모르는 일이야!”
“누명이야! 오해야!”
“여독이 풀리지 않아 피곤해 죽겠군.”
“오늘은 그만 집으로 가는 게 낫겠어.”
자민당 의원들은 재빨리 내빼려고 몸을 돌렸다.
하지만 보좌관들은 찰싹 달라붙어 붙들어 맨 손을 놓지 않았다.
“의원님, 국회의사당 앞에 신문사 및 방송국 취재진이 몰려왔습니다!”
“가십 전문 잡지사 파파라치도 따라붙고 있어요!”
진퇴양난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의원님!”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박할까요? 모른다고 시치미를 뗄까요?”
“만일 증거나 증인이 나온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말씀해 주세요!”
하얗게 질린 자민당 의원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들의 손에서 찢어진 종이가 한가득 구겨지고 있었다.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생선의 말로가 어떠할지는 당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定->
맞는 말이었다.
그들이 잘하는 수법이 바로 이런 식이었으니까.
자민당 의원들은 더러운 정치 스캔들을 일으켜 정적을 제거하곤 했다.
그 결과 자민당은 일본의 절대 여당이 될 수 있었다.
<이건 그저 경고일 뿐이야. 난 아직 제대로 된 싸움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定->
자민당 의원들은 뒷머리가 쭈뼛 섰다.
‘아직 협박 편지와 사진을 다 회수했는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어!’
사색이 된 자민당 의원들은 동시에 비명처럼 외쳤다.
“지금 당장 움직여! 말도 안 되는 이상한 협박문을 발견하면 즉시 떼어서 소각시켜!”
“그거 아니야! 진짜 아니야! 난 죽어도 아니니까 쓸데없이 동요하지 말고!”
“어쨌거나 이건 목숨 걸고 지워내야 해!”
“취재진들 손에 들어가면 그땐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보좌관들을 내쫓듯이 닦달했다.
국회의사당을 쥐 잡듯이 뒤져대도록 했다.
본능적인 위기감이 몰려왔다.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증인까지 갈 것도 없어. 당장 여기 붙어 있는 증거만 들이밀어도 언론은 좋다고 물어뜯겠지!’
‘낙인이 찍힌 순간부터 내 이름표 위엔 진실과 거짓을 가리지 않고 온갖 추문이 덧붙게 될 테고!’
‘그럼 내 정치생명은 끝이야! 내 인생이 통째로 진창에 처박히게 돼!’
상상만 해도 숨이 턱 막혔다.
지금껏 권력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오만하게 내려다본 그들이었건만.
여론의 뭇매를 상상하자 걱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빠져나가지?’
‘어떻게 수습하지?’
‘어떻게 틀어막지?’
자민당 의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일그러진 얼굴과 불안하게 떨리는 눈빛을 확인한 순간, 그들은 동시에 깨달았다.
‘저놈도 협박받았군!’
‘저 자식도 약점 잡혔네!’
‘저 새끼도 역시 딱 걸렸나!’
그들은 동시에 똑같은 문구를 상기했다.
<나는 평화와 공존을 바랐는데, 당신들은 싸움을 걸더군. 그러니 그 뒷감당도 당신들이 해야지. -定->
이런.
“젠장, 정씨 집안의 차기 수장이라는 자,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가 아니었나 본데.”
“성깔머리 하나는 보통이 아닌 게 확실해.”
“행동력마저 끝내주는군.”
자민당 의원들은 일제히 나지막하게 분노를 터뜨렸다.
“그러기에 왜 괜히 가만히 있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아서는!”
“상속세 55%만 나눠 먹어도 배부를 것이라고 내 그렇게 누누이 뜯어말렸는데!”
“이 일을 어떻게 틀어막을 거야!”
“자민당 당수, 이 양반이 제일 문제야! 그렇게 똥고집을 부리더니만!”
자연스럽게 이 일을 주도한 자민당 당수에게 분노가 쏟아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양반은 이 판국에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아까부터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보좌관 중 하나가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게…, 집에 가셔서 당장 장인어른과 부인께 해명해야 한다고…….”
“뭐가 어쩌고 저째?”
자민당 의원들은 이를 바드득 갈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며 그렇게 단결, 단합을 외치더니만!”
“저 혼자 살겠다고 몰래 튀어?”
속에서 일어난 열불이 화르륵 타올랐다.
바로 그때, 헐레벌떡 계단에서 내려오는 또 다른 자민당 의원이 기름을 끼얹었다.
“큰일 났네! 잠시 후에 야당 의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는군!”
“지금 그딴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야.”
그놈들이 기자회견을 열건 말건 내가 알 게 뭔가.
이쪽은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그들에겐 만천하에 드러난 제 치부를 어떻게 가려야 하는지가 제일 중요했다.
“미국 방산회사 노스콥 항공사에서 F-5를 팔면서 전방위로 뿌린 뇌물 장부를 갖고 있다지 뭐야!”
“뭐라고?”
자민당 의원들의 안색은 더욱 희게 질렸다.
이미 록히드 사건으로 방산비리 콩고물 맛을 본 그들이 아니던가.
노스콥에서 뿌리는 뇌물을 마다했을 리 없었다.
그러니 이 또한 뜬금없이 처맞은 똥물이었다.
“이 새끼들은 상도덕도 없나! 하필 이 타이밍에 노스콥 문제를 들먹여?”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왜 재수 없이 나쁜 일은 한꺼번에 닥치는가.
“그래서 어떻게 됐어?”
“일단 야당 놈들과 접촉해서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해 보려고 하는데, 그놈들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네!”
안 그래도 타는 속, 더욱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어떻게든 막아야 할 것 아니야!”
“그래서 지금 이렇게 대책을 마련하고자 당수와 당 간부들을 찾고 있었던 거 아닌가!”
대책 마련에 앞장서야 할 자민당 당수와 당 간부들이 바로 그들 본인들이었다.
“의원님, 산케이 신문입니다!”
“의원님, 니혼케 신문입니다!”
“의원님, 도쿄 신문입니다!”
몰려온 취재진들이 국회의사당 문을 두드려댔다.
자민당 의원들은 완전히 새하얗게 질려 부르르 떨었다.
“젠장!”
다들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의원실로 줄행랑쳤다.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
의원실에 도착한 자민당 의원들은 거친 숨을 헐떡였다.
“외국인 사채 동결 조치법에 반대해야겠어! 물론 상속세 올려치기도!”
목이 졸리는 기분이라 넥타이를 거칠게 끌어 내렸다.
“얼른 정씨 집안의 차기 수장에게 이 결의를 전해야 할 텐데.”
문제가 생겼다.
“누굴 통해 어떻게 전하지?”
정씨 집안의 차기 수장이 누구인지, 어디에 사는지, 누구를 통해 연락을 받는지 아무도 모른다.
“빌어먹을, 나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는 내 치부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었다니.”
무서운 일이었다.
어둠 속에 숨은 스나이퍼가 이쪽을 저격총으로 정조준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세상 무서울 것 없던 자민당 중의원들은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불명예스럽게 의원직을 박탈당하는 것보다 정씨 집안의 수장에게 굽히고 들어가는 게 백배는 더 낫지.”
한번 잡으면 끊지 못한다는 게 바로 권력이었다.
그들은 누리고 있던 권력을 쉬이 놓을 수 없었다.
정치인들의 주특기는 이합집산.
상황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이 뜻을 바꾸는 것이 전략이자 미덕이었다.
* * *
동남쪽 스컹크가 내어준 사장 자리의 의자는 비싼 값을 제대로 했다.
나는 만족스럽게 가죽을 쓸어내렸다.
탄탄하고 폭신한 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마음에 드십니까?”
“딱 내 스타일이에요.”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동남쪽 스컹크는 뿌듯하게 웃었다.
“밀크셰이크를 안 좋아하는 어린애란 이 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지요.”
잘못 짚었다.
나는 단내가 폴폴 풍기는 밀크셰이크를 집무실 책상 저쪽으로 쭉 밀어 넣었다.
“여긴 쌍화차 안 팔아요? 계란 두 개 동동 띄워서.”
“아니, 왜 하필 쌍화차…….”
“없으면 아쉬운 대로 커피도 좋고요.”
어린 몸이 된 후로 커피 좀 마실까 하면 다들 사약이라도 된다는 듯 뜯어말렸다.
내게 허락된 것은 우유와 두유, 오렌지주스 따위뿐이었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즐겨 마셔야 했던 것이 바로 쌍화차!
그리웠던 향기 좋은 카페인 도핑 생각에 입맛을 다셨다.
난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고 하면 못 알아듣겠지.
“블랙커피에 물 더 타고 얼음 동동 띄워서 부탁할게요.”
“어떻게 밀크셰이크를 마다하고 블랙커피를…….”
동남쪽 스컹크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밀크셰이크를 받아 들었다.
그러더니 망설임 없이 빨대로 쪽쪽 빨아 마셨다.
순식간에 밀크셰이크 한 컵을 비워낸 동남쪽 스컹크는 슬쩍 간식 접시를 들이밀었다.
“달달한 간식은 어떠십니까?”
쿠키, 케이크, 젤리, 캐러멜, 초콜릿, 캔디, 아이스크림을 종류별로 주섬주섬 나눠 담는다.
“떡이나 뻥튀기는 없어요? 없으면 건빵이라도.”
“허어?”
“물론 건빵에는 별사탕이 별미인 거 아시죠?”
“맙소사…….”
동남쪽 스컹크는 날 희한한 외계 생물 보듯이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손을 뻗어 간식 접시에 올려둔 초코쿠키와 초코과자를 와삭와삭 먹어 치웠다.
입가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툭툭 털어서 지워내더니, 양복 안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일단 껌이라도 씹고 계시면…….”
“껌을 씹을 바엔 육포를 씹는 게 낫죠.”
내가 어릴 때 지하철에서 껌팔이를 오래 해서.
껌이라면 아주 지긋지긋하거든.
“술안주로도 딱인데. 없으면 쥐포라도.”
“어쩌다가 이런 애늙은이 취향이…….”
뭐? 왜? 뭐!
내 취향이 뭐가 어때서?
하지만 입이 조금 심심한 것은 사실이니까.
“혹시 담배 피워요?”
“예, 물론입니다만.”
“그럼 은단 한 알만 내놔요.”
“은단…….”
은단은 주로 담배 피우던 아저씨들이 가지고 다니곤 했었다.
입 냄새를 덮기 위해서였다.
“양이 많으니까 한 알쯤 나눠줘도 티도 안 나잖아요.”
“성준이는 은단 따윈 가지고 다니지 않을 텐데요.”
“옛날엔 공장 다니던 아저씨들한테 막걸리 심부름을 해 주면 심부름값으로 은단 몇 알을 얻어먹곤 했어요.”
구로동 판자촌은 가난한 동네였다.
왠지 보약 먹는 기분이라며 아저씨들은 낄낄대곤 했었다.
듣고 보니 진짜 보약 맛이 나는 것 같더라니까?
그래서 좋았다.
“허어, 말만 들어보면 한국 전쟁 때 피난 다니며 칡뿌리 캐 먹고 사신 줄 알겠습니다.”
“칡뿌리라도 캐 먹을 수 있으면 다행이게요? 그건 싱싱하기라도 하지.”
나는 장부를 넘기며 덤덤하게 읊조렸다.
“배고파서 쥐약 묻은 빵 주워 먹어 본 적 있어요? 그럼 진짜 하늘이 노래지도록 위아래로 게워내야 해요.”
“…….”
“먹다 버린 쉰 수박 껍데기라도 이게 웬 과일이냐며 감지덕지하면서 먹었는데.”
“…….”
“그런 것도 없으면 개밥을 훔쳐 먹는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다 물리면 진짜 엄청 아프고.”
“…….”
나는 장부에 주석을 달면서 또 한 장을 넘겼다.
“과자 한 봉지 사 먹을 돈이면 라면 두 봉지를 살 수 있는데 굳이?”
“…….”
“아무리 잘 먹어도 하루 삼시 세끼는 고정인데, 간식 먹느라 밥 먹을 기회를 날리면 너무 손해이기도 하고요.”
“……….”
“밀크셰이크나 과자 같은 정크 푸드를 먹을 바에는 차라리 심 사장님처럼 보약을 먹는 게 낫죠. 영양학적인 측면으로 봐도…….”
어라?
다들 왜 이런 눈으로 쳐다보고 있냐?
동남쪽 스컹크가 비장한 얼굴로 수하들을 돌아보았다.
“맛집! 이 근방에서 제일 비싸고 솜씨 좋은 장인들의 요릿집을 찾아와!”
“예!”
“한식, 양식, 일식, 중식, 간식 할 것 없이 종류별로 리스트 작성해 와!”
“예!”
동남쪽 스컹크는 눈을 슬쩍 돌렸다.
“해외여행 오셨으면 맛집 투어는 필수니까요.”
동남쪽 스컹크는 딴청을 부리며 구두 앞코로 바닥을 톡톡 찍었다.
“이따 백화점 식품 코너를 털어서라도 종류별로 간식과 과일을 바리바리 싸드릴 테니까.”
어색한 머리 쓸어 넘기기는 덤이었다.
“은단 얻어먹지 마시고, 과일 껍질 주워 먹지 마시고, 개밥은 쳐다보지도 마시고, 쥐약은 에비 지지예요.”
“…….”
“흐음, 뭘 먹여야 우리 도련님 잘 먹였다고 소문이 날까.”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텔레비전을 켰다.
정규 방송 시간도 아닌데, 뉴스 속보가 떴다.
-사회당이 긴급 기자회견을 예고한 가운데, 기자회견장에 자민당 의원들이 대거 난입하였습니다.
-자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장 문을 걸어 잠근 채, 사회당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요구했으나 사회당에선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서로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오갔으며, 급기야 양당 의원들끼리 집단 패싸움을 벌여 60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습니다.
NHKS 생방송 특파원 앞에 자민당 의원이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패싸움의 여파로 머리와 옷차림은 엉망진창이고, 얼굴엔 생채기가 났다.
그는 특파원의 마이크를 가로채서 다급하게 외쳤다.
-저는 외국인 사채 동결 조치법에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자민당 의원이 그 마이크를 다시 빼앗아 더 크게 외쳤다.
-일본의 상속세는 여타 유럽 선진국에 비해 너무 과하게 책정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자민당 의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서 마이크 앞으로 서로 얼굴을 들이대기 바빴다.
-외국인 특별 가산세도 폐지해야 옳습니다!
-저희는 싸움을 원치 않습니다!
-화해와 공존, 평화와 번영을 바랍니다!
누구에게 전하는 메시지인지는 확인할 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