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40)
재벌집 만렙 아들-340화(340/416)
340. 막을 수 있겠습니까?
동남쪽 스컹크는 피식 웃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하여간에 고상 떠는 것들이 엄살도 징하게 떨어요.”
“지금 카메라 앞에 대고 메시지를 보낸 자민당 중의원들 명단 적어두세요.”
“포섭 인원 목록이군요.”
포섭이라니.
어림없는 소리.
“정치인들이란 족속은 카메라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르잖아요.”
말만 믿었다가는 뒤통수 맞기 딱 좋다.
“그렇다고 손 내미는 놈들을 굳이 내칠 필요는 없죠.”
저래 봬도 자민당 당 간부들이거든.
“도련님, 저쪽에서 먼저 굴복 의사를 밝혀 왔으니, 이참에 확실하게 회유해두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맨입으로요?”
“예?”
“담보 없이 돈 빌려주는 거 봤어요?”
사채는 물론이고 은행에서 대출할 때조차 담보부터 잡는 것이 인지상정.
그 담보가 재산인가, 연봉인가, 연대 보증인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담보 물건의 가치.
담보 가치가 빌려주는 돈을 상회할 때에만 거래가 성립되는 법이다.
“이참에 세금도 왕창 깎아봐야죠.”
이러다가 정동진 어르신의 유산 반 이상을 날릴 판이다.
상속세 최고 세율 구간 및 누진세율에 외국인 특별 가산세, 취등록세 기타 등등을 다 얹으면 진짜로 먼지 부스러기만 남게 생겼거든.
“얼마나 깎으시려고요?”
“그건 저쪽에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린 거죠.”
나는 아직도 계속해서 텔레비전 뉴스 속보에 얼굴을 비추는 자민당 의원들과 사회당 의원들을 가리켰다.
“자리 한번 만들어 보세요.”
“설마 도련님께서 직접 모습을 드러내실 겁니까?”
그럴 생각 없다.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총대 메고 이쪽을 떠보려는 속셈에 응해 줄 필요 있겠어요?”
“없지요.”
동남쪽 스컹크는 씩 웃었다.
“그런 조무래기들을 일일이 만나고 다니면 도련님 체면만 상합니다.”
그러고 보니 일본은 체면을 상당히 중요시하는 나라라고 했던가.
동남쪽 스컹크는 품에서 향수를 꺼내 보란 듯이 제 몸에 칙칙칙 뿌렸다.
“그렇다면 자민당 의원들은 제 선에서 정리할까요?”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어떻게 정리하시려고요?”
“일단 공사장에서 면담의 시간을 가져야겠죠?”
동남쪽 스컹크는 스산하게 웃었다.
“누구에게나 처맞기 전까지는 그럴듯한 계획이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내 이럴 줄 알았지!
정동진 어르신을 만나러 갈 때도 이 인간의 입에서 툭하면 나오던 말이 ‘죽을죄죠.’더라니까?
“콧대 높은 인간들에게 겸허함을 가르쳐주기엔 매타작만 한 게 없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이걸 어쩌나.
“유감이네요. 스컹크 씨가 만날 쪽은 자민당 의원이 아니라 야쿠자 쪽이라서요.”
“예?”
뭘 이런 것 가지고 놀라시나.
“스컹크 씨는 이 바닥에서 십 년 넘게 뒹굴었고, 살았고, 버텨서, 파친코까지 한다면서요.”
“그렇지요.”
“그럼 일본의 뒷골목은 줄줄이 꿰고 있겠네요?”
나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전문가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법 아니겠어요?”
“후훗.”
동남쪽 스컹크는 참지 못하고 입매를 씰룩거렸다.
뒤늦게 표정 관리에 들어갔지만, 늦었다.
이미 눈매는 한껏 풀어져 흐물거리고 있었다.
“그럼 자민당 의원들은 누가 만나 담판을 짓습니까? 혹시 심 사장님을?”
“아니죠.”
심 사장은 태성그룹 사람이며, 신분이 노출된 사람이다.
“공과 사는 분명히 해야죠.”
결정적으로 정씨 집안의 하수인이 아니란 말씀.
“회사 설립하라고 데려온 사람을 내 개인적인 일에 동원할 수는 없죠.”
이 일이 아니라도 일본에서 심 사장이 맡아서 해 줘야 할 일이 아주 많다.
“그럼 또 누가 있어서 도련님을 대신해 자민당 의원들을 만난답니까?”
“명동 송골매와 까치산 방 여사요.”
“예?”
“참고로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스컹크 씨를 돕겠다고 했어요.”
“그 청개구리 반골 양반이… 얌전히 도련님 일을 돕는단 말입니까?”
뭘 또 그렇게 놀라시나.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앞장서서 정동진 어르신 별채를 태운 것도 본 사람이.
“정정하셨던 주인어른도 그 양반은 다루기 까다롭다며 골치를 썩이곤 하셨죠. 딱 꼬리에 불붙어서 날뛰는 야생마 같은 분이랄까요?”
“제 부름에 좋다고 팔짝 뛰면서 제일 먼저 달려온 게 그 양반인데요?”
“맙소사. 아니, 대체 무슨 마법을 어떻게 부리셨기에……!”
“파친코라니까 대번에 눈 돌아가던데요?”
“아…….”
그제야 동남쪽 스컹크는 단번에 이해한 듯 고개를 연신 주억거렸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지 못하듯,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도박 소리에 눈이 번쩍하는 사내였다.
그쪽은 됐고.
“파친코 기둥에 묶어놓았다던 야쿠자 간부는 어때요?”
“지나가는 행인들의 구경거리가 되더니 눈에 띄게 기가 죽었습니다.”
“야쿠자 조직에는 확실하게 전달하셨겠죠?”
“물론입니다. 믿을 만한 녀석을 보내놓았습니다.”
“좋아요.”
나는 몽블랑 만년필을 꺼냈다.
새 종이에 막힘없이 슥슥슥 적어 내려갔다.
“그건 또 뭡니까?”
“전 말보단 문서를 더 믿거든요.”
“연대 결의서?”
“미끼를 물었으면, 코를 단단히 꿰야죠.”
나는 씩 웃었다.
“정치인들만 배신, 협잡, 이간질, 선동, 교란, 내분을 일으키란 법 있어요?”
“없지요.”
동남쪽 스컹크도 같이 씩 웃었다.
“사회당 쪽에 전화 한 통 넣을까요?”
아직 제대로 된 말은 꺼내지도 않았는데, 이런 건 또 귀신같이 알아차린다니까.
“암만 봐도 지금이 임대료 인상을 터뜨릴 타이밍인 것 같죠?”
“역시.”
우리는 동시에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우후훗!
* * *
“이런 빌어먹을!”
자민당 당수는 낮게 욕설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당신 앞으로 배달 온 게 이것뿐이라 이거지?”
“네.”
그의 아내가 내민 것은 커다란 서류 봉투였다.
안에 든 것은 달랑 편지 한 장.
<당신은 가정을 지키고, 나는 유산을 지키고.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 합의 조건 아닌가? -定->
자민당 당수는 씩씩대며 아내의 눈앞에서 서류 봉투를 팔랑팔랑 흔들어 댔다.
“이게 전부야? 당신이 따로 숨겨놓은 게 아니고?”
“숨기다니요? 오늘 중요한 물건이라도 오기로 했나요?”
“……아니라면 됐어.”
자민당 당수는 입을 다물었다.
죽으면 죽었지, 제 입으로 그 중요한 물건이 자신의 불륜 사진이라고 아내에게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넘어가기에도 너무 찜찜했다.
국회의사당에 붙어 있던 낯 뜨거운 사진들과 노골적인 경고만 떠올리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이불을 차올릴 지경이다.
그래서 자민당 당수는 은근하게 떠보기로 했다.
“장인어른에게 따로 연락 온 것도 없고?”
“아버지에게요?”
“화가 나셨다거나, 평소보다 심각해 보인다거나, 불쾌해하신다거나. 뭐 그런 기색이 없었냔 말이야.”
“글쎄요. 아버지는 오늘 요미우리 기업 회장님과 골프 치신다고 아침 일찍부터 나가셔서요.”
“그래?”
자민당 당수는 몰래 가슴을 쓸어내리며 등을 돌렸다.
그런 남편의 등을 아내는 싸늘한 시선으로 말없이 노려보았다.
방금 전까지의 온순했던 눈과는 사뭇 다른 눈빛이었다.
아내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평소보다 확연하게 서늘해진 목소리였건만, 머릿속이 바쁘게 굴러가는 자민당 당수는 눈치채지 못했다.
“참, 뉴스 속보는 보셨어요?”
뉴스 속보?
국회의사당에서 낯 뜨거운 불륜 사진을 받자마자 지체 없이 달려오느라 텔레비전을 켤 정신이 없었다.
“왜, 내가 한국에 다녀온 동안 일본에 큰일이라도 생겼나?”
“아침부터 시끄럽던데요. 사회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더니, 자민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장에 난입하여 난동을 부렸대요.”
“뭐?”
“집단 패싸움이 벌어져서 부상자만 60명이 넘는다던걸요.”
이 자식들이 갑자기 단체로 쥐약을 먹었나?
자민당 당수는 헐레벌떡 달려가서 텔레비전을 켰다.
아내의 말은 진짜였다.
“허어!”
사회당 기자회견장 문을 걸어 잠근 채, 욕설과 고성이 오가다가 끝내 양당 의원들이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을 뉴스 방송으로 송출하고 있었다.
자민당 당수는 입을 떡 벌렸다.
따르릉! 따르릉!
정신 사납게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
자민당 당수는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저 이타시 의원입니다. 뉴스 속보 보셨습니까?
“자네들은 정신이 있어, 없어! 대체 왜 사회당에 쳐들어가서 그 난리를 벌인 건가!”
-사회당에서 노스콥 게이트를 터트리겠다지 뭡니까?
“뭐야?”
안 그래도 록히드 게이트 때문에 일본이 발칵 뒤집히고, 자민당의 주축이 줄줄이 뽑혀 나갔다.
현직 일본 총리는 구속되었고, 전임 자민당 당수는 사퇴해야 했다.
덕분에 당 간부 중 한 명이었던 그가 자민당의 새로운 당수가 될 수 있었다.
“노스콥 게이트라니! 그것까지 터지면 자민당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도 있어!”
록히드 게이트 덕을 가장 크게 본 게 바로 사회당이었다.
사회당은 다음 회 중의원 총선거에서 명실상부한 제1야당이자 거대 당으로 발돋움했다.
자민당이 총 511 의석 중 249석을 차지한 데 반해 사회당은 123석까지 확보한 것이다.
“노스콥에서 뇌물은 우리만 받아먹었어? 그놈들도 받아먹었어!”
-알죠. 그래서 저희가 대화로 해결해 보자고 달려간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놈들은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겁니다.
“대체 뭘 믿고 그렇게 뻣뻣하게 나댄대?”
-그러게 말입니다. 그놈들만 쏙 빼서 보호해 줄 만한 든든한 배후가 있지 않고서야…….
그때 텔레비전 화면이 바뀌었다.
자민당 당수는 제 두 눈을 의심했다.
“아니, 사회당 대변인을 내세우지 않고 본인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었어?”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취재진들이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사회당 당수가 기자회견장 단상에 올라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은 알고 계셨습니까? 도쿄 지역의 임대료를 가지고 그동안 자민당 의원들이 악의적인 장난질을 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자회견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만큼 자칫 국민들의 분노가 한 사람에게 집중될 수도 있는 자리였다.
당수 정도 되는 이들은 그런 부담을 굳이 짊어질 필요가 없기에, 보통은 대변인을 내세워 당의 화살받이로 쓰곤 했다.
-이것을 보십시오. 우리 사회당 측에서 입수한 문제의 임대료 계약서입니다. 이런 부당 계약서가 약 5만 건에 육박합니다!
나까무라 부동산이 지난 세월 동안 작성해왔던 계약서를 전부 건수에 포함해 현 상황처럼 크게 부풀렸다.
여론 몰이용 눈속임이자 과대 포장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파급력은 확실했다.
-오, 오만 건이나?
-맙소사!
정숙해야 할 기자회견장이건만.
놀란 취재진들의 웅성거림으로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지금까지 자민당 의원들은 이면 계약을 유도하며 뒤로 거액의 불법 자금을 횡령해 왔습니다.
이면 계약과 불법 정치자금 횡령 소리에 경악성은 더욱 커졌다.
-도쿄의 부동산값이 왜 연일 치솟았는지 그 이유를 아십니까?
찰칵, 찰칵, 찰칵, 찰칵!
-부동산 주인이 마음대로 임대료를 한도 없이 마구 올려도!
탕!
사회당 당수는 손바닥으로 단상을 내려쳤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임차인은 대항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악의적인 부당 계약인 겁니다!
찰칵찰칵찰칵찰칵!
카메라 셔터 터지는 소리가 더욱 빨라졌다.
-하지만 이 또한 계약의 두 당사자들이 합의한 사적인 영역! 일본 법에 따르면 우리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작성한 이 계약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사회당 당수는 목소리를 더욱 크게 높였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왜 일본의 법은 선량한 임차인을 보호해 주지 않습니까!
탕!
-왜 일본의 법은 약자가 아닌 강자의 편에 서 있는 겁니까! 돈이 없으면 일본의 국민도 아니라는 말입니까!
찰칵찰칵찰칵찰칵!
-이번엔 이 나라의 정치인으로서 자민당 의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사회당 당수는 카메라를 향해 똑바로 손가락을 겨누었다.
-만일 임대인들이 단합하여 한꺼번에 임대료를 올리겠다고 나온다면! 자민당, 당신들은 막을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