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42)
재벌집 만렙 아들-342화(342/416)
342. 아이고, 고객님!
“뭐라고?”
자민당 당수는 지금 이 상황을 믿기 어려웠다.
“야쿠자들이 전부 의뢰를 거절했단 말이냐?”
“예, 의원님.”
보좌관의 보고에 자민당 당수는 헛웃음을 흘렸다.
“심지어 협박까지 해?”
“그깟 사소한 일로 부려 먹으려 들지 말라고 하더군요.”
“허!”
자민당 당수의 웃음은 싸늘했다.
“정동진의 구역을 뺏어 먹겠다고 한국까지 날아갔던 놈들이, 이제 와서 슬그머니 내빼시겠다?”
“들인 수고에 비해 돈이 안 될 것 같다더군요.”
“헛소리! 마약 유통처럼 돈 되는 게 어디 있다고.”
“그놈들은 이번 한국행에서 중정에 잡혀 호되게 당한 전력이 있잖습니까.”
그렇긴 하다.
한국에 체류할 때, 한국 정부는 대대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었다.
그 해외 마약 유통 주범으로 야쿠자 간부를 지목한 결과, 그놈들은 속수무책으로 중정에 끌려가게 되었다.
그 사실은 한국에서 연일 뉴스 속보로 중계되었고, 자민당 당수도 직접 확인한 바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놈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심지어 멀쩡하게 나올 수 있었지?”
의심스럽다.
한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여론 몰이를 하지 않았던가.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 선포에 본보기로 제물이 된 놈들이었다.
‘시체가 되어 나오지 않은 것도 수상한 마당에, 이렇게 일찍 풀려난 것은 더욱 의심쩍지.’
자민당 당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설마 한국 정부에 쫄아서 몸 사리는 건 아닐 테고.’
그건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본을 주름잡는, 일본의 대표적인 폭력조직 간부가 어디 쪽팔리게!
‘하지만 정말 이상하단 말이야.’
돈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대가리부터 들이밀고 보는 놈들이 이렇게 쉽게 몸을 내뺀다고?
‘대체 무슨 이유로 이 영악한 놈들이 손바닥 뒤집듯 뜻을 바꿨을까. 설마 정동진과 한패가 되기로 한 것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지!
어째 이합집산과 말 바꾸기의 달인이라는 정치인들보다도 더 빠르게 변절을 할 수가 있나!
“빌어먹을 개새끼들, 어디 두고 보자. 우리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순간 너희들은 X 되는 거야.”
자민당 당수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도쿄지검 특수부에 전화 넣어.”
야쿠자 새끼들, 어디서 감히 겁도 없이 까불어?
조용히 눈감아주고 있으려니까 공권력이 아주 우스워 보이는 모양이지?
‘이이제이(以夷制夷)라 했다. 당장 정동진과 가장 깊이 얽힌 곳부터 들쑤셔야겠군.’
같은 적을 둔 이와는 뜻을 같이하기 쉬운 법.
“은행장들에게 전화 돌려.”
“예.”
정동진은 일본에서 사채업으로 일가를 세운 자.
대척점에 선 세력이라면 제도권 금융 종사자들일 터였다.
“동남쪽 스컹크를 포함한 사채업자들에게도 전화 돌리고.”
“예.”
또한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동종업자겠지.
그간 정동진이 장악하고 있던 일본의 사채 시장을 빼앗아 먹을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호시탐탐 먹어 치울 기회만 노리던 놈들이 이만하면 다들 눈이 벌게져서 달려들겠지.
* * *
“사채의 채권 인수를 저희 은행에서요? 흐으으으음…….”
스미모토 은행장은 전화를 받는 동안 내내 난처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자민당 당수님의 뜻은 잘 알아들었습니다.”
딱 잘라 거절하지도, 눈에 띄게 반색하지도 못하면서.
“중요한 안건인 만큼 생각할 시간을 좀 주셨으면 합니다.”
어정쩡한 자세로, 애매모호한 태도로.
“큰돈 걸린 일이 아닙니까. 정동진의 사채라면 우리 스미모토 은행 혼자 감당하기가…… 흐으으으음.”
웃을 듯 말 듯 곤란한 표정을 지은 채, 연신 말을 부드럽게 얼버무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마침 아주 중요한 외국인 바이어와 어렵게 잡은 면담을 진행하고 있던 상황인지라. 제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스미모토 은행장은 조심스럽게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달칵.
전화기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스미모토 은행장은 곧바로 사람 좋은 표정으로 돌변했다.
“아이고,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뜻하지 않게 중요한 대화가 끊기고 말았군요.”
너털웃음을 터뜨린 스미모토 은행장은 성큼성큼 걸어와 응접용 소파에 털썩 앉았다.
“노무라 부동산에서 나오셨다고요. 그래, 우리가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스미모토 은행은 부동산 담보 대출을 환영한다, 까지 얘기했습니다.”
심 사장은 담담한 어조로, 담백하게 웃어 보였다.
“거치 기한이 무려 100년이나 되는 부동산 저당 증서를 개발하셨다고요.”
100년 거치 조건이라는 게 어떤 뜻이던가.
100년 동안 대출 이자만 받고, 원금 납입은 100년 후에 받겠다는 소리였다.
말이 안 되는 조건인 것 같지?
하지만 그 말이 안 되는 조건이 판치고 있을 때가 바로 이 시절, 일본의 부동산 시장이었다.
연일 하루가 다르게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는 중이거든.
“하하하, 그게 바로 저희 스미모토 은행이 시중의 은행들을 추월하여 일본 최고, 아니, 세계 최고 은행이 된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지요.”
놀랍게도 1980년대 세계 50대 기업 시가 총액 순위에서 스미모토 은행은 3위에 오른 바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이치칸교 은행, 후지산 은행, 미쓰시비 은행, 노무라 투자은행, 산화 은행, 도쿄카이 은행, 미쓰라 은행 등 일본 금융권 대다수가 글로벌 기업 시장의 시총 상위에 올랐다.
‘이 시절 일본 은행이라고 하면 영구적 작동 기계라고 불릴 정도였으니까.’
스미모토 은행장은 거만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손을 모았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스미모토 은행을 찾아와 주신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 사장의 옆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던 나는 방긋 웃었다.
“스미모토 은행은 그중에서도 특히 도쿄 지역의 상업지구와 업무지구 부동산 매입에 관심이 많다죠?”
일본의 은행들은 상당한 부동산을 가지고 있었다.
대출 담보로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주택 담보 대출 비율은 어느 정도나 되죠?”
“일단 법적인 대출 비율은 부동산 가액의 70% 정도 됩니다만.”
스미모토 은행장은 은근하게 웃었다.
“요즘에 누가 그렇게 촌스럽게 장사합니까? 우리 스미모토 은행은 부동산 시중 가격 대비 110~120% 정도를 대출해 주고 있습니다.”
알고 있었지만, 다시 들어도 놀랍다!
이 시절의 일본 관행에는 나도 엄지를 척 들어줄 수밖에 없구만!
‘부동산 담보 비율이 높고, 부동산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대출 한도도 늘어나면 은행의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였으니까.’
덕분에 일본 금융권들은 부동산 수익으로 아주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었다.
‘요 근래 미국과의 무역에서 일본은 매년 무려 6조 엔에 가까운 흑자를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역 흑자가 늘어나니, 시중에 풀리는 돈도 자연히 늘어날 수밖에.
“일본은 부동산 수익에 반해 은행 예금과 채권과 같은 고정 가격 자산 수익률이 저조하다고 들었어요.”
어디 저조하다 뿐일까.
1970년대까지 일본 채권과 예금 수익률은 물가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만 기록해 왔다.
“금융 규제 때문에 고생이 참 많으시겠습니다.”
재벌 죽이기의 일환으로, 미국이 강하게 밀어붙여 제약했던 일본의 금융 규제.
일본의 부동산 거품을 끌어 올린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였다.
“어쩌겠습니까. 대신 부동산 담보 대출 수익으로 이득을 많이 보고 있으니 됐습니다.”
스미모토 은행장은 사람 좋은 얼굴로 쓴웃음을 덮었다.
갈 곳을 찾지 못한 여윳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도 급격히 경제가 성장하면서 땅값도 덩달아 크게 오르지 않았던가.
일본은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할 리 없었다.
“담보 잡힐 부동산이 제법 된다지요?”
“꽤 될걸요?”
목소리가 은근해지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도쿄 땅만 12만 7천 평, 빌딩이 4,890채.”
“헉!”
스미모토 은행장은 숨을 멈췄다.
“오사카 5만 8천 평, 나고야 4만 2천 평, 삿포로 3만 9천 평, 센다이 3만 2천 평, 히로시마 2만 2천 평, 후쿠오카 1만 8천 평.”
“어헉!”
“주로 상업지구와 업무지구 땅에 올린 빌딩들이 대다수라고 보면 돼요.”
“흐어헉!”
“한마디로 나까무라 부동산이 보유한 부동산 전부를 담보로 대출을 최대한 땡길까 해요.”
“크허허허헉!”
말을 할수록 스미모토 은행장은 눈을 크게 떴다.
마지막에는 찢어질 듯이 부릅뜰 정도였다.
“참고로 나까무라 부동산은 이번 달부터 임대료도 꽤 올릴 예정이에요.”
“아, 그렇지요. 임대료, 올려야죠!”
스미모토 은행장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나까무라 부동산은 왜 여태 임대료를 개미 눈물만큼만 올리는지 의아하던 터였습니다.”
그야 동남쪽 스컹크가 부동산 회사 관리를 뭣같이 했기 때문이었지.
하지만 이걸 곧이곧대로 말을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이번에 그동안 못 올린 임대료, 제값 받아 보려고요.”
“제값이라면 한 어느 정도로…….”
“왕창.”
나는 씩 웃었다.
“이참에 부동산 투자도 왕창 늘려볼 셈이거든요.”
“오오오오!”
스미모토 은행장의 눈에는 탐욕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당연히 부동산 임대료를 왕창 올리고, 부동산 투자도 왕창 늘려야죠!”
부동산 수익이 커질수록 부동산 가격은 오른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수록 부동산 대출을 많이 받는다.
부동산 대출을 많이 받을수록 은행의 수익도 커진다.
눈 떠 보면 부동산 가격이 또 올라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의 돈이 몰린다.
일본의 부동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자, 일본 금융권이 ‘영구적 작동 기계’라 불리게 된 부의 원천이다.
일본 부동산의 불패 신화는 이렇게 쌓아 올려지고 있었다.
“우리 스미모토 은행은 고객님의 부동산 대출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바입니다!”
스미모토 은행장이 크게 반색하며 와락 달려들었다.
내가 아니라 심 사장의 두 손을 와락 잡자, 심 사장은 질색했다.
“저기 이 손 좀…….”
“나까무라 부동산의 위명은 진즉 들어 알고 있습니다!”
“아, 그건…….”
“도쿄에 알짜배기 부동산을 그렇게 많이 가지고 계시다고!”
“그러니까 그건…….”
“지금껏 의아했습니다. 왜 나까무라 부동산처럼 부동산 자산 규모가 대단한 회사가 소극적인 확장을 해왔는지!”
“아아, 그게…….”
“그거야말로 자원의 비효율적 운용 아니겠습니까?”
“…….”
어떻게 된 게 심 사장이 대답할 새가 없냐!
결국 심 사장은 체념하여 대답하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스미모토 은행장은 콧김을 뿜어내며 흥분한 목소리를 높였다.
“고객님이 가지신 도쿄의 부동산을 다 팔면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를 통째로 사들이고도 남을 겁니다.”
웃기게도 이게 말이 되는 시절이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일본 황궁의 대지 가격이 캘리포니아주 전체의 부동산 가격보다 더 높다는 말이 떠돌았던 때였다.
마치 전설 속의 우물처럼 끊임없이 부가 창출되는 시기였다.
“이참에 나까무라 부동산과 스미모토 은행이 합심 협력하여 떼돈을 벌어봅시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에요.”
악수는 스미모토 은행장과 심 사장이 하는데, 맞장구는 내가 쳤다.
“그래서 스미모토 은행은 부동산 담보 대출 비율을 최대 얼마까지 쳐줄 수 있다고요?”
“아까 말했듯이 저희는 110~120%를…….”
“이거 유감이에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심 사장도 스미모토 은행장에게 잡혔던 손을 매몰차게 뿌리쳤다.
“아니, 고객님! 갑자기 왜……!”
“은행이 여기 한 곳뿐인 줄 아시나.”
나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팠다.
“아이치칸교 은행, 후지산 은행, 미쓰시비 은행, 노무라 투자은행, 산화 은행, 도쿄카이 은행, 미쓰라 은행.”
“아이고, 고객님!”
“다들 부동산 담보 대출이라고 하면 만사를 제치고 뛰어나온다죠? 아, 일본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은행이 참 많네요.”
“장담컨대 어차피 거기 다 돌아도 우리 스미모토 은행만큼 후한 조건은 없을 겁니다!”
“그거야 은행장님 생각이고요. 우리 나까무라 부동산은 도쿄 땅만 12만 7천 평, 빌딩이 4,890채!”
나는 새끼손톱에 묻어 나온 귀지를 후 불었다.
“임대료 왕창, 대출도 왕창, 규모의 경제로 밀어붙이면 다른 부동산 투자 회사들은 엄두도 못 낼 큰 덩어리 부동산 입찰도 왕창!”
“어디까지 생각하고 오셨습니까?”
“그거야 은행장님 하기에 달린 거 아니겠어요?”
나는 씩 웃었다.
“그래서 담보 대출 비율은 어디까지 조정이 가능하다고요?”
“한 125% 정도까지는…….”
“쪼잔하시네. 그럼 스미모토 은행에는 오사카를 비롯한 지방 부동산만 넘겨드릴 수밖에.”
“잠시만요!”
스미모토 은행장이 비명처럼 외쳤다.
“130%! 더는 무리입니다!”
그래서 물었다.
“그럼 이자율은요?”
“…….”
암만 봐도 깎을 만한 여력이 많이 남아 보이는데 말이죠.
“어쩔 수 없죠. 그럼 저희도 그에 걸맞은 떨거지 물건들만…….”
“아이고, 고객님! 이자율이요? 당연히 더 깎아드려야지요!”
아직 안 끝났다.
“스미모토 은행이 일본 제일, 아니, 세계의 은행이 될 수 있었던 이유!”
“거, 거치 기간은…….”
“전부 100년으로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