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43)
재벌집 만렙 아들-343화(343/416)
343. 돈냄새를 맡은 자
나와 심 사장은 오후 내내 은행을 돌았다.
은행을 돌 때마다 조건은 더 후해졌다.
스미모토 은행에서 받은 조건을 들이밀며 등을 돌리면 게임 끝!
“뒤는 심 사장님께 맡길게요.”
“허어!”
내가 뜯어낸 어마어마한 돈에 심 사장은 아까부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심 사장은 눈을 비비고 계좌에 찍힌 돈을 다시 봤다.
“제가 노안이 왔나 봅니다.”
팔을 쭉 내밀고 당기며 통장과의 거리를 조절하기도 여러 번.
“대체 0이 몇 개인지.”
그렇게 말하는 심 사장의 입꼬리는 아까부터 내려올 줄 몰랐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스케일이 커졌는지. 정말 재밌군요.”
그럴 수밖에.
도쿄의 일본 황궁 대지만 팔아도 캘리포니아주 전체의 부동산을 다 살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 때다.
그런 부동산 호황기에 우리는 부동산 시세보다 훨씬 웃도는 담보 대출금을 땡겨 받았다.
‘이 시절 일본은 부동산 대출을 받으면 받을수록 이득인 구조인지라.’
그 결과 태성그룹의 계열사를 맡아 운영한다는 심 사장도 입을 떡 벌릴 만한 액수가 통장에 찍히고 말았다.
“심 사장님은 당분간 일본에 남아서 부동산 투자에 집중해 주셨으면 해요.”
“도련님, 그렇게 되면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문제?
“제가 회사 세우고 굴리는 건 좀 하는 편이지만, 솔직히 부동산 투자에 관해서는 그다지 뛰어나다고 볼 수 없어서 말입니다.”
심 사장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입을 열었다.
“행여 쓸모없는 부동산을 비싸게 사들이는 사기라도 당하거나, 향후 별로 오를 기미도 없는 하자 부동산을 사들인다면…….”
아하. 난 또 뭐라고.
“그 문제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어떻게 걱정을 안 합니까. 이 액수 안 보이십니까?”
심 사장은 주먹으로 제 가슴을 탕탕 쳤다.
“이 돈이면 3대가 놀고먹어도 남는…, 아니, 삼대가 다 뭡니까? 30대가 놀고먹어도 남을 겁니다!”
심 사장님, 과장이 심하시네.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이걸 날리기라도 하면 전……, 어우,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심 사장은 진저리를 쳤다.
나는 피식 웃었다.
“마침 우리에겐 이 바닥의 전문가가 계세요.”
“전문가? 아……!”
심 사장은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쳤다.
“떴다방과 복덕방을 운영하는 까치산 방 여사!”
“방 여사님은 보조에 불과해요. 주역은 따로 있어요.”
“설마 스컹크는 아니겠지요?”
심 사장은 마뜩잖다는 표정이었다.
“그놈 나까무라 부동산의 회계 관리 장부 작성한 거 못 보셨습니까? 부동산 계약서 꼬라지는 또 어떻고요?”
그건 그렇지.
타당한 분노였다.
심 사장은 딱 잘라 말했다.
“전 반대하겠습니다.”
“잘못 짚으셨어요.”
“그렇다면 설마……. 예전에 나까무라 부동산을 맡았다던 부회장님께…….”
우리 아버지는 태성그룹 부회장님이라니까요!
귀한 인력을 고작 이깟 일에 부려 먹을 수는 없는 법.
나는 씩 웃었다.
“제 외할아버지요.”
“예?”
“나까무라 부동산을 세우신 분.”
“헉!”
우리 외할아버지로 말할 것 같으면 ‘난 아는 게 땅밖에 없어!’라고 외치시는 분이시지!
“지금 나까무라 부동산이 운용하는 모든 부동산을 직접 골라 사들이셨대요.”
“설명은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군요.”
“아무렴요. 우후훗!”
심 사장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의 그 웃음만 믿어보렵니다.”
심 사장은 허리에 손을 척 올리면서 보란 듯이 웃었다.
“우후훗!”
이럴 수가.
심 사장이 나와 똑같은 웃음을 짓다니!
“도련님께서 이렇게 웃으실 때면 언제나 상대방은 X된다는 것을, 이미 숱하게 보았습니다!”
“…….”
심 사장은 손바닥을 비비며 또 한 번 ‘우후훗!’ 웃었다.
“이거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요. 나까무라 부동산의 회장님까지 가세하면…… 일본 부동산 시장은 얼마나 더 발칵 뒤집어질까요.”
아마도 그럴 것이다.
강남 부동산 투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빠른 시간 내에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치솟을 테지.
“일본 사회당에서도 이 문제를 꼬집으면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데다, 자민당은 궁지에 몰린 형편이라 당장 이를 막을 입법을 추진하기도 어려울 겁니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 주식시장에 몰릴 여윳돈도 부동산 시장으로 몰릴 테고요.”
“그렇게 되면 덩달아 일본 금융권도 발칵 뒤집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채시장도 휩쓸리긴 마찬가지일 거예요.”
일본 은행은 금융 규제 때문에 채권 수익률과 예금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은행이 부동산 시세보다 더 큰 돈을 대출해 주려면 그 많은 돈을 다 어디서 마련하겠어요.”
“설마……!”
심 사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쩌다 보니 진외조부님께 물려받은 일본 쪽 사채가 꽤 되거든요.”
“허어, 인제 보니……!”
내가 뒷말을 더 보태지 않았는데도.
심 사장은 이미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은 모양이다.
“그렇게만 되면 자민당은 외국인 사채 동결 조치란 카드를 꺼내고 싶어도 못 꺼냅니다.”
아무렴.
“돈이 물린 제도권 일본 은행들이 두 손 두 발 다 동원해서 막아내야 할 겁니다.”
심 사장은 나지막하게 감탄사를 토했다.
“역시 우리 도련님! 이렇게 야쿠자, 정치권, 은행권, 사채업의 큰손들까지 싸그리 묶어내실 줄이야.”
“왜 일본 기업만 쏙 빼세요?”
“예? 설마 일본 기업까지?”
“알짜배기 일본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했잖아요.”
“맙소사!”
심 사장은 혀를 내둘렀다.
“설마 그때 이미 여기까지 내다보신 겁니까!”
나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이 정도는 되어야 대마불사라 할 만하지 않아요?”
* * *
“뭐라고?”
자민당 당수는 지금 이 상황을 믿기 어려웠다.
“은행들이 전부 제안을 거절했단 말이냐?”
“예, 의원님.”
보좌관의 보고에 자민당 당수는 헛웃음을 흘렸다.
“심지어 내빼기까지 해?”
“오히려 당수께서는 일본의 금융 규제에 관한 이해가 조금 부족한 것이 아니냐고 되묻기까지 하더군요.”
“여기서 일본의 금융 규제가 왜 나와?”
“자기들 은행은 금융 규제 때문에 채권과 예금 수익률이 마이너스라서, 사채까지 매입할 여력이 없답니다.”
“허?”
“지금 아주 중요한 투자를 성사시키기 위해 가뜩이나 돈줄이 마르게 생긴 판국이니, 그깟 사소한 일로 귀찮게 연락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허!”
자민당 당수의 웃음은 싸늘했다.
“정동진의 사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일본경제단체연합회까지 들쑤셔 가며 한국에 밀정을 보낸 놈들이, 이제 와서 슬그머니 내빼시겠다?”
“들인 수고에 비해 돈이 안 될 것 같다더군요.”
“헛소리! 매번 사채시장을 근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은행에 예금을 안 한다며! 어떻게든 사채시장을 쓸어버려야 한다며 뇌물까지 들고 와서 청탁하던 새끼들이!”
쾅!
자민당 당수는 참지 못하고 두 주먹으로 집무실 책상을 내려쳤다.
씩씩대는 숨소리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꾸는 이유가 뭐야?”
“아무래도 부동산 때문인 듯합니다.”
부동산?
언제는 안 그랬나?
“은행이 눈 뒤집혀서 부동산에 달려든다는 건 지나가는 개도 아는 사실이야!”
부동산 담보 대출 수익률이 다른 투자 수익률보다 훨씬 더 짭짤하다.
오죽하면 ‘일본 은행이 플러스 실질 수익률을 챙기는 곳은 오직 부동산뿐!’이란 소리가 나올까.
“이상하군.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눈이 벌게진 적은 없었는데.”
“도쿄 알짜배기 땅이 대거 담보와 매물로 나왔답니다.”
알짜배기 땅?
“치요다구, 주오구, 미나토구를 비롯해 신주쿠, 이케부쿠로, 시부야, 긴자, 하라주쿠, 아사쿠사, 롯폰기 등에서도 황금지구라 일컬어지는 명당자리 말입니다.”
“좀 더 자세히. 부동산이 얼마나 나왔기에 이리 호들갑이야?”
“풍문으로는 한 5만 평, 빌딩 약 1천 채 정도라는군요.”
“뭐야?”
자민당 당수는 입을 떡 벌렸다.
‘대체 어떤 미친놈이……!’
하룻밤 자면 땅값이 쭉쭉 오르는데,
땅주인이 미치지 않고서야 땅을 팔겠다고 안 할 텐데.
“나도 이참에 도쿄에 빌딩이랑 땅 좀 장만해 봐?”
“같은 생각으로 다른 의원님들 또한 눈에 불을 켜고 부동산 매매 경쟁에 달려드는 모양입니다.”
“하여간에 정치 한다는 새끼들이란. 돈냄새 하나는 참 기가 막히게 잘 맡는다니까.”
“그럴 만하지요. 도쿄 중심지의 땅이라면 돈을 싸 들고 가도 땅주인이 안 판다고 고개부터 젓는 곳 아닙니까.”
맞는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은행이 사채 채권 인수를 거절할 만하군.’
자민당 당수는 쓰게 웃었다.
“그럼 사채업자들에게 전화 돌린 건은?”
“유감스럽게도 그쪽에서도 거절했습니다.”
“감히?”
자민당 당수의 눈이 대번에 뾰족해졌다.
“기생충 같은 새끼들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까라면 깔 것이지!”
“돈이 없어서 그렇답니다.”
이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건국 이래 사채업자한테 돈이 없다는 소리가 나오던 때는 없었어!”
“은행들이 사채를 끌어다 썼다는군요.”
“…….”
“보시다시피 도쿄에 나온 알짜 부동산 매물들 때문에. 돈줄이 말라붙어서.”
“…….”
자민당 당수는 거칠게 얼굴을 쓸어내렸다.
“뭐 하나 내 뜻대로 움직여주는 놈들이 없군!”
기가 찼다.
‘이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오랫동안 권력자로서 살아온 자민당 당수의 상식으로는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짜고 치는 포커도 이렇게까지 합이 맞을 수는 없어.’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집단들이 모두가 그의 뜻과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철저하게 제 이득을 쫓아가는데도 정신을 차리고 보면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굴러가고 있었다.
‘설마 사채업자들도 야쿠자 놈들처럼 정씨 집안과 손을 잡은 건가?’
그렇다면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지!
빌어먹을 사채업자 놈들!
우리가 범좌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순간 너희들도 X 되는 거야!
“국세청에 전화 넣어.”
자민당 당수는 권력자였다.
“세금도 안 내면서 고리대로 돈놀이나 하는 쓰레기 같은 새끼들이, 어디서 감히 겁도 없이 내 말에 토를 달아?”
불법 지하금융계가 설칠수록 제도권이 보호하는 선량한 시민들만 피해를 보는 법!
“기생충처럼 들러붙어 공공재를 맘껏 누리고 있으려니까 공권력이 아주 우스워 보이는 모양이야?”
어디 두고 보자!
* * *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위치한 글로벌 투자기업 버크셔 헤서웨어사(社) 회장실.
버크셔 헤서웨어사는 몇 년 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보험과 재보험을 필두로 유망한 기업의 유가증권에 재투자하면서 떠오르는 투자회사로 각광 받고 있었다.
“도쿄의 부동산 가격이 미친 듯이 치솟고 있다고?”
최근 일본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관해 보고를 받고, 중년의 사내는 큰 흥미를 보였다.
그의 이름은 워렌 버퍼.
워렌 버퍼는 눈을 반짝였다.
“재밌네. 톰, 좀 더 자세히.”
비서는 즉시 상세하게 풀어 보고했다.
보고가 점점 더 길어지고, 첨부된 자료가 점점 더 자세하고 많아질수록.
워렌 버퍼의 눈은 반짝거림을 넘어 점점 더 번뜩거리기 시작했다.
비서가 보고를 끝냈을 때, 워렌 버퍼는 황홀한 표정으로 코를 킁킁댔다.
“돈냄새가 난다!”
워렌 버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톰, 지금 당장 일본으로 가자!”
“예. 지금 일본으로…… 예? 이렇게 갑자기요?”
“비행기표는 뭐 어떻게든 구해지겠지. 여차하면 암표로 사고.”
“회장님!”
비서는 몹시 당황하여 버벅거렸다.
“당장 오늘 저녁에 있을 주지사님과의 만찬은 어쩌고요?”
“취소해야겠네.”
“오후에 잡힌 인텔과의 미팅은요?”
“뒤로 미루지 뭐.”
“그럼 엑손 부회장님과의 점심 약속은요?”
“양해를 구해야겠지?”
옷걸이에 걸린 정장 재킷을 입으며 워렌 버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럴수록 비서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어렵게 잡은 약속입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하신다면……!”
“이봐, 톰. 지금 내 돈이 필요한 건 그쪽이야. 싫으면 말라고 해.”
워렌 버퍼는 전혀 아쉬울 것 없다는 투였다.
“톰, 공항 가는 길에 맥도날도 들리자.”
“이 와중에 맥도날도는 또 왜요?”
“런치 할인 받아야지.”
“미슐랭 투 스타 레스토랑 점심 약속을 마다하고 맥런치는 왜 먹어요!”
“치즈버거 먹어야지.”
“그럴 거면 차라리 기내식을 드시라고요! 퍼스트 클래스에선……!”
“우리 이코노미 탈 건데?”
“회장님!”
“하하핫, 농담이야.”
워렌 버퍼는 자동차 키를 던졌다가 착 잡았다.
“그래도 명색이 글로벌 투자회사 회장과 비서인데, 비즈니스 정도는 타줘야지.”
“아, 또 비즈니스! 우리는 언제쯤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다니는데요?”
“우리 회사가 세계 제일의 투자회사가 되면?”
“에이씨, 그럼 평생 못 타보겠네!”
톰은 비서실 구석에 챙겨둔 여행용 트렁크를 돌돌돌 끌었다.
“일본 부동산 가격 폭등이야 하루 이틀도 아닌데, 왜 갑자기 일본을 가신다고 그래요? 일본에선 투자를 요청한 적도 없잖아요.”
“원래 돈 되는 일은 저희들끼리 소리 소문 없이 해 먹기 마련이거든.”
워렌 버퍼는 금고를 열어 달러와 일본 화폐를 잔뜩 챙겼다.
“가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지.”
워렌 버퍼는 입맛을 다셨다.
“오늘 저녁은 일본 맥도날도 치즈버거 세트로. 괜찮지?”
“전혀 안 괜찮거든요?”
비서는 씩씩거리면서 여권과 다이어리를 챙겼다.
“전 빅맥파예요! 이십 년쯤 같이 일했으면 이젠 기억해 줄 때도 된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