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46)
재벌집 만렙 아들-346화(346/416)
346. 그런 제안이라면 아주 자세하게
유종태가 물었다.
“도련님, 혹시 아시는 분이세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요.”
“알면 알고, 모르면 모르는 거지, 여기에 어떻게 반이 들어가죠?”
“유 팀장님, 혹시 버크셔 헤서웨어사라고 알아요?”
“당연히 알죠.”
“그럼 거기 회장님이 누군지 알아요?”
“워렌 버퍼, 아주 유명한 투자가잖아요.”
그 유명한 투자가, 바로 저기에 있는데.
“그럼 유 팀장님은 워렌 버퍼를 안다고 해야 할까요, 모른다고 해야 할까요?”
“어……, 음……, 글쎄요.”
“그런 의미예요.”
“아하. 반은 알고 반은 모른다는 게 그 뜻이었군요.”
유종태의 목소리가 흥분한 듯 조금 높아졌다.
“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워렌 버퍼만큼은 죽기 전에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그 양반, 저기에 있다니까.
“미친 수익률의 대가, 오라클 오브 오마하, 금융계의 전설! 크, 죽이죠?”
유종태답지 않게 재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가치 투자를 기반으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 추구! 특히 지난 석유파동 당시 불황에 접어든 주식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독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지 뭐예요?”
선망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워렌 버퍼의 간택을 받는 회사는 무조건 대기업이 된다는 속설이 돌 정도라면 이해가 되실까요?”
유종태는 눈을 반짝이며 작게 속삭였다.
“35살에 이미 백만장자의 반열에 든 남자! 멋있죠? 그래서 제 로망입니다.”
잠깐.
웨이러 미닛.
“그럴 땐 로망이 아니라 롤 모델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죠. 워렌 버퍼는 제 일확천금의 로망이고요.”
유종태는 콧김을 뿜어냈다.
“제 롤 모델은 워렌 버퍼가 아니라 그 비서라고 해야 할걸요?”
비서?
“워렌 버퍼가 되려면 주식이며 시장 추세며 기업 공부를 어마어마하게 해야 할 거 아니에요.”
그거야 그렇지.
“유능한 상사에게 착 달라붙어 기생하면서 돈이 되는 주식 정보만 쏙쏙 받아먹는 비서라니! 크, 완전 죽이죠?”
유종태는 야망으로 번들거리는 눈을 하고 있었다.
“저는 도련님께 착 들러붙어 기생하고 싶습니다!”
요령껏 들러붙어 보시든가.
난 내 일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그 정도쯤이야 눈감아줄 생각이다.
떨어지는 콩고물을 받아먹는 것도 능력이거든.
나는 워렌 버퍼를 힐끔 보며 물었다.
“그럼 만약 유 팀장님이 워렌 버퍼를 만난다면 어떨 것 같아요?”
“당장 사인부터 받아야죠!”
유종태는 능글능글하게 웃었다.
“그다음엔 어디에 투자했는지 물어볼 겁니다. 아주 집요하게, 노골적으로!”
아주 야망이 철철 넘치는 손바닥 비비기였다.
“워렌 버퍼가 간택한 기업 목록을 알아낸 다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제 전 재산을 걸 거예요!”
난 야망 넘치는 사내가 좋더라!
유종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도련님, 왜 하필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워렌 버퍼를 콕 짚어 물어보신 겁니까?”
“저기 우리 회사 사무실 앞에서 멀뚱한 얼굴로 서 있는 남자, 누구인지 못 알아보겠어요?”
“웬 실없는 백인 잡상인…… 헉!”
유종태는 화들짝 놀라며 입을 떡 벌렸다.
“설마…… 아니죠?”
유종태는 눈을 비비며 다시 물었다.
“아니, 저 양반이 왜 여기에 있는 거죠?”
그러니까 내 말이.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유종태가 반색하며 후다닥 달려갔다.
뜻밖에도 유종태는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버퍼 씨.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아, 예, 그런데 제가 좀 바빠서.”
“아무렴요. 당연히 바쁘시겠죠. 버퍼 씨의 시간은 금보다 귀하다던데요.”
“그런 의미에서 난 쓸데없는 방해꾼 때문에 땅바닥에 금을 흘리는 것을 몹시 싫어해서. 실례하겠습니다.”
워렌 버퍼는 못마땅한 표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유종태를 향해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뭐 하고 있어, 톰? 호텔은 안 들를 거야? 짐은 버리고 갈 거야?”
“예, 에? 바로 공항 가야 한다던 거 아니었어요? 호텔까지 들르시게요?”
“그럼 여권은 버리고 가려고?”
“아, 가져가야죠. 여권 챙겨야죠.”
유종태는 다급하게 외쳤다.
“실례가 아니라면 부디 차라도 한 잔만!”
“이거 실례하겠습니다. 서둘러, 톰. 어쩌면 이번이 JH투자와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니까.”
워렌 버퍼는 걸음을 서둘렀다.
쌩하고 지나가는 워렌 버퍼를 보며 유종태는 아쉬움을 삼켰다.
유종태는 떠나는 자신의 로망, 워렌 버퍼를 잡지 못하고 허공에서 아쉬운 손만 쥐었다 폈다 했다.
‘못 봐주겠네.’
워렌 버퍼가 하는 소리를 들었다면, 왜 굳이 여기에 있는지 짐작했다면.
전전긍긍 매달릴 필요가 없을 텐데.
어쩔 수 없지.
“유 팀장님, 뭐 하고 있어요? 사무실 문 열지 않고요.”
“아, 예. 도련님. 갑니다!”
철컥!
촤르르!
유종태가 JH투자 일본지사 사무실 문의 잠금쇠를 풀고 셔터를 올리자.
성큼성큼 걸어가던 워렌 버퍼와 그 일행의 발걸음은 동시에 뚝 멈췄다.
“……!”
그들이 고개를 홱 돌려 우리를 놀란 눈으로 보거나 말거나.
나는 앞장서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딸랑.
유종태도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따라 들어왔다.
“어휴, 이 먼지! 안 되겠습니다, 도련님. 일단 창문부터 열어서 환기를 시켜야 겠…….”
딸랑!
워렌 버퍼와 그 일행이었다.
워렌 버퍼는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대뜸 명함을 내밀었다.
“저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위치한 글로벌 투자기업 버크셔 헤서웨어사(社)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는 워렌 버퍼라고 합니다.”
“허억!”
유종태는 떨리는 손으로 명함을 받았다.
‘역시나 황금빛이 번쩍대네.’
세계적인 투자가 워렌 버퍼의 명함인데.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 우와아……!”
유종태는 종이를 뚫어지게 보고 또 보면서 명함 든 손을 달달 떨었다.
워렌 버퍼는 몹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가슴을 쫙 폈다.
‘그래,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워렌 버퍼는 유종태를 보며 자신 있게 말했다.
“우리 버크셔 헤서웨어사는 보험과 재보험을 필두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 투자하여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알죠!”
“금융 서비스, 보험, 철도, 에너지 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여 최근 주식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전문 투자지주회사라 할 수 있지요.”
“그럼요!”
“참고로 우리 버크셔 헤서웨어사는 제가 인수한 이래 매년 20% 넘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역시!”
유종태가 연거푸 감탄하자, 워렌 버퍼는 그제야 용건을 꺼냈다.
“그럼 괜찮다면 저와 함께 차나 한잔하실까요?”
“커피 좋아하세요? 아니면 녹차? 코코아? 율무차? 유자차?”
“콜라로 하죠.”
“탁월하신 선택이십니다. 잠깐만 계세요. 금방 다녀올게요!”
잔뜩 흥분한 유종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갔다.
“아앗!”
워렌 버퍼는 몹시 당황한 얼굴로 사라져버린 유종태를 향해 허공에서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아니, 갈 땐 가더라도 JH투자회사 일본지사장님께 연락은 하고 가셔야지…….”
“JH투자회사 일본지사장님을 만나러 오셨어요?”
나는 이 사무실에서 하나밖에 없는 의자에 폴짝 올라앉았다.
“심 사장님이라면 곧 도착하실 거예요. 한 시간 뒤쯤?”
“오!”
“마침 저도 궁금한 게 있는데요. 물어봐도 돼요?”
“뭐, 그래라.”
나는 두 손으로 턱을 받치며 방긋 웃었다.
“버크셔 헤서웨어사에 투자 제안을 넣은 지 3시간도 채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회사는 용케 알고 찾아오셨네요?”
“……!”
심 사장이 진두지휘하는 한국 사무실도 아니고, 밀매왕이 상주하는 미국 본사도 아니고.
하필이면 내가 오늘 방문하기로 예정했던 일본지사에 오다니.
“우리가 일본에 지사를 낸 건 고작해야 닷새 정도밖에 안 됐거든요.”
그래서 의문이었다.
하지만 짚이는 바가 영 없는 것도 아니라서.
“혹시 이것 때문에 오셨나요?”
나는 유종태가 놓고 간 서류 가방을 열어서 서류 봉투 한 장을 꺼냈다.
“버크셔 헤서웨어사(社) A주 지분 2%.”
“……!”
“이걸 회수하러 찾아오셨을까 해서요.”
“……!”
워렌 버퍼가 헛웃음을 흘렸다.
“이봐, 톰. 내가 지금 뭘 잘못 들은 거 같은데.”
“가는귀 먹으셨어요? 우리 회사 A주 지분 2% 회수하러 왔냐고 물었잖아요.”
“말로는 누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원래 말보다는 문서죠.”
눈부신 황금빛을 자랑하는, 미국 기업 투자 지분 중 버크셔 헤서웨어사의 것만 쏙 뺐다.
나는 그것을 이 사무실에서 달랑 하나밖에 없는 책상 위에서 펼쳤다.
“…….”
“…….”
꿈뻑꿈뻑.
워렌 버퍼와 톰은 소처럼 느리게 눈을 껌뻑댔다.
“톰,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노안 오셨어요? 버크셔 헤서웨어사 A주 지분 2%에 관한 처분 권리 위임장이잖아요.”
“그러니까……. 톰, 자넨 우리 회사 A주 지분 2%면 얼마나 되는지는 알아?”
“어, 음…… 확실한 건 저렇게 어린 꼬마가 언급할 수 있는 금액 규모는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까……. 그래서 문제지.”
워렌 버퍼는 못 미더운 눈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꼬마야,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여기서 호구조사가 왜 나와?
“혹시 부모님이 JH투자에 다니시니? 아니면 아까 그 남자가 아버지……는 아닌 것 같고.”
굳이 대답해 줘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낄 만큼 무가치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워렌 버퍼는 진지했다.
“그래, 아버님이 누구시니?”
나는 시간낭비는 딱 질색인지라.
“그것보다 제가 버크셔 헤서웨어사 A주 2%에 관한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의, 의결권……!”
“처분 권리에 관한 위임장이 X으로 보이시나.”
나는 워렌 버퍼와 톰의 눈앞에서 황금빛 서류를 팔랑팔랑 흔들어 보였다.
워렌 버퍼와 톰은 즉시 자세를 바로 했다.
제대로 들을 준비가 됐다는 소리였다.
스윽.
나는 동전지갑에서 종이를 꺼내 몽블랑 만년필과 함께 워렌 버퍼에게 내밀었다.
워렌 버퍼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빈 종이인데?”
“일단 사인부터 하나 부탁해요. 받는 사람은 유종태.”
“…….”
“아까 흥분해서 콜라 산다고 뛰쳐나간 그 남자 꺼 맞아요.”
워렌 버퍼는 피식 웃으며 몽블랑 만년필을 잡았다.
“난 또. 괜히 긴장했네. 그깟 사인 한 장 해 주는 것쯤이야 어려울 것 없지.”
“이왕 사인하기로 마음먹은 김에 하나 더 해 주시면 좋고요.”
“어려울 것 없지. 꼬마 몫으로 사인 한 장 더 해 주는 것쯤이야…….”
“지분 인수 계약서에 사인해 달라는 건데요?”
“…….”
워렌 버퍼는 유종태에게 줄 사인을 하다 말고, 황당해하는 얼굴을 들었다.
“버크셔 헤서웨어사는 현재까지 A주 총 971,784주를 발행했고, 현재 시세는 주당 가격 982달러 선에서 형성되었네요?”
“그건 또 어떻게 알고…….”
“몰라서 묻는 건 아니죠?”
“…….”
공시된 건 뒤져보면 다 나와!
그래서 본론.
“가명, 차명, 법인명 전부 포함해서 귀사의 A주 19,435주를 가지고 있어요.”
“뭐?”
워렌 버퍼는 턱을 툭 떨어뜨렸다.
“그게 다 얼마야. 그러니까…… 총 19,085,170달러어치?”
셈이 빠르시군.
역시 미친 수익률의 대가, 오라클 오브 오마하, 금융계의 전설이라 이건가?
“2천만 달러나 된다고요? 와우!”
비서 톰은 휘파람을 작게 불었다.
“인제 보니 JH투자회사, 우리 회사의 대주주셨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회장님께 제안을 두 개 드릴까 하는데요.”
“그래? 그럼 간단하게 들어나 볼까?”
“좋죠.”
워렌 버퍼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하하핫. 이따 나랑 음료수를 바꿔 먹지 않겠느냐, 사인할 때 적어줬으면 하는 말이…….”
“첫째, 귀사의 지분 2%에 대한 조건부 인수안. 둘째, 귀사가 눈독 들이고 있는 블루 스탬프 지분 2.5%에 관한 인수안이에요. 이상 끝!”
“…….”
워렌 버퍼는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었다.
“미안하지만 그런 제안이라면 아주 자세하게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