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49)
재벌집 만렙 아들-349화(349/416)
349. 똑똑히 보여주지!
딸랑.
JH투자 일본지사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오는 워렌 버퍼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어깨는 들썩들썩, 휘파람도 절로 나왔다.
하지만 톰은 달랐다.
톰은 울상이 된 얼굴로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회장님답지 않으셨어요.”
“나다운 게 뭔데?”
“보통 규모의 계약이 아니었잖아요.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법률팀과 투자기획팀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며칠에 걸쳐 면면히 검토한 끝에 인수 여부를 결정하시던 분이…….”
“톰, 이거 보여?”
워렌 버퍼는 들고 있는 서류 봉투를 흔들어 보였다.
JH투자 일본지사 사무실에서 동양인 꼬마가 그랬던 것처럼.
“2천만 달러짜리 지분이 여기에 들었어.”
“회장님.”
“이걸 얻는 데 1달러조차 들이지 않았지.”
톰은 반박하지 못했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다시 오지 않을 기회야. 그럼 잡아야지!”
“그러니까 하는 말이잖아요. 한두 푼도 아니고 무려 2천만 달러짜리 지분이 걸린 계약이었다고요! 그게 사기라면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이게 사기라고 치자. 뭐 대단한 일이 벌어진다고 그렇게 달달 떠는 거야?”
“그게, 그러니까…….”
“내가 손해 보는 게 있어?”
“……없네요?”
“애초에 들인 돈이 없는데, 손해는 무슨.”
“어, 음…… 그러네?”
톰은 얼떨떨한 얼굴이 되었다.
“그럼 반대로 이게 사기가 아니라면……?”
“횡재한 거지.”
“그러네요?”
톰이 눈을 반짝였다.
“하하핫, 뭐가 됐건 우린 2%나 되는 지분을 1년 동안 공짜로 잘 쓰고 반납하면 그만이라는 소리야.”
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JH투자는 손해잖아요. 왜 굳이 손해 보는 제안을 했을까요?”
“손해를 감수하고 통 크게 베팅한 거야.”
“베팅?”
“만일 해당 조건을 충족한다면?”
“JH투자는 우리 버크셔 헤서웨어사(社)의 지분을 크게 얻어 가게 되는 거죠?”
“그래.”
워렌 버퍼는 톰의 눈앞에 더욱 요란하게 서류 봉투를 흔들어 댔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이 안에는 버크셔 헤서웨어사의 주식, 블루 스탬프사의 주식, 그리고 이에 관한 인수 계약서가 들어 있다.
“우리 버크셔 헤서웨어사의 주식이 15%나 떨어져야 해당 조건을 충족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 회사는 매년 평균 2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희박한 확률인 거지. JH투자가 감수해야 할 하이 리스크.”
워렌 버퍼는 휘파람을 불었다.
“나로서도 놓치기 아까운 기회였어. 사인하기 싫으면 말라잖아. 같은 조건을 다시 제안할 생각도 없다는데.”
“그건 그렇죠.”
“손해라고 해 봤자, 우리 회사 지분 중에 몇 퍼센트 더 얹어 주는 것뿐이고.”
“그 몇 퍼센트를 더 얹어주면 대주주가 바뀐다고요! 그건 큰일인데요?”
“그래서 프라이빗 명함을 찔러 줬잖아?”
“그 명함은 1년에 다섯 장도 안 돌리는 귀한 명함이잖아요!”
“줄 만하니까 줬지.”
“그 명함을 가진 사람은 5월 대주주 총회에 초대받는다고요!”
“그래서야.”
“다음 대주주 총회엔 특별히 석유수출국기구 대표단이 참석하기로 예정되어 있거든요?”
“그런 자리인 만큼 JH투자에서도 중요 인물이 참석하게 될 테지? 인맥을 넓힐 아주 좋은 기회니까.”
워렌 버퍼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JH투자는 정보가 빨라. 우리 회사의 5월 대주주 총회에 저런 인물들이 대거 참석한단 정보쯤이야 입수한 지 오래일 거야.”
“오!”
“그러라고 뿌린 명함이야.”
워렌 버퍼는 자신만만했다.
“꼬마는 내 명함의 가치를 몰라봐도, JH투자의 심 사장이란 사람, 혹은 꼬마의 부모는 다를 테니까.”
워렌 버퍼는 서류 봉투를 손끝으로 튕겼다.
“다음 5월 대주주 총회 때엔 JH투자에 똑똑히 보여줘야지.”
“뭘요?”
“우리 회사의 지난 1년 실적을, 1년 동안 공짜로 쓰도록 내어줬던 지분 2%의 위력을, 우리 회사 주총에 참석하는 위인들을!”
불같은 야망이 터져 나왔다.
“다시는 우리 버크셔 헤서웨어사를 우습게 보지 못하도록 만들어 줄 생각이야.”
“좋아요!”
톰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자랑스러운 눈으로 워렌 버퍼를 바라보았다.
“이참에 누가 세계 최고의 투자기업인지 똑똑히 보여주자고요!”
“바로 그거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 귀국할 때 비행기는 퍼스트 클래스 맞죠?”
“이코노미라니까. 내가 언제 허튼소리 하는 거 봤어?”
“쳇! 세계 최고의 투자기업은 무슨!”
“하하핫! 농담이야, 톰. 2천만 원짜리 지분도 얻었으니 비즈니스까진 태워줘야지.”
워렌 버퍼와 톰은 똑같은 박자의 발걸음으로 나란히 걸었다.
그렇게 나까무라 부동산 사무실을 지나는 순간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동시에 우뚝 섰다.
톰이 말했다.
“회장님, 나까무라 부동산 회장님은 안 만나실 거예요?”
으음.
“미국에 당장 날아가려던 이유는 JH투자의 투자 제안 때문이었잖아요.”
으으음.
“그런데 그 투자 제안이라는 거, 아까 받고 인수 계약서에 사인했잖아요. 그럼 갈 필요 없지 않을까요?”
으으으음!
워렌 버퍼는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쓸었다.
“미국으로 가자.”
“나까무라 부동산은 포기하시고요?”
“우선순위부터.”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2천만 달러짜리 지분이 제대로 된 것인지부터 확인하는 게 1순위.”
“맞죠.”
“JH투자의 미국 본사에서 제안한 또 다른 사안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2순위.”
“그렇네요.”
“JH투자가 접촉했던 4개 은행과 만나 사실을 확인해야지. 이참에 회유, 포섭하여 우리 쪽 우호 지분을 공고히 다지는 것이 3순위.”
“그렇죠!”
“투자는 받으면 좋지만, 안 받아도 아쉬움에 그칠 뿐이니까. 후순위인 거지.”
워렌 버퍼는 아쉬운 눈으로 나까무라 부동산 사무실 문을 훑었다.
“중요한 일부터 처리한 후에 일본에 다시 오면 돼. 그래도 늦지 않아.”
“예, 회장님!”
두 사람은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겼다.
마침 계단에서 올라오고 있는 세 명의 동양인이 있었다.
“음?”
“어?”
공항에서 마주쳤던 사람들이었다.
떡 벌어진 튼튼한 육체에 지나치게 잘생긴 외모의 중년 사내와 공항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있던 남녀.
중년 사내에게 택시를 양보받았던 기억이 있던 지라.
워렌 버퍼는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한 후 계단을 내려갔다.
아쉬운 중얼거림이 영어로 작게 흘러나왔다.
“JH투자의 심 사장이란 자가 곧 도착한다고 했었는데. 그건 좀 아쉽군.”
JH투자의 심 사장?
플래카드를 들고 있던 남자의 고개가 슬쩍 돌아갔다.
“일본지사장보다 미국 본사 사장을 만나면 되잖아요. 저는 그보다 나까무라 부동산 회장님을 못 보고 가는 게 더 아쉬워요.”
나까무라 부동산?
잘생긴 중년 사내의 눈도 슬쩍 돌아갔다.
“동감이야. 난 부동산 투자엔 별 관심이 없지만, 부동산 기업에 투자하는 건 제법 관심이 많으니까. 생각보다 수익률이 상당히 좋더군.”
부동산 기업에 투자? 수익률?
통통하고 키 작은 못생긴 여자도 단춧구멍처럼 작은 눈을 반짝 떴다.
“택시!”
하지만 발 빠르게 계단을 내려간 두 백인은 마침 건물 앞을 지나가던 택시를 발견하고 손을 들었다.
탁!
부르릉!
그렇게 두 사람은 택시를 잡아타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계단을 올라가던 세 사람은 동시에 눈이 가늘어졌다.
“저 백인은 대체 뭐 하는 친구야? 왜 자꾸 알짱거려?”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인 것 같은데요.”
“왠지 꼭 월가의 전설, 워렌 버퍼를 보는 듯한 기분이에요.”
“에이, 아니겠지.”
“역시 그렇겠죠? 백인은 어째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영 구별이…….”
그때 헤벌쭉한 얼굴로 헐레벌떡 뛰어오는 익숙한 인간이 한 명 보였다.
양손에 음료수를 들고 비닐봉지 가득 먹거리를 쑤셔 박고 있는 남자는 능글능글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유 팀장?”
“심 사장님, 이 회장님, 방 여사님 오셨군요!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에요!”
“왜? 도련님께 무슨 큰일이라도……?”
“워렌 버퍼가 왔다고요!”
“뭐?”
세 사람은 동시에 눈을 크게 떴다.
“워렌 버퍼가 도련님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까지 타고 왔다나 봐요! 엄청나죠?”
“뭐?”
세 사람의 눈은 찢어질 듯 커졌다.
뒤늦게 깨달음이 찾아왔다.
“아아, 그래서 일본지사장, 미국 본사 사장 소리를 했던 거군요!”
“역시 나까무라 부동산 소리를 잘못 들었던 게 아니었구먼.”
“오호호호, 어쩐지 부동산 기업 투자 소리가 나온다 했어요.”
유종태는 두 계단씩 뛰어오르며 눈을 빛냈다.
“인생역전의 꿈! 올인의 희망! 기다려요, 버퍼 씨, 제가 지금 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투자 리스트 공유 좀 해 주세요오오!”
세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그 워렌 버퍼, 방금 떠났는데.’
* * *
“뭐라고?”
외할아버지는 놀라서 되물으셨다.
“이걸 다 사겠다고?”
“안 될 것 없잖아요.”
나는 외할아버지가 뽑아놓은 부동산 명단과 관련 서류를 훑어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황금빛, 황금빛, 황금빛, 황금빛!’
외할아버지가 어찌나 야무지게 골라놓으셨던지.
보는 것마다 죄다 황금빛이 눈부시게 빛나는 물건뿐이다.
어쩌면 지금 일본 부동산이 워낙 호황기이기 때문인가.
‘어쨌거나 사는 족족 돈이 된다는 소리!’
“이거, 이거, 이거, 이거, 이거, 이거…….”
“진짜 다 사려고?”
“워낙 잘 골라놓으셔서요. 버릴 게 없네요?”
“이걸 다 무슨 돈으로…….”
“은행 돈으로요. 부동산 담보 대출을 또 왕창 땡겨 봐야죠.”
“뭐?”
외할아버지는 물론 심 사장과 까치산 방 여사, 동남쪽 스컹크까지 전부 놀란 눈이 되었다.
다들 왜 이렇게 놀라시나.
“부동산 가격 대비 최소 120% 최대 150%까지 담보 대출 받아낼 수 있잖아요. 뭐가 문제예요?”
“그야 그렇긴 하지만.”
말이 안 되는 소리 같겠지만, 지금은 워낙 부동산 호황기라서.
담보 대출 심사를 거쳐 대출이 나가는 동안에도 부동산 가격이 팍팍 뛸 때였다.
내놓는 족족 사람들이 사 가고, 부르는 족족 가격이 형성되던 부동산 시장의 황금기!
그게 바로 지금 이 시기의 일본 부동산이었다.
“크흠, 거 이자는…….”
“부동산 대출금이 부동산 가액보다 훨씬 많이 나오잖아요. 거기에서 일부 떼서 주면 그만이죠.”
“그렇게 부동산을 계속 사다간 깡통 부동산이 되어버릴지도 몰라.”
“상관없어요. 내 목표는 일본 부동산, 그중에서도 도쿄의 부동산을 최대한 많이 사들이는 거예요.”
“허어.”
다들 기가 막혀하거나 말거나.
우려 섞인 눈으로 날 보거나 말거나.
“이왕 사는 김에 알짜배기 부동산으로 사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런 물건을 구하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크흠!”
외할아버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정혁아, 그렇게까지 무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왜 작정하고 일을 크게 키우려고 하느냐?”
“일이 커질수록 제가 유리해지니까요.”
나는 외할아버지를 똑바로 마주했다.
“날 건드리면 일본 정부도, 일본도 X된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려고요.”
이미 선전포고를 받은 후였다.
“그러려면 일본 정부가 감히 건들 생각조차 하지 못할 만큼 커야 해요. 내가 망하면 일본도 같이 아수라장이 될 정도로 큰 거물이 되어야죠.”
내 목소리는 단호했다.
“제대로 된 협상은 그때부터 시작이에요.”
나는 외할아버지께 일본에서 온 조문객들에게 들었던 협박을 조잘조잘 일러바쳤다.
“뭣이? 우리 정혁이를 빈털터리 신세로 만들겠다고? 심지어 징역살이 협박까지?”
외할아버지가 눈을 크게 떴다.
“뭣이? 외국인 사채 동결 조치? 동진이가 평생 일군 사채를, 우리 정혁이 몫으로 남긴 것을 죄다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외할아버지가 이를 갈았다.
“이거 가만히 있으려니까 사람이 가마니로 보이나!”
외할아버지는 소매를 걷어붙였다.
“크흠, 안 되겠다. 내가 이번에 도쿄 요지로만 쏙쏙 골라 왕창 후려쳐서 싸게 사들이마!”
오?
“안 팔겠다는 땅도 팔 마음이 들도록 만드는 게 이 외할애비의 주특기다!”
외할아버지의 눈에는 의욕이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난 지금껏 그렇게 알짜배기 땅만 골라 사들였다! 크흠, 이 일은 내게 맡겨둬!”
이거 아주 든든하구만!
* * *
그렇게 석 달 후.
일본 자민당 당수는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