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50)
재벌집 만렙 아들-350화(350/416)
350. 막아줄까?
일본 자민당 당수는 씩씩댔다.
“외국인 사채 동결 조치 입법안이 부결돼?”
“예, 당수님.”
“이게 말이 되나? 우리 자민당 의원이 몇 명인데!”
자민당은 분열되고 있었다.
이미 석 달 전부터 조짐을 보였던 일이었다.
“이 새끼들이 진짜!”
국회의사당에서 정씨 집안의 수장에게 받은 협박문을 확인한 이후.
자민당 의원들과의 유대가 예전 같지 않다.
“안 그래도 사회당 놈들이 날뛰고 있는 상황에.”
요즘 사회당 의원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정치판을 휘젓고 다녔다.
국민들의 눈길을 끄는 과한 선전 문구를 쓰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부동산 적폐 세력, 자민당은 물러나라!>
<부동산 투기, 자민당이 책임져라!>
<임대인만 국민이냐? 임차인도 국민이다!>
<임대료 무서워서 못 살겠다! 소상공인 생계를 보장하라!>
자민당 당수는 으드득 이를 갈았다.
“자기들은 깨끗한 척이지. 다들 혈안이 되어서 도쿄 빌딩을 사들이는 것을 내 모를 줄 알고?”
나까무라 부동산이 보유하고 있던 도쿄의 알짜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기 시작했다.
자민당 당수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을 사들이려고 공을 들였다.
하지만 실패했다.
“나까무라 부동산에서 내놓은 물건을 이번에도 놓쳤다고?”
“예. 아쉽게도 우리가 한발 늦었습니다.”
“설마 이번에도 JH투자에서 가로챈 것은 아니겠지?”
“그렇게 됐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쾅!
자민당 당수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또 JH야? 그 회사는 대체 뭐 하는 회사야?”
“미국에 본사를 둔 투자회사랍니다.”
“미국 투자기업이 왜 일본 부동산에 달려들어!”
“그야 일본 부동산은 투자 가치가 높으니까요?”
젠장! 그건 그렇긴 해!
“요즘엔 도쿄의 땅을 팔면 미국의 하늘을 산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최근 석 달 동안 일본의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는 끝도 없이 올라갔다.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뛰고, 정신을 차려보면 헉 소리가 날 정도로 비싸졌다.
“도쿄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라고 합니다.”
“하…, 기가 막히는군.”
자민당 당수는 지끈지끈 쑤셔오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골치가 아팠다.
“일본의 부동산 회사 하나가 일본과 미국의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단 말이야?”
“버크셔 헤서웨어사의 워렌 버퍼까지 나까무라 부동산을 찾아갔다는데요.”
“아아아…….”
그 이야기는 자민당 당수도 들어서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짜증이 났다.
“월가의 전설이 다음 투자종목으로 눈여겨본 것이 나까무라 부동산이라는군요.”
“문전박대당했다면서?”
“그러니까요. 그 워렌 버퍼가 매달렸다는데, 어떻게 관심을 안 둡니까?”
보좌관이 수첩을 펼치며 읊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투자 기업으로 유명한 트럼프 그룹, 라살 투자, 부동산 투자신탁, 리레이트 그룹이 일본 부동산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 그래?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나까무라 부동산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군요.”
“또 나까무라야?”
일본에 투자할 만한 기업이 나까무라 부동산밖에 없나?
“도쿄 요충지에 자리한 큼지막한 부동산을 내놓는 부동산 회사는 나까무라밖에 없잖습니까.”
덕분에 부동산 가격이 껑충 뛰었지.
“지금 세계시장 시총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일본 기업이 몇이나 되는데. 다들 일본의 부동산에 투자하겠다고 이 난리라니.”
매수 경쟁이 치열해지니, 부동산 가격이 미친 듯이 치솟았다.
그러니까 내가 돈을 싸 들고 들어갔는데도 번번이 허탕을 치지!
“투자금이 일본 기업에 몰려야 일본의 시장 경쟁력이 오를 것 아니야.”
“나까무라 부동산에 담보대출을 한 은행들이 있잖습니까. 덕분에 시총이 또 크게 뛰었다더군요.”
또 나까무라 부동산!
“나까무라 부동산이 이 정도나 되는 기업이었나?”
새삼스럽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언제나 호구처럼 자민당 의원들에게 빨대 꽂혀주던, 만만한 중견 부동산 관리회사인 줄 알았더니?”
“주인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런 소리는 못 들어봤는데?”
“이번에 나까무라 부동산 회장이 은퇴하면서 후계자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한다는군요.”
“오, 그렇다면 증여세를 내야지!”
자민당 당수는 눈을 빛냈다.
“한두 푼이 아니겠는데?”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바쁘게 돌아갔다.
요즘 도쿄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추세를 미루어 볼 때.
나까무라 부동산이 내놓는 부동산 매물의 양을 짐작해 볼 때.
“하하하, 아주 어마어마한 세금을 걷을 수 있겠군.”
돈 뜯어낼 생각에 자꾸만 음흉하고 비열한 웃음이 새어 나갔다.
‘증여세를 줄여주는 대가로 도쿄의 빌딩 몇 채를 내 몫으로 돌려달라고 해야겠군.’
내 몫뿐만 아니라, 휘하 측근들의 몫도 요구해야지.
‘요새 사이가 소원해진 당 간부들의 몫까지 뜯어내면… 다시 충성을 살 수 있겠어.’
다들 나까무라 부동산이 보유한 도쿄 요충지 빌딩이라고 하면 두 팔 벌려 반색할 터였다.
정씨 일가 수장 때문에 틀어진 사이도 봉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웃음이 날 수밖에.
“그래, 나까무라 부동산의 차기 회장이 누구라고?”
“그게…….”
보좌관은 난감한 얼굴이었다.
“당수님, 나까무라 부동산의 관리를 위임받아 운영해 오던 자가 누구인지 혹시 기억하십니까?”
“그게 누군데?”
“동남쪽 스컹크라고. 죽은 정동진의 최측근 수하입니다.”
“뭐?”
자민당 당수는 당황하여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지?”
등허리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본능적인 위험과 불길한 직감이 스며들었다.
자민당 당수는 가빠지려는 숨을 애써 골랐다.
“나까무라 부동산 회장이 설마 정동진이었던 건…….”
“은퇴 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휴우. 난 또…….”
“그런데 말입니다. 나까무라 부동산의 후계자라는 사람이 이런 걸 보내왔습니다.”
보좌관이 내민 것은 편지 한 장이었다.
자민당 당수는 재빨리 편지를 낚아챘다.
<나까무라 부동산이 도쿄에 사들인 부동산이 얼마나 될까? 이게 한꺼번에 터져나가면 일본 경제는 어떻게 될까? -定->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자민당 당수는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다시 봐도 똑같은 글자, 똑같은 인장이었다.
“이 인장이 여기에 왜 찍혀 있어?”
“그게…….”
보좌관은 큼직한 서류 봉투 하나를 더 건넸다.
자민당 당수는 그것을 낚아챘다.
<궁금하군. 나한테 세금을 뜯어내는 게 더 빠를까, 일본의 정치와 경제가 무너지는 게 더 빠를까? 아니면 당신 가정이 무너지는 게 더 빠를까? -定->
동봉된 문서가 제법 두툼했다.
“허?”
자민당 당수는 놀란 눈으로 문서를 뒤적였다.
국회의사당 벽면에 붙어 있던 자신의 불륜 사진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문서였다.
“이, 이, 이게 왜……?”
신경질적으로 동봉된 문서를 뒤지던 손이 와락 종이를 구겨 쥐었다
“노스콥에서 찔러준 뇌물과 자금 사용처를…… 이놈이 어떻게 알고?”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뇌물과 횡령의 증거였다.
자민당 당수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날 빈털터리에 징역살이 신세로 만드는 게 빠를까, 당신이 빈털터리에 징역살이 신세가 되는 게 더 빠를까? -定->
문서의 맨 뒤를 확인한 자민당 당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걸 어디에 어떻게 뿌릴 것 같나? 그건 전부 당신들 하기에 달린 것 같은데. -定->
벌떡!
자민당 당수는 참지 못하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막아줄까? -定->
보좌관을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노성이 벼락처럼 터졌다.
“나까무라 부동산 후계자가 보낸 문서라면서 왜 정씨 인장이 찍혀 있어?”
“그게…….”
“넌 왜 아까부터 말을 똑바로 못 하고 ‘그게…….’ 소리밖에 못 해!”
“그게……, 그러니까…….”
보좌관이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아무래도 나까무라 부동산의 후계자라는 사람이 정씨 집안의 수장과 동일 인물인 듯합니다!”
“뭐라고?”
“아니면 나까무라 부동산 후계자가 정씨 집안의 수장에게 완전히 굴복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설마…….
아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그 인장을 찍어서 보낼 리 없지 않겠습니다.”
아닐 거야.
절대로 아니어야 해!
“당수님, 만일 진짜로 지금 노스콥 관련 뇌물 수수 정황이 만천하에 공개된다면…….”
보좌관은 떨리는 손으로 식은땀을 훔쳤다.
“제2의 록히드 게이트가 열릴 겁니다.”
자민당 당수는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어린 시절의 습관이었다.
정치인 집안의 데릴사위가 되면서 권력을 등에 업고 고쳤던 것이 무색하게 위기 상황에서 도로 튀어나왔다.
“당수님, 지금 사회당 당수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자민당 당수의 엄지손톱이 까드득거리며 갈려 나갔다.
의원실을 왔다 갔다 서성이는 발걸음도 더욱 빨라졌다.
초조해 보이는 걸음이었다.
“만일 사회당에서 이를 물고 늘어지면…….”
“아니야. 노스콥에서 찔러준 뇌물은 나만 받아먹었나? 우리 자민당만 받아먹었어? 사회당도 받아먹고, 공산당도 받아먹고, 민주당도 받아먹었어!”
“하지만 당수님, 그놈들이 노스콥에서 뇌물을 받아먹었다는 증거는 우리 손에 없잖아요.”
보좌관은 자민당 당수에게 건넸던 서류 뭉치를 가리켰다.
“만일 저들이 뇌물 장부를 통째로 가지고 있다면 어떡하실 겁니까? 우리만 겨냥해서 폭로한다면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 자민당만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당으로 몰아간다면 어떻게 됩니까?”
자민당 당수의 안색이 핼쑥해졌다.
“안팎의 공세를 막아내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젠장!”
자민당 당수의 어지러운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자민당 당수는 비틀거리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벽을 탁 짚었다.
“지금 당장 언론부터……!”
“물론 틀어막고 있습니다. 벌써 석 달 가까이.”
“자민당 의원들을 소집하고, 사회당, 공산당, 민주당 당수들에게 전화를 넣어서…….”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할 것 아니야!”
자민당 당수는 버럭 외쳤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입부터 틀어막으라고!”
따르릉!
자민당 당수의 노성보다 더 쨍한 소리로 전화기가 울렸다.
안 그래도 지끈지끈 골이 아픈 터였던지라, 자민당 당수는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
따르릉! 따르릉!
자민당 당수는 신경질적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나야.
“초, 총리대신!”
일본 총리의 전화였다.
-자네 일을 대체 어떻게 하고 다니는 거야!
카랑카랑한 노성이 전화기를 타고 흘러 들었다.
-너 대체 누굴 건드린 거야!
전화기 너머에서 ‘쾅!’ 하고 책상을 걷어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국 하원 의원이 알려주더라! 저쪽에서 아주 작정해서 노스콥이 일본에 살포한 거액의 뇌물 방산 비리 자료를 뿌리고 있다고!
총리의 노성은 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멍하게 들렸다.
-이게 무슨 국제 망신이야! 록히드 사건 때 일본이 얼마나 발칵 뒤집어졌는지 알아 몰라!
현실성이 없다.
정신이 유체를 이탈한 기분이었다.
-내가 전임 총리처럼 재판장에 끌려가면, 너도 전임 당수처럼 재산 몰수에 패가망신이야!
자민당 당수는 멍한 눈을 돌렸다.
책상 위에 내팽개치듯 펼쳐진 문구가 그를 비웃고 있었다.
<이걸 어디에 어떻게 뿌릴까? 그건 전부 당신들 하기에 달린 것 같은데. -定->
그중에서도 한 문구가 각막에 새기듯 박혀 들었다.
<막아줄까? -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