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53)
재벌집 만렙 아들-353화(353/416)
353. 능력껏 막아보시죠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를 흘깃흘깃 바라봤다.
일본 총리는 머리를 벅벅벅 쓸어 넘겼다.
“JH투자? 못 들어본 곳인데.”
다들 비슷한 표정이었다.
그럴수록 일본 총리는 더욱 짜증스러운 손길로 머리를 벅벅 넘겼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나?”
무거운 침묵이었다.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던 찰나, 조심스럽게 손을 드는 사람이 있었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이었다.
“이런 말씀 드리기가 영 송구스럽지만…….”
“잡설은 빼고. 본론만 말해.”
“우리 회사의 대주주가 거깁니다. JH투자.”
“……뭐라고?”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쪽에서 슬그머니 드는 손이 여럿 나왔다.
“실은 우리 회사 대주주도 JH투자입니다.”
“사실 저희 회사 대주주도…….”
“어쩌다 보니 저희도…….”
일본 총리는 황당해서 헛웃음을 짧게 흘렸다.
“하, 그러니까 은행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것도 모자라, 일본 대기업 여러 곳에 대주주로 앉았단 건가? 그 JH투자란 회사가?”
막상 말을 내뱉고 보니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그러니 헛웃음만 터질 뿐이었다.
“돈이 얼마나 많기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본 총리뿐만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각 정당의 간부급 정치인들과 행정청 고위 관료들도 혀를 내둘렀다.
“솔직히 전 듣도 보도 못한 회사인데, 실상은 일본 금융을 꽉 틀어잡고 있었단 거 아닙니까?”
“기업의 대주주라면 공시 대상입니다.”
“거기에 JH투자가 이름을 올린 적은 없지 않던가요?”
“그럼 대체 언제 움직인 거죠?”
“그만한 주식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잖습니까.”
모든 시선이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쪽 사람들에게 쏠렸다.
그들은 난감한 듯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사채를 갚느라 그렇게 됐습니다.”
“사채?”
당연하게도 구차한 변명이 주절주절 뒤따랐다.
“사업이 원래 그렇잖습니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다 보니, 사채까지 빌려 쓰게 된 거죠.”
“정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당장 공장을 빼앗기게 생겼으니…….”
“공장을 빼앗기느니, 차라리 지분을 내어주는 게 낫다 판단했습니다.”
“결국 그놈들도 이제 우리 회사의 대주주로서 한배에 타게 된 거 아닙니까. 차라리 잘된 거죠.”
“그놈들도 욕심이 있는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는 못할 거 아닙니까.”
일본 총리는 욱신욱신 쑤셔대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총리실 비서실장이 보고했던 말이 떠올랐다.
-기업에 사채를 대고, 이자놀이를 하고, 공장과 땅을 회수해 되파는 정동진과 달리 그 후계자는 전부 회사 지분으로 받아 챙겨 갔답니다.
-받아낸 회사 지분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일본 총리는 저도 모르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정동진의 후계자가 회사 지분을 모으고 있다는 곳이 JH투자라 이건가?”
정동진은 일본 지하금융계의 거물 중 한 명이었다.
일제시대 때부터 일본 기업인들에게 고리대를 내놓던 유명한 사채업자였다.
“골치 아프군.”
그런데 슬그머니 드는 손은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쪽만이 아니었다.
자민당 당 간부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있었다.
“저는 부동산 시장에서 JH투자란 이름을 들어본 적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나까무라 부동산이 내놓은 도쿄의 부동산들을 모조리 쓸어가고 있다는 곳이 바로 JH투자라더군요.”
“도쿄의 부동산까지 모조리 쓸어갔다고?”
이제는 ‘무슨 돈으로?’란 질문이 나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질 지경이었다.
일본 총리는 뒷목을 잡았다.
“나까무라 부동산?”
여긴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곳인데?
“중견 부동산 관리 회사입니다.”
“고작 중견 부동산 관리 회사 따위가?”
“나까무라 부동산 회장이 이번에 내놓은 도쿄 땅만 12만 평, 빌딩만 4천 채에 달한다는 소문이…….”
“뭐라고?”
그럼 그게 다 얼마야?
“나까무라 부동산 회장이 은퇴하면서 후계자가 부동산을 정리한다 합니다.”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아서 다른 부동산을 추가로 더 사들였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탐나는 알짜배기 물건들로만 갖고 있더라고요.”
그때 사회당 당수가 팔짱을 척 꼈다.
“나까무라 부동산을 정말 모릅니까? 누구네 당에서 빨대를 꽂았던 그 부동산 회사입니다만?”
그렇구나! 사회당 당수가 기자회견을 열었지!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무한정 올려도 대항할 방법이 없는, 불공정 계약서를 그쪽 당이 주도해서 썼지 않습니까. 이래도 기억 안 납니까?”
사회당은 그 기자회견을 연 이후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태평양 전쟁 패전 이후 줄곧 여당이었던 자민당의 입지를 크게 위협할 정도로.
사회당 당수의 뾰족한 질책이 이어졌다.
“부동산 담보 대출이 관행적으로 부동산 시가의 120%나 나온답니다. 나까무라 부동산이 끝도 없이 은행 돈을 먹어치웠다는 소립니다.”
콧방귀는 덤이었다.
“제2차 석유파동의 위기가 불거지면서 주식시장도 폭락하고, 물가는 폭등하니, 일본의 경제 침체가 예견되는 상황입니다. 유동자금이 지금 어디로 몰리고 있습니까?”
부동산 시장에 몰리고 있다.
그리고 그 부동산 시장의 한가운데엔 나까무라 부동산이 있었다.
“만일 나까무라 부동산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요?”
순간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위험 경고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렸다.
“거품이 낄 대로 낀 부동산 시장마저 주식시장처럼 폭락하게 되면 일본 경제는 진짜로 파탄 나는 겁니다.”
다들 안색이 변해 서로를 힐긋힐긋 바라보았다.
“그건 너무 안 좋은 관망인데요.”
“안 그래도 제2차 석유 파동 때문에 일본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는데…….”
“은행과 기업,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까지 위태롭다면…….”
자민당 당수의 안색은 이미 희게 질려 창백해진 지 오래였다.
‘설마…….’
자민당 당수의 머릿속에는 박박 찢어 양철 쓰레기통에 처넣었던 협박 편지가 떠올랐다.
<나까무라 부동산이 도쿄에 사들인 부동산이 얼마나 될까? 이게 한꺼번에 터져나가면 일본 경제는 어떻게 될까? -定->
<궁금하군. 나한테 세금을 뜯어내는 게 더 빠를까, 일본의 정치와 경제가 무너지는 게 더 빠를까? 아니면 당신 가정이 무너지는 게 더 빠를까? -定->
아까부터 자민당 당수의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래서 평소와 달리 여태 조개처럼 입을 딱 다물고 아무 말도 못 꺼냈다.
‘정동진 후계자란 놈, 그 자식이 정말 작정하고 뒤집어엎는다고 나오는 거 아니야?’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천하의 정동진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
자민당 당수는 고개를 저어 애써 상념을 털어냈다.
‘정동진이 아무리 지하금융계의 거물이었다지만, 일개 개인이 나라를 뒤흔들 수 있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자민당 당수는 이를 악물었다.
일본 총리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벅 쓸어 넘겼다.
“어떻게든 JH투자라는 곳을 회유해 봐야겠군.”
내 임기 중간에 일본이 국가부도 나는 꼴은 죽어도 못 봐!
“나까무라 부동산도 마찬가지야. 적극적인 협조를 구해 봐.”
그때 다시 한번 회의실 문을 따다다다닥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외무성 차관보였다.
“큰일 났습니다!”
이젠 무슨 일이냐고 묻기조차 겁날 지경이었다.
외무성 차관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면서 떨리는 손으로 급보를 내밀었다.
“미국에서, 그러니까 미 상원 외교위원회 다국적기업 소위원회의 공청회에서 또 한 번의 불법 뇌물 공여 사건이 터졌답니다!”
“뭐야?”
록히드 게이트 때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노스콥사(社)가 일본 내의 자사기 판매를 위한 로비를 벌여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넸다는 사실이 공개되었습니다.”
“또?”
록히드 게이트 때와 소름이 끼치도록 유사한 사건이었다.
“이치곤 상사를 통해 천만 달러를 일곱 고위 정계 인사들에게 건넸으며.”
록히드 게이트 때 받았다고 알려진 뇌물이 200만 달러였다.
그것만으로도 일본이 발칵 뒤집혀서 현직 총리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재판에 세워져 징역을 선고받았다.
전임 자민당 당수도 그때 잘려 나갔다.
“전일본공수의 신형 여객기 발주 문제뿐만이 아니라, 일본 해상자위대의 초계기 도입에도 노스콥의 뇌물 살포가 있었다며…….”
“맙소사!”
“자민당이 나리타 국제공항의 소음 문제에 관해 문서를 날조하고, 여론을 선동하여 인근 주민들에게 뿌린 불법 정치 공작이 폭로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젠장!”
“미국 CNM을 통해서 지금 전 세계 생중계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CNM 틀어! 지금 당장!”
회의실에 모였던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벌떡 일어나 달렸다.
회의실 한쪽 벽면의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켜기 위해서였다.
총리실 비서실장이 그들을 물리치고 능숙하게 위성 텔레비전을 연결했다.
CNM 방송으로 채널을 고정하자, 진짜로 관련 속보가 떠 있었다.
<일본 사상 최대의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 경신!>
<록히드 게이트에 이어 두 번째 대규모의 일본 뇌물 스캔들!>
일본 총리와 자민당 당수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우아아아악!”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 중에 노스콥에서 뇌물 받아먹지 않은 자가 없다.
록히드 게이트가 터지기 이전에 받아먹은 뇌물이었으니까.
특히 자민당 당수는 그 명백한 증거를 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바 있었다.
‘안 돼애애애애애!’
행정청 고위 관료들과 정당 정치인들의 얼굴이 일제히 핼쑥해졌다.
“총리대신, 이 일을 어쩌면 좋습니까!”
“막아야지! 어떻게든 틀어막아야지!”
“미국 상원 공청회에서 터진 일입니다! 쉽게 잠재우기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수수방관할 겁니까?”
“록히드 게이트 때 겪어보고도 그런 속 편한 소리가 나옵니까?”
그럴 리가.
이 자리에 앉은 사람들 전부 록히드 게이트 때 크게 곤욕을 치른 사람들이었다.
윗대가리들이 책임지고 옷을 벗고 나가서 이 정도로 무마되었을 뿐이지, 그들도 뇌물을 받아먹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젠 그들 대신 책임을 뒤집어쓰고 나갈 만한 윗대가리들이 없다.
윗대가리들이 나간 자리에 그들이 들어앉았으니까.
따다다다다닥!
이 정도면 딱따구리도 미친 게 아닐까 싶은 속도로 문을 두드린다.
벌컥 열리는 문에, 뛰어들면서 터지는 커다란 외침!
“총리대신, 총리실 앞으로 이, 이, 이런 게 왔습니다!”
총리실 경호차장이었다.
그가 머리 위로 문서를 들어 보였다.
“정동진의 후계자이자, JH투자의 소유주이며, 나까무라 부동산의 신임 대표이사가 보냈습니다!”
“뭐야?”
이 자리에 모인 일본 정재계의 유명인사들이 놀라 입을 떡 벌렸다.
“셋이 동일인이었어?”
“이런 미친!”
그들 중에는 정동진의 조문을 이유로 한국에 입국했던 자들도 있었다.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유순하게 구는 정동진의 후계자를 우습게 여겨 홀랑 벗겨 먹을 작당을 했던 자들도 여럿이었다.
<아무래도 경고가 필요한 것 같아서.>
편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일본 총리가 독수리처럼 편지를 낚아챘다.
<은행에 단기 투자했던 자금을 일시에 회수한다면 일본에는 멀쩡한 은행이 몇 개나 남아 있을까.>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편지를 펼친 일본 총리는 수전증에 걸린 것처럼 손을 달달 떨어대기 시작했다.
<은행에서 맡아두고 있던 일본 대기업의 지분도 내 뜻대로 행사할까 하는데.>
기업은 은행에 지분을 담보로 사업자금 대출을 받는다.
기업의 신용 대출만으로는 부족해서.
은행은 지금까지 되도록 기업에 우호적으로 지분 행사를 하는 편이었고.
<이러다 일본 기업의 경영진이 내 뜻대로 싹 다 물갈이되면 어쩌려고?>
상상만으로도 아찔하고 끔찍하다!
일본 총리는 저도 모르게 비틀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를 총리실 경호실장이 단단히 붙잡았다.
<세계 시장 시총 순위 상위권에 위치한 일본 기업들이 갈기갈기 찢겨져 외국 기업에 팔려 나간다면 일본의 국가적 손실이 클 텐데, 이거 정말 유감이로군.>
일본 총리는 가슴을 쥐어뜯었다.
“허억!”
눈앞이 깜깜하고, 정신이 아득했다.
숨이 잘 안 쉬어질 지경이었다.
<여기에 나까무라 부동산이 터지면 일본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털썩.
“총리대신!”
일본 총리는 완전히 혼비백산한 얼굴을 한 채 주저앉고 말았다.
다리에만 힘이 풀린 게 아니라, 온몸에 맥이 탁 풀렸던 탓이다.
그는 다 죽어가는 얼굴이었지만, 기어이 편지를 마저 읽어 내려갔다.
<노스콥 게이트는 마음에 들었나 모르겠군. 이참에 일본 고위 관료와 정치인들까지 싹 다 물갈이할까 하는데.>
일본 총리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안 돼애애애!”
록히드 게이트 때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때는 전임 총리가 경질되면서 자신이 어부지리로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전임 총리와 같은 이유로 추락해 징역살이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 비명이 나올 수밖에.
“으아아아아악!”
일본 총리가 절망에 휩싸여 울부짖었다.
<이쪽은 대화를 청했는데, 그쪽은 힘을 행사하더군. 그러니 어쩌겠어. 같은 방식으로 응해 주는 수밖에.>
썩은 동태 눈깔로 편지의 마지막 장을 확인했다.
<국가부도, 능력껏 막아보시죠. -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