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54)
재벌집 만렙 아들-354화(354/416)
354. 메리 크리스마스
침대는 푹신했고, 이불은 포근했다.
기름보일러를 팡팡 틀고 잔 덕분에 방 안은 따끈따끈한 온기로 가득했다.
나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하아암.”
“우리 아들, 잘 잤니?”
어머니가 웃으며 내 이마에 뽀뽀를 쪽 해 주셨다.
그러더니 대뜸 간지럼을 태워오셨다.
“이 잠꾸러기! 어젯밤에 산타가 루돌프 썰매를 타고 왔다 간 줄도 모르고 쿨쿨 잘 잤어?”
“에헤헤, 엄마, 간지러! 간지러워요, 으하핫!”
나는 폭신한 침대, 포근한 이불 속에서 자지러지게 웃었다.
“어흥, 뽀뽀 한 번 해 주면 안 간지럽히지!”
“엄마, 뽀뽀!”
“어흥, 뽀뽀 두 번 더 해 주면 진짜 안 간지럽히지!”
“이건 약속이랑 다른…… 으헤헤헷!”
“몰랐어? 뽀뽀 호랑이는 원래 욕심쟁이 호랑이라서 뽀뽀 열 번은 받아야 얌전해진대.”
사랑이 듬뿍 담긴 어머니의 필살기였다!
“받아랏, 뽀뽀 호랑이의 뽀뽀 공격!”
“꺄하하핫!”
간지럼 공격 중간에 끼어드는 뽀뽀 세례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런. 어린애 몸뚱이란!
“잠 다 깼어?”
“깼어요!”
나는 어머니를 와락 끌어안았다.
따뜻한 품, 부드러운 몸, 기분 좋은 어머니 냄새.
어머니의 품에 뺨을 살살 비비며 방긋 웃어 보였다.
“엄마, 메리 크리스마스예요.”
“우리 아들도 메리 크리스마스.”
쪽!
어머니의 버드 키스가 얼굴 곳곳으로 떨어져 내렸다.
“뽀뽀 호랑이 거짓말쟁이 호랑이! 분명 뽀뽀 열 번 해 줬는데.”
“아닌데? 이건 뽀뽀 삐약이인데?”
“뽀뽀 삐약이는 어떻게 하면 얌전해져요?”
“눈 꼭 감고 뽀뽀 열 번 받아주면 얌전해지지?”
나는 눈 꼭 감고 볼을 내밀었다.
어머니의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나는 툴툴거리는 대신 어머니의 사랑을 기쁘게 받아먹기로 했다.
“거실에 가보면 깜짝 놀랄 일이 있을걸?”
“왜요?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상자를 잔뜩 놓고 갔어요?”
내 이 나이에 산타를 믿겠냐마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태성백화점을 털었다잖아.
고모의 귀띔을 들었으니, 기대에 부응해 드려야지.
“정혁이에게 선물을 주려고 찾아오신 손님들이 기다리고 계셔.”
손님들?
성탄절 아침부터 날 찾아올 만한 사람들이라면……!
‘예린이!’
안 그래도 한 달 전에 예린이가 새끼손가락부터 걸고 말했다.
-오빠, 나랑 약속해.
-뭔데?
-약속한다고 하면 말해 줄게.
-순서가 완전히 틀렸는데?
약속은 원래 말을 들어보고 나서 하는 거야.
나는 검지로 내 가슴팍을 콕 찔렀다.
-난 내 입으로 내뱉은 말은 꼭 지키는 거 알잖아.
남아일언중천금!
-알지, 알지. 그러니까 약속부터 해 달라는 거잖아. 응?
절로 눈이 가늘어지고 말았다.
-무슨 일인데? 혹시 범죄에 연루됐어?
-아니야!
-그럼 돈세탁 필요해?
-아니야!
-그게 아니라면 설마…….
배신감이 차올랐다.
-나 말고 딴 남자를…….
-아니야아아아아!
예린이는 두 주먹을 꽉 쥐고 소리를 빼액 질렀다.
-성탄절 날!
성탄절?
-나, 나랑……!
-데이트하자고?
-소꿉놀이하자고!
-…….
예린이는 얼굴이 완전히 새빨개져서는 씩씩댔다.
황당했다.
-고작 소꿉놀이하는 데 무슨 약속씩이나 해?
-그, 그게, 그러니까…….
예린이는 완전히 불탄 고구마가 되어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오빠는 아빠 하고, 나는 엄마 하려고…….
예린이는 억지로 내 새끼손가락을 걸고 도장까지 꾹 누르더니만 뒤도 안 돌아보고 튀었다.
-우, 우리 아기는 내가 데려갈 거야!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른 가봐요!”
나는 어머니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갔다.
“꼬맹아, 일어났냐?”
젠장, 철구 아저씨였냐!
철구 아저씨는 거실에 놓인 크리스마스트리에 금구슬을 달고 있었다.
오색 빛깔 영롱하던 크리스마스트리엔 주먹만 한 커다란 금구슬이 잔뜩 달렸다.
철구 아저씨는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너 금구슬 좋아했었잖냐.”
그걸 기억하고 있었어?
철구 아저씨는 부스럭거리며 주머니를 뒤지더니 불곰처럼 두툼한 손바닥을 쫙 폈다.
“오다 주웠다.”
은단이 한가득이었다.
철구 아저씨는 순박하게 웃었다.
“간식은 뻥튀기, 입가심은 은단. 맞지?”
철구 아저씨는 검정 비닐 봉투를 내밀었다.
“미국엔 간식거리가 참 많더라. 취향껏 골라 먹어.”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나는 방긋 웃었다.
철구 아저씨도 방긋 웃었다.
“행복해 보인다, 꼬맹아.”
철구 아저씨가 힐끔 본 건 크리스마스트리에 나무집게로 달아놓은 즉석 사진들이었다.
지난 1년간 유종태가 바쁘게 찍어놓은 사진이 크리스마스트리에 앨범처럼 걸렸다.
“쪼끄만 게 벌써 여자친구도 있고 말이야.”
철구 아저씨는 예린이가 활짝 웃는 사진을 보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쪼끄만 게 벌써부터 엄청 예쁘네.”
“그렇죠?”
“커서 남자 여럿 울리겠어.”
그랬었죠.
걔가 보통 미인이 아니었거든요.
“이따 오기로 했어요.”
“예쁜 사랑 응원한다. 정혁이 파이팅!”
“파이팅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너나 잘해, 이 자식아!”
따악!
철구 아저씨의 뒤통수를 화끈하게 갈기는 국자 스매싱!
옥분 할머니였다.
“여덟 살짜리 어린애도 여자친구가 있는데, 철구 너는 언제 연애해서 언제 장가갈래?”
“악! 강 여사, 대가리는 그렇게 후려치면 아파!”
“아프라고 때렸다, 아프라고! 아니, 넌 크리스마스에 같이 데이트할 여자가 없어서……! 너 이제 서른이야!”
따악!
“이러다 총각귀신으로 늙어 죽겠어!”
“그 전에 강 여사한테 맞아 죽겠는데?”
“이노무 자식이 따박따박 말대꾸는! 너 오늘 외박할 거야, 말 거야?”
“외박은 무슨.”
“외박을 해! 제발 여자 좀 만나자! 오늘 집에 들어오면 죽을 줄 알어!”
옥분 할머니는 국자를 휘둘렀고, 철구 아저씨는 요령껏 샥샥 피하면서 재빨리 내뺐다.
옥분 할머니는 앞치마를 휘날리며 추격전을 펼쳤다.
“이번 선 자리에서도 간첩 타령하기만 해!”
“중정 보안국에서 간첩 안 잡으면 간첩은 누가 잡고?”
“이 자식이! 내 손에 잡히기만 해!”
철구 아저씨가 운동화를 대충 구겨 신고 현관문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강 여사, 쫌! 아직 정혁이한테 줄 선물도 못 꺼냈어!”
“정혁이 선물을 챙길 정신이면 여자한테 줄 선물도 좀 챙겨! 너 진짜 장가 안 갈 거야?”
그렇게 열린 현관문이 닫히기도 전에 다시 활짝 열렸다.
나는 반갑게 뛰어갔다.
“예린……!”
“도련님, 메리 크리스마스!”
태성그룹 경호원들이 크게 반색했다.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선물 놔뒀는데, 까보셨어요?”
“빨간 포장지에 분홍 리본을 매단 선물, 그건 제가 준비한 겁니다!”
“호빵이랑 데운 두유 사 왔는데, 한 입 드셔 보실래요?”
다들 싱글벙글하면서 나무 궤짝을 옮겼다.
서류와 장부가 잔뜩 들어 있는 궤짝이었다.
“그건 뭐예요?”
“일본에서 가져온 JH투자 관련 서류라던데요?”
아하, 일본.
“심 사장님도 곧 뒤따라 들어오실 거예요. 차에 보약을 놔두고 왔다고 도로 그거 가지러 가셨어요.”
심 사장님이 깜빡하고 보약 챙기는 것을 잊을 때가 있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오, 도련님 나와 계셨습니까?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심 사장님!”
심 사장은 다크서클이 짙고 푸석한 얼굴로 활짝 웃었다.
피곤에 찌든 웃음이었다.
활짝 웃는 입매엔 보약의 흔적이 역력했다.
“보약을 얼마나 드시는 거예요.”
“제 혈관에는 피보다 보약이 더 많이 흐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심 사장은 씩 웃었다.
“말 나온 김에 도련님도 한 팩 까드릴까요?”
“사양할게요.”
나는 딱 잘라 거절했다.
“보약 먹을 시간에 우유 먹어야죠.”
“아, 그렇군요! 이해 완료!”
심 사장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서류와 장부가 가득한 나무 궤짝을 가리켰다.
“도련님께 드리는 성탄절 선물입니다.”
“누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일거리를 가져와요?”
“같이 야근합시다. 이건 도련님을 향한 제 마음!”
심 사장은 두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나랑 같이 일하시든가, 나도 오늘은 같이 째거나. 둘 중 하나만 골라 보세요.”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으아아아, 도련니이이이임!”
심 사장이 몹시 감격한 얼굴로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역시 우리 도련님이 최곱니다! 존경합니다, 도련님! 싸랑합니다, 도련님!”
성탄절 하루 휴가 소리에 이렇게나 좋아할 일인가.
심 사장은 날 내려다보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저건 정말 도련님께 드리는 성탄절 선물이 맞습니다.”
일거리라며?
같이 야근하자며?
“우리가 나까무라 부동산을 담보로 내놓고 은행 대출을 왕창 당겨 왔잖습니까?”
부동산 시가 대비 평균 130%로 뜯어내기!
“그렇게 당겨 온 돈을 JH투자의 이름으로 은행에 조건부 투자로 또 왕창 빌려줬잖습니까?”
그것이 바로 돌려 막기!
“마침 석유파동이 터져서 해당 조건이 충족되어서 은행에 투자금 회수 독촉장을 날렸잖습니까?”
그래서 외통수!
“계산기 대충 때려봐도 이번 일로 어마어마한 금액을 벌어들였단 말이죠. 떼돈으로 왕창!”
심 사장은 할아버지처럼 날 안고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았다.
“얼마나 대단하냐 하면, 우리가 작정하고 일시에 박박 긁어 가겠다고 들면 세계 시총 30위권 은행들도 픽픽 쓰러져 부도날 정도입니다!”
심 사장은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일본의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던 일본 대기업들의 지분은 또 얼마나 많게요? 어휴, 말도 못 합니다! 잘만 하면 우리가 그 큰 회사들을 거저 먹게 생겼다니까요?”
그러라고 짠 대마불사의 그물이라니까.
“으하하핫! 이렇게 순식간에 JH투자가 일본 기업들의 대주주가 될 줄이야! 전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심 사장은 참지 못하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단전 깊숙한 곳에서 터지는 시원한 웃음이었다.
“이게 다 도련님의 큰 그림 덕분입니다! 역시 우리 도련님이십니다!”
심 사장은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하늘 끝까지 닿을 것처럼.
“이 작은 도련님이 대체 어디까지 크시려고! 벌써부터 이렇게…….”
심 사장은 말을 맺지 못했다.
그가 이렇게 기뻐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우리 태성그룹에게 꼭 필요한 기술과 특허! 일본 대기업과 합작하여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긴. 심 사장은 태생이 태성그룹 충신이었지.
“도련님이 태성의 총수가 되실 때 즈음엔 아마 태성은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대기업이 되어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핫!”
그리고 태성의 차기 총수 내정자는 바로 나.
“이제 10년도 안 남았죠? 회장님께서 약속하셨던 도련님의 총수 취임!”
심 사장의 눈이 감격과 희열로 불타올랐다.
“18살이라고 우습게 보는 놈들, 부회장님을 제치고 도련님이 총수 자리에 올랐다며 비아냥대는 놈들, 실적으로 증명하라며 같잖게 구는 놈들!”
이글이글 불타는 눈이었다.
“행여 그런 놈들이 나와도 ‘도련님이 바로 JH투자의 주인이시다!’ 하고 외친다면 다들 입 닥치고 충성을 맹세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으하하핫!’ 하고 터지는 심 사장의 웃음엔 야망이 가득했다.
“JH투자가 이대로만 성장한다면! 저도 바지회장 자리까지 한번 올라가 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심 사장의 오래된 숙원이자, 야망의 종착역!
그것은 바로 바지회장의 꿈이었다.
“언제고 반드시 바지회장이 되어서! 차 회장님과 한경련에 나란히 착석해 ‘차 회장!’ 소리 한번 꺼내보는 게 제 소원입니다!”
나는 야망 있는 사내가 좋더라!
그래서 슬쩍 제안을 꺼내기로 했다.
“심 사장님, 그럼 우리 금융지주그룹 준비나 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