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55)
재벌집 만렙 아들-355화(355/416)
355. 능력껏 잘 털어볼게요
심 사장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금융지주그룹이요?”
금융지주그룹.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자산운용 등 각기 다른 금융권 전문 분야를 하나로 묶어낸 지주회사를 말한다.
재벌그룹이 여러 종목의 계열사를 거느리듯, 금융지주사가 여러 금융회사를 거느리는 형태였다.
“왜요? 엄두가 안 나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내가 전생의 심 사장을 모르는 바도 아니고.
‘심 사장은 전생에 태성증권 사장으로 발령받은 이후, 태성생명과 태성카드 등을 묶어 만든 금융지주회사를 발족시켜서 3대 경영권 세습의 발판을 마련했었지.’
심 사장으로 인해 태성그룹의 3대 경영권 세습은 매우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덕분에 나도 짭짤하게 재미를 보았었고 말이다.
“도련님, 설마…….”
“용기가 안 나신다면 어쩔 수 없고요.”
“자, 잠깐만요, 도련님! 잠시만!”
심 사장의 얼굴엔 웃음기가 가셨다.
대신 진중한 얼굴에 의욕과 열의가 불타올랐다.
“솔직히 말하면, 예, 욕심납니다!”
심 사장은 겸손을 떨지 않았다.
대신 노골적으로 야망을 드러냈다.
“시켜만 주신다면, 아니, 제발 꼭 좀 시켜주십시오!”
심 사장은 군기가 바짝 든 신병처럼 외쳤다.
“저도 한번 바지회장, 해 보고 싶습니다!”
나는 야망 있는 사내가 좋더라!
심 사장은 야망으로 불타는 눈을 번뜩였다.
“도련님, 확실히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상사 설득 모드였다.
“이번 일로 일본은 큰 은행들의 줄도산을 면키 어려운 지경입니다. 휘말린 은행이 어디 한두 개여야지요.”
당연하지!
일부러 굵직한 일본의 은행들을 한계까지 긁어 엮도록 지시했다.
심 사장은 내 지시를 충실하고 훌륭하게 따랐다.
“이 정도 스케일이면 일본 정부가 전면에 나선다고 해도 못 막습니다.”
그러라고 일을 여기까지 크게 키운 게 바로 나다.
“일본은 지금 도련님 손에 국가부도 나게 생긴 상황이 아닙니까.”
남의 나라 일이라고 해도 이거 웃을 일이 아닌데.
심 사장도 웃고, 나도 웃었다.
“도련님께서 일본 은행을 인수하기로 작심한다면 아주 수월하게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심 사장이 팍팍 머리 굴려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지경이다.
“일본 입장에서 은행 줄도산을 감당하기보다는 해당 은행을 넘기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하는 게 훨씬 싸게 먹힐 테니까요.”
바로 그거지.
그래서 나도 한마디 더 보탰다.
“같은 방식으로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캐피탈사, 자산운용사까지 얻어낼 수 있을 거예요.”
“예?”
아니, 왜 놀란 얼굴이야?
심 사장은 이마를 짚었다.
“쉽지 않을 겁니다.”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데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심 사장은 숨을 들이마셨다.
“도련님, 은행과 저축은행의 경우엔 우리가 부동산 담보 대출로 엮었지만, 다른 증권사나 보험사, 카드사 등은 아직 손도 못 댔잖습니까.”
그렇긴 하지.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공작을 병행해야 했던 만큼, 신경 쓸 게 워낙 많았던지라.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자, 금융 선진국입니다.”
시총으로 따져도 일본 금융권이 글로벌 기업 상위권을 모조리 휩쓸고 있다.
“일본 금융이 인수 매물로 나온다는데, 누가 탐내지 않겠습니까?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수전이 될 겁니다.”
심 사장의 각오는 굳건했다.
“치열한 쟁탈전에서 승리하려면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심 사장은 내 눈치를 힐끔 봤다.
“그런 이유로, 제게 시간을 넉넉히…….”
“얼마나요?”
“최소 5년 정도는…….”
“늦어요.”
이만한 기회는 다시 오기 어렵다.
기회가 왔으면 일단 잡고 봐야지.
“심 사장님, 파생상품이라고 들어봤어요?”
“……!”
“선물, 옵션, 스왑 등. 옵션 전략도 다양하죠. 커버드 콜, 스트래들, 버티컬 스프레드 등.”
“……!”
심 사장은 입을 떡 벌렸다.
“이래도 증권사와 보험사, 캐피탈사, 자산운용사를 엮는 데 많은 준비와 시간을 들여야 할 것 같아요?”
“도, 도련님!”
“전 아니라고 보는데요.”
“아이고, 도련님! 그러다 진짜 큰일 납니다!”
야망으로 빛나던 심 사장의 눈빛이 어느새 걱정으로 까맣게 타들어갔다.
“스케일이 커도 너무 큽니다! 이러다 경제사범으로 몰려서 잡혀가면 어쩌시려고요!”
하여간에 이 양반, 늘 생각하는 거지만 걱정이 참 많다니까.
“이미 부동산 시장과 은행권을 건드렸어요. 주식시장에 기타 금융시장까지 죄다 뭉개놓으면 전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칠 겁니다! 인터폴에서 들이닥칠 수도 있어요!”
“누가 지금 일본 시장을 뭉개놓는대요?”
그러면 너무 아깝지.
“잘 차린 밥상에 밥숟가락 하나 들면 되는데요. 눈치껏 배 터지게 퍼먹어야죠.”
“예?”
뭘 또 새삼스럽게 놀라는 얼굴이야?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일본이 장기 불황 침체기에 들어가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은 일본이 세계 시장의 돈을 갈퀴로 쓸어 담을 때다.
‘버릴 때 버리더라도 등골이 휠 정도로 빨아먹고 버려야지.’
그리고 경제사범은 무슨.
나는 검지로 내 가슴팍을 콕 찔렀다.
“이래 봬도 전 여태 합법적으로 움직였거든요?”
“……예?”
왜 또 안 어울리게 떨떠름한 표정이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제도권 금융에서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았잖아요. 합법적으로.”
뭐? 왜? 뭐!
물려받은 부동산 규모가 워낙 어마어마한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부동산 시중가 이상으로 담보 대출이 나오는 게 내 탓이냐고.
“그 돈으로 부동산 시장과 투자시장에서 재투자를 했고요. 합법적으로.”
은행에서 받은 초장기 저리 대출로 초단기 고금리 투자를 했거든.
두 대출 이자 금리 차이만 무려 18%!
게다가 은행 대출은 장기 거치에 이자만 부담하는 조건이었지만, 내 초단기 차입금은 회수 옵션이 발동되면 이자와 원금으로 돌려받는다.
숨만 쉬어도 나오는 18%의 이자 차액에, 원금은 별도라구?
“가명과 차명 등 사채를 청산하여, 해당 기업의 주식으로 갈음했어요. 이것도 주식시장의 룰에 따라서, 합법적으로 공시 완료했어요.”
과정상의 편법 정도야 뭐…… 흠흠, 어쨌든 결과적으론 합법이거든!
“당연히 정권 물갈이도 합법적으로 이뤄낼 거거든요.”
일본인들의 선거와 투표로!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도 합법적으로 진행시킬 거고요. 도쿄지검 특수부와 국세청까지 끌어들일 건데요?”
“아이고!”
난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는 사람이라서.
그쪽에서 먼저 공권력을 동원했던 이상 나 또한 같은 방법으로 돌려줘야겠지.
“심지어 전 일본법에 따라서 확실하게 상속세와 증여세도 낼 거예요.”
남아일언중천금!
난 이미 내 입으로 이에 관해 내뱉은 바 있었다.
“이것도 물론 합법적으로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이건 왜 못 믿겠단 반응이야?
“탈세 없이?”
“탈세는 불법이에요.”
나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불법을 저지르면 경제사범을 면치 못한다구요?”
그럼 인터폴 수배 명단에 올라도 할 말이 없지.
“제가 이래 봬도 재벌 3세에 차기 총수 내정자예요.”
그래서 지하자금도 전부 양성화하고 있구만!
“굳이 그런 쓸데없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단 소리죠.”
“하아아…….”
심 사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에는 엷은 웃음기가 감돌았다.
“역시 도련님께는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이제야 안심이 됩니다!”
심 사장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 일본 금융 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그저 협박용인 것으로…….”
“협박용 아닌데요?”
나는 씩 웃었다.
“제가 내야 할 상속세와 증여세가 무지막지한 거 아시면서.”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상속세 최고 세율 국가다.
무려 10~55%까지 8단계 누진세율 구조로 구성되었다.
어쩌겠어.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일본 돈을 먹으려면 일본법대로 해야지.
하지만 말이야.
“국가에서 눈감아주는 절세까지 안 하겠단 소리는 안 했거든요?”
이건 수완이라고 봐야지.
“그러려고 벌이는 일인데요.”
“도, 도련님, 서, 설마……!”
심 사장이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
“혹시 세금 때문에 이 엄청난 일을 벌인 것은……! 아니죠? 아니겠죠?”
왜 아니겠어.
“이보다 더 좋은 협상 카드가 어디 있다고요.”
“아이고오!”
“너무 걱정하실 것 없어요.”
심 사장이 뒷목을 잡거나 말거나.
“제가 능력껏 잘 털어먹어 볼게요.”
화끈하게 탈탈탈!
* * *
“능력껏 잘 털어보겠다더니, 뭣이 어쩌고 저째?”
탕탕탕!
일본 총리는 들고 있던 서류철로 집무실 책상을 두들겼다.
“일본의 공안조사청이 나섰는데, 일개 민간인의 뒤를 여태 못 잡는다는 게 말이 되냔 말이야!”
“면목 없습니다.”
“구차한 사과 대신 확실한 결과를 가져왔어야지!”
탕!
일본 총리의 손에 서류철이 무참히 박살 났다.
일본 총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씩씩댔다.
“JH투자의 주인도 못 찾겠다, 나까무라 부동산의 주인도 못 찾겠다, JH투자의 돈 흐름도 못 잡겠다, JH투자의 노림수도 짐작 못 하겠다!”
일본 총리의 노호성이 집무실을 떨어 울렸다.
“공안조사청 능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죄송합니다, 총리대신.”
“변명이나 듣자고 자넬 부른 줄 알아? 조사를 못 하겠다면 노스콥 게이트라도 틀어막았어야지!”
일본 총리가 파들파들 떨리는 손으로 삿대질하는 것.
위성 텔레비전 브라운관에서는 오늘도 CNM이 커다란 자막을 띄워놓고 ‘일본 정관계 고위층의 방산 비리’에 관해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유구무언입니다.”
“입 닥치지 말고 말을 해!”
“…….”
“자세한 보고를 올리라고 내 자네를 불렀어!”
일본 총리는 씩씩댔다.
“일개 일반인이 일본의 공안조사청의 감시망과 조사망을 피해 갈 수 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야!”
일본 공안조사청이 어디던가.
미국에 CIA, 소련에 KGB가 있다면 일본엔 공안조사청이 있다.
그들은 정보 수집 및 분석 등을 통해 국가 보안 및 위협 요인에 대응하는 일을 했다.
“대체 뭐가 문제야!”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이 일에는 아주 유능한 정보국 요원이 개입한 것 같습니다.”
공안조사청장은 난감한 표정을 손바닥으로 쓸어 냈다.
“그놈이 모든 흔적을 지우고, 정보를 마구잡이로 교란해 조사에 혼선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날뛰는 놈을 잡을 방도가 없습니다.”
“하! 소속이 어디야? CIA야, KGB야?”
“모릅니다. 다만 구금되었던 한국 로비스트들을 움직여 일사천리로 노스콥 게이트를 터뜨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대단한 실력입니다.”
“이런 망할!”
“총리대신, 시간이 없으니 우선순위를 지정해 주십시오. JH투자가 우선입니까, 노스콥 게이트가 먼저입니까?”
JH투자가 일본 금융 시장을 박살 내고, 주식시장을 잡아먹는 일을 막아야 할까.
아니면 노스콥 게이트 때문에 일본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잡아먹히는 일을 막아야 할까.
난감한 문제였다.
“으음.”
일본 총리는 뻐근해진 제 뒷목을 거칠게 주물렀다.
한동안 집무실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일본 총리는 까끌해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넨 최우선적으로 노스콥 게이트부터 틀어막아.”
“예, 총리대신.”
먼저 내가 살고 볼 일이다.
총리 자리에서 끌어내려지면 모든 게 다 끝장이다.
“대신 JH투자 쪽은 내가 맡지.”
총리실 비서실장과 달리 일본 공안조사청장은 ‘어떻게요?’라고 되묻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맡은 임무를 복기하며 명령에 복종할 따름이었다.
“예, 총리대신.”
삐이-.
총리대신이 내선전화를 연결했다.
긴급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 중인 총리실 비서실장이 즉시 호출에 응했다.
“지금 즉시 사절단을 추려서 한국으로 간다.”
-사절단이요?
반면 총리실 비서실장은 언제나처럼 즉시 되물어왔다.
-공식적인 사절단입니까, 비공식적 사절단입니까?
“그딴 건 상관없어.”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공식적이라면 문제가 복잡해지는데요? 한국 정부에 공문서부터 보내야 하잖습니까. 일단 규모부터 정하셔야죠. 정상회담급인지, 외교장급의…….
“정씨 집안에 조문하러 보냈던 새끼들 전부 포함. 두 배 인원으로 방문할 생각이다.”
-……예? 어디를요?
“정씨 집안.”
갑자기 정씨 집안에 사절단을 꾸려 보내는 이유가 뭐냐고 되묻는 대신.
총리실 비서실장이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다른 것을 물었다.
-설마 총리대신께서 직접 가실 생각이십니까?
일본 총리는 쓰게 웃었다.
“그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