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60)
재벌집 만렙 아들-360화(360/416)
360. 잡았다, 요놈! (1)
집으로 향한 최일태 의원은 서재 소파에 앉아 손가락을 까딱했다.
그러자 삼백안과 사백안이란 짝짝이 눈을 가진 소년이 앞장서서 서재를 뒤집어엎기 시작했다.
서류철을 마구잡이로 뽑아 어깨 뒤로 던졌다.
서랍째 빼내어 바닥에 와르르 쏟았다.
“할아버지도 참. 중요한 거라고 너무 꽁꽁 숨기셨나 봐.”
“도련님, 그것이…….”
최일태 의원의 의원 사무실 소속 사무국장이 쩔쩔매며 변명했다.
“의원님께선 최근까지 총선을 준비하느라 바쁘셨잖습니까.”
“아, 총선.”
이 집안에서 언제나 최우선 순위에 놓이는 단어가 바로 그것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그간 이런 물건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는 소리였다.
“눈먼 돈이 어디에 있나~ 눈먼 돈을 마구마구 긁어…… 오!”
소년은 책상 서랍 뒷면에서 청테이프로 붙여놓은 물건을 발견했다.
찍 뜯어 보니 꽁꽁 싸맨 검은 비닐 봉투 속에서 낡은 가죽 수첩이 하나 나왔다.
“할아버지, 내가 찾은 것 같은데요?”
정씨 집안 정보원과 접촉할 수 있는, 접선 장소와 암호를 적어놓은 수첩이었다.
최일태 의원은 소파에 다리를 꼰 채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리로.”
흑사회 소속 간부라 하던가.
신분을 속인 채 정동진의 눈을 가리고, 정보를 차단하던 놈에게 돈 가방과 바꿔 받아낸 것이었다.
최일태 의원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수첩을 품에 넣었다.
“정동진, 네가 남긴 조직은 내가 잘 가져다 쓰마.”
사무국장은 손수건으로 식은땀을 닦아냈다.
“의원님, 그런데 그걸 가지고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공권력을 동원해서 잡아들여야겠다.”
“예? 그, 그래도 될까요?”
사무국장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의원님, 여긴 다른 곳도 아닌 정씨 집안이 관리하는 업장들입니다.”
“헤에, 엄청 쫄리시나 봐?”
소년은 비웃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무국장의 안색은 칙칙해졌다.
“정동진을 함부로 건드린 놈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혹시 모르십니까?”
“뒈졌나 보네.”
심드렁한 대꾸였다.
“정동진이 살아 있다면 모를까.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성의 없는 설명이 뒤따랐다.
“집은 불타고, 측근들은 죄다 중정 물고문실에 끌려가 뒈졌고, 나머지는 뿔뿔이 흩어졌다는데?”
막무가내인 소년과는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서.
사무국장은 최일태 의원에게 읍소했다.
“의원님, 이젠 예전과 달리 공권력을 쉽게 동원하긴 어려우실 겁니다.”
그들은 이번 총선에서 패배했다.
“국회의원 배지가 없으면…….”
“시끄럽다.”
최일태 의원은 눈알을 부라렸다.
“나 최일태야. 아직 안 죽었어.”
번뜩이는 살벌한 눈에, 사무국장은 고개를 조아렸다.
“자넨 이만 가 봐.”
“예, 의원님.”
사람들은 후다닥 도망치듯 달려 나갔다.
조용해진 서재에서 짝눈인 손자는 책상에 한쪽 엉덩이만 걸쳐 앉았다.
“할아버지, 우리 눈먼 돈을 빼돌리러 가는 거 아니었어요?”
열다섯 살 손자는 목덜미를 긁었다.
“은행 사설 금고 열쇠라도 찾은 줄 알았더니. 공권력을 동원해서 업장을 쓸어버려요?”
울컥 치민 짜증은 쉬이 숨겨지지 않았다.
호랑이같이 무서운 할아버지 앞에서도.
“이건 좀 김새는데요.”
“눈먼 돈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귀한 조직이다.”
“오?”
“정동진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뒷골목의 비밀 정보 조직을 어디 돈 몇 푼에 비할까.”
최일태 의원의 눈에는 야심이 번뜩거렸다.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정동진을 함부로 건들지도 못한 이유가 있었지.”
“헤에. 정동진이 전문 살인 청부업을 굴렸었나 보죠?”
“틀렸다.”
“그렇다면…… 돈 뱉어내는 호구 새끼였겠네요?”
손자는 킬킬킬 웃었다.
“찌를 때마다 돈 뱉어내는 새끼는 죽이면 아깝잖아요. 그래서 안 건든 거 아니에요?”
“뇌물은 외려 정관계 인사들이 정동진한테 가져다 바쳤을 게다.”
“헤에?”
손자의 짝짝이 눈이 커졌다.
“일개 사채업자한테 권력자들이 돈을 가져다 바쳐요?”
커졌던 눈은 도로 가늘어졌다.
“이게 웬 빵셔틀이 일진한테 수금 걷는 소리?”
음흉한 웃음을 머금은 채였다.
“그 말을 지금 나더러 믿으라고요?”
“일진도 깜빵 가기 싫으면 빵셔틀한테 뇌물 바쳐야지.”
“아이고, 그동안 높으신 분들이 애먼 놈한테 뒷목 잡혀 사셨겠네. 킬킬킬.”
손자는 휘파람을 불었다.
얼마나 대단한 약점을 잡았으려나?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꼼짝도 못 하고 뇌물을 바칠 정도라면.
“할아버지도 정동진한테 협박당해 봤어요?”
“그럴 리가.”
“아, 그럼 별거 아니네.”
손자는 툴툴대며 다리를 흔들었다.
“시시하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에이, 할아버지 뒤가 얼마나 구린지 내가 다 아는데. 그 정도도 못 캐내는 정보 조직이라면 볼 것도 없…….”
“내 치부를 못 잡아서가 아니야.”
최일태 의원은 쓰게 웃었다.
“내가 굳이 정동진과 척을 질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지.”
“헤에?”
잘 이해가 안 간다는 눈이었다.
최일태는 가죽 수첩을 만지작거렸다.
마치 손자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처럼.
“네가 예전에 한남동 저택을 하나 사려고 했었다던가?”
“아, 그때 진짜 짜증 났죠. 그 집 엄청 마음에 들었는데!”
한남동 저택을 눈앞에서 강탈당한 적이 있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코찔찔이 애새끼한테.
“갑자기 그 말은 왜 꺼내시는데요?”
“그 저택에 들어간 사람들이 줄줄이 변사체로 발견되어 나왔다는 말은 들어 보았느냐?”
“아, 귀신 들린 집? 에이, 내 나이가 몇인데요. 그런 건 하나도 안 무섭죠.”
손자는 코웃음을 쳤다.
“아예 다 부숴버리고 새로 올리면 그만 아니에요. 그게 바로 물리적 퇴마! 그럼 지들이 어쩔 거야? 강제 성불 당하는 거죠, 뭐.”
“그 집 사람들이 누구 때문에 귀신이 된 줄은 알고?”
“예?”
손자의 웃음이 뚝 멈췄다.
“설마…….”
상당히 머리가 좋은 손자는 곧바로 정답을 유추해냈다.
“정동진이에요, 할아버지예요?”
“둘 다, 라고 한다면?”
“아하, 그래서 여태 협박을 안 당하셨구나.”
눈치 빠른 것.
최일태 의원은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
“둘이 함께 그 집구석을 요긴하게 써먹으셨나 보네. 어쩐지! 내 맘에 쏙 들더라니까!”
소년은 크으,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수영장도 있지, 정원도 으슥하지. 분명 지하실도 엄청 넓고 커다랬을 거 아니에요.”
소년은 엄지를 들어 올렸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고 파묻기 딱 좋은 집이긴 했어요.”
“이성물산 김 사장, 대륙기계 최 사장, 만국화학 박 사장 등 총 7명의 기업가가 쫄딱 망해 죽어 나갔다.”
“아, 사채 때문에?”
“정치자금이란 게 원래 그렇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김철호, 이태광, 양효원, 박인섭 의원 등 총 8명이 선거를 말아먹고 수감 생활을 시작했고.”
“이야, 우리 할아버지 일을 번번이 막아서던 꼴통 야당 의원들이 또 마침 거기에 살았었네!”
“교통사고나 한강 변사체로 발견 등 급사로 죽은 법조계 인사만 9명이지.”
“그놈들은 누구 뒤를 캤는데요?”
“정치판이란 게 원래 그렇지.”
“크으, 크으으으!”
삼백안과 사백안의 짝짝이 눈을 가진 손자는 연신 감탄사를 토했다.
“나 진짜 마음에 들어요. 그 정씨 집안의 정보 조직이란 거, 나 가질래요!”
손자는 눈을 번뜩거렸다.
“내가 어떻게 하면 돼요?”
손자는 혓바닥을 날름대며 입맛을 다셨다.
“접선책이라는 놈들, 전부 잡아다 죽이면 돼요?”
“기다리고 있어 봐.”
최일태는 전화기를 들었다.
“공권력이 먼저라니까.”
* * *
한남동 저택을 나서던 전대 거물 4인방은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태성그룹 경호원들의 눈을 피해 정원 구석으로 동남쪽 스컹크를 잡아 왔다.
“스컹크, 아까 도련님께 드린 가죽수첩 말이다.”
“그게 아직까지 쓸모 있겠냐?”
“이름 갈고, 집 바꾸고, 업장 옮기면 골치 아프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야.”
명동 송골매가 주머니를 뒤졌다.
품에 늘 넣고 다니는 싸구려 애들 수첩을 꺼냈다.
몇 장을 찢어서 스컹크의 손에 쥐여 주었다.
“이건 뭡니까?”
“밀사를 잡아서 얻어낸 정보야.”
정동진의 측근에서 정보를 차단하던 흑사회 끄나풀.
그놈을 지하실에 잡아다가 족친 사람이 바로 명동 송골매였다.
“밀사 놈이 불기를, 최일태에게도 이것과 똑같은 정보를 건넸다고 하더라.”
“아까 성준 도련님께서 하시는 말씀 들었지? 최일태가 우리 정씨 집안 그림자 라인을 빼돌리려고 하는 거.”
“그놈 4선 의원에, 여당은 물론이고 고위 관료들과 연이 아주 깊어.”
“뼈대 있는 법조계 집안이잖아. 친인척 판검사들 동원해서 들쑤시면 골치깨나 아플 게다.”
근심이 많은 얼굴들이었다.
동남쪽 스컹크는 피식 웃었다.
“그걸 아시는 분들이 왜 성준이가 먼저 손을 쓰셨다는 건 모르실까요?”
“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문득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아, 그때!”
“밀사, 이 주둥이 가벼운 놈. 성준 도련님께도 나불댔나 보네.”
“어쩐지. 내가 밀사 말에 따라 뒤져봤을 땐 이미 다 튀고 없더라고!”
“성준 도련님께서 직접 나서서 그림자 라인을 수습하셨다 이 말이렷다?”
동남쪽 스컹크는 향수를 꺼내 칙칙 뿌렸다.
“정씨 집안과 연 끊고 나갔으니, 성준이라면 절대로 이쪽 일은 내다보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 향수, 암만 봐도 마음에 든다.
“아들에게 줄 힘이라니까 그 녀석, 물불을 안 가리더라고요.”
“아……!”
전대 거물 4인방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그렇게 된 거였구먼.”
“어쩐지. 암만 봐도 막막한 상황인데, 너무 자신 있게 호언장담을 한다 했다!”
“그래서 얼마나 부활시켰어? 그림자 라인.”
“현재까지 약 70% 정도.”
“오오오오!”
전대 거물 4인방은 기꺼운 웃음을 터뜨렸다.
나이 차가 제법 많이 나는 귀여운 막내를 대하듯, 저마다 동남쪽 스컹크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등을 두드리고, 어깨를 토닥인다.
“이야, 짧은 시간에 많이도 복구했네!”
“그럼 최일태 의원이 가진 정보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그놈이 우리 조직원들을 건드릴지도 모르는데, 그냥 내버려둔 것은 아니겠지?”
동남쪽 스컹크는 실실 웃었다.
“성준이 바보 아닙니다.”
“이번에도 성준 도련님이 나서셨나?”
“최일태가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한쪽 입꼬리만 끌어 올리는 웃음이었다.
“제 아들 몫을 건드리려 들면 아주 더러운 꼴을 보게 될 거랍니다.”
“오!”
“특히 삼청관은…….”
그곳은 정씨 집안 그림자 라인의 중심지였다.
“성준이가 특별히 공들여 함정을 파놨습니다.”
“오오오오!”
전대 거물 4인방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 최일태 의원 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
“성준 도련님께서 작심하고 손을 쓰면 가차 없잖아요.”
“그럼! 6살 때부터 정씨 집안에서 조기 교육을 받으신 분인데 어련할까!”
명동 송골매가 웃다 말고 동남쪽 스컹크를 돌아보았다.
“스컹크야, 너 근데 성준 도련님 밑에서 일을 할 거라면서, 그림자 라인은 누구에게 넘길 생각이냐?”
“그래, 너 외에 그림자 라인을 제대로 굴릴 만한 놈이 또 없는데.”
“안 그래도 정혁 도련님은 해야 할 일이 많으신 분이다.”
“도련님의 짐을 덜어드리지는 못할망정 짐을 더 얹어드리면 아니 될 것이야.”
모두의 걱정이 한 사람에게 쏟아졌다.
동남쪽 스컹크는 손사래를 쳤다.
“이거 왜 이러십니까. 저도 정혁 도련님께 연판장 쓴 사람입니다.”
“그래서?”
“일단 그림자 라인부터 복구시킨 후에 여쭈어볼 작정입니다.”
“뭐라고 묻게?”
“성준이와 연합하여 그림자 라인을 굴려볼 생각은 없으시냐고.”
“뭐?”
동남쪽 스컹크는 환하게 웃었다.
“마침 성준이한테도 그림자 라인 비슷한 게 있더란 말입니다.”
“그런 게 있었나?”
“태성그룹 홍보부.”
전대 거물 4인방이 입을 떡 벌렸다.
동남쪽 스컹크의 미소는 그칠 줄 몰랐다.
“그림자 라인이 복구될 때까지 잠시 소나기를 피할 처마로 이만한 곳도 없더라고요.”
* * *
성탄절에 최일태 의원의 전화를 받은 남자.
최석태 서울지검장은 지검장실에서 짜장면을 먹다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정동진의 돈줄?”
최석태 서울지검장은 재빨리 펜을 들어 메모하기 시작했다.
서울 곳곳에 포진된 유흥업소와 고급 요정의 이름을 줄줄이 적었다.
“기가 막히네.”
목록을 보자 그저 감탄만 나왔다.
“정동진이 이 바닥을 꽉 잡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확실히 거물은 거물이다.
“늙어 뒈진 호랑이도 때깔 좋은 가죽은 남기는군요.”
-이것만 제대로 털어도 차기 검찰총장은 따놓은 당상이야.
검찰총장!
그 단어가 최석태의 가슴팍에 불을 질렀다.
“이 일은 제게 맡겨주십시오.”
업장과 정보원의 이름과 직책까지 나온 상황이라면 이건 거저먹는 장사지.
그중에서도 탐욕 어린 최석태 지검장의 눈에 유독 띄는 이름이 있었다.
“삼청관?”
청원각, 대월각과 함께 대한민국 3대 요정이라 불리는 곳.
“좋아.”
최석태 지검장은 대물을 물었음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