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62)
재벌집 만렙 아들-362화(362/416)
362. 누가 시켰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은 숨을 들이마셨다.
“주, 중정부장님께서 여기 계셨습니까?”
동공에 지진이 났다.
불길한 예감이 뒤통수를 강타했다.
검사들은 그만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하지만 중정부장의 삐딱한 고개는 돌아올 줄 몰랐다.
“누구 사주 받고 여기서 행패를 부렸냐고 물었는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소속 검사들, 일명 특수통.
그들은 검사 중에서도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들이었다.
독재정권 시절에 이름을 날리던 공안통과 쌍두마차라 손꼽혔다.
“그, 그게 아니라 저희는 정동진의……!”
“여기서 정동진이 왜 나오지?”
검찰 내에서도 똑똑하고 잘나가는 이들이 모여 화려한 실적을 자랑하는, 검찰의 주류 그룹이었다.
자잘한 사건을 처리하고, 티가 잘 안 나는 실적을 쌓는 대다수의 형사부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들은 대개 대형 사건을 하나 물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곤 했다.
“설마 반년 전에 뒈진 놈한테 사주받았단 뜻은 아닐 테고.”
특수통들은 주로 정치인,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나 대형 경제 사건 등을 수사했다.
즉, 대한민국 18개 지방검찰청 중 딱 7개 지검에만 설치되어 있는 엘리트 검사들이 중정의 비밀지부를 털겠다고 들이닥친 것이다.
그러니 중정부장의 눈썹이 치켜 올라가는 건 당연했다.
“중정이 우습나?”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이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래?”
“…….”
입이 열 개라도 대꾸할 말이 없었다.
유구무언(有口無言).
그래서 환장할 것 같았다.
“중정부장님, 그게 아니라…….”
“누가 시켰냐니까?”
“…….”
안 그래도 삐딱했던 고개는 더욱 기울어졌다.
“육군보안사령관인지, 청와대 경호실장인지 물었을 텐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소속 검사들을 이끄는 부장검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똥 밟았다!’
일개 중정 요원과 부딪쳐도 골치가 아픈 마당에.
대뜸 이 나라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중정의 우두머리, 중정부장과 맞닥뜨리고 말았다.
더구나 벽면에 붙은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중정부장의 주도하에 육군보안사령관과 육군의 오성회, 청와대 경호실장에게 붙은 정치인 라인을 주시하는 상황이라면……!’
부장검사의 낯빛이 희게 질렸다.
‘대통령 각하의 명을 받고 움직이고 있을 확률이 몹시 높은…… 젠장!’
함부로 청와대의 행사를 막아섰다간 패가망신을 면치 못한다.
부장검사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자 들고 있던 영장도 같이 파르르 떨어댔다.
중정부장이 눈가를 좁혔다.
“하?”
정보국장이 눈치껏 달려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의 손에 들린 것을 가로챘다.
“부장님, 영장입니다.”
“나도 눈 달렸다.”
중정부장은 영장을 와락 구겼다.
“판사한테 뭐라고 보고해서 이걸 받아 왔나?”
“…….”
부장검사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판사인 오촌 당숙과 짜고 받아낸 영장이었다.
“압수 수색 영장.”
그건 벽에 붙은 중정 기밀사항을 전부 검찰이 압수하겠다는 뜻.
다른 말로 하면 육군을 털겠다는 소리고, 청와대 경호실장의 정치 라인을 건드리겠다는 선전포고였다.
어느 쪽을 언급해도 X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부장검사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 그것이……!”
“똑바로 대답 못 하나!”
빠악!
중정부장이 대뜸 조인트를 깠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쯤 되면 어디 가서 꿀리는 지위가 아니었건만.
중정부장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하고 신음 소리마저 삼켜야 했다.
즉시 군기가 꽉 잡힌 자세로 자세를 바로 했다.
“검찰이 중정을 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나?”
“아, 아닙니다!”
육군보안사령관과 청와대 경호실장만 해도 암담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중정부장까지?
“그럴 리 있겠습니까! 죽어도 아닙니다!”
부장검사는 비명처럼 외쳤다.
“믿어주십시오. 절대로 그런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런 의도가 아니면 뭔데?”
중정부장은 코웃음 쳤다.
“중정의 비밀지부를, 그것도 자물쇠 비밀번호까지 따가며 쳐들어왔던데. 의도가 있지 않다는 소리를 지금 나더러 믿으라고?”
빠악!
괘씸죄로 조인트가 다시 한번 떨어졌다.
부장검사는 눈을 질끈 감고 견뎌야 했다.
“마지막으로 묻지. 누가 시켰어?”
“…….”
함부로 대답할 수 없었다.
특수통들은 누구보다 민감하게 정치권력 다툼의 냄새를 맡아 실적을 세워왔던 곳.
정치판에 잘못 껴들었다간 개죽음을 면치 못한다.
뒷덜미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 국장, 검찰총장한테 전화 돌려.”
“……최석태 지검장님이십니다.”
부장검사가 대답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최석태 지검장이라.
“뼈대 있는 법조계 가문이 작정하셨군.”
부장검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역시나 최씨 가문 일원이었다.
“이거야 원. 중정 체면이 말이 아닌데?”
스윽.
중정 요원들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을 둘러싸 퇴로를 막아섰다.
중정부장까지 참여한 비밀 수사 작전임에야.
다섯 국장과 휘하 요원들이 일제히 총을 빼 들었다.
“대, 대화로 하시죠!”
대화?
그거 좋지.
“이 새끼들, 서빙고 물고문실로 끌고 가.”
“예, 부장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은 아연실색했다.
“서빙고 물고문실이라니요?”
“저희 정식으로 영장 받고 나온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소속 검사들입니다!”
“아무래도 중간에 오해가 있어서……억!”
“영장? 오해? 입 싸 물어.”
중정 정보국장이 대뜸 뺨을 후려갈겼다.
“우리 중정은 그런 거 안 따진다. 취조하면 다 나와.”
중정에선 있는 죄는 물론 없는 죄까지 자백받는다는 악명이 자자했다.
“왜? 특수통은 물고문실에서 안 죽을 것 같나 보지?”
“……!”
“어디 한번 두고 볼까?”
“그, 그런 말이 아니라……!”
중정 정보국장은 손짓했다.
“야, 이 새끼들 주둥이에 재갈 물려서 끌고 가!”
“예!”
특수통 검사들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강제로.
“모가지 뻣뻣하니까 가서 전기 마사지도 듬뿍 해 주고.”
“예!”
“이왕이면 전기 잘 통하게 물도 팍팍 끼얹어줘라.”
“예!”
“검찰 따위한테 얕보이면 뒈진다! 실력 제대로 보여줘야지.”
“예!”
* * *
최석태 지검장은 성탄절 늦은 밤까지 지검장실을 떠나지 못했다.
쏟아지는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서.
또한 정동진 일당을 털라고 보낸 소속 검사들의 보고를 받기 위해서.
벌컥!
예고도, 노크도 없이 지검장실 문이 무례하게 열렸다.
그러니 최석태 지검장의 눈썹도 노골적으로 들렸다.
“어떤 새끼가 감히……! 검찰총장님!”
“중정부장님께서 자넬 찾으시더군.”
“예? 중정부장님께서 저를요?”
최석태 지검장은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났다.
중정부장은 이 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권력자였다.
“왜 갑자기 중정부장께서 저를 찾으십니까?”
“솔직히 말해 봐. 뭐 짚이는 거 없나?”
“글쎄요. 그건 직접 물어보면 알겠죠.”
최석태 지검장이 즉시 옷매무새를 바로 했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맴돌았다.
‘중정부장이 나를 콕 짚어서 찾았단 말이지?’
검찰총장에게는 짚이는 게 없다고 시치미를 뚝 떼었지만.
실은 짚이는 게 있었다.
바로 정동진의 뒤를 한날한시에 털어버린 것!
엘리트 검사들로 이루어진 특수통 검사들이 대단한 활약을 한 모양이지.
‘그나저나 중정이 정말 대단하긴 대단하군. 아무리 정보기관이라고 해도 이렇게 빠르게 반응할 줄은 몰랐는데.’
그게 아니라면 중정부장이 직접 서울지검장을 지명해 호출할 리 없다.
‘정말 이대로라면 차기 검찰총장은 따놓은 당상이겠어.’
중정부장의 눈에 든 이상, 출셋길이 활짝 열렸다고 봐야지.
“어디로 가면 됩니까?”
쾅!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중정부장이 지검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검찰총장은 잔뜩 긴장한 낯빛이었다.
“주, 중정부장님, 오셨습니까?”
뚜벅, 뚜벅, 뚜벅, 뚜벅.
중정부장은 검찰총장도 본체만체.
최석태 지검장을 향해 똑바로 걸어왔다.
‘듣던 대로 위압감이 대단한 양반이군. 과연 한가락 하는…… 어억!’
최석태 지검장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중정부장이 와락 멱살을 잡아왔기 때문이다.
“삼청관에서 오는 길이다.”
“……예?”
“의뭉 따윈 역겨우니까 이만 집어치우고.”
중정부장이 꽉 틀어쥔 멱살을 바짝 추켜올렸다.
최석태 지검장은 숨이 막혀 컥컥댔다.
“네놈이 아주 작정하고 엿 먹였던데.”
코앞에서 중정부장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마주했다.
노여움과 짜증이 잔뜩 들어찬, 뼈까지 씹어 먹을 듯한 눈이었다.
“반년이다.”
“예?”
“무려 반년에 걸쳐서 중정 요원들을 집어넣은 곳이었단 소리다.”
으드득, 이 가는 소리는 덤이었다.
“그걸 네놈이 하루아침에 홀랑 뽑으려 들어?”
뭐?
최석태 지검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검찰이 중정에게 선전포고 했다. 난 이렇게 받아들였다.”
“중정에 선전포고를 하다니요?”
검찰총장은 몹시 당황해 최석태 지검장을 닦달했다.
“최석태 지검장,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최석태 지검장은 숨이 턱 막혀왔다.
이건 비단 중정부장이 멱살을 잡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X됐다!’
강렬한 예감이 뒤통수를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최석태 지검장은 온몸을 덜덜 떨어댔다.
목소리도 덩달아 파르르 떨렸다.
“그, 그런 거 아닙니다!”
“자세한 얘기는 서빙고 물고문실에서 들어보도록 하지.”
“중정부장님!”
검찰총장이 그들 사이에 한 팔을 끼워 막아섰다.
“지금 서빙고 물고문실에 끌고 가겠다는 사람, 우리 서울중앙지검의 지검장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중정이라도 그렇지요. 이렇게 막무가내로 내 사람을 끌고 가는 꼴을 제가 그냥 두고만 보겠습니까?”
“월권이다?”
“아무래도 뭔가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탁.
중정부장은 검찰총장의 팔을 쳐냈다.
“검찰은 원래 이런가?”
“……그게 무슨 뜻입니까?”
“경찰에서 올라온 수사 요청도 없이, 명확한 증거도 없이, 중정 요원을 간첩으로 몰아 끌고 갔던데.”
“……예?”
“한 사람이라면 오해일 수 있지. 하지만 일시에 잡아간 중정 비밀 요원이 무려 30명에 육박하는데. 이걸 오해라고 볼 수 있나?”
“……!”
검찰총장은 입을 떡 벌렸다.
“최석태 지검장, 너 미쳤어?”
당연히 검찰총장의 불호령도 중정부장이 아닌, 최석태 지검장을 향했다.
한식구라고 감싸주기엔 도가 지나쳤다.
검찰과 중정은 서로 건드리지 않기로 무언의 상호 불가침을 맺는 관계가 아니던가.
“아무리 검사 개인에게 단독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총장님, 저는 그저…….”
“넌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중정 요원들을 작정하고 뽑아내서 무엇 하려고?”
“전 그저 정동진의 비밀 조직을 일망타진하려고 작전을……!”
“정동진 같은 소리 하네! 그 양반이 죽은 지도 반년이 넘었어! 이제 와서 갑자기?”
검찰총장은 불같이 노여워했다.
“똑바로 불어! 너 대체 누구에게 무슨 청탁을 받고 이런 일을 벌였어!”
최석태 지검장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럴수록 중정부장의 미소는 짙어져 갔다.
“북한의 사주를 받았나 보지.”
“중정부장님,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간첩으로 몰리는 순간 이 일에 얽힌 최씨 가문 법조인들이 줄줄이 횡액을 당할지도 모른다.
엄격하고 까다롭게 집안 내력까지 뒤져보는 곳.
그런 대표적인 조직 중 하나가 바로 중정이고, 다른 하나는 법조계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다른 곳도 아니고 중정을 노릴 리가.”
“……!”
검찰에서도 공안부 소속 검사들이 공안통이라 불리며 실세로 손꼽히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공안이라고 하면 으뜸으로 쳐주는 곳은 역시 중정이었다.
“대한민국 국가 안보를 위협하기 위해 세운 검찰 작전. 아니면 뭔데?”
“……!”
정동진의 비밀 정보 라인을 흡수하기 위해 불시에 급습한 일이었건만.
그건 어느새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안보를 위협하기 위한 작전으로 돌변해 있었다.
“자세한 설명은 서빙고 물고문실에서 듣겠다.”
변명은 불허하겠다는 뜻.
“여기엔 서울중앙지검장도 예외는 없다.”
“그놈은 중정에서 알아서 처리하십시오.”
검찰총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각하께는 북한의 사주를 받은 최석태 개인의 월권으로 보고 올려주셨으면 합니다만.”
그렇게 범위를 축소해야 검찰에 불똥이 떨어지지 않을 터였다.
“최대한 중정에 협조하겠습니다. 그러니 저놈 때문에 애먼 검사들로 줄초상이 나는 일만큼은…….”
“좋아. 각하께 보고를 올리는 건 내가 맡지.”
중정부장은 손을 내밀었다.
검찰총장은 눈 딱 감고 그 손을 잡았다.
“중정부장께 큰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별말씀을.”
만족스러운 얼굴로 중정부장은 가볍게 눈짓했다.
대기하고 있던 중정 요원들이 달려들어 최석태 지검장을 결박했다.
최석태 지검장은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어떻게든 변명을 해 보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입에는 재갈이 물려졌고, 몸은 포박당했으며, 윗사람인 검찰총장은 눈을 돌린 채 외면했다.
‘형님, 일태 형니이이이임!’
최석태 지검장은 몸부림치며 끌려갔다.
신임 검사가 된 이후 지검장실에 입성하기까지 무려 30년 가까이 걸렸건만.
지검장실에서 강제로 끌려 나가기까지는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 * *
“뭐라고?”
최일태 의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