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63)
재벌집 만렙 아들-363화(363/416)
363. 인생 종 치는 소리
최일태 의원답지 않게 놀란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상과 다른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어디로 끌려가?”
“최석태 지검장이 서빙고 물고문실로 끌려갔다고 합니다.”
“서빙고 물고문실?”
서빙고 물고문실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조직은 중정뿐이다.
“중정부장이 몹시 노하여 최석태 지검장을 직접 잡아갔다고 하는군요.”
“중정부장이? 석태를 직접?”
최일태 의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검찰총장에게 전화 넣어!”
“유감스럽게도 검찰총장께서 직접 연락 주셨기에 파악하게 된 정황입니다.”
“뭐야?”
최일태 의원의 안색이 변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이 중정에 끌려갔는데, 대체 검찰총장이란 놈은 뭘 했대?”
“검찰총장이 의원님께 똑똑히 전하라 했습니다.”
사무국장은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눈을 질끈 감고 들은 대로 고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이 자네 집안 뒤처리나 해 주는 똥닦개야?”
“……!”
“내 이 일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최일태는 지금 이 상황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사무국장의 보고는 끝나지 않았다.
“최정태 부장판사를 비롯해 최씨 가문의 판사 7명이 중정에 끌려갔답니다.”
최정태 부장판사는 그의 육촌동생이었다.
이번 작전에 필요한 영장을 대거 발부해 준 것으로 안다.
“죄목은 공권력 남용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작전 동조.”
“……!”
공권력 남용은 그렇다 쳐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작전?”
“북한의 사주를 받아, 대한민국 정보기관인 중정의 존속을 위협하는 작전을 최석태 지검장이 지시하고, 최정태 부장판사가 동조했다는군요.”
“뭐야?”
북한의 사주?
중정의 존속을 위협해?
그런 작전을 최석태가 지시하고, 최정태가 동조했을 리 없지 않나!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놈들 정동진의 정보 라인을 뽑으러 간 놈들이야!”
“검찰총장이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습니다. 이번 인사이동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더군요.”
검찰총장이 작정하고 최씨 집안 출신 검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뜻!
“최석태 지검장을 비롯해 최원일 특수부 부장검사에게 대단히 실망했다고 합니다. 그들 때문에 자칫 특수부 검사들 전원 줄초상이 날 뻔했다고.”
최석태 지검장과 최원일 부장검사는 검찰총장의 버리는 카드로 낙점되었다.
그 외의 특수부 검사들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지금 당장 대법원장에게 전화 돌려!”
검찰총장은 최석태 서울중앙지검장을 외면한다고 해도, 대법원장은 아니겠지!
최정태 부장판사를 비롯해 최씨 집안 판사 7명이 중정에 끌려갔는데, 윗대가리가 두 손 놓고 방관하고 있진 않을 것 아닌가.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대법원장님, 저 최일태 의원입니다.”
-…….
전화기 너머에서 심기 불편한 침묵이 흘러왔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최일태 의원은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최정태 서울북부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그 외 7명의 최씨 가문 판사가 중정에 끌려갔다는 소식, 들으셨습니까?”
-크흠!
못마땅한 헛기침 소리였다.
대법원장의 불편한 반응으로 보건대, 이 일을 보고받았음이 분명해 보였다.
최일태 의원은 거기에서 희망을 보았다.
“도와주십시오, 대법원장님.”
-크흐흐흠!
“아무리 날고 기는 중정이라고 해도 이렇듯 죄 없는 판사들을 마음대로 잡아갈 수는 없습니다!”
-크흐흠!
“이 일을 그냥 두고 보시렵니까? 대법원장님, 부디……!”
-뻔뻔하기는!
전화기 너머로 대법원장의 일갈이 터졌다.
-최씨 집안의 전횡이 하늘을 찌른다는 말은 내 익히 들어왔지만, 이 정도로 뻔뻔한 인사들일 줄이야!
“대법원장님?”
-최석태 지검장이 지시한 특수부 작전에 중정의 비밀 요원 30명이 뽑혀 나갔어. 중정의 비밀지부까지 건드렸다며?
“예?”
최일태 의원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최정태 부장판사를 비롯해 7명의 최씨 집안 판사들? 중정을 치는 일에 자진해서 영장을 마구 발부했더군!
“…….”
-자네 집안은 대체 법을 뭐라고 생각하는 게야?
대법원장의 목소리는 서릿발보다 차가웠다.
-법 앞에서 공정해야 할 판사가, 검찰과 짜고 부정 청탁을 들어주고 있었을 줄이야! 내 이번 일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네!
“대, 대법원장님!”
-최씨 집안 판사들의 고과 성적은 내 특별히 꼼꼼하게 판별해야겠더군.
“……!”
대법원장의 눈에도 단단히 찍혔다는 소리였다.
법조계의 엘리트 가문이라 불리는 최씨 집안이다.
검찰총장과 대법원장이 대놓고 불이익을 주겠다고 나서면 어찌 될까.
최일태 의원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대법원장님, 이건 정말 오해임이 분명합니다! 제가 수습할 수 있습니다. 아니, 수습해 보이겠습니다!”
-자네가 무슨 수로?
“저 최일태입니다. 믿어주십시오.”
-자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하지 않았나?
국회의원 배지가 없는 주제에 무슨 힘이 있겠냐는 소리였다.
대법원장 앞에서는 4선 국회의원도 한 수 접는데, 국회의원 배지도 없는 최씨 나부랭이 따위에게 무슨 기대를 걸겠냐는 뜻이었다.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5선 의원에 여당 대표까지 넘보는 최일태 의원이었건만.
-앞으로 나한테 전화 거는 일 없도록 하게.
치욕도 이런 치욕이 없었다.
최일태 의원은 입술을 꽉 물었다.
“대법원장님이 제게 이러시면 안 되지요.”
절로 이가 갈렸다.
“대법원장님이 그 자리에 오를 때, 누가 제일 힘썼는지 벌써 잊으신 모양입니다?”
-검찰총장한테 정식으로 요청받았네. 자네의 살인 교사죄, 그 영장은 내가 직접 발부해 주었으니까 그런 줄 알아.
“……!”
살인 교사죄?
-이것으로 빚은 갚은 셈 치지. 그러니 자네가 재판장에 설 때엔 법대로 공정하게 심판할 것을 약속하겠네.
‘누구한테 똥물을 끼얹으려고?’ 하는 중얼거림과 함께 전화는 끊겼다.
뚜-, 뚜-, 뚜- 소리가 나는 전화기를 귀에 댄 채, 최일태 의원은 망연자실했다.
‘검찰총장이 직접 살인 교사죄를…….’
최일태 의원은 뒷골이 띵했다.
짚이는 게 많아도 너무 많아서 어디에서 어떻게 꼬리를 잡혔는지 알 수 없었다.
‘안 돼!’
검찰총장이 작정한 이상 미래는 불 보듯 뻔했다.
어떻게든 이 일을 수습해야 했다.
“중정부장에게 전화, 전화를……!”
상황을 타개하려면 제일 먼저 꼬인 매듭부터 풀어야 한다.
대체 어쩌다 일이 이 지경까지 꼬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게 다 중정을 잘못 건드린 탓에 시작된 일이었다.
‘왜 정동진의 정보 조직을 건드렸는데 중정이 튀어나왔는지부터……!’
중정부장의 심사를 불편하게 하여 문제가 된 것이라면 그 심사를 도로 편안하게 달래드리면 될 것 아닌가.
‘어떻게든 중정부장의 관심을 정동진의 눈먼 돈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면……!’
사람은 막대한 이득 앞에서는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법.
그건 중정부장이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어떻게든 이 고비만 넘기면……!’
그렇게 최일태가 수첩을 뒤져 중정부장의 직통 전화번호 찾고 있을 때였다.
우당탕탕 소리와 함께 아래층에서 고함과 실랑이 벌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벌컥!
성탄절 밤, 불청객들이 막무가내로 들이닥쳤다.
서재에서 최일태 의원을 발견하자마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외쳤다.
“최일태다! 잡아!”
“뭐야? 네놈들은 누구야?”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 휘하 형사1부 부장검사 박형식입니다.”
신분증과 함께 영장이 들이밀어졌다.
부장검사는 검찰청 마크가 찍힌 압수물 박스를 들고 온 이들에게 명령했다.
“최일태 잡아서 취조실로 넘기고.”
“예!”
“머리카락 하나 남기지 말고 싹 다 털어!”
“예!”
검은 양복을 입은 검사와 수사관들이 맡은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최일태 의원은 재빨리 전화기 다이얼을 돌려봤지만, 마지막 번호를 돌리기 전에 제압되었다.
“잠깐! 전화 한 통만 하고……!”
“끌고 가.”
“박 프로, 나 최일태야! 자네 삼촌이랑 사법연수원 동기!”
“뭐 하고 있어? 검사가 용의자 눈치를 보면 어쩌겠다는 거야?”
“예!”
최일태 의원은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박 프로, 나 전화 한 통화만 하게 해 줘! 전화 한 통이면 이 일 전부 깔끔하게 해결돼!”
부장검사를 비롯해 누구도 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초임 검사 나부랭이까지도 말이다.
최일태 의원 인생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검찰총장께는 내가 직접 상황 설명하겠네! 전화 딱 한 통이면 돼, 1분만 줘!”
최일태 의원은 난생처음으로 간절하게 매달렸다.
“딱 1분! 그거면 모든 의혹이 해소되고, 자네와 휘하 검사들은 물론 검찰총장님까지 귀찮아질 일이 사라진다는 뜻이야!”
부장검사가 차가운 눈으로 최일태 의원을 내려다보았다.
최일태 의원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멸시와 조롱에도 개의치 않았다.
정치인은 뻔뻔해야 했다.
그게 미덕이었다.
“자네 검사 임관 때 내가 꽃다발 줬던 거, 자네 초임 검사 시절에 내가 밥 사줬던 거, 자네가 강원도 지청으로 발령받았을 때 내가 윗선에 전화 한 통 넣어줬던 거!”
“쯧.”
“1분이면 된다니까! 자네 출셋길은 내가 보장해 주겠다니까!”
“헛꿈 꾸고 계십니다만.”
부장검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1분. 전화 한 통입니다.”
부장검사는 수사관들에게 손짓했다.
검찰청 압수물 박스에 서재의 물건을 쓸어 담던 수사관들이 손을 멈추고 서재를 나갔다.
“고맙네, 박 프로. 내 이 일은 절대로 잊지 않겠네!”
따르릉, 따르릉!
-뭐야?
“중정부장님, 저 최일태입니다! 공화당 간부 4선 의원 최일태, 기억하시지요?”
-쯧, 전화번호 바꿀 때가 되었군.
“이 일은 전부 오해입니다. 저희가 중정을 건드리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밀사라고 알지?
중정부장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놈 지금 서빙고 물고문실에 있는데.
“……!”
-이성물산 김주원, 대륙기계 최균성, 만국화학 박경훈 등 기업가 7명, 김철호, 이태광, 양효원, 박인섭 등 야당 의원 8명, 장영태, 정일수 등 법조계 인사 9명.
“……!”
최일태 의원이 사주하여 밀사가 처리했던 한남동 저택의 귀신들이었다.
-잘 가게.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약속했던 1분은커녕 20초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최일태 의원은 다시 한번 빠르게 다이얼을 돌렸으나, 그 손을 덮는 손이 있었다.
부장검사였다.
“이것으로 빚은 갚은 셈 치죠.”
아직 1분이 안 지났는데.
약속했던 건 전화 한 통뿐이었던지라.
“변호사를……!”
“그건 취조실에서 열심히 생각해 보시죠. 끌고 가!”
최일태 의원은 다시 한번 그에게 매달리려고 했으나.
부장검사는 이번엔 찔러볼 틈도 안 주고 몸을 돌렸다.
“최일태 수갑 채우고 재갈 물려서 차에 태워.”
“예!”
“최원균과 오수정은?”
그들은 최일태 의원의 아들 내외였다.
최일태 의원의 안색이 변했다.
거세게 항의하려는데, 때마침 재갈이 콱 물렸다.
“읍읍읍!”
“최원균 검사 옷 벗은 거 다들 알지? 공무 집행하는 데 사감은 접어두자.”
“예!”
최원균은 성매매와 성접대, 우광건설 주가 조작, 우광화학 수사 개입, 뇌물 공여 등의 혐의였다.
오수정은 고위 공직자 사모들의 곗돈을 불법 유용했다는 고발 및 남편의 내연녀 살인 교사 혐의였다.
최일태 의원이 연행되어 계단을 내려오자 1층 거실에서 우당탕탕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끌려가는 아들의 고함과 며느리의 울음소리가 시끄러웠다.
“읍읍읍!”
손자는?
최일태 의원은 끌려가는 중 눈을 돌려 바쁘게 찾았다.
그 어디에서 손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는 순간.
“이 집 손자는 어떻게 됐어?”
“제일 먼저 연행해서 차에 태웠습니다.”
뭐?
“읍읍읍!”
“어리다고 봐주기엔 죄질이 상당히 무겁더군요.”
“열다섯이야. 절도나 학교 폭력 정도면 적당히 넘어가.”
“살인 및 시체 유기입니다.”
형사1부 수석검사가 종이를 내밀었다.
중정 마크가 찍힌 서류였다.
부장검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쯧, 이 집안 사람들은 어째 가지가지 문제야?”
그나마 있던 약간의 안타까움마저 뚝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 * *
최일태 의원이 저택 밖으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취재진이 달려들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최일태 의원의 정치 인생이 종 쳤음을 알리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