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65)
재벌집 만렙 아들-365화(365/416)
365. 큰 공을 세웠군
아무래도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
중정부장은 대통령이 권한 소파에 앉았다.
“태성의 브레인 덕분에 밀사와 흑사라는 놈들을 잡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밀사와 흑사? 그건 뭐 하는 놈들이지?”
“중국 흑사회 소속의 간부들입니다.”
“하?”
대통령의 눈썹이 심기만큼이나 비틀려 올라갔다.
“남의 나라 건달 새끼들을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잡았다는 소린가?”
“예. 명동 일대를 제집처럼 활보하며 칼부림을 벌이고 있더군요. 현장 검거했습니다.”
“그 정보는 어떻게 입수했어? ”
“태성 브레인에게서 얻었습니다.”
“하?”
대통령은 묘한 눈으로 중정부장을 보았다.
“중정도 모르던 정보를?”
“건설주 파동 당시, 우연히 문제 세력의 꼬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기가 차는군.
“물론 우리 중정이 작전을 세워 추진한 일이긴 하나, 어쨌거나 태성 브레인의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큰 공을 세웠군.”
그러고 보니 태성의 브레인이 경고한 게 또 있었다.
-곧 건설주 파동이 시작될 거예요.
-호황에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두 자릿수대를 유지하고 있어요. 덕분에 부동산값이 폭등에 폭등을 거듭하고 있죠.
-미분양 아파트를 떠안은 건설사가 줄도산하기 시작할 거예요.
대통령은 턱을 쓸었다.
어떻게 알았지?
하여간에 기가 막힌 녀석이라니까.
태성 브레인을 떠올린 대통령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중정 체면이 말이 아니었겠어.”
“그럴 리가요. 중국 공안의 비밀 지령을 받아 잠입한 놈들을 잡았으니, 중국을 압박할 카드를 하나 얻게 된 겁니다.”
“뭐야?”
그저 그런 중국의 양아치 건달 새끼들이 아니라, 중국 공안이 보낸 간첩 새끼라면 말이 달라진다.
중국은 북한의 우방국 중 하나다.
사회주의 체제를 선포했으며, 이미 한국전쟁 때 북한의 편에 서서 중공군을 파견한 바 있었다.
“한국까지 기어들어 온 목적은?”
“정동진을 살해하여 한국 지하금융계에 분란을 일으키려 했다더군요.”
“하!”
“또한 정동진의 자금과 세력을 이용, 한국의 정치인을 회유 및 포섭한 후 국론 분열을 꾀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고 합니다.”
“뭐?”
중정부장은 가져온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내밀었다.
보고서를 넘기는 대통령의 손길엔 분노가 가득했다.
“빨갱이 떼놈 새끼들의 뇌물을 받아먹은 매국노 새끼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정치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돈을 받았으면 돈값을 해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
“여기에 이름 올린 놈들은 중정에서 맡아 처리해!”
“예.”
반공과 국가안보를 최우선 기치로 내걸었던 현 정권으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대통령은 보고서의 제일 윗줄에 적힌 ‘최일태’와 패거리들의 이름을 확인했다.
“빨갱이 새끼들이 겁도 없이 대한민국에 스며들어 법 위에서 날뛰고 있었다니.”
탁.
대통령은 보고서를 덮었다.
들고 있는 것조차 불쾌하다는 듯, 보고서를 응접실 테이블 위로 내동댕이치듯 내던졌다.
스윽.
청와대 경호실장이 보고서를 주워 펼치려 들자, 바로 도끼눈이 날아왔다.
청와대 경호실장은 대통령의 서슬 퍼런 눈치에 어쩔 수 없이 중정 보고서를 조용히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참을 수 없이 궁금하다는 표정은 좀처럼 숨기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불순분자 색출은 철저하게, 물갈이 대청소는 확실하게 해.”
“예!”
“이번 작전에 참여한 중정 요원들에겐 훈장과 특진으로 포상하고.”
“예!”
“얼굴이 알려진 현장직은 쓰임을 다한 셈이지. 내근직으로 돌려.”
“예!”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장을 돌아보았다.
“자넨 지금 즉시 여당과 야당 대표들 불러올리도록.”
“예.”
“검찰총장, 대법원장, 법무부 장관과 헌법재판소장에게도 연락 돌리고.”
“예?”
“이참에 법조계도 대대적으로 물갈이해야지.”
기득권층의 물갈이, 법조계 개혁이라면 국민들이 아주 좋아할 것이다.
부가가치세 신설에 따른 총선 참패와 제2차 석유파동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감 앞에서 정권의 입지가 가뜩이나 좁아진 상황.
대통령의 장기집권과 안정적인 권력 유지를 위한 타개책으로 이보다 더 좋은 카드는 없을 것이다.
“참. 아까 그 보고서 맨 마지막 장에 적힌 이름 말이다.”
대통령은 보고서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청와대 경호실장을 응시하는 대통령의 눈은 의심과 불신으로 가늘어진 지 오래였다.
“이 친구 이름이던데. 맞나?”
“맞습니다.”
“푸흡!”
청와대 경호실장은 마시던 차를 뿜었다.
황당함과 당혹스러움, 분노와 경악이 혼재된 얼굴이었다.
“그, 그, 무슨 얼토당토않은 모함을……!”
청와대 경호실장은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야, 김재국이!”
삿대질이 쏟아졌다.
“너 이 새끼, 무슨 억하심정으로! 왜 애먼 나한테 화살을 돌려!”
“글쎄요.”
최근 청와대 경호실장과 중정부장의 사이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건만.
중정부장은 시치미를 뚝 떼었다.
“저는 중국 빨갱이 놈들의 진술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을 뿐입니다.”
“나더러 지금 빨갱이들이랑 한패라는 소리 아냐!”
“켕기는 게 많으신가. 반응이 영 과한데.”
“이 새끼가 정말……!”
청와대 경호실장은 참지 못하고 중정부장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만.”
대통령의 일갈에도 청와대 경호실장은 씩씩대며 멱살을 쥔 손을 풀지 않았다.
억울한 목소리로 버럭 외쳤다.
“정녕 각하를 향한 제 충정이 의심스럽다면, 전 이 자리에서 칼 물고 엎어지겠습니다!”
각오가 듬뿍 묻어 나오는 절규였다.
“제가 각하를 따른 세월이 20년입니다! 사선을 넘으며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아닙니까!”
청와대 경호실장은 군사 반정을 함께 일으켰던 공신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저 새끼 말을 믿고 저를 이리 몰아세우십니까!”
“누군 생사고락을 함께 안 한 줄 아십니까?”
그러는 중정부장 또한 군사 반정의 공신이자, 대통령의 육사 동기이기도 한, 동향 사람이었다.
“함께한 세월만 따져도 제가 더 오래되었습니다.”
그들은 같이 싸워 권력의 승자가 되었고, 끝까지 살아남아 이 자리에 올랐다.
이 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권력자가 된 것이다.
“저도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중국 빨갱이 새끼의 증언뿐이잖아! 아직 제대로 사실 확인도 안 된 일을 가지고! 김재국,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그래요? 그럼 정동진한테 뇌물 받은 적 없습니까? 확실해요?”
“……!”
청와대 경호실장은 순간 반박하지 못했다.
순간 대통령의 눈이 더 가늘어지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여기서 정동진이랑 뇌물 얘기는 왜 나와? 그러는 넌 안 받아먹었고? 넌 뭐가 그렇게 깨끗해서?”
“청와대 경호실장님이 자주 부르시던 삼청관 술자리 멤버 말입니다. 밀사 감용후.”
“뭐……?”
“그놈이 바로 중국 공안의 사주를 받고 뇌물을 건넨 중국 흑사회 간부였습니다만.”
“아니, 그, 그 새끼가 왜 중국 놈이지? 나, 난 모르는 일이야! 난 정말 몰랐어!”
청와대 경호실장은 즉시 눈을 돌려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전 그저 각하를 대신해 정치자금을 받아 왔을 뿐입니다!”
“흠, 그 핑계로 여태 빨갱이 돈을 먹어왔다?”
자신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눈이 얼음장보다 더 싸늘하다고 느낀 순간.
청와대 경호실장은 중정부장의 멱살도 내팽개치고 즉시 무릎을 꿇었다.
“아닙니다, 각하! 제가 받은 것은 정동진의 정치 후원금이었어요! 각하의 대선 자금!”
“너무 그렇게 억울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중정부장은 품에서 장부 하나를 꺼냈다.
“이건 정동진의 저택 금고에서 발견한 겁니다.”
태성의 브레인이 건넨, 청와대 경호실장의 뇌물 장부였다.
“결백을 증명하면 될 것 아닙니까. 각하께 건넨 정치자금과 지금껏 삼청관에서 받아 온 자금을 맞춰 보면 되겠군요.”
“……!”
청와대 경호실장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가, 각하!”
“왜 그런 얼굴이야? 켕기는 거 있나?”
“그, 그게……!”
쿵!
청와대 경호실장은 즉시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오체투지(五體投地) 자세로 이마를 쿵쿵 찍었다.
“정동진이 따로 떡값이라며 쥐여준 돈이 좀 됩니다!”
청와대 경호실장의 턱으로 식은땀이 뚝뚝 흘러내렸다.
“다른 데 안 썼습니다! 데리고 있는 애들 밥 사 먹이고, 술 사 먹이고, 용돈도 가끔 쥐여주고, 여자도 붙여주고!”
처절하리만치 간절한 외침이었다.
“정말입니다! 아시잖습니까, 저 여태 어머니 집도 제대로 못 바꿔드린 거!”
어머니 소리에 대통령의 미간이 조금 누그러졌다.
청와대 경호실장은 보기 드문 효자였는데, 가진 게 있으면 제일 좋은 것을 골라 어머니께 드리곤 했었다.
“제 집이야 각하께서 바꿔주셨고, 제 차도 각하께서 내어주신 것만 썼습니다! 저 많은 거 안 바랐고, 욕심 안 냈잖습니까?”
그랬기 때문에 청와대 경호실장이 될 수 있었다.
“전 각하와 일 년 365일 매일을 함께했습니다! 제 일거수일투족을 가장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 바로 각하이십니다!”
청와대 경호실장은 흐느껴 울었다.
“애들한테 쓰라고 정동진이 쥐여준 떡값이라 별생각 없이 받아 썼습니다! 진짜로 그뿐이었습니다!”
팔랑. 팔랑.
대통령은 차가운 눈으로 뇌물 장부를 넘겼다.
청와대 경호실장과 자주 어울리는 정치인들과 행정부 고위 관료들의 이름과 받은 뇌물들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눈동자는 바쁘게 움직였다.
탁!
대통령은 청와대 경호실장의 뇌물 장부를 덮었다.
“집에서 쉬라고 보내놨더니, 틈만 나면 최일태와 자주도 어울려 놀았군.”
“여당 간부들이랑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각하의 말에 죽는 시늉이라도 하며 따를 것이 아닙니까!”
“쯧.”
“정말입니다! 제 딴엔 어떻게든 각하께 도움이 되고자,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그게 충정인 줄 알았습니다!”
식은땀이 떨어지던 자리엔 억울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최일태와 그 패거리들에게 떡값을 나눠준 게 문제였습니까? 저는 정말 다른 거 없이……!”
“일어나.”
“……!”
청와대 경호실장은 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가, 각하!”
온 얼굴이 눈물범벅이었다.
그 얼굴을 보고, 대통령은 눈살을 찌푸리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못난 놈.”
“제가,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를……!”
“내 오른팔을 자처한다는 녀석이 말이야. 쯧, 이왕 챙겨 먹을 거 배 터지게 챙겨 먹기나 하지.”
대통령은 손을 내저었다.
“네가 받아먹은 떡값이 최일태가 받은 떡값의 30분의 1도 안 돼. 사내새끼가 통이 왜 이렇게 작아? 쪽팔리게.”
“각하!”
“왕창 뜯어먹은 다음에 반 뚝 떼어서 ‘정치자금 받아 왔습니다!’ 하고 내놓았으면 되었을 것 아냐. 멍청하기는.”
“제, 제가 멍청하고 무식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툭.
대통령은 중정부장의 앞에 뇌물 장부를 밀어 넣었다.
“여기에 이름 올린 놈들도 중정에서 맡아 처리해.”
“예, 각하.”
“단, 이 녀석 포함 청와대 식구들의 이름은 지워.”
“…….”
중정부장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정동진의 뇌물 장부에 이름 올린 청와대 관계자들도 꽤 되었다.
상당수가 많은 양의 뇌물을 착복한 이들이었다.
“내 곁에서 내 명 받고 일하는 놈들이다. 떡값은 내가 준 셈 치자.”
“……예, 각하.”
중정부장이 굳어지는 표정을 애써 감췄다.
조용히 뇌물 장부와 보고서를 챙겨 물러날 각을 재고 있을 때였다.
대통령이 톡, 톡, 톡, 톡 리드미컬하게 두드리던 손끝을 멈췄다.
“송년의 밤에는 태성의 브레인도 참석하나?”
매해 연말에 정재계 인사들을 불러 후원금을 모집하는 행사다.
“아마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올해엔 어디에서 열린다고 했지?”
“태성호텔입니다.”
송년의 밤 행사는 해마다 주최 측과 장소를 변경하며 열렸다.
“마침 잘됐군. 이번엔 나도 참석하는 것으로 하지.”
“예?”
“내 입지가 바닥까지 떨어지는 것을 막은 공이 있는데, 내 모른 척 입 닦을 수야 있나.”
청와대 비서실장은 크게 놀랐다.
‘각하께서 직접 치하를? 이거 송년의 밤 행사가 열리고 처음 있는 일 아닌가?’
청와대 경호실장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이렇게까지 대놓고 드러내는 편애라니. 이후부턴 다들 눈에 불을 켜고 공을 세우겠노라 달려들겠군.’
중정부장은 놀란 기색을 황급히 수습했다.
‘각하께서 태성의 브레인을 이렇게까지 중히 여기실 줄은 몰랐군. 젊은 세대 중에 각하께 이만큼 눈도장을 찍은 인물이 또 있던가?’
대통령은 소파에 삐딱하게 기대어 턱을 괴었다.
“제2차 석유파동과 총선 참패로 인해 정재계가 요동치고 있는 시국이다.”
12월 총선이 열린 이후, 처음으로 맞는 정재계 공식 행사였다.
“또한 최일태 일가로 인한 여당과 법조계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된 상황이기도 하다. 이럴 때일수록 한마음 한뜻으로 단합해야지.”
청와대 비서실장을 필두로 다들 반색했다.
“맞습니다, 각하. 세력을 추스르기엔 다시없을 좋은 기회입니다.”
“각하께서 직접 나서서 단합을 외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무대는 없을 겁니다.”
“이참에 한껏 기세등등하게 솟은 야당의 콧대도 한번 눌러주셔야죠.”
만장일치였다.
그러니 더 두고 따질 것도 없었다.
“태성 브레인에게 따로 연락 넣어.”
대통령은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들어줘야지.”
* * *
달칵.
청와대 집무실을 마지막으로 나온 중정부장이 문을 닫았다.
빠악!
집무실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청와대 경호실장이 중정부장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