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66)
재벌집 만렙 아들-366화(366/416)
366. 내 이 빚을 무엇으로 갚을까?
문을 닫고 돌아서던 중정부장은 반격할 새도 없이 얻어맞았다.
고개가 홱 돌아가고, 피가 튀었다.
몸이 휘청거릴 만큼 강력한 일격이었다.
“이런 X……!”
“입 다물어, X새끼야!”
주먹다툼이 벌어진 건 순식간이었다.
앗 하는 사이에 주먹질과 발길질이 교차했다.
피하고, 얻어맞고, 잡아채고, 잡히는 대로 쥐어뜯었다.
쓸 수 있는 신체 부위는 전부 사용해 들이받았다.
둔탁한 타격음이 무거웠고, 잇새 사이로 터지는 욕설이 거칠었다.
“이런 X 같은 새끼가……!”
“빌어먹을 X새끼가……!”
청와대 경호실장과 중정부장은 상대방의 멱살을 단단히 움켜쥐고 으르렁댔다.
눈에서 솟아 나온 분노와 증오가 불꽃을 튀겼다.
근처에서 대기하던 부하들도 소란을 감지하곤 즉시 반응했다.
“실장님!”
“부장님!”
싸움이 벌어진 것을 알아채자마자, 청와대 경호실 소속 경호원들과 중앙정보부 소속 요원들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이 새끼들이 뒈지고 싶어서 환장했나!”
“너나 꺼져, 이 X새끼들아!”
이러다 패싸움으로 번지려나 싶은 찰나였다.
중정부장이 쥐고 있던 멱살을 풀었다.
대신 제 멱살을 거칠게 쳐내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물러서!”
“부장님.”
“각하께서 저 안에 계신다. 쓸데없는 빌미 주지 말고 뒤로.”
“……예, 부장님.”
중정부장이 손등으로 피를 닦아냈다.
중정 요원이 굳은 얼굴로 손수건을 내밀었다.
중정부장은 손수건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에 피가 섞인 침을 퉤 뱉었다.
“차준철, 너 지금 이게 뭐 하자는 짓이냐?”
꼬박꼬박 붙이던 존대는 이미 집어치웠다.
한 발 물러섰지만, 전의가 꺾인 기색은 전혀 없다.
“시비는 네가 먼저 걸었어, 이 X새끼야!”
“그렇게 빠져나갈 줄은 몰랐는데. 차준철답지 않게 질질 짜는 꼴을 다 구경하고.”
“역겨운 새끼.”
청와대 경호실장은 즉시 한 발 더 가까이 붙으며 으르렁거렸다.
“그동안 내 뒤 캐느라고 용 좀 썼겠어? 그래 봤자 뭐가 잘 안 나오지? 누구랑은 다르게.”
“차준철이 답지 않게 반년이나 숨죽여 지낼 줄은 몰랐지.”
“그래서 내 뒤통수 쳤냐? 암만 캐봐도 안 나오니까 쫄았냐?”
“단번에 네 모가지를 쳤어야 했는데. 그건 참 아쉽군.”
“이 새끼가……!”
청와대 경호원들은 청와대 경호실장에 매달려 온몸으로 막아섰다.
“중정부장이 물러난 상황입니다. 이러다 독박 쓰십니다!”
“네가 감히 각하 앞에서 나를 엿 먹이려고 들어? 이거 놔, 이 새끼들아!”
청와대 경호실장은 몸부림을 치며 허공에 발길질을 날렸다.
“실장님, 고정하세요!”
“내가 죽을 때 죽더라도 저 X새끼부터 조져야겠다, 시팔!”
“그래? 그럼 쳐 봐.”
중정부장은 보란 듯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대놓고 하는 도발이었다.
“뒷감당할 자신 있으면 쳐. 맞아주지.”
“이런 시팔! 저 주둥이를 확!”
청와대 경호실장은 울화통이 터져서 팔딱팔딱 뛰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매달려 늘어지는 청와대 경호원들 때문에.
“으아아아아! 놔 보라고, 이 새끼들아! 내 저 새끼 죽이고 지옥 간다잖아!”
“실장님, 안 됩니다!”
청와대 경호실장이 몸부림쳤지만, 청와대 경호원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쩔쩔맸다.
어떻게든 막아서고, 어떻게든 말려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러다 정말 큰 싸움이 날 것 같아서였다.
“실장님, 여기 각하 집무실 앞이에요!”
“그러다가 각하께서 노여움을 터뜨리면 다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그러세요!”
“둘 다 끌려가 가택연금 당하면 어쩌려고요? 그럼 실장님만 손해예요!”
그런가? 그건 절대로 안 되지!
방금 대통령의 눈살을 잔뜩 찌푸리게 만들고 나온 터였다.
어떻게든 잘 보이고, 각하의 불편한 심기를 누그러뜨려야 할 때였다.
청와대 경호실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크게 외쳤다.
“김재국, 너 이 새끼! 내가 오늘의 이 수모는 절대로 잊지 않겠다!”
“차준철, 너 지금 하는 꼴이 딱 환관 새끼란 건 아냐?”
중정부장은 보란 듯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려 까딱거렸다.
“뒷구멍으로 뇌물 실컷 받아먹으니까 좋았지?”
“이 X새끼가 진짜……!”
그러니 청와대 경호실장의 눈에는 불똥이 튈 수밖에.
“김재국, 앞으로 너 밤길 조심해야 할 거다. 쥐도 새도 모르게 뒈지는 수가 있어.”
“그건 내가 할 말 같은데.”
중정부장은 느긋하게 넥타이를 끌어 내리며 피식 웃었다.
둘 다 얼굴에 큼지막한 멍이 올라오고 있는 것은 똑같은데.
한쪽은 흥분을 참지 못해 길길이 날뛰고 있는 반면, 한쪽은 이미 얼음장처럼 싸늘하게 가라앉은 후였다.
“각하께 의심을 산 자의 말로가 어떤지는 나만큼이나 잘 알고 있을 테고.”
“……!”
“중정이 그런 일은 참 잘하거든. 안 그런가?”
반박할 수 없었다.
각하께서 가장 으뜸으로 꼽는 중정의 쓸모는 바로 정치공작.
정치적 방해물을 치우고, 걸림돌이 되는 인간들 잘라내고,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대통령이 즐겨 쓰는 칼의 존재 이유였다.
중정부장은 옷매무새를 고치며 청와대 경호실장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넘어갈 수 있는 것도 이번 한 번뿐일 텐데.”
대통령에겐 두 번은 없다.
“처신 똑바로 해야지, 준철아.”
청와대 경호실장은 두 주먹을 꽉 쥔 채 부들부들 떨었다.
이가 갈리고, 치가 떨리고, 악에 받쳤다.
“내가 한 번만 더 잡으면 넌 끝이야.”
“그건 내가 할 소리다, 김재국.”
악문 잇새 사이로 저주와 같은 악의가 새어 나왔다.
“내가 왜 차준철인지, 내가 왜 청와대 경호실장인지, 똑똑히 보여주지!”
“그건 두고 보면 알 테고.”
서로를 노려보는 두 남자의 눈에선 스파크가 튀겼다.
“오늘의 이 빚은 몇 배로 쳐서 갚아주지.”
“나야말로.”
둘은 동시에 등을 돌렸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발걸음은 완전히 달랐다.
중정부장의 발걸음은 느긋하고 여유롭고 가벼웠으나, 청와대 경호실장의 것은 다급했고, 거칠었고, 무거웠다.
쾅!
경호실장실로 돌아온 청와대 경호실장은 즉시 전화기부터 들었다.
따르릉.
-예, 태성그룹 차성준입니다.
“나 차준철이야. 태성의 브레인, 쪽지는 요긴하게 잘 썼다.”
고맙다는 소리였다.
바스락.
청와대 경호실장이 서랍을 뒤져 찾아냈다.
겉면에 순서대로 숫자가 적힌 쪽지였다.
“김재국, 그 독한 새끼가 반년이나 내 뒤를 더 캐고 다닐 줄은 몰랐지. 어쨌거나 자네 덕분에 내 큰 고비를 하나 넘길 수 있었어.”
청와대 경호실장이 이 쪽지를 받은 것은 무려 반년 전이었다.
정동진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기 직전에.
“대체 무슨 청탁을 하려고 이런 뇌물을 보내나 싶더니만, 이게 내 목숨을 구할 구명줄일 줄은 몰랐지. 하하핫!”
청와대 경호실장은 쪽지가 목숨을 구할 부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꽉 움켜쥐었다.
“말만 해 봐. 내 이 빚을 무엇으로 갚으면 좋을까.”
-……빚이라니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어려워하지 말고. 다른 것도 아니고 내 목숨 빚인데, 떼먹을 생각 없다. 하하핫!”
청와대 경호실장은 구겨진 쪽지를 도로 폈다.
겉면에 1이라고 적힌 쪽지에 적힌 문구가 눈에 콱 박혀 들어왔다.
<중정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정동진의 저택에서 뇌물 장부를 빼돌릴 기회를 놓쳤습니다.>
겉면에 2라고 적힌 쪽지도 마찬가지였다.
<간신히 찢어낸 장부는 3장입니다. 동봉한 것 확인하시고 즉시 인멸하십시오.>
마지막으로 3이라고 적힌 쪽지까지 눈에 담았다.
<장부에 남은 것이라곤 기껏해야 콩고물 수준일 터. 만일 각하께서 이 일을 문책하시거든, 변명 대신 인정에 호소하십시오.>
보면 볼수록 기가 막혔다.
“자넨 정말 대단하군. 이미 반년 전에 오늘의 이 난리를 예견했다는 거지?”
청와대 경호실장은 가슴을 크게 부풀리며 웃었다.
“송년의 밤에 각하께서 참석하셔서 직접 포상하신다고 하니, 내 이 빚은 그때 갚는 것으로 할까?”
주먹으로 제 가슴을 팡팡 쳤다.
“내 책임지고 바람을 잡아줄 테니까. 미리 귀띔만 해 주라고.”
* * *
달칵.
차성준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동남쪽 스컹크를 돌아보는 얼굴이 참으로 묘했다.
“쪽지?”
“무슨 전화였기에, 날 그런 눈으로 보는…, 보십니까?”
어릴 때부터 호형호제하며 자랐던 터라 격의 없이 말하는 게 익숙하다 보니.
동남쪽 스컹크는 태성그룹에 들어와 각 잡힌 존댓말을 쓰려니 영 어색했다.
그래도 요즘과 같은 생활이 퍽 마음에 들었다.
“혹시 일본 쪽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닐…, 아니겠죠?”
일본에 내팽개치고 온 파친코와 나까무라 부동산이 좀 걸리긴 한다.
하지만 거긴 일본 정부가 워낙 들쑤시며 파고들어 오니 아예 임시 휴업을 걸어놓은 상태였다.
“청와대 경호실장의 전화였어.”
“뭐? 청와대?”
동남쪽 스컹크가 표정을 굳혔다.
“아니, 비서실장이나 기획실장도 아니고, 왜 경호실장이 너한테 전화를…, 진짜 뭔가 큰 문제가 생긴 거냐?”
동남쪽 스컹크가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넌 뭔가 짚이는 거 없냐? 대통령의 안위와 직결된, 아니, 그런 게 우리한테 있을 리가 없는데?”
너무 놀란 나머지 평소 버릇이 튀어나와 버린 줄도 모르고.
동남쪽 스컹크는 머리를 빠르게 굴리느라 바빴다.
“일본 정부에서 연락을 해왔나? 잡힐 꼬리나 흔적이 있던가? 태성에 바로 연락을 넣는다고? 그럴 리가…….”
“그건 아닌 것 같고.”
차성준의 말에 동남쪽 스컹크의 상념이 뚝 끊겼다.
“뭔가 짚이는 건 있고?”
“있지.”
“뭔데? 누군데? 무슨 일인데?”
“누구긴 누구겠어. 우리 집 꼬맹이지.”
“정혁 도련님이 뭘 어쨌기에?”
“아무래도 대형 사고를 친 거 같다.”
차성준은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대통령 각하께서 이번 송년의 밤 행사에 참여하신다나 봐.”
“송년의 밤에?”
일본에서 주로 활동했던 동남쪽 스컹크도 송년의 밤 행사는 알고 있었다.
정씨 집안 형님과 누님들이 서럽다며 하소연을 해왔었기 때문에.
“거기 정재계 유명 인사들을 모아놓고 삥 뜯는 후원 모금회 아니었어? 그것도 대통령의 압박으로 열리는?”
“그래.”
“대선과 총선도 치렀겠다, 석유파동까지 터졌겠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져서 태성에 작정하고 수금하겠다는 통보였나 보지?”
“그 반대야.”
차성준은 쓰게 웃었다.
“각하께서 우리 태성에 포상하시겠다는데?”
“포상?”
“목숨 구해준 공이라며 청와대 경호실장이 바람잡이를 자청하고 나섰어, 형.”
동남쪽 스컹크는 눈을 꿈뻑거렸다.
삥 뜯는 자리에 포상은 또 웬 말이냐?
더구나 이 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권력자 청와대 경호실장이 뭐를 자청해? 바람잡이?
“그럼 완전 좋은 거 아닌가?”
“그러니까 문제지.”
차성준은 관자놀이를 더욱 세게 꾹꾹 눌렀다.
“상황이 정상적으로 흘러가지 않을 때엔 반드시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는 법이거든.”
청와대 경호실장이 직접 전화를 해왔을 때, 문제의 주범을 확실하게 언급했다.
‘태성의 브레인’이라고.
“정혁이 이 녀석, 대체 나 몰래 뒤에서 무슨 짓을 어떻게 벌이고 다녔기에……!”
“정혁 도련님이라면……. 하하하, 그럼 됐다. 걱정 끊어.”
그제야 동남쪽 스컹크는 굳은 표정을 풀고 피식 웃을 수 있었다.
차성준은 외려 미간을 찌푸렸다.
“형, 지금 남의 집 애 일이라고 웃음이 나와?”
“정혁 도련님이라면 어련히 알아서 잘 처리해 놓으셨을 텐데, 뭐가 걱정이야…요?”
긴장이 풀리자, 도로 어색한 존댓말이 돌아왔다.
하지만 차성준의 찌푸려진 미간은 돌아올 줄 몰랐다.
“우리 애 이제 여덟 살이야. 어떻게 걱정을 안 해?”
“눈감는 순간까지 자식 걱정을 하는 게 부모라지만, 내가 보기엔 넌 지금 정말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어……요.”
“정혁이 이 녀석은 대체 뭘 어쩌고 다녔기에, 형까지 구워삶았지?”
그때였다.
따르릉! 따르릉!
그룹 부회장 비서실에서 연결한 내선 전화 신호가 반짝였다.
“태성그룹 차성준입니다.”
-나 김재국이야. 방금 자네가 보내준 장부를 각하께 보여드리고 오는 길이다.
이번엔 중정부장의 전화였다.
‘장부? 각하?’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차성준이 되묻기도 전에, 대뜸 전화기 너머에선 본론을 전해왔다.
-이것 참 아쉽게 되었어. 장부가 있었음에도 청와대 경호실장을 실각시키는 건 실패했다.
“……!”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었지?
청와대 경호실장? 실각? 실패?
차성준은 입을 떡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