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72)
재벌집 만렙 아들-372화(372/416)
372. 정상회담은 무슨
벌컥.
한남동 저택의 현관문이 열렸다.
제일 앞장선 사람은 차 회장, 그 뒤로 김 비서를 비롯해 따로 부른 핵심 계열사 사장들이 줄줄이 걸어 나왔다.
태성전자 민 사장이 말했다.
“회장님,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JH투자회사 말입니다. 규모가 상상 이상인 듯합니다.”
차 회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다른 계열사 사장들도 마찬가지였다.
“천마아파트를 판 돈으로 다른 정유회사를 인수하시는 것은 좋다 이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강남땅을 팔아서 반도체를 키우신다고 하신다는 건데.”
“태성반도체의 지분 25%를 가진 이가 바로 밀매왕입니다.”
“회장님, 이건 좀 부담스럽지 않으십니까?”
차 회장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외부 인사 지분이 크긴 하군.”
차 회장이 가지고 있는 태성반도체 지분과 비교해도 그렇다.
하지만 수긍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밀매왕이 최고반도체를 인수했고, 추가로 투자금까지 더 내놨다.
돈을 내놓은 만큼 지분을 가져간 셈이니 부당함을 따질 수도 없었다.
“태성반도체를 향한 정혁 도련님의 포부가 상당히 크십니다.”
정혁 도련님은 태성의 미래를 위해 태성반도체에 주목하셨다.
10년에 걸쳐 거금을 쏟아붓겠다고 이미 선언한 바 있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태성전자 민 사장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태성의 핵심 미래 전략 산업 중 하나인 만큼, 밀매왕이 마음을 다르게 먹는다면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겁니다.”
차 회장의 얼굴에도 신중함이 가득했다.
“국천그룹의 경우를 보니 남의 일이 아니긴 하더군.”
국천그룹은 부산의 향토 기업으로, 초기 사업자금을 밀매왕이 댔다.
신발과 의류 산업으로 시작한 국천그룹은 어느덧 대한민국 재계 서열 7위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덕분에 밀매왕도 덩달아 떼돈을 벌었다.
“지난번에 밀매왕이 국천그룹 지분을 털어낼 때, 국천그룹 양 회장의 허리가 아주 왕창 휘었다더군요.”
“몇 년 치 그룹 영업이익을 때려 박고도 모자라서, 은행 신용대출을 받았다지 뭡니까?”
“그때 밀매왕이 쥐고 있던 국천그룹의 지분이 25%였습니다.”
“우리 태성반도체도 그 꼴 날까 무서워서 드리는 말입니다.”
밀매왕이 국천그룹의 지분을 처분하겠다고 나서자 국천그룹이 발칵 뒤집혔었다.
막상 까봤더니 밀매왕이 쥐고 있던 지분이 국천그룹 양 회장의 지분보다 많았던 것.
회사를 키울 때마다 지분 일부를 팔아 자금을 마련하던 양 회장과 달리, 밀매왕은 처음에 나눠 받은 지분을 처분하지 않았다.
-이거 잘못하다간 우리 국천그룹을 홀랑 빼앗길지도 모른다!
-밀매왕의 지분을 인수한 놈이랑 경영권 싸움을 시작하면 진짜 난리 나는 거야!
-경영권 방어가 최우선이다!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밀매왕이 가진 지분을 가져와!
덕분에 국천그룹은 인수금 마련한다고 발바닥에 땀 나도록 뛰어다녀야 했다.
있는 돈, 없는 돈을 박박 긁었다.
웃돈을 두둑하게 얹어 밀매왕의 지분을 사들였다.
“정혁 도련님께서 그 많은 돈을 들이고도 까딱 잘못하면 밀매왕에게 경영권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으으음.”
차 회장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 얘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심 사장은 피식 웃었다.
“거참 쓸데없는 걱정을.”
다들 고개가 홱 돌아갔다.
한껏 예민한 표정을 한 채로.
“알만한 양반이 왜 이러십니까? 지극히 현실적인 걱정입니다만?”
“이 바닥에 그런 식으로 눈 뜨고 기업 뺏긴 이들이 어디 한둘이어야 말이지요.”
“태성반도체가 태성전자의 산하로 들어왔으니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태성전자는 태성그룹의 지주회사예요.”
심 사장은 두 손을 들어 워워, 했다.
“압니다. 누가 그걸 모릅니까? 그러니까 하는 소립니다.”
심 사장은 품에서 보약 팩을 한가득 꺼내 돌렸다.
얼떨결에 보약 한 팩씩을 나눠 받게 된 핵심 계열사 사장들은 어리둥절했으나.
심 사장은 솔선수범하여 먼저 보약 팩부터 쪽쪽 빨아 먹었다.
“밀매왕은 때려죽여도 태성반도체 지분은 안 팔 겁니다.”
“허, 그럼 문제가 더 심각해지겠는데요?”
“반대로 그 지분을 안 팔려고 악을 쓰며 꿍쳐둔 쌈짓돈까지 전부 토해내실걸요?”
“……예?”
다들 눈을 껌뻑일 때, 심 사장은 음흉하게 우후훗 웃었다.
“밀매왕이라고 별수 있겠습니까? 정혁 도련님한테 딱 붙어 있고 싶으면 알고도 당하는 수밖에요.”
모두의 머리에 물음표만 남겨둔 채, 심 사장은 다 마신 보약 팩을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됐고. 그딴 쓸데없는 논의를 할 바엔 제 용건이나 들어주십시오.”
“용건?”
“그동안 빌려 쓰셨던 우리 JH투자 사무실 식구들이나 전부 토해 놓으세요.”
“음?”
심 사장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태성에너지 윤 사장이 들고 있는 서류 가방을 가리켰다.
지퍼가 잘 안 다물릴 정도로 인수할 정유회사 검토 서류로 꽉꽉 들어찬 가방이 두 개였다.
“국내 정유회사 검토에만 저 지랄인데, 이젠 아주 글로벌하게 온갖 정유회사를 다 뒤져다 내놔야 할 판인지라.”
“……?”
“세계 메이저 정유회사는 물론 일본, 중국, 대만의 정유 기업까지 훑어보려다간 과로사로 죽기 딱 좋겠더라고요.”
심 사장은 손을 딱 펼쳐서 당당하게 요구했다.
“그러니까 데려갔던 우리 사무실 식구들 도로 내놓으시란 말입니다.”
맡겨뒀던 걸 도로 찾겠다는, 비장한 요청이었다.
“우광의 실무진들 포함, 우광의 임원진들까지 싹 다 내놔요!”
하지만 다들 난감한 얼굴로 모른 척하기 시작했다.
“JH투자 출신들이 일을 워낙 잘해서 말이지.”
“안 그래도 내가 크게 키워 보려고 공들여 가르치는 중이라서.”
“귀한 인재를 그렇게 막무가내로 도로 데려가겠다는 건 좀…….”
이 사람들이?
심 사장의 한쪽 눈썹이 씰룩거렸다.
“우리 사무실 식구들 당장 내놓지 않겠다면, 전 JH투자의 이름으로 주총 열겠습니다!”
“……!”
권리 주장에는 협박이 필수였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방금 유공 인수대금 2억 달러에 가진 계열사 지분을 탈탈 털리고 나온 이들이었다.
물론 그 계열사 지분은 JH투자의 이름으로 둔갑하여 돈세탁까지 끝마친 상태였다.
그리고 심 사장은 JH투자의 바지사장이란 말씀.
“다른 것도 아닌, 우리 정혁 도련님께서 추진하고자 하는 일인데, 인력 부족으로 인한 차질이 웬 말입니까?”
심 사장이 우후훗, 하고 웃는 얼굴엔 꿍꿍이가 넘실거렸다.
정혁이와 똑같은 웃음이었다.
“만일 이 요청이 묵살된다면 저는 즉시.”
“즉시?”
다들 긴장한 얼굴로 마른침을 삼켰다.
‘주총을 소집하여 사장 해임안을 상정하려나?’
‘투자안 부결을 선언하려나?’
‘그럼 유공은 어떻게 되는 거야?’
심 사장은 비장하게 외쳤다.
“사표 쓰고 JH투자 바지사장 때려치우겠습니다!”
“……?”
핵심 계열사 사장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작 그게 협박이야?’라는 뜻이 다분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김 비서만큼은 몹시 충격받은 얼굴로 입을 떡 벌렸다.
“안 됩니다, 심 사장님! 그 무슨 끔찍한 소리를!”
평소 차갑게, 흐트러짐 없이, 과감하게 맡은 일을 해치우기로 유명한 김 비서였으나.
이번만큼은 그도 냉정을 유지하지 못했다.
“심 사장님께서 사표를 쓰시는 순간, 여기 있는 이분들 전부 정혁 도련님께 강제로 끌려가 그 뒷감당을 하셔야 할 겁니다!”
순망치한이라고 했다.
“이미 해당 계열사 지분까지 정혁 도련님께 탈탈 털리신 데다, 정혁 도련님께 투자금 지원받는 마당이 아닙니까?”
돈이 웬수고, 지분이 깡패다.
“위에서 까라면 까야죠. 별수 있습니까?”
받은 만큼 토해내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
“심지어 사장님들은 충성 맹세까지 하지 않으셨습니까? 정혁 도련님의 표현에 따르면, ‘연판장이 X으로 보이시나?’일 텐데요?”
“……!”
“이것도 따지고 보면 다 태성 키우자고 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누군가는 곡소리 나게 굴러야 하는 법.”
“……!”
“그럼 과연 심 사장님 대신 구를 사람은 누굴까요? 설마 회장님이겠습니까? 아니면 부회장님일까요?”
“……!”
그럴 리가 없지!
핵심 계열사 사장들이 벼락 맞은 표정으로 뻣뻣하게 굳었다.
경악과 공포가 가득했다.
심 사장의 얼굴에 짙게 드리운 다크서클과 입을 열 때마다 폴폴 풍겨오는 보약 냄새가 심상치 않았다.
경영의 귀재라는 심 사장도 JH투자에 들어가기 전엔 저런 몰골을 하고 있진 않았다.
“정혁 도련님은 인재를 몹시 좋아하십니다. 여기 계신 이분들이라면 따로 덧붙일 것도 없으시죠.”
김 비서가 은테 안경을 추켜올렸다.
차갑게 번뜩이는 김 비서의 눈빛이 우후훗, 하는 웃음과 함께 안경테 너머로 사라졌다.
“참고로 전 연판장 안 썼습니다.”
차 회장이 제일 먼저 충격받은 얼굴로 김 비서를 돌아보았다.
“이럴 수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 비서가 연판장을 안 썼어?”
다른 계열사 사장들도 마찬가지였다.
“김 비서, 자네가 이럴 줄은……!”
“누가 봐도 정혁 도련님의 최측근인 줄 알았는데……!”
특히 심 사장의 배신감은 대단했다.
“정혁 도련님의 몽블랑 만년필, 그것도 김 비서 자네가 준 거라면서!”
그런데 이게 웬걸?
“아니, 이 인간은 대체 언제 튀었냐!”
김 비서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핵심 계열사 사장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것을 알아차린 차 회장이 비장한 목소리로 결단을 내렸다.
“다들 회사로 돌아가면 즉시 JH투자 사무실 식구들 도로 복귀시켜!”
“예, 회장님.”
“그걸로 되겠어? 엘리트 실무진들 차출해서 더 보내!”
“엘리트 실무진들까지? 그놈들 장차 태성의 임원이 될 놈들입니다.”
“그러니까. 이왕이면 일머리 있는 놈들로만 골라 정혁이 밑으로 보내란 말이야.”
차 회장은 뒷짐을 진 채 담장 너머를 바라보았다.
눈앞의 장애물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처럼.
더 멀리,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총수의 뒷모습이었다.
“싫으면 자네들이 직접 가서 구르든가!”
* * *
동남쪽 스컹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일본 총리가 똥줄이 타는가 봅니다. 지난번 주인어른 조문객을 포함해 두어 배에 가까운 인원을 끌고 방문하겠다는 연락입니다.”
태성그룹 사람들을 먼저 내보낸 이유였다.
“따로 먼저 제안한 바는 없고요?”
이를테면 상속세 감면이라든가, 증여세 면제라든가, 지분 협상이라든가.
하지만 동남쪽 스컹크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일본 총리가 직접 협상에 나설 모양이군.’
그러니 먼저 제 패를 까지 않는 것일 테고.
아버지가 도끼눈을 떴다.
“야쿠자의 제안은 들어볼 것도 없다. 무조건 안 돼.”
하여간에 이놈의 야쿠자!
‘야쿠자는 이미 손 털고 빠지기로 말 다 끝난 지 오래인데. 그놈들은 또 왜 온대?’
도중에 뭔가 삐끗한 게 있나?
나는 동남쪽 스컹크를 슬쩍 바라보았다.
동남쪽 스컹크는 재빨리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야쿠자 간부에 대해선 걱정할 것 없습니다. 미리 이쪽에서 제대로 손을 써 뒀으니까요.”
“형이 포섭했다면 더더욱 안 돼.”
“왜? 내가 못 미더워?”
“아니, 칼부림 날 게 뻔해서.”
“…….”
동남쪽 스컹크는 입을 다물었다.
반박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정곡을 제대로 찔린 모양이었다.
‘야쿠자는 대체 어느 틈에 구워삶았나 몰라?’
그건 그것대로 흥미롭다.
마음에 든다!
“그래서 언제 온대요?”
“12월 31일입니다.”
송년의 밤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다.
아버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한일 양국의 정상회담이 언제 잡혔었지?”
동남쪽 스컹크는 피식 웃었다.
“정씨 집안의 차기 수장께 대가리 박으러 온다는데, 정상회담은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