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75)
재벌집 만렙 아들-375화(375/416)
375. 정말로 유공을 우리 태성에?
금조그룹 조 회장이 왜 지도를 선물로 보냈는지 궁금해졌다.
포장을 벗기자 코팅된 고급 지도가 세 장 나왔다.
서울시 지도, 대한민국전도, 세계전도였다.
‘파란색 스티커를 붙여놨네?’
서울시에 붙여놓은 스티커는 여의도와 을지로에.
대한민국전도에는 서산 간척지와 광양만에.
세계전도는 중동과 동남아에 붙여놓았다.
“선물용 지도에 스티커를 붙여놓다니. 실례 아니에요?”
“아주 중요한 곳이기에 조 회장님께서 따로 특별한 표시를 해 주신 겁니다.”
금조그룹 장 비서는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궁금하다면 아버님께 보여드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인제 보니 속셈은 따로 있었구만!
“뭐 이까짓 것 가지고.”
나는 콧방귀를 꼈다.
“여의도엔 명동의 증권사들이 대거 이주하기 때문에, 을지로엔 대규모 쇼핑센터가 들어가기 때문에.”
금조그룹 장 비서의 놀란 얼굴이 볼만했다.
“서산에는 국내 최초 민간 주도 간척사업을 실시하기 때문에, 광양만엔 우리 태성제철소 때문에.”
“……!”
“중동엔 건설 붐 때문에, 동남아엔 시장 개척한다고 붙여놓은 거 아니에요?”
“그, 그걸 어떻게……!”
“태성과 사업 파트너로 함께하길 원한다면 정정당당하게 제안하세요.”
나는 파란색 스티커를 떼어서 탁탁탁 다시 붙였다.
“우리 아빠는 인간적으로 제법 통 크고 시원시원한 남자거든요.”
선물 받은 지도 세 장을 곱게 말아 도로 원통에 넣어 건넸다.
“그런 의미로, 이 선물은 돌려드릴게요.”
“예?”
“금조그룹 조 회장님께 보내는 제 선물이라고 쳐요.”
금조그룹 장 비서는 의아한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
“도련님, 그 스티커 말입니다만. 이건 무슨 의미인지 혹시 설명을…….”
“궁금하면 태성에 직접 사업 제안을 건네셔도 좋아요.”
나는 씩 웃었다.
“우리 아빠는 사업적으로도 제법 유능한 남자거든요.”
선물엔 선물로.
제안은 제안으로.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줬으니 내 용건은 이것으로 끝이다.
나는 정중하게 작별 인사했다.
“의미 있는 후원행사니까 좋은 시간 보내다 가세요.”
“자, 잠깐만요, 도련님!”
금조그룹 장 비서가 실수했다는 얼굴로 쩔쩔매거나 말거나.
나는 등을 돌렸다.
어느새 스승님은 웃음을 터트리며 내 뒤에 바짝 붙어 섰다.
“금조그룹 조 회장이 무척 애가 달았나 봅니다.”
“태성건설과 겹치는 부분이 많으니까요. 욕심날 만하죠.”
차윤성 사장의 방만한 경영 때문에 태성건설이 주춤하는 동안, 금조건설이 중동 건설 붐을 타고 크게 치고 올라왔다.
주베일 산업항 건설에 관한 단독 매출 예상액만 약 9억 5천만 달러.
무려 대한민국 반년 치 정부 재정금에 해당하는 액수를 금조건설이 벌어들이게 된 셈이다.
“금조그룹 조 회장이 왜 도련님을 통해 이런 제안을 보냈던 걸까요?”
“우리 아빠한테 미끼 던지려고요.”
나는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아 보였다.
“석유파동 때문에 은행과 사채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잖아요.”
“오호?”
“서산 간척지가 1만 6천 헥타르예요. 4,840만 평을 정부 보조 없이 혼자 먹어 치우려니 주머니 사정이야 뻔하죠.”
“호오!”
스승님의 눈이 가늘어졌다.
“설마 이것까지 내다보시고 사채를 걸어 잠그신 겁니까?”
꼭 금조그룹만을 노리고 한 일은 아니지만.
아예 염두에 두지 않은 것도 아니다.
원래 사채는 불황기에 풀어서 호황기에 거둬들이는 법이거든.
“사실 금조건설과의 사업 공조라면 태성건설엔 솔깃한 제안 아닙니까?”
어쩌면.
스승님은 금조그룹 장 비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을 보고 피식 웃었다.
“이참에 푼돈 들여서 금조건설도 짭짤하게 받아 챙기는 건 어떻습니까?”
“지금으로선 금조건설이 딱히 아쉽지 않거든요.”
나는 우후훗, 웃었다.
“제가 노리는 건 따로 있거든요.”
그건 바로 금조자동차!
우리 태성자동차와 어깨를 나란히 할 대표적인 경쟁 기업이었다.
‘큰아버지 쪽에서도 슬슬 곡소리가 날 때인데.’
일찍이 석유파동을 대비해 월동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다들 한목소리로 높였는데도.
기어이 고집을 부려 우광자동차와 우광중장비까지 챙겨서 덩치를 키웠다.
우리는 이미 이에 관해 논한 적 있다.
-큰아버지 계획대로 태성자동차의 덩치를 무지막지하게 키운다면, 석유파동이 터졌을 때 받을 타격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세요?
-휘청거리는 정도에서 그칠 리 없습니다.
-부도를 면키 힘들 겁니다. 어쩌면 다른 계열사들까지 도미노처럼.
전생에서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석유파동 직후 큰아버지는 태성자동차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었다.
태성자동차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안 그래도 제2차 석유파동에 기름값이 치솟으며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텐데.’
전생에서는 심 사장이 독일 자동차 기업과 기술제휴를 성사시키고, 새봄자동차를 헐값에 인수해 태성자동차는 기사회생했다.
엔진 기술로 연비를 높이고, 차체를 줄여 에너지 효율을 추구했거든.
‘태성자동차, 이번엔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길 수 있으려나?’
나는 일부러 큰아버지를 막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큰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태성전자 지분 3%, 그리고 큰어머니의 친정이 가지고 있는 태성전자 지분.’
태성자동차냐, 태성전자냐.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큰아버지께 달렸다.
인생은 원래 선택의 연속이고, 선택은 욕망에서 기인하는 법이다.
‘태성그룹 총수 자리를 두고 벌어질 분란의 싹이라면 미리 없애고 가야지.’
가족끼리 경영권 승계 문제로 피 보는 건 영 탐탁지 않아서.
재벌가에선 흔히 일어나는 혈투지만, 태성은 한 식구니까.
나는 홀을 스윽 둘러봤다.
‘허?’
큰아버지가 공들여 설득하는 사람 얼굴이 낯익었다.
금조자동차 사장과 금조그룹 조 회장이었다.
마침 금조그룹 조 회장이 고개를 돌렸던 탓에, 나와 눈이 마주쳤다.
조 회장은 미련 없이 등을 돌려 이쪽으로 향했다.
‘흐음.’
하지만 금조그룹 조 회장을 붙잡은 이는 따로 있었다.
바로 작은아버지였다.
‘다들 금조그룹 조 회장님께 용건이 참 많구만.’
정작 금조그룹 조 회장이 러브콜을 보낸 사람은 우리 아버지인데 말이다.
스승님이 내 손에 무언가를 쥐여줬다.
‘이건 또 뭔데 황금빛이야?’
황금빛이 번쩍거리는 게 무척이나 수상한 종이였다.
“도련님의 예상대로 일본 총리 일행이 어르신의 저택을 찾더군요.”
스승님은 몸을 굽혀가며 작게 속삭였다.
“뇌물이랍니다.”
“호오?”
솔깃했다.
“일본의 수상 정도 되면 생각보다 아주 많은 것을 도와줄 수 있다는 당근과 함께.”
스승님은 쓰게 웃었다.
“국가부도를 내는 것만큼이나 회사 몇 개 말아먹는 것도 참 쉬운 일이란 협박도 하더군요.”
“마음에 들어요. 말이 아주 잘 통할 것 같네요.”
“……예?”
“안 그래도 굵직한 회사 몇 개쯤 말아먹겠단 각오가 필요하던 때였거든요.”
스승님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왕이면 지저분한 진흙탕 싸움보다 깔끔한 윈윈의 거래가 좋지 않겠어요?”
“그것까지 내다보신 겁니까?”
아니, 왜 이렇게 놀라는 얼굴이야?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들은 사람처럼.
“역시 우리 도련님, 일본 총리의 속까지 전부 꿰뚫어 보셨군요.”
스승님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홀에 모인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우광이 도착했다.”
“우광그룹 총수 일가와 우광 계열사 사장단이 온다.”
우광그룹 총수 일가와 측근들이 홀에 도착했다.
가장 앞에서 걷고 있는 건 지팡이를 짚으면서 크게 절뚝이는 남자, 우광그룹 명예회장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은 여전해 보였다.
할아버지가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우광아, 오랜만이다. 잘 왔다.”
“차태성, 넌 얼굴이 활짝 폈구나.”
우광그룹 김대식 회장이 먼저 허리 숙여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차 회장님.”
“대식이, 아니, 이젠 김 회장이라 해야지. 오느라 고생했네.”
할아버지는 우광의 젊은 회장과는 악수를 나눴다.
그런데 우광그룹 김우광 명예회장 뒤에서 젊은 여자가 나오며 인사했다.
“오랜만이에요, 차 회장님.”
“영선아.”
영선? 설마 김영선?
나는 흠칫해서 손가락을 부딪쳤다.
딱.
‘어이, 수호신.’
[왜? 무슨 일인데?]‘저기 좀 가 봐. 김영선이라잖아.’
[영선? 그게 누군데?]‘우리 아버지와 약혼했던 여자.’
[간닷!]재벌가의 막장 드라마를 유독 좋아하는 저승사자가 눈을 반짝이며 달려 나갔다.
스르륵 연기처럼 미끄러지는 속도가 보통이 아니었다.
‘전생에 우리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그녀는 차윤성의 이혼한 첫째 아들과 재혼하여 우광과의 혼맥을 이었었지.’
할아버지가 무척 미안한 기색으로 그녀를 반겼다.
“그래, 노 소장의 조카와 약혼했다며? 결혼식은 언제쯤 올릴 생각이냐?”
“5월이에요.”
김영선이 청첩장을 건넸다.
“성준 오빠는요?”
“글쎄, 어디 갔나? 아무래도 손님을 맞이하느라 정신없는 모양이다.”
“그렇겠죠. 태성그룹 부회장님이라는데요.”
김영선은 가볍게 인사하며 등을 돌렸다.
“제가 찾아볼게요.”
“굳이 안 그래도…….”
“그럼 실례할게요.”
할아버지가 그녀를 만류할 새도 없이, 그녀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멀어졌다.
할아버지가 난처한 한숨을 내쉬었다.
“우광아, 넌 안 말릴 거냐?”
“안 말렸겠냐?”
“노 소장도 오실 텐데. 괜찮겠냐?”
“안 괜찮으면 또 어쩌겠냐?”
우광그룹 김우광 명예회장도 쓴웃음을 흘렸다.
“7년이나 된 약혼을 깨는데 어떻게 당사자가 쏙 빠진 자리에서 우리끼리 합의를 볼 수 있냐고 원망하더라.”
김우광 명예회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별에도 예의는 있어야지. 파혼 얘기 꺼낸 놈이 알아서 수습하라고 해.”
“……이따 같이 위스키나 할까?”
“더덕주 맛있더라. 더덕주 없냐?”
“그 더덕주가 어떤 더덕주인데? 닥치고 인삼주나 마셔.”
수군대던 사람들이 돌연 조용해졌다.
“대통령 각하께서 오셨다!”
연주자들의 합주 소리와 초대 가수의 노래가 동시에 멎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양복을 차려입은 대통령이 앞장서 걸었다.
그 뒤를 청와대 경호실장과 중정부장이 따랐다.
육군보안사령관과 그의 최측근인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 노 소장도 함께였다.
사람들은 그들의 입장을 빤히 지켜보며 숨죽였다.
얼굴마다 떠오른 물음이 비슷했다.
-왜 송년의 밤 행사에 대통령 각하가 나오셨지?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줄줄이 뒤따르는 사람들의 면면이 다들 보통이 아니었다.
각 부처의 장차관은 물론이고, 공화당과 민주당, 사회당의 당 대표와 당 간부가 행렬에 동참했다.
육해공군의 군 장성까지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다들 턱이 빠지도록 놀랐다.
할아버지가 쏜살처럼 튀어 나가 대통령을 맞이했다.
“각하, 오셨습니까?”
“음.”
대통령은 작게 고개를 까딱였다.
할아버지는 제일 앞에 마련해놓은 귀빈석으로 안내했다.
“진행은 되도록 간단하게.”
확성기나 마이크를 쓰지 않았음에도 대통령의 말이 또렷하게 들렸다.
다들 숨죽여 조용했기 때문이었다.
“태성의 브레인은?”
“손님맞이에 한창일 겁니다. 지금 바로 찾아오겠습니다.”
대통령은 귀빈석을 보고는 못마땅하여 미간을 구겼다.
“따로 쓸 룸은?”
“태성호텔 바(Bar)로 모실까요?”
대통령이 손가락을 까딱했다.
청와대 경호실장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청와대 경호원들을 부렸다.
“위층 통제해. 태성호텔 바를 점검하고 그 자리에서 대기한다.”
“예, 알았습니다!”
대통령의 목적지가 확실해졌다.
대통령은 주변을 살폈다.
“누구 찾으시는 사람이라도 있으십니까?”
“김병식 안 왔나?”
“대한석유공사 사장이라면 아직입니다.”
“미국 걸프사에서는?”
대통령은 귀빈석에 털썩 앉으며 팔짱을 꼈다.
“초대장 보내라고 일러뒀을 텐데?”
“그 말은…….”
할아버지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잔뜩 긴장한 표정이 딱딱했다.
“정말로 유공을 우리 태성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