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80)
재벌집 만렙 아들-380화(380/416)
380. 아빠, 바통 터치
금조그룹 조 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2억 달러로는 유공의 지분을 절대 못 사들일 겁니다.”
“왜?”
“그간의 적자를 유공과 걸프사가 몽땅 떠맡고 있는 실정이잖습니까?”
유공의 적자가 상당했다.
두 번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치솟는 물가를 잡아보려고 악을 쓴, 고육지책의 결과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배럴당 2.9달러에 거래되던 원유가 한 달 만에 12달러를 돌파, 지금은 30달러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원유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좀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
“조만간 배럴당 40달러 선도 가볍게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조그룹 조 회장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물가가 미쳐 날뛰고, 기업들이 줄도산에 직면한 시점입니다.”
그중에 석유로 인한 치명타를 가장 크게 받은 것이 바로 정유회사.
덩치가 제일 큰 유공을 으뜸으로 들 수 있다.
“유공이 넘어지면 대한민국이 휘청거릴 겁니다.”
대통령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금조그룹 조 회장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지금 산유국을 제외한 서방의 정유사에 쌓인 적자가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걸프사도 예외는 아니죠.”
경영 악화로 인한 경영진 전원 해고를 목전에 둔 상태였다.
“어차피 잘릴 상황이라면…… 상대를 물고 늘어질 확률도 높다고 봅니다.”
“음?”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거죠. 물어뜯을 제물을 바쳐서.”
제물이라는 소리에 대통령의 눈빛이 돌변했다.
사람을 통째로 씹어 먹어도 시원찮아 보이는 살벌한 눈빛이었다.
금조그룹 조 회장은 눈 딱 감고 말했다.
“걸프사는 아마 유공이 망하거나 말거나 관심 없을 겁니다.”
“유공이 망하면 쥐고 있던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는데. 그럼 걸프사도 난감해지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대통령이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더구나 걸프사는 재정 악화가 지금 몇 년째야?”
한때 걸프사는 전 세계 정유소 중 가장 규모가 큰 회사로 손꼽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최근 쿠웨이트와 수에즈 운하의 개통으로 인한 손실이 너무 컸다.
록펠러 가문의 정유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게 뒤처진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지금은 쥐고 있는 유공의 주식이라도 던져 손해를 줄여야 하는 때일 텐데.”
“일반적인 개인 기업의 경영 악화 상황이라면 그렇게 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묘합니다.”
“어떻게?”
“유공이 무너지면 걸프사보다 대한민국이 받을 타격이 훨씬 크고 강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미간을 사정없이 구겼다.
“대한민국을 어찌 걸프사와 갖다 대?”
“걸프사와 달리 대한민국은 경제가 어렵다고 국민들을 이민 보내고, 강제로 사유재산을 강탈해 거둬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하지만 걸프사는 도산 위기가 닥치면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자산을 헐값에라도 처분해 버틸 수 있다는 소리.
“걸프사가 만일 대한민국 국민들을 인질로 잡고, 손해를 전부 정부한테 떠넘길 작정을 한다면…….”
금조그룹 조 회장은 나지막하게 탄식했다.
“유공은 대한민국 원유 공급의 주축입니다. 유공을 버릴 순 없습니다.”
대통령의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국가부도를 겪고 싶지 않으면 웃돈을 크게 얹어서 주식을 사 가라, 뭐 이런 속셈이다?”
금조그룹 조 회장은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작게 덧붙였다.
“그런 게 아니고서야 각하의 부름에 이리 늑장을 피울 리가…….”
“태성의 브레인.”
“예.”
“만일 걸프사가 정말 저렇게 뻣뻣하게 나온다면 본때를 보여주도록.”
대통령은 술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탁.
“누구를 인질로 잡든, 무엇으로 협박하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
아버지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눈빛이 뜨거웠다.
“오늘 걸프사가 쥐고 있는 유공의 지분을 무조건 박박 긁어 와. 알았나?”
“예.”
“만일 걸프사가 미국을 등에 업고 날뛴다면.”
대통령은 섬뜩하게 웃었다.
“자네도 한국을 등에 업고 뭉개버려.”
대통령이 보란 듯이 중정부장을 턱 끝으로 가리켰다.
중정부장도 자신 있게 한마디 보탰다.
“미국 꼴통들을 물에 처넣는 건 일도 아니지.”
중정의 서빙고 물고문실을 언제든 개방해 주겠다는 투였다.
똑똑똑.
“각하, 유공의 김병식 사장님과 걸프사 사람들이 도착했습니다.”
“들여보내.”
벌컥.
문이 열리자마자 유공의 김병식 사장이 웃는 낯으로 굽신거렸다.
그는 뒤뚱뒤뚱 걸어오며 식은땀을 닦아냈다.
“오랜만입니다, 각하. 중정부장님, 경호실장님.”
유공의 김 사장은 순서대로 깍듯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오는 길에 교통사고라도 났나?”
왜 이렇게 늦었냐는 타박이었다.
“교통사고는 아니지만, 제법 골치 아픈 상황이긴 합니다.”
유공의 김 사장은 난처한 얼굴로 뒤를 가리켰다.
“걸프사에서는 유공의 지분을 가져가고 싶으면 시가 5배는 줘야 한다고 우기지 뭡니까?”
순간 룸에서는 정적이 흘렀다.
대통령이 담배를 물자, 청와대 경호실장이 즉시 불을 붙였다.
느릿하게 연기를 후, 흘려보낸 후에야 대통령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총 얼마를 불렀는데?”
“10억 달러입니다.”
금조그룹 조 회장이 숨을 들이마셨다.
“10억 달러?”
신음처럼 헛웃음을 흘린 것도 금조그룹 조 회장뿐이었다.
그가 눈치껏 마저 입을 다물자, 룸 안은 도로 조용해졌다.
“대한민국 재벌그룹을 다 털어봤자, 그만한 인수금을 낼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거라고 했더니.”
유공의 김병식 사장은 쩔쩔맸다.
“그럼 대한민국 정부가 사면 될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
대통령은 말없이 담배를 뻑뻑 피웠다.
“10억 달러가 뉘 집 개 이름이야?”
“10억 달러도 없어?”
걸프사 협상단장이 과장된 표정으로 거들먹거렸다.
“어때? 생각보다 푼돈이지?”
“푼돈?”
대통령은 뻑뻑 피우던 담배를 툭툭 털어냈다.
“지금 유공이 얼마나 한다고?”
“4억 달러 정도 할 겁니다.”
“유세가 너무 과하군.”
걸프사 협상단장은 팔짱을 꼈다.
“대한민국의 원유 유통을 독점하고 있는 게 바로 유공인데, 10억 달러도 싸지!”
걸프사 협상단장이 고개를 홱 돌렸다.
“싫으면 말고! 안 팔아!”
“저, 저, 저 무례한……!”
금조그룹 조 회장은 기함했다.
“대통령 각하 앞에서 어찌 그런 오만불손한 말본새로……!”
“나 미국인이야! 한국말 잘 못해!”
걸프사 협상단장은 뻔뻔한 낯으로 웃었다.
“꼬우면 주한미국 대사 부르든가!”
“뭐 이런 상놈의 새끼가 다 있지?”
“제3자는 빠져! 네가 유공 살 거야?”
걸프사 협상단장은 콧방귀를 뀌었다.
“10억 달러 없으면 꺼져!”
“야!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양키 놈의 새끼가 지금 뉘 앞에서……!”
대통령이 손을 들자, 파르르 떨던 금조그룹 조 회장이 이를 악물었다.
대통령은 금조그룹 조 회장의 입을 다물게 하고 말없이 담배를 새로 물었다.
더 해 보라는 듯이.
그러자 걸프사 협상단장은 기세등등하여 으름장을 놓았다.
“짜증 나면 주주총회 소집하는 수가 있어!”
걸프사 협상단장은 손가락 5개를 쫙 펼쳤다.
“우리에겐 유공 지분 50% 있다! 너희는 50% 없지?”
그야 돈이 필요할 때마다 지분을 매각해 운영 자금으로 썼으니까.
중정부장이 유공의 지분을 회수하느라 그간 바쁘게 움직였다니까 말 다 했다.
“자꾸 빡치게 굴면 우리 주주총회 열어서 대표 바꾼다?”
“……!”
“아니면 걸프사와의 인수합병안을 통과시켜버리는 수도 있어!”
무시무시한 협박이었다.
대통령의 입매가 씰룩거리자, 걸프사 협상단장은 손을 들어 사전에 그 뜻을 분명히 했다.
“이건 민간 기업 간의 시장 행위니까 정부는 간섭할 수 없어! 꼬우면 국제중재재판소에 회부하든가!”
국제중재재판소(ICC)는 국제상업법에 따라 글로벌 기업 간의 인수 합병에 관한 분쟁을 조정하는 국제기구였다.
“대통령이 끼어들면 우리도 미국 대사와 미국 대통령 부를 거야! 어때? 감당할 수 있겠어?”
걸프사 협상단장은 쐐기를 박았다.
“그러니까 10억 달러야! 한 푼도 못 깎아줘!”
막무가내였다.
그러니 유공의 김병식 회장이 연신 어쩔 줄 몰라 하며 식은땀만 닦아내는 수밖에.
“와, 뭐 이런 진상 새끼가 다 있냐? 이딴 양아치를 협상단 대표로 보냈다고?”
금조그룹 조 회장이 씩씩대면서 소매를 걷어붙였다.
자동반사적으로 삿대질이 튀어나왔다.
“10억 달러 같은 소리 하네! 그 돈이면 유공을 두 개를 사고도 2억 달러가 남아!”
“그럼 그렇게 하면 되잖아?”
걸프사 협상단장은 배를 쭉 내밀었다.
“산유국도 아닌 주제에. 우리 걸프사는 하나도 아쉽지 않아! 코딱지만 한 한국 시장 따윈 없어도 안 굶어!”
“허! 저, 저, 저 쌍놈의 새끼가……!”
“거지새끼가 하는 말은 듣고 싶지도 않네?”
“지금 누구더러……!”
금조그룹 조 회장이 어디 가서 이런 모욕을 당해 봤겠는가.
그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펄쩍 뛰었다.
“너 지금 말 다 했냐?”
“어. 다 했어.”
걸프사 협상단장은 손을 흔들었다.
“대통령의 부름에 응했고, 위협적인 행동도 안 했고, 걸프사의 입장 전달도 끝났으니까. 그럼 우린 간다!”
걸프사 협상단장은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청와대 경호실장이 그 앞을 막아섰다.
“각하의 허락이 아직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미국인을 억압, 구금, 강제하는 행위는 국제적인 분쟁을 일으킬 수 있지. 비켜!”
“연두부같이 생긴 새끼가. 좋은 말 할 때 뒤로.”
“너나 뒤로 물러서. 내 몸의 솜털 하나만 건드려 봐! 진짜 국제분쟁 되는 거야!”
유공의 김병식 사장은 줄줄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이고, 왜 또 이러실까. 우리가 언제 억압, 구금, 강제를 했다고요?”
걸프사 협상단장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러지 말고 우리 술 한잔씩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우린 말 다 했다니까? 10억 달러에서 한 푼도 못 깎아주니까 돈 마련하면 연락해. 그럼 안녕.”
“앉아.”
대통령이 턱 끝을 까딱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였다.
걸프사 협상단장은 대통령을 힐긋 보더니 그대로 룸을 나가려고 했다.
“유공에 압수수색, 세무조사 들어가도 괜찮겠나?”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데?”
“걸프사에 배당금이 1원 한 장이라도 더 갔으면 어떻게 될까?”
“……!”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기업은 없다.
그것이 정부를 등에 업고 독점하다시피 해 먹은 기업이라면 더욱더.
“국제중재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는 것은 걸프사만이 아니야.”
대통령은 담뱃재를 톡톡 털었다.
“유공의 정경유착이나 고위 공직자 뇌물 수수까지 드러나면 국제법까지도 갈 것 없다.”
“그건 우리가 아니라 너희 나라 경영진의……!”
“주주총회를 열어 경영진을 갈아 치울 수 있는 대주주라면서? 부실 감사.”
대통령은 고개를 모로 기울여 까딱였다.
“앉아.”
“이익!”
어쩔 수 없이 걸프사 협상단은 금조그룹 조 회장 맞은편 소파에 털썩 앉았다.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의 기업을 압박하고, 부당이득을 위해 협박을……!”
“협상은 저쪽과 해야지.”
대통령은 줄담배를 피우면서 턱 끝으로 아버지를 가리켰다.
그에 따라 걸프사 협상단의 시선이 일제히 아버지에게 쏠렸다.
“이쪽도, 요쪽도 아니고 저쪽?”
대통령과 금조그룹 조 회장이 아니라 아버지라고 하자, 걸프사 협상단은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무릎 꿇고 통사정하기엔 애송이가 제격이지.”
“글쎄. 그건 두고 보면 알 일이고.”
대통령은 손가락에 담배를 끼운 채 손을 까딱했다.
“어떡하겠나?”
“걸프사 쪽의 입장을 들었으니, 이제 우리 쪽 입장을 전한 후 제대로 된 협상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벌떡.
아버지가 일어났다.
대통령을 비롯해 모든 이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대통령 각하 앞에서 실랑이를 벌일 수야 있나요. 자리 옮기겠습니다.”
아버지는 옷매무새를 고치며 정중하게 안내했다.
“이는 민간 기업 간의 협상일 뿐이니, 그럼 당부대로 미국 눈치 안 보고 능력껏 후려쳐 보겠습니다.”
벌컥.
아버지가 먼저 문을 열고 나갔다.
소파에 오만불손한 자세로 기대앉아 거들먹거리던 걸프사 사람들은 벙찐 얼굴이 되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바통 터치.”
나는 아버지와 짝 소리가 나도록 손바닥을 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