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82)
재벌집 만렙 아들-382화(382/416)
382. 아직이에요
걸프사 협상단장은 휘파람을 불었다.
“이러면 2천5백만 달러라 이건가?”
“맞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네. 계약서 또 써봐. 또 찢게.”
“후회하실 텐데요?”
“후회할 게 뭐 있어? 도장 찍을 생각도 없는데.”
걸프사 협상단장은 테이블 위에 올렸던 다리를 꼬아 구두 끝을 까딱거렸다.
“유공이 넘어지면 아쉬운 건 우리가 아니야. 한국이지.”
걸프사 협상단장은 느긋한 얼굴로 낄낄댔다.
“우리가 이렇게 친절하게 구는 건 오늘 이 순간까지란 것만 알아둬.”
친절 같은 소리 하네.
“한국 대통령의 체면을 봐서 협상안을 제시해 준 거고. 내일부턴 우리도 실력 행사에 들어간다.”
그들은 50%나 되는 유공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였다.
걸프사 협상단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일단 유공 대주주의 이름으로 임시 주총을 소집해야겠죠?”
“그런 다음에 대표와 임원진 해임에 관한 안을 발의할 겁니다.”
“당연히 우리 쪽 인사를 대표 자리에 앉히고.”
“마지막으로 매각 및 인수 대상 기업으로 올리면 되려나?”
분위기 몰이를 통해 상대를 압박하는 전략이었다.
“잘못하다간 유공이 딴 나라에 넘어가게 생겼네?”
“국가 기간산업이 다른 나라의 자본에 잠식되면 어떻게 될까?”
“아프리카 꼴 나는 거지. 한국 정부가 그것도 모르려고?”
“그러고 보니 요즘 일본 놈들이 그렇게 돈이 많다며?”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이건 한국이 일본에 이를 세운다는 것을 알기에 할 수 있는 소리였다.
“일본 놈들이 유공을 먹어 치운다면 한국에선 아주 재밌는 일이 벌어지겠는데?”
걸프사 협상단장은 씩 웃었다.
“한국의 정유회사를 다 합쳐봐야 유공의 발끝도 못 따라가는 상황이니, 일본 정유회사가 치킨게임을 벌이면 싹 다 박멸될 테고.”
걸프사 협상단장은 깍지 낀 손을 뒷목에 받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원유 공급은 물론 수입까지 일본 놈들이 꽉 잡으면 한국은 바로 일본의 석유 식민지로 전락하겠는데?”
심 사장이 하얗게 질려서 입을 떡 벌렸다.
“도, 도련님……!”
실현 가능성이 낮은 헛소리가 아니었다.
“참고로 일본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도 돈이 제법 많더라고. 한국과는 달리.”
여차하면 일본 정부한테 유공을 팔아먹겠다는 협박이었다.
걸프사 협상단장은 히죽 웃었다.
“한국을 석유 식민지화할 절호의 기회일 텐데, 설마하니 10억 달러가 없어서 손가락만 빨겠어?”
나는 씩 웃었다.
“재밌네요.”
“전 하나도 재미없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잖습니까?”
아닌데?
지금까지는 충분히 예상한 범주에 속하는데, 뭔 소리야?
심 사장은 기함하여 작게 속삭였다.
“도련님, 이놈들이 이렇게까지 큰소리를 치는 것을 보면 이미…….”
“미리 일본 정부와 일본 정유기업과 연락해 봤다는 뜻이겠죠.”
“그걸 다 예상하고 있었단 말입니까?”
왜 이래요? 아마추어처럼.
“도련님, 저놈들이 일본 정부를 들쑤셔서 만일 입찰 경쟁이라도 불붙는다면… 허.”
걸프사의 협박은 걱정 많은 심 사장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4억 달러짜리 유공을 5천만 달러에 후려치는 것은 고사하고 5억 달러에도 인수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애정이 듬뿍 담긴 걱정이 쏟아졌다.
“정말로 이러다간 일본 정부, 혹은 일본의 정유회사와 함께 경매 들어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10억 달러가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에요.”
경쟁이 붙으면 가격은 올라간다.
그럴수록 유공의 지분을 틀어쥔 걸프사가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도련님, 눈 딱 감고 5억 달러…….”
“웃기고 있네!”
쿵!
걸프사 협상단장은 테이블 위에 올린 발을 들어 위협적으로 찍었다.
“10억 달러에 사든가 말든가야! 예외는 없어!”
“이보시오, 협상단 양반.”
심 사장님이 참다못해 돌아앉았다.
“아무리 그래도 10억 달러는 너무 올려쳤잖습니까.”
“5천만 달러는 너무 내려쳤지!”
“유공은 아무리 잘 쳐줘도 4억 달러짜리 회사 아닙니까?”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또 막무가내다.
심 사장은 끙 소리를 내었다.
“솔직히 말해서 10억 달러면 유공이 아니라 걸프사도 살 수 있는 돈 아닙니까?”
“뭐야? 우리 걸프사가? 흥! 우린 10억 달러로는 택도 없지!”
걸프사 협상단장은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 걸프사는 매일 13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고, 65억 달러 상당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어디 그뿐인가?
“전 세계적으로 무려 58,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주주만 163,000명에 육박해.”
걸프사 협상단장은 딱 잘라 말했다.
“그러니 우리 걸프사를 사고 싶으면 최소 100억 달러는 가져와야 할걸?”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걸프사 협상단장은 바로 발끈했다.
“당연한 소리! 우리 걸프사는 세계 9위의 글로벌 기업이라니까?”
“그래서 걸프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얼마나 되는데요?”
나는 피식 웃었다.
“창업주인 맬런 가문도 고작 17.3%밖에 안 갖고 있다면서요?”
사업엔 돈이 많이 든다.
특히 걸프사처럼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해 덩치를 키운 경우엔 더욱더.
게다가 걸프사는 각 나라 정부와 합작해 석유회사를 설립하는 게 주특기였다.
멕시코만과 캐나다,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등지에서 광범위한 탐사 및 생산활동을 벌이며 유전 개발에도 적극적이었다.
알다시피 유전 탐사와 개발에는 억 소리 나는 돈이 깨지기 마련이다.
“그러고도 지금까지 용케 버텨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셨네요?”
“그야 우리 회장님께선 아주 대단한 사업가이시니까.”
“걸프사의 백기사가 엄청 든든한가 봐요?”
“미국 정부와 미국 은행이 우리 걸프사를 아주 좋아하긴 하지.”
“그래서 회사 꼴이 이 모양인데도 여태 모가지를 보전할 수 있었군요?”
“뭐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말아먹은 사업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떻게 이리 뻔뻔하게 기세등등한가 의아했거든요.”
“너 지금 우리 걸프사를 모욕한 거냐?”
“모욕이 아니라 팩트를 말했을 뿐인데요?”
나는 방긋 웃었다.
“걸프사가 석유를 활용한 사업 확장뿐만 아니라, 각종 석유 제품 기술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올라선 건 사실이지만.”
덕분에 걸프사는 정유사업은 물론 제조업에서도 크게 두각을 드러냈다.
“수에즈 운하가 재개통되고, 유럽 석유 터미널인 유로포르트 및 마치우드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수익구조가 악화되었잖아요?”
미국 정부의 중재로 데이비드 캠프가 타결되었다.
이로써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의 국교가 정상화되며 수에즈 운하가 재개통 되었다.
무례하리만치 자신만만하던 걸프사 협상단장의 입이 단박에 다물려졌다.
뼈아플 정도로 막대한 손해를 보았거든.
“정부 감사가 나오자, 걸프사 임원들이 그간 뇌물을 잔뜩 받아 챙기며 방만하게 경영하던 사실까지 전부 드러나서 줄줄이 해고당했다면서요?”
“Sheesh!”
“그러니 무려 65억 달러에 달하던 자산까지 줄줄이 은행에 넘어가고. 싸지른 똥 치우느라 그간 고생이 많았겠어요?”
“Sheesh!”
걸프사 협상단장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박박 털었다.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다냐?”
“그럴 리가요. 영국 북해와 카빈다에서 새로 개발하던 유전 사업까지 쫄딱 망했다는 말은 아직 꺼내 보지도 못했는데요.”
“Sheesh!”
“거기에 앙골라 내전 당시 카빈다의 석유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양성했던 용병 군대 말이에요. 소련 정권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었죠?”
“……!”
걸프사 협상단장이 눈을 크게 떴다.
“그, 그걸 어떻게……!”
“이러다 아프간과 소련 사이에 전쟁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실제로 조만간 아프간-소련 전쟁이 터질 예정이었다.
걸프사 사람들의 눈에도 지진이 나긴 마찬가지였다.
“소련이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권을 준다고 찔러왔나 보죠?”
“그, 그걸 어떻게……!”
내 이럴 줄 알았지.
“소련에 용병 파병할 생각은 아니겠죠?”
“그, 그것까지……?”
쯧쯧쯧. 진짜 가지가지 하는구만!
“지금 그게 중요해요? 미국 기업이 소련 정권과 결탁하고 있다는 걸 딱 걸렸다는 게 중요하죠.”
“……!”
테이블 위에 올려놨던 걸프사 협상단장의 구둣발이 슬며시 내려갔다.
곤란해 보이는 눈동자와 무너지는 표정, 수습할 길 없는 당혹스러움이 손에 잡힐 듯 생생했다.
“참고로 우리 한국 정부는 지금 휴전 중이라 반공에 아주 민감하거든요.”
나는 엄지로 어깨 너머를 가리켰다.
“걸프사가 사회주의 공산국가인 소련과 결탁한 빨갱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미국인이고 나발이고 간첩으로 간주할 거예요.”
“……!”
“멀리 갈 것도 없이 국가보안법에 의거해 바로 중정 물고문실로 끌려갈 테고요.”
“헉!”
걸프사 사람들은 입을 떡 벌렸다.
“왜요? 내 말이 장난 같아 보여요?”
단체로 눈동자에 지진이 났다.
그야 진짜로 장난이 아니니까.
어쩔 줄 모르고 방황하는 눈동자들이 걸프사 협상단장에게 쏠렸다.
“미, 미국 대사를……!”
“괜찮겠어요? 미국도 소련과 대적하고 있는 상황이라, 미국 대사가 바로 백악관에 콜 때리면 걸프사도 얄짤없이 공중분해 되고 말 텐데요?”
“……!”
안절부절못하던 걸프사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걸프사 협상단장을 바라보며 간절히 호소했다.
“잭, 이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닌 것 같은데.”
“이러다 우리 정말 소리 소문도 없이 끌려가 개죽음당하는 거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알잖아?”
쿵!
걸프사 협상단장이 발을 크게 굴렀다.
“닥치고 있어! 정신 사나우니까.”
걸프사 협상단장이 살벌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증거는 있고?”
여차하면 당장 주먹이라도 쓸 기세였다.
“되도 않는 협박으로 이득을 볼 생각인가 본데, 너 사람 잘못 봤어.”
노골적으로 으드득, 이를 갈았다.
“증거도 없이 함부로 우리를 간첩 취급할 순 없어. 그건 미국 정부도, 미국 대사도,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야.”
쿵!
걸프사 협상단장은 두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게다가 지금 이 자리는 사상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논하는 인수 협상 자리이고!”
까드득, 까드득 이 가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자꾸 이렇게 나오면 한국엔 인수 협상할 기회조차 안 주는 수가 있어!”
여유가 사라진 남자의 얼굴엔 악에 받친 위협만 남았다.
“유공이 무너져도 상관없어? 진짜로? 우리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일본 정부한테 유공 지분을 넘겨버리면 어쩌려고 이래?”
쿵, 쿵, 쿵!
화풀이 겸 위협용으로 테이블을 내려치며 남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우리는 유공의 지분 50%를 보유한 대주주다 이거야! 한국이 아무리 주식을 박박 긁어모아봤자 우리한텐 상대가 안 돼!”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걸프사 협상단장은 고개를 숙인 채 눈만 치떴다.
“비즈니스는 돈과 사업으로 말해야지. 안 그러냐, 꼬맹아?”
걸프사 협상단장이 입꼬리를 강제로 씨익 올렸다.
“12억 달러! 자꾸 기분 더럽게 굴면 더 올린다!”
“맘대로 해요. 대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까지야 내가 어쩔 수 있나요.”
대신 그쪽이 대주주면 이쪽도 대주주다 이거야!
그래서 준비했다.
“심 사장님.”
“청와대 비서실장님께서 전해 주셨습니다. 걸프사 지분 4.6%에 관한 권리위임장입니다.”
일성이 1.3%, 국천이 0.7%, 녹산이 0.5%, 그 외 재벌기업 및 은행이 갖고 있던 걸프사 주식을 전부 다 더했다.
걸프사 사람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걸프사 주식을 용케도 이만큼이나……!”
하지만 걸프사 협상단장은 팔짱을 끼며 으르렁거렸다.
“이 정도라고 해 봤자 공시조차 못 하는 수준이야! 주총에 의결안 하나 올리지 못한다.”
“아직이에요.”
심 사장이 준비해 뒀던 서류를 추가로 올렸다.
“JH투자에서 보유하고 있는 걸프사 주식입니다.”
전(前) 청와대 경호실장 김형원이 차명과 가명으로 사들였던 주식이었다.
“7.8%.”
“뭐?”
걸프사 협상단장이 눈을 크게 떴다.
“합쳐서 12.4%나 된다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걸프사 협상단장은 서류를 낚아챘다.
다급하게 서류를 넘겨가며 진위를 판별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아직이에요.”
탁.
“나까무라 부동산에서 보유하고 있는 걸프사 주식, 9.7%입니다.”
“맙소사! 22.1%라니!”
아직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