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83)
재벌집 만렙 아들-383화(383/416)
383. 아직도 10억 달러예요?
걸프사 사람들 중 누군가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나까무라 부동산?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또 다른 누군가가 경악성을 터뜨렸다.
“자, 잠깐! 설마 최근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부동산 회사, 아니죠?”
걸프사 사람들의 고개가 일제히 그쪽으로 돌아갔다.
걸프사 협상단장도 마찬가지였다.
“아는 거 전부 말해 봐. 아무거나, 기억나는 대로.”
“최근 도쿄의 땅값을 혼자 다 올려놨다는 평가를 듣는 회삽니다!”
“아! 일본 도쿄의 도심 한가운데마다 빌딩을 어마어마하게 소유하고 있다던!”
걸프사 협상단장은 재빨리 그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쉿. 조용히 말해! 동요한 티 내지 말고.”
살벌한 눈짓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그들끼리 들릴 듯 말 듯 작게 수군대기 시작했다.
‘뭔 소리야? 안 들린다!’
어쩔 수 없지.
딱!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저승사자가 연기처럼 솟아올랐다.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 봐.’
[알았다. 내게 맡겨라. 간닷!]저승사자가 바짝 다가가자, 저희들끼리 작게 속닥거리던 말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풍문에 따르면 나까무라 부동산 회장이 아주 어마어마한 거부라더군요.”
“이번에 나까무라 부동산 회장이 은퇴하면서 후계자에게 자리를 물려줬다는데.”
“그 과정에서 은행에 담보를 설정한 도쿄 땅만 12만 평, 빌딩만 4천 채에 달한다는 소문입니다.”
여럿이 전하는 말은 위력이 달랐다.
“맙소사!”
“그게 다 얼마야?”
“요즘 일본은, 특히 도쿄의 부동산은 오죽 비싸야 말이지.”
‘일본 황궁부지를 팔아 캘리포니아를 사는~’ 따위의 우스갯소리는 미국에서도 공공연하게 돌았다.
“일본 기업들이 벌어들인 유동자금이 전부 나까무라 부동산에 몰렸다는 소리가 있어요.”
걸프사 협상단 사람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모르긴 몰라도 나까무라 부동산 회사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보유하고 있을 겁니다.”
걸프사 협상단장은 표정을 굳혔다.
“공신력 있는 정보야, 아니면 월가에 떠도는 루머야?”
“미국 CNM 방송을 통해 전 세계 생중계로 보도된 사건이 있습니다.”
“나까무라 부동산의 임대료 계약서를 두고 일본 사회당 당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벌였답니다.”
“기자회견을 연 이후 일본의 사회당 지지율이 크게 올랐고, 지난 총선에서 크게 승리했다지 뭡니까?”
걸프사 협상단장은 신음을 삼켰다.
“공신력은 확실하단 소리로군.”
걸프사 협상단장은 골치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내가 테이블 위에 펼쳐놓은 나까무라 부동산의 걸프사 지분 서류를 힐끔 보면서 말이다.
“좋은 정보다. 잘만 하면 우린 천군만마를 얻게 될지도 모르겠어.”
걸프사 협상단장은 히죽 웃었다.
걸프사 사람들은 갸웃거렸다.
“현재 우리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 아닙니까?”
“저 나까무라 부동산이 우리가 아닌, 저쪽 손을 들어줬잖습니까.”
“나까무라 부동산이 가지고 있다는 걸프사의 지분이 무려 9.7%나 됩니다!”
“그러니까 한시라도 빨리 우리 쪽으로 회유해야지.”
걸프사 협상단장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탁.
걸프사 협상단장은 테이블 위에 도로 두 다리를 올렸다.
“상황이 참 재밌네.”
구두 끝과 함께 고개도 까딱거렸다.
“지금 이 상황, 나한테만 나까무라 부동산이 일부러 미끼를 흔들어댄 것으로 보이나?”
심 사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끼를 흔들어대다니요?”
“아주 효과적인 방법으로 존재를 각인시켰잖아?”
지분을 판 것도 아니고 위임이니.
“협상의 여지는 확실하게 남겨뒀네.”
걸프사 협상단장은 씩 웃었다.
“그만한 회사의 대표라면 누구보다 손익 계산에 철저할 테고. 둘 중 누가 사업 파트너로서 더 제격일지는 애초에 계산이 끝났겠지. 당신네 회사와 우리는 매출과 자산 규모부터가 달라.”
걸프사 협상단장의 얼굴엔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나까무라 부동산이 굳이 유공을 눈독 들일 필요 있을까? 일본의 난다 긴다 하는 정유회사들을 제쳐두고, 굳이?”
걸프사 협상단장의 목소리가 더욱 은근해졌다.
“그러니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나까무라 부동산은 우리 걸프사에 이렇듯 은밀한 방식으로 접선을 시도했다. 어때?”
걸프사 사람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우리가 만약 이번 기회에 나까무라 부동산의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면……!”
걸프사 협상단장도 흐뭇하게 웃었다.
“이 지독한 자금경색 따윈 단번에 뚫어낼 수 있게 되는 거지.”
“투자 유치!”
“실로 극적인 등장 아닌가. 위기의 순간 나타나는 영웅처럼 짠.”
걸프사 사람들은 무릎을 탁 쳤다.
“나까무라 부동산의 막대한 현금이라면 대다수의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될 겁니다!”
저희들끼리 작게 수군대는 목소리가 잔뜩 들떴다.
“쿠웨이트만에 꼬라박은 유전개발의 난항도!”
“수에즈 운하 개통으로 인해 떠맡게 된 손해도!”
“미국과 서방 은행들의 투자 유보 결정도!
“주총에서의 책임 소재 및 경질에 관한 안건도!”
걸프사 협상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쿠웨이트만의 유전 개발도 이제 곧 막바지다. 유전 하나만 제대로 건지면 우린 확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
“맞습니다!”
다들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 일은 이쯤에서 적당히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고.”
“예.”
“오늘 바로 일본행 비행기를 탄다. 한시라도 빨리 투자자님을 만나 뵈려면 서둘러야지.”
“예!”
다들 의미심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장일치였다.
동료들의 뜻을 확인한 걸프사 협상단장은 거만한 태도로 나까무라 부동산의 지분 서류를 툭 쳤다.
“중요한 사실이니, 확인을 위해 우리가 직접 나까무라 부동산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지.”
“허어?”
심 사장이 헛웃음을 흘리든가 말든가.
“그럼 서로의 입장 확인도 끝났겠다, 우리는 이만 가보려고.”
걸프사 협상단장은 미련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10억 달러에 살 테면 사고, 말 테면 말아. 더 이상의 타협은 없다.”
걸프사 사람들도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 나가긴 마찬가지였다.
이 사람들, 성질도 참 급하시네.
“갈 때 가더라도 이것까진 마저 확인하고 가는 게 좋을걸요?”
“확인할 게 더 남았을 리 있나?”
“싫으면 주총에서 확인하시든가요.”
“Sheesh!”
주총에서 다뤄질 정보라면 확인할 수 있을 때 확인하고 가는 게 옳다.
상대의 패를 알게 되면 대응에 유리해질 테니까.
털썩.
자리에 앉은 걸프사 협상단장이 눈살을 찌푸리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용건만 짧게 말해. 시간 없으니까.”
“미국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걸프사 지분 15.5%에 관한 위임장이에요.”
“뭐라고?”
걸프사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그럴 리가!”
심 사장이 이제 막 서류 가방에서 서류 봉투를 꺼냈을 뿐인데.
걸프사 협상단장은 독수리처럼 서류 봉투를 낚아챘다.
“뱅크 오브 시티, JPP모건, 아메리카 뱅크, 골드만색슨?”
심 사장님의 서류 가방에서 서류 봉투가 연거푸 나올수록.
그걸 낚아채는 걸프사 협상단장의 손길도 바빠졌다.
“US 뱅크스, 웰스 파파 컴퍼니, 모건 스탠스, 캐피털 뱅크까지!”
“마, 말도 안 돼……!”
미국 은행들의 지분 위임장을 돌려 본 걸프사 사람들의 손이 달달 떨렸다.
걸프사 협상단장을 올려다보는 눈동자도 파르르 떨리긴 마찬가지였다.
“걸프사의 우호 은행들 중 거의 대부분이……!”
“이, 이럴 수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 본사에 연락을 넣어야 합니다!”
“회장님과 임원들이 아셔야 은행장들을 만나 어떻게든 마음을 돌려 볼 거 아닙니까!”
“지금 일본이 아니라 미국으로……!”
쾅!
걸프사 협상단장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씩씩대는 숨소리가 상당히 거칠었다.
그는 퍼석한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시끄러워! 닥치고 자리에 앉기나 해!”
좌시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뜻이었다.
미련 없이 일본으로 향하려던 걸프사 협상단장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적대적 M&A라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인 줄 알아?”
걸프사 협상단장은 이를 악물었다.
“아직 주총까지는 시간이 남았고, 그때까지 위임을 철회하도록 만들면 돼!”
빽 내지르는 목소리가 쩌렁쩌렁했다.
“우리 걸프사야! 세계 9위의 석유기업이 그리 쉽게 넘어가겠냐?”
“왜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걸프사 창업주인 맬런 가문도 고작 걸프사 지분을 17.3%밖에 안 들고 있는데도요?”
“계열사 임원들이 가진 주식을 합하면……!”
“아, 이거요?”
나는 서류 봉투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몇 년 전에 귀사 회장님부터 임원들까지 뇌물수수와 배임 횡령으로 싹 다 잘렸다면서요? 그 사람들이 뒤로 빼돌린 걸프사의 지분이라면 여기 있어요.”
“뭐?”
“귀사 다니실 때 다들 많이도 해 먹었던지, 갖고 있던 지분이 제법 두둑하더라고요. 총 4.1%!”
“맙소사!”
걸프사 사람들이 눈을 부릅떴다.
“그놈들이 4.1%나 해 먹었을 줄이야!”
걸프사 사람들은 입을 떡 벌렸다.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를 보는 눈이었다.
걸프사 옛 임원들의 지분 위임장을 노려보는 게 퍽 살벌했다.
“우리 JH투자에서 이번에 할리우드 영화 투자사를 하나 차렸거든요. 우린 능력 있는 인재들을 환영하는 회사라서. 서로 윈윈의 거래를 타결했죠.”
나는 걸프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던 능력 있는 사람들을 거저 얻어서 좋고.
그쪽은 그럴듯한 명함에 넉넉한 연봉을 받아 챙길 수 있어서 좋고.
“환장하겠네!”
걸프사 협상단장은 머리통을 부여잡고 신음 소리를 내었다.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 개새끼들은 우리 선에서 처리할 수 있어! 끝내 수틀리면 미국 정부를 동원해서 감옥살이시키면 그만이야!”
걸프사 협상단장이 주먹을 꽉 쥐었다.
“이미 배임 횡령 및 뇌물 수수 전력이 있는 놈들이다. 나락으로 처박는 건 일도 아니지!”
걸프사 협상단장은 악에 받친 눈으로 날 노려보았다.
“할 테면 해 봐! 미국 정부가 나서서 은행에 압박을 넣게 될 테니까!”
손등에 혈관이 툭툭 튀어나온 주먹으로.
걸프사 협상단장은 테이블을 꽝꽝 두들겼다.
“걸프사는 세계 9위의 글로벌 기업이다! 걸프사가 휘청대면 미국도 휘청대!”
걸프사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거대 석유기업이었다.
유공이 휘청대면 한국이 휘청대는 것처럼 걸프사가 휘청대면 미국이 입는 타격도 클 터였다.
그러니 저리 자신만만할 수밖에.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의 손을 안 들어줄 것 같으냐?”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 주는 건 간단한 일이지만.
굳이 그걸 구구절절 설명하는 귀찮음을 감수할 생각은 없어서.
“그럼 일본은 어떻게 설득하실래요?”
말보다는 역시 문서가 확실하지!
나는 서류 가방에서 서류 봉투를 꺼냈다.
걸프사 협상단장은 입을 떡 벌렸다.
“아직도 들이밀 게 남았다고?”
물론이지!
날 뭐로 보고!
“지금 미국 시장에 제일 많이 투자하는 게 일본 은행들과 일본 기업이잖아요.”
이 시절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건 일본 기업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일본 은행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금융권 기업들이 세계 시총 순위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자금력으로 미국 시장과 미국 기업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자행해 막대한 투자 수익을 벌어들였다.
“나까무라 부동산은 일본 은행들과 아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거든요.”
나까무라 부동산이 갖고 있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왕창 당겨 오느라!
“마침 일본 은행들이 걸프사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서요.”
“허억! 8.3%!”
서류 봉투를 열어본 걸프사 협상단장은 숨을 들이마셨다.
툭.
걸프사 협상단장은 들고 있던 서류 봉투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걸프사만 유공 지분 50% 갖고 있으란 법 있어요?”
그래서 나도 딱 50%에 맞춰 봤다. 공평하게!
나는 씩 웃었다.
“어때요? 아직도 유공 지분 50%, 10억 달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