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86)
재벌집 만렙 아들-386화(386/416)
386. 걸프사 인수하려고요
왜? 뭐? 왜!
저쪽에서 10억 달러라고 올려치기 했으면 이쪽에서도 2천 5백만 달러라고 후려치기 할 수 있는 거지!
그때 저쪽 끝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뾰족하게 울렸다.
“다들 거기서 뭐 하고 있어?”
“각하!”
대통령이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유공을 얼마에 넘기겠다고?”
“2천 5백만 달러입니다.”
“지분 몇 프로야? 50% 전부?”
“예.”
동그랗게 에워쌌던 사람들이 홍해처럼 좌우로 갈라져 길을 틔웠다.
“걸프사, 자네들이 대답해 봐.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아?”
“예! 맞습니다. 유공의 지분 50% 전부, 2천 5백만 달러에 넘기기로 합의 봤습니다!”
걸프사 협상단장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대통령은 묘한 눈으로 무릎 꿇고 도열한 걸프사 사람들을 내려다봤다.
“언제는 10억 달러 밑으론 안 팔겠다더니?”
“꼭 팔고 싶습니다! 제발 팔게만 해 주십시오!”
“주총을 열어 유공의 경영진들을 갈아 치우고, 걸프사가 흡수하겠다더니?”
“좀 더 비싸게 팔아먹고 싶어서 그냥 해 본 소리였습니다!”
걸프사 협상단장은 뻔뻔하게 외쳤다.
“도장 찍겠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유공의 지분 인수 계약서 좀 쓰게 해 주십시오!”
“하하하!”
대통령은 크게 웃었다.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흡족한 웃음소리였다.
속이 뻥 뚫리도록 웃어서 후련해졌는지.
“태성의 브레인, 뭐 하나?”
아버지를 바라보는 눈이 몹시 부드러웠다.
“걸프사에서 저렇게 똥값에 팔아먹겠다고 간청하고 있는데. 얼른 주워 가야지.”
“예, 각하.”
“태성이 또 이렇게 국부 유출을 틀어막는군.”
대통령은 크게 기꺼워하며 등을 돌렸다.
“자네의 애국은 국가가 보답하지.”
대통령은 홍해처럼 갈라진 길을 따라 도로 VIP룸으로 향했다.
그 뒤를 청와대 경호실장이 바짝 따라붙었다.
“각하, 저 친구 정말 물건은 물건입니다.”
청와대 경호실장은 미동도 없이 무릎 꿇은 걸프사 사람들을 힐끔 내려다보며 히죽 웃었다.
“싸가지 없는 새끼들에게 내 직접 한국인의 매운맛 좀 보여주려 했더니.”
걸프사 사람들은 움찔했다.
청와대 경호실장은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보며 낄낄댔다.
“태성의 브레인이 제법 매콤하게 갈겨줬나 봅니다.”
대통령은 손가락을 까딱했다.
“좋다. 축하주나 한잔하지.”
대통령은 룸 안으로 들어가 상석 소파에 털썩 앉았다.
청와대 경호실장은 할아버지에게 손짓했다.
“각하께서 좋아하시는 술로. 로얄살루트랑 시바스리갈은 있나?”
“물론입니다. 능곡의 양조장에서 공수해 온 막걸리도 받아 왔는데, 그것도 들여보낼까요?”
“능곡 양조장의 막걸리가 있어? 각하께서 아주 좋아하시겠군.”
청와대 경호실장은 슬쩍 손목을 꺾어 보이는 시늉을 해 보였다.
“각하께서 좋아하시는 안주도 몇 접시 들이고. 알지?”
“그럼요. 태성호텔 주방장들 솜씨가 제법 괜찮습니다.”
청와대 경호실장은 손을 흔들며 룸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중정부장은 피식 웃었다.
“꼼짝없이 서빙고 물고문실을 열어야 하나 했더니. 수완이 정말 제법이란 말이야.”
“별말씀을요.”
“유공 인수를 돕겠다고 큰소리친 게 무색해질 지경이야.”
“아닙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신 올림픽 그거.”
중정부장은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걸 거드는 것으로 대신하지.”
중정부장은 문을 달칵 닫았다.
재벌그룹 회장들이 할아버지를 돌아보며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차 회장, 2천 5백만 달러를 오늘 내로 조달하기엔…….”
“당연히 충분하지!”
2억 5천만 달러라면 또 모를까.
“태성그룹에 유조선 한 대 값도 없을까 봐?”
“크흠!”
“괜한 걱정일랑 하지를 말고, 괜한 욕심일랑 부리질 말고!”
아까운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고 생각하기에.
재벌그룹 회장들은 체념 섞인 나지막한 한숨을 토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 회장이 아들 농사는 참 잘 지었지.”
“잘 키운 부회장 하나 열 계열사 안 부럽다더니.”
“자네 아들 덕분에 태성은 9억 7천 5백만 달러나 아낄 수 있게 되었군.”
금조그룹 조 회장이 아버지를 힐끔 보며 덧붙였다.
“어디 그뿐인 줄 알아? 이 친구 혼자 10억 달러 이상을 아낀 셈이 되었을걸?”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까 저 안에서 대통령 각하께서 약속하셨어. 유공을 2억 달러 밑으로 인수해 오면 그 공은 각하께서 감안해 주신다고.”
“허억!”
모두의 시선이 아버지에게 쏠렸다.
“저 깐깐하신 양반이 그런 소리를 할 적에는…….”
“죽었다 깨도 유공을 2억 달러 밑으로는 못 가져올 일이었단 소리네?”
“이야, 대체 무슨 재주를 어떻게 부렸기에 유공을 이렇게 날로 먹었을까?”
재벌그룹 회장들이 슬금슬금 아버지를 향해 다가왔다.
“이번 협상을 성사시킨 비결이 뭐였나?”
“각하께 뭘 받아낼 셈인가?”
“우리 청월도 한 다리 걸치게 해 주면 안 되나?”
“우리 삼황도 자네랑 합심협력해 나랏일을 할 각오가 되어 있네.”
아버지는 난감해하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섣부르게 확정 짓기엔 아직 이릅니다. 결론이 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럼요. 아직 계약서에 도장도 안 찍었는데요.”
나는 동전지갑을 열었다.
아버지의 손에 곱게 잘 접은 종이 한 장을 쥐여주었다.
“아빠, 여기 계약서요.”
심 사장님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진짜로 딱 한 장짜리네요?”
“처음부터 말했잖아요. 육하원칙에 의거해 작성하면 한 장으로 충분하다니까요?”
“무려 4억 달러짜리 유공을 인수하는 일인데, 성의가 없어도 너무 없어 보이잖습니까.”
내 품에서 계약서가 나오자 걸프사 사람들은 환호성을 외쳤다.
“감사합니다! 대주주님 만세!”
“단장님, 뭐 하세요? 얼른 도장 찍고 오세요!”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난 걸프사 협상단장의 등을 떠밀었다.
나는 심 사장님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보셨죠? 한 장짜리 계약서라도 오케이라잖아요?”
“…….”
심 사장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양팔에 끼고 있던 타자기와 서류 가방을 슬쩍 내려다보았다.
허탈해서 슬픈 눈이었다.
그 순간 태성호텔 바 입구 쪽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제가 지금 누굴 보고 있는 거죠?”
“맙소사! 어떻게 저 남자가 지금 이 자리에 온 겁니까?”
“월가의 전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퍼가 어떻게 태성호텔에?”
대통령이 등장했을 때엔 홍해처럼 갈라졌던 인파였건만.
워렌 버퍼가 등장하자 그쪽으로 우르르 달려가 바글바글 몰렸다.
“Mr. Buffer, it is truly an honor to meet you! (미스터 버퍼,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Nice to meet you, I’m Koo Il-seong from Il-seong Group! (처음 뵙겠습니다, 일성그룹의 구일성입니다!)”
“Are you here to look for an investment destination? So what about our Sam-hwang Group? (혹시 투자처를 물색하기 위해 오셨습니까? 그럼 저희 삼황은 어떻습니까?)”
행정부처 고위 관료들과 정치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Are you coming to Korea for business investment? (한국에는 기업 투자를 위해 오신 겁니까?)”
“Are you not interested in investing in national key industries with the Korean government? (한국 정부와 함께하는 국가 기간 산업 투자엔 관심 없으십니까?)”
“He serves as the leader of the Republican Party. Would you like to take a picture together? (공화당 당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우리 같이 사진 한 장 찍으실까요?)”
“I am a member of the New Democratic Party. Please take my business card here. How about exchanging business cards? (신민당입니다. 여기 제 명함부터 받으시고. 명함 교환 어떻습니까!)”
워렌 버퍼는 사람들에 둘러싸였으면서도 고개를 위로 쭉 빼어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품에 안긴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워렌 버퍼는 반색하며 손을 번쩍 들었다.
“오!”
워렌 버퍼는 인파를 헤치며 이쪽으로 향했다.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 입을 떡 벌렸다.
“왠지 월가의 전설이 우리 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성준아, 네 보기엔 어떠냐?”
“저도 그래 보입니다.”
“무슨 일로 왔지? 설마 대통령 각하를 만나러?”
“외무부 장관과 청와대 경호원들이 당황하는 것을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겠지? 사전에 약속이 잡혀 있었다면 호스트인 우리에게도 연락이…… 잠깐.”
할아버지는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성준아, 지금 워렌 버퍼가 들고 있는 저거 말이다. 이번에 우리가 찍어 만든 송년의 밤 초대장 아니냐?”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인파에 휩쓸리다 행여 잃어버릴까 두려운 사람처럼.
워렌 버퍼는 초대장을 높이 들어 올린 채 이쪽으로 헤쳐 오고 있었다.
반짝반짝 황금빛으로 빛나는 초대장은 내가 공들여 특별히 보낸 게 확실했다.
그걸 본 사람들도 깜짝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워렌 버퍼가 송년의 밤 초대장을 들고 왔다고?”
“설마 한국에 연말연시 기부하러 온 건 아니겠지?”
“그랬으면 청와대 비서실장이 딸려 왔겠지!”
“그럼 설마 태성그룹 차 회장이 워렌 버퍼를 직접 초청했다는 건가?”
“그, 그럴 리가! 차 회장에게 그런 인맥이 있을 리 없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할아버지에게 쏠렸다.
다들 반신반의한 눈이었다.
그 틈을 타서 백인 경호원 몇 명과 비서 톰이 빠르게 주변을 막아섰다.
“Please excuse me for a moment.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Please stay out of the way. (조금만 비켜주세요.)”
“Thank you, thank you very much. (감사합니다, 매우 감사합니다.)”
덕분에 성큼성큼 걸어올 수 있게 된 워렌 버퍼는 초대장을 팔랑팔랑 흔들면서 활짝 웃었다.
아버지에게 안겨 있는 날 보면서 말이다.
“Hey, Taesung Brain! thank you for your invitation! (헤이, 태성 브레인! 초대해 줘서 고마워!)”
“……!”
정재계 유명인사들이 깜짝 놀라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워렌 버퍼는 크게 웃었다.
“I heard you acquired an oil field in Saudi Arabia? congratulations! (사우디에서 유전을 하나 얻었다며? 축하해!)”
“……!”
“I want to invest in oil field development, how much does it cost? (유전 개발에 투자하고 싶은데, 얼마면 돼?)”
유전 소리에 다들 입을 떡 벌렸다.
“태성이 사우디에서 유전을 얻었어?”
“유전 개발에 버크셔 헤서웨어사가 투자를 자처한다고?”
재벌그룹 회장들은 물론이고 각 부처 장차관들까지 우리를 바라보았다.
“설마 그래서 우리가 아닌 태성에게 유공의 지분을 거저 준 건가?”
“걸프사도 사우디의 유전 개발에 한 발 얹고 싶어서?”
“그래, 이제야 말이 되는군. 이유 없이 10억 달러짜리를 2천5백만 달러에 팔 리 있나.”
“대체 얼마나 대단한 유전을 얻었기에, 걸프사랑 버크셔 헤서웨어사가 이 난리를 부리지?”
워렌 버퍼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As promised, I also brought Gulf stock. (약속대로 걸프사 주식도 이렇게 들고 왔지.)”
워렌 버퍼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2%! Sure? (2%! 확실하지?)”
걸프사 사람들은 나지막하게 탄식을 토했다.
“끝났군.”
워렌 버퍼까지 내 쪽으로 합류하면 걸프사의 지분 52%를 확보한 셈이다.
이건 내가 이대로 적대적 M&A 절차를 밟는다 해도 걸프사는 막을 길이 없다는 뜻이었다.
할아버지가 우리 쪽으로 몸을 슬쩍 기울이며 속삭였다.
“정혁아, 저 양반한테 걸프사의 지분은 왜 들고 오랬냐?”
“걸프사 인수하려고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동시에 외쳤다.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