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93)
재벌집 만렙 아들-393화(393/416)
393. 더 비싸게!
할아버지가 숨넘어가게 놀랐다.
“뭐야? 걸프사를 뭐 어디로 넘겨?”
“JH투자 소속으로 두겠다는 게 그렇게까지 놀랄 일입니까?”
“아니, 유공도 태성에 두는데, 굳이?”
상상도 해 본 적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심 사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유공이 태성에 간다고 걸프사까지 같이 가란 법은 없지 않습니까?”
“심 사장, 태성의 미래를 생각해 봐!”
할아버지는 다급하게 외쳤다.
“세계 9위인 걸프사를 잡아먹으면 태성의 위상이 달라질 거야!”
할아버지가 필사적으로 아쉬운 소리를 내는 이유였다.
“대통령 각하께서 우리 태성에 어떤 기대를 걸고 유공을 넘겨주셨는데!”
“그래서 유공은 군말 없이 태성에 넘겨드렸잖습니까?”
심 사장은 콧방귀를 뀌었다.
“유공을 고작 2천5백만 달러에 인수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까닭? 걸프사 지분 때문이었습니다.”
심 사장의 눈이 뾰족해졌다.
“걸프사 지분을 50% 넘게 확보하는 게 쉬운 일이었겠습니까?”
“그건… 솔직히 짐작도 안 가는군.”
“태성은 걸프사 지분 인수에 얼마나 힘을 보탰고요?”
“…….”
할아버지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도 맨입으로 걸프사를 먹겠다는 소리가 나옵니까?”
“…….”
심 사장이 말을 할수록 할아버지의 눈동자는 크게 흔들렸다.
“유공 인수에 힘 하나 안 보탠 도련님들이 숟가락을 얹겠다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따끔한 쓴소리였다.
“솔직히 말해서 애초에 우리 정혁 도련님 아니었으면 태성이 유공을 먹는다는 것부터가 가당키나 한 일이랍니까?”
“끄응.”
“견물생심이라 했습니다. 유공을 정혁 도련님의 몫으로 정리하는 일만으로도 이렇게 잡음이 끊이질 않는데, 걸프사가 끼면 어떤 개판이 날지 상상도 안 되는군요.”
“크흠!”
심 사장의 눈이 향한 곳은 큰아버지 내외들과 그 휘하 임원들이었다.
그들은 눈을 빛내며 걸프사 사람들이 하는 말에 집중했다.
혹시나 그들에게 뭐라도 떨어질까 기대가 가득한 눈이었다.
“부회장님을 지지하던 대준 도련님까지 유공 소리에는 욕심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하물며 걸프사는 회장님마저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계시니.”
심 사장의 눈이 종국엔 할아버지를 향했다.
“공을 세운 만큼 포상한다. 여기에 회장님이 예외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후우.”
할아버지는 길게 한숨을 토했다.
복잡한 얼굴이었다.
“좋아. 태성은 걸프사의 인수에 관해 더는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할아버지는 두 손을 들었다.
아쉬움이 반, 후련함이 반.
“하지만 유공과 걸프사의 협력 정도는 기대해 봐도 되겠지?”
할아버지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설마 그것까지 안 된다고 할 참이냐? 그래서 내겐 여태 걸프사 지분에 관해 일언반구도 안 꺼냈던 건 아니겠지?”
섭섭한 표정이었다.
할아버지의 쓴웃음이 마음에 걸렸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에요.”
“그럼?”
“대통령님이 걸프사까지 욕심내신 건 아니었잖아요?”
“그건 그렇지.”
“태성이 대통령 각하께서 허락하신 유공을 먹는 건 괜찮아요. 하지만 걸프사는 이야기가 달라질 거예요.”
“음?”
할아버지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유공은 되지만, 걸프사는 안 된다는 소리냐?”
“왜 아니겠어요?”
“아니, 왜?”
“유공은 한국 기업이지만, 걸프사는 미국 기업이니까요.”
할아버지는 눈을 느리게 깜박거렸다.
눈빛이 빠르게 변하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되는지 열심히 떠올리고 있는 모양이다.
할아버지가 이내 깨달았다는 듯이 “아!”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걸프사 때문에 미국 정부와 얼굴을 붉힐 수 있다는 뜻이구나.”
빙고!
할아버지가 제대로 짚었다.
“하기야 미국 정부는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물불을 안 가리긴 하지. 가만히 보면 폭군이 따로 없어.”
진지한 목소리였다.
“그저 그런 흔한 잡기업도 아니고, 세계 시총 9위에 달한 걸프사라면 절대로 타국에 빼앗기고 싶지 않겠지.”
바로 보았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고개는 모로 기울어졌다.
“그렇다고 미국 정부 때문에 걸프사를 먹을 수 있는데도 굳이 안 먹을 필요는 또 없지 않나?”
“누가 안 먹는댔어요?”
내가 왜 큰돈 들여서 걸프사 지분을 끌어모았는데?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주식을 인질로 왜 미국 은행들과 협상을 벌였는데?
“걸프사는 먹을 거예요. 그 사실은 변치 않아요. 단지 태성이 아니라 JH의 이름으로 먹겠다는 거예요.”
“굳이?”
“굳이요.”
나는 딱 잘라 말했다.
“태성은 한국 기업이지만 JH투자는 아니거든요.”
“뭐야?”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JH투자가 왜 한국 기업이 아니야?”
“JH투자의 본사는 미국에 있거든요.”
“뭐야?”
이 또한 생각지도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나는 방긋 웃었다.
“미국 투자기업인 JH투자가 미국 기업인 걸프사를 인수하는 모양새가 돼요. 그럼 미국 정부도 한국 정부와 멱살잡이할 명분이 없겠죠?”
“허! 정혁이 너, JH투자를 세울 때가 일곱 살이었던가?”
“그런데요?”
“설마 일곱 살짜리가 벌써 이런 구도를 염두에 두고 미국에 투자회사를 세웠다고?”
난 또 왜 이런 표정인가 했다.
“처음부터 큰 회사를 꿀꺽할 생각으로 JH투자를 세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아, 유공!”
할아버지도 이제 기억이 났나 보다.
그런데 어째 할아버지의 입이 더욱 크게 떡 벌어졌다.
“허! 이럴 작정으로 나한테 미리 각서를 받아놓았던 거였더냐?”
할아버지는 혀를 내둘렀다.
“그럼 정말 JH투자를 미국에 세운 진짜 이유가…….”
“돈세탁하려고요.”
처음부터 대놓고 말했을 텐데요.
벌써 잊어버리셨어요?
“미국 본사와 한국 투자회사를 오가며 서로에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한국 정부의 견제와 규제에도, 미국 시장 진출에도, 세금 회피에도, 신분 세탁에도 자유롭더라고요.”
“허! 허허허.”
할아버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헛웃음을 흘렸다.
“일곱 살짜리가 이 황당한 계획을 실행에 옮겨서 기어이 걸프사까지……. 허허허.”
그러더니 감탄한 눈으로 심 사장을 보았다.
“심 사장, 자네의 수고가 퍽 컸겠어.”
“수고라니요. 저야 정혁 도련님께서 그린 큰 그림에 서류 작업 좀 거들었을 뿐인데요.”
심 사장은 뿌듯하게 웃었다.
“제가 이래 봬도 JH투자의 바지 사장 아닙니까. 하하하.”
“정혁이가 어려서.”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가 주는 신뢰감 때문에 도련님께서 전면에 나서기 곤란한 경우가 꽤 되었을 겁니다.”
심 사장은 껄껄 웃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다를 겁니다.”
“미국에서는 어린 나이에 회사를 굴리는 천재가 종종 튀어나오지.”
“코닐리어스 밴더발트.”
“철도왕과 선박왕으로 불렸던 미국의 대부호!”
할아버지와 심 사장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 양반이 본격적으로 선박업에 뛰어든 게 16살이었어요.”
“워렌 버퍼는 또 어떻고?”
“6살 때 껌과 콜라를 팔았고, 11살 때 주식투자를 시작해서, 15살 때 오마하 농지 49,000평을 샀으며, 17살 때 핀볼 머신 대여사업을 벌였지요.”
“그렇게 자라 35살에 이미 백만장자 반열에 올랐고, 현재 세계적인 투자기업인 버크셔 헤서웨어사를 굴리고 있지.”
할아버지와 심 사장의 눈빛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우리 정혁이도 그렇게 크지 말란 법 없지!”
“그럼요. 18살에 태성을 맡는 것도 늦습니다. 아홉 살이면 미국 시장에 진출해도 충분한 나이죠.”
“미국 진출이라…….”
할아버지의 눈은 야망과 기대로 번뜩였다.
“걸프사가 그 시작이란 말인가?”
“장차 미국 시장을 거머쥘 천재 투자가로서의 첫 데뷔 아닙니까.”
심 사장의 눈도 할아버지의 것과 비슷하게 빛나고 있었다.
“세계 시총 9위 기업 인수로 스타트를 끊으면 세계가 도련님의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정혁이가 정말로 미국에서 제 이름을 내걸고…….”
“예.”
“하!”
할아버지는 나를 돌아보았다.
“정말로 이렇게 미국 시장에 진출할 생각인 거냐?”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
할아버지는 한참이나 말없이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보았다.
기특함, 우려, 걱정, 기대, 뿌듯함, 흐뭇함 등.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눈이었다.
한참 만에 할아버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제 보니 이 할애비가 잘못 생각해도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할아버지는 눈을 돌려 애걸복걸하는 걸프사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어린 널 경영 전면에 내세우기엔 한참 이르다며 내치기만 했는데.”
할아버지는 지분은 줄 수 있어도 경영권은 허락하지 못한다고 못 박았던 적이 있었다.
“넌 고작 1년 만에 우광의 계열사를 비롯해 무려 12개나 덩치를 늘려 왔었지.”
할아버지의 눈은 과거로 향해 있었다.
“어쩌면 우리 정혁이에게는 한국이, 태성이 너무나 좁고 작은 울타리였겠어.”
“저는 차성준의 아들이고, 차태성의 손자예요. 태성은 한 가족, 따로 또 같이!”
씁쓸한 얼굴로 과거 어딘가를 배회하는 할아버지를 꼭 끌어안았다.
“제가 한국에 있든, 미국에 있든, 무엇을 어떻게 하든, 태성이란 이름 아래 함께할 거예요.”
할아버지가 우리 엄마와 저를 태성가 사람이라고 선언하셨을 때부터 전 태성가 사람이었어요.
“아……!”
할아버지는 크게 감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금쪽같은 내 새끼!”
“헤헤헤.”
나를 꽉 끌어안아 오는 팔에서 힘이 느껴졌다.
각오와 기대가 느껴지는 힘이었다.
그래서 더 든든했다.
“할아버지, 지금은 과거를 돌아볼 때가 아니에요.”
“그럼, 지금부터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지.”
할아버지는 시원하게 웃어버렸다.
“인제 보니 요 녀석, 걸프사를 태성에 주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었구나.”
“눈치채셨어요?”
“유공은 태성정유로 이름을 바꿔도 걸프사는 태성정유가 될 수 없다는 이유라면 역시…….”
“파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나는 전생에 걸프사를 누가, 왜, 어떻게 인수해 갔는지 알고 있다.
“록펠러 재단의 세븐 시스터즈가 작정하고 달려들면 태성정유가 막아내기 버거울 거예요.”
유공과 걸프사를 합쳐봤자, 세계 슈퍼 메이저라는 록펠러 재단 정유기업들의 합공을 버텨내긴 어렵다.
“걸프사 때문에 태성이 망가지는 일이 벌어져선 곤란하잖아요.”
“JH투자는 괜찮고?”
“투자 회사의 일이 기업을 사고파는 건데요?”
나는 씩 웃었다.
“두고 보세요. 만약 걸프사를 팔아야 한다면 제값에 웃돈까지 두둑하게 듬뿍 받아서 팔 테니까요.”
아니, 그보다 먼저.
걸프사를 꼭 록펠러 재단에 팔아야 할 이유도 없다.
‘이왕 팔 거라면 걸프사를 더 비싸게 사줄 사람을 찾아야지. 이를테면 걸프사의 기술이 탐날 산유국의 정유회사라든가?’
아무튼 경쟁자가 많아지면 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인 법!
‘반대로 걸프사를 기반으로 록펠러 재단의 슈퍼 메이저들을 먹어 치워도 좋고.’
세계 시총 9위인 정유기업을 갖고 있으면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 것이다.
‘그러니 걸프사 인수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지!’
할아버지가 흠, 소리를 내었다.
“생각해 봤는데, 유공의 일에 대통령 각하께서 끼어들지 못했듯이 걸프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민간 기업의 일이니까요.”
“양국 정부가 끼어들기엔 모양새가 좀 그렇긴 해.”
“아니죠. 미친 듯이 달려들 거예요.”
나는 걸프사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걸프사에 달린 일자리 수가 몇이며, 미국 주식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데요.”
걸프사는 무려 58,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주주만 163,000명에 육박한다.
“미국 정부가 눈감고 모른 척하기엔 어려운 덩치예요.”
“그렇다면 JH투자가 나서도 미국 정부가 걸프사의 편을 들지 않을까?”
할아버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차피 미국 정부가 걸프사의 인수 합병에 끼어들기로 작정한다면 차라리 태성이 나서서 한국 정부의 힘을 빌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라고 본다.”
“아니죠.”
나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저는 오히려 미국 정부가 이 일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데요?”
“아니, 왜?”
“그래야 더 편하게, 더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으니까요.”
“무엇을?”
그때 요란한 초인종 소리와 함께 김 비서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회장님, 주한미국 대사께서 찾아오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