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98)
재벌집 만렙 아들-398화(398/416)
398. 돈 되는 이야기
워렌 버퍼와 주한미국 대사는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반가워했다.
“하하하, 워렌, 한국에서 자네를 보게 될 줄은 몰랐네.”
“나도 마찬가지야.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에 있어야 할 사람이 왜 한국 땅에서 어슬렁대고 있냔 말이지.”
“그야 한국 대사관으로 발령받았으니까.”
“……좌천이군.”
워렌 버퍼는 작게 혀를 찼다.
“석유파동과 관련해 요새 중동 돌아가는 사정을 자세히 들어볼까 했더니. 이거 텄나?”
“트기는. 중동에 나가 있는 대사관 사람들도 다 내 동기들인데.”
“하여간에 마당발 제임스라니까! 자넨 정말 여전하구만?”
“나야 능력보다는 인맥을 더 알아주는 사람 아닌가.”
“산유국으로만 골라 다니더니, 중동 왕실 돌아가는 속사정도 줄줄이 꿰고 있겠네.”
워렌 버퍼가 껄껄껄 웃었다.
“그런데 자네 새해 첫날 아침부터 태성호텔엔 어쩐 일로 온 건가?”
“음, 그게 그러니까…….”
주한미국 대사가 심 사장과 나를 향해 눈치를 보았다.
어색한 웃음이었다.
“걸프사에 관해 볼일이 좀 있었달까?”
“걸프사? 아하!”
워렌 버퍼도 나와 심 사장을 돌아보았다.
“하여간에 이쪽도 발이 참 빠르다니까. 벌써 손을 쓰다니.”
“걸프사는 한두 푼짜리 중소기업이 아니니까요.”
나는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았다.
“세계 시총 9위 기업의 명운이 달린 일인데, 매끄럽게 기름칠을 해둬야 탈이 없지 않겠어요?”
세상사 이만한 윤활유가 어디 있다고.
다들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한쪽은 기업인, 다른 쪽은 행정 고위 관료.
정경유착의 대표적인 커넥션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이 꼬마, 아무래도 거물이 될 것 같다니까?”
“워렌,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는군?”
“싹수가 남다르잖아. 꼭 내 어릴 때를 보는 것 같단 말이지.”
워렌 버퍼는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예비 거물께서 대체 제임스 자네를 어떻게 구워삶은 거지?”
“이거 보이나?”
주한미국 대사는 서명 날인을 끝내고 하나씩 나눠 가진 계약서를 들어 보였다.
눈부신 황금빛이 번쩍번쩍한 종이였다.
“미래의 걸프사 사외이사 자리를 하나 예약받았지.”
“이런 미친! 연봉 대체 무슨 일이야?”
워렌 버퍼는 눈을 크게 뜨고 ‘0’을 다시 세었다.
“경영 쪽으로는 영 쓸모가 없는 자네를 이렇게 비싼 돈 주고 고용한다니. 알고 보니 JH투자, 호구 회사였나?”
“쓸모가 없기는 누가 없어? 사외이사에게 원하는 건 경영능력이 아니라, 기업에 도움이 되는 인맥과 연줄이라더만!”
“허! 누가 그런 말을 해?”
“여기, 이분이.”
주한미국 대사는 날 가리켰고, 워렌 버퍼는 한참이나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이런 어린 나이에 어떻게 우리 버크셔 헤서웨어사의 대주주가 되었나 의아했는데.”
신기한 동물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기특한 후배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꼬마야, 너 정말 보통이 아니구나.”
“칭찬 감사합니다.”
나는 자리를 권하며 방긋 웃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걸프사에 관해 좀 더 심도 깊이 논해 볼까요?”
“걸프사라……. 그거 좋지.”
워렌 버퍼는 내가 권한 자리에 털썩 앉았다.
“약속한 대로 버크셔 헤서웨어사가 보유하고 있는 걸프사 지분 2%는 태성에 유리하게 행사하도록 하마.”
“태성이 아니라 JH투자예요.”
나는 검지로 가슴팍을 콕 찔렀다.
“우리 JH투자에서 걸프사를 인수하려고 하거든요.”
“가능하겠어?”
“그럼요.”
나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는 걸프사의 임시주총에서 직접 확인하시면 되겠네요?”
“자신이 있다는 뜻이구나.”
워렌 버퍼는 한쪽 손으로 턱을 괴었다.
“흠, 걸프사 주총을 열어 현 대표 및 경영진을 해임할 생각인가 보지?”
“물론이에요.”
“단순히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다면 걸프사 주총에 참석해 달라는 부탁으로 끝났을 텐데.”
워렌 버퍼는 물었다.
“나를 여기까지 따로 불러낸 진짜 이유는 뭐지?”
워렌 버퍼는 심 사장과 주한미국 대사를 슥 돌아보았다.
“제임스는 대사관을 통해 미국 정부의 개입을 막는다 치고, 나는? 설마 내게 걸프사 회장직을 맡아달라 제안하려 했던 건 아니겠지?”
워렌 버퍼가 곤란한 얼굴로 웃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사양해야겠는데?”
“사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물론 제안할 생각도 없었지만요.”
“…….”
미스터 버퍼,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얼굴을 할 건 없지 않나?
“걸프사 신임 회장 예정자는 따로 있거든요.”
“누군데?”
“이쪽, 심 사장님이요.”
“뭐? 누구?”
워렌 버퍼가 놀란 눈으로 심 사장을 돌아보았다.
“이 사람은 JH투자 일본지사장이잖아?”
워렌 버퍼가 심 사장을 훑어봤다.
의심쩍은 눈이었다.
“걸프사는 세계 시총 9위의 정유기업이다. 제대로 된 전문 경영가를 붙여야 하지 않을까?”
“이래 봬도 우리 심 사장님, 경영의 귀재이자 석유화학 산업의 대가라 불리시는 분이거든요.”
“음?”
“참고로 태성화학을 설립해 키우셨던 분이시기도 해요.”
워렌 버퍼가 한국의 일개 석유화학 기업을 알기나 할까 싶다마는.
“걸프사도 이젠 석유화학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야죠.”
“꼬마야, 그런데 투자와 경영은 엄연히 다른 분야라는 건 알고 있니?”
당연히 잘 알고 있지.
‘내가 전생에 기업 투자로는 이름을 크게 날렸지만, 경영으로는 이름을 날리지 못했었거든.’
천벌 받아 박복했던 인복 때문에!
기업 경영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나한테 허락된 인연은 어찌 된 게 배신, 통수, 횡령과 협잡질에 특화된 악연뿐이었던지라,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던 길이다!
‘하지만 심 사장은 다르지.’
이쪽이야말로 제대로 된 기업 경영의 전문가!
“저는 심 사장님을 믿어요.”
“도련니이임…….”
“심 사장님이라면 분명 걸프사를 지금보다 훨씬 크게 키우실 수 있을 거예요.”
워렌 버퍼는 심 사장을 여전히 미심쩍은 눈으로 보았다.
“미국 시장은 한국 시장과 아주 많이 다를 텐데. 한국 시장에서 통하던 아이템, 한국 기업에서 굴리던 시스템을 생각하고 쉽게 들어왔다가는 큰코다치지.”
현재 미국 시장은 한국 시장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규모가 크고 요구 수준이 높다.
대박을 꿈꾸며 좋은 제품들은 죄다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 정도다.
“솔직하게 까놓고 말해서 태성화학은 한국 최고의 석유화학 기업조차 못 되지 않았나?”
“…….”
심 사장은 반박하지 못했다.
“미국 시장에서 태성화학 전임 사장이란 커리어로는 명함 한 장 제대로 못 내민다는 소리인데.”
워렌 버퍼의 눈이 더욱 가늘어졌다.
“그 말은, 결국 태성화학의 석유화학 기술력으로는 미국 시장 제패조차 어림없을 것이고, 더 나아가 걸프사의 미래를 장담하기도 어렵다는 소리로 이어져.”
심 사장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는 눈이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지?”
“…….”
심 사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심 사장.
그 반응을 확인한 워렌 버퍼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걸프사 주총에서 잡음깨나 있겠군.”
“…….”
심 사장의 어깨가 축축 늘어졌다.
“심 사장님, 어깨 펴고, 가슴 펴요.”
나는 심 사장의 어깨에 손을 탁 올렸다.
“왜 아무 말도 못 해요?”
“도련님.”
“아직 걸프사의 자본, 기술, 인력 풀은 제대로 굴려보지도 못했잖아요?”
“하지만 도련님.”
“JH연구소 사람들을 굴려봤으니까 알잖아요? 누구를 어떻게 얼마나 잘 굴리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져요.”
나는 딱 잘라 말했다.
“걸프사 연구소 사람들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엘리트 오브 엘리트들이에요. 심 사장님께서 작정하고 굴리려 들면 JH연구소 사람들 이상으로 잘 구를 수 있을 거예요.”
어디 그뿐이랴?
“제가 이래 봬도 눈이 꽤 좋거든요?”
염라대왕이 특별히 챙겨주신 이 특별한 눈을!
맨손으로 사채왕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내 안목과 경험을!
난 믿는다.
“돈 되는 것으로 쏙쏙 골라 볼게요.”
워렌 버퍼가 손가락을 딱 부딪쳤다.
“이건 어떻습니까?”
워렌 버퍼는 은근하게 웃었다.
“우리 버크셔 헤서웨어사도 마침 석유화학 회사를 계열사로 가지고 있는데…….”
“사양할게요.”
난 워렌 버퍼의 뒷말은 듣지도 않고 딱 잘랐다.
“거절할 때 거절하더라도 일단 어떤 회사인지는 들어보고…….”
“관심 없어요.”
“아니, 우리 버크셔 헤서웨어사가 보유한 석유화학 기업은 미국 시장에서도 상당히…….”
“내 알 바 아니에요.”
“그럼 그중에서도 화학섬유로 유명한…….”
“안 사요.”
나는 두 팔을 교차해 ‘X’자로 만들었다.
‘이 사람이 누구한테 처치 곤란한 똥을 팔아치우려 들어!’
나는 워렌 버퍼가 왜 이렇게 나오는지 짐작한다.
“버크셔 헤서웨어사는 모체 기업 때문에 두고두고 골치가 아프시죠?”
오죽하면 워렌 버퍼가 훗날 ‘내 인생 최악의 투자!’라며 치를 떨었을까.
경영과 투자가 전혀 다른 분야라는 건 워렌 버퍼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회사의 몸집이 커지면서 기업 지배구조가 급격하게 꼬이기 시작했거든.
“제가 버크셔 헤서웨어사의 계열사 중에 관심 있는 건 오직 보험사뿐이거든요.”
“……!”
버크셔 헤서웨어사의 캐시 카우로는 보험사를 들 수 있다.
워렌 버퍼가 땅을 치고 후회한 일 중 하나가 바로 ‘내가 처음부터 보험회사를 사서 시작했으면 지금보다 돈을 2배는 더 벌었을 것!’이었으니까.
“버크셔 헤서웨어사의 재보험사와 손해보험사, 특수보험사, 기업보험사는 인수할 의향이 있는데요. 어때요? 파실래요?”
“그, 그건……!”
이게 바로 버크셔 헤서웨어사의 주 업종!
저 네 보험 분야에서 버크셔 헤서웨어사는 북미 점유율 1위를 고수했다.
워렌 버퍼는 혀를 내둘렀다.
“태성의 브레인이라던 네 아빠가 이걸 다 알려주시든?”
흥미로운 얼굴로 턱을 쓰다듬으면서 말이다.
“우리 버크셔 헤서웨어사의 운영 방침에 대해 이토록 깊은 이해와 통찰을 보여주는 이가 있었다니.”
워렌 버퍼는 지갑을 열어 검은색 명함을 꺼냈다.
전에 내게 줬던 것과 똑같은 프리미엄 명함이었다.
“이 정도쯤 되니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버크셔 헤서웨어사의 5월 주총에 꼭 모시고 싶구나.”
이건 워렌 버퍼가 따로 보내는 초대장이기도 했다.
언제 봐도 황금빛이 번쩍번쩍한 게 기분이 참 좋단 말이지.
워렌 버퍼의 웃음이 깊어진다 싶은 순간이었다.
“네 아버지, 태성의 브레인이 걸프사 회장직을 맡는다면 버크셔 헤서웨어사가 투자할 의향도 있다고 한다면?”
“사양할게요.”
“사양할 때 하더라도 뒷말은 마저 듣고…….”
“관심 없다니까요.”
나는 딱 잘라 거절했다.
워렌 버퍼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아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뜸 우리 버크셔 헤서웨어사의 투자를 거절하겠다고?”
“맨입으로 투자하겠다는 게 아니잖아요?”
“그야 당연하지! 투자금과 지분을 맞교환하는 게 이 바닥 룰 아니겠어?”
“그러니까요.”
다들 놀란 눈으로 날 돌아봤다.
“꼬마야, 워렌 버퍼가 투자한 기업은 무조건 성공한다는 월가의 공식이 공공연히 떠돌 정도로 나름 공신력이 있단다.”
“걸프사가 요즘 적자라 투자금이 절실한 거 아니었나?”
“어차피 넘쳐 나는 걸프사 지분이라면 우리 버크셔 헤서웨어사에 조금 떼어주고 투자금을 받는 게 더 이익 아닐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사양할게요.”
“허!”
“하나 더. 걸프사의 지분을 팔 때 팔더라도 지금은 아니에요.”
지금은 걸프사 주식을 제값 받고 넘겨봤자 똥값밖에 못 받는다.
그간 무능한 걸프사 경영진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거지같이 굴렸던 탓에.
걸프사의 주가는 석유파동과 맞물려 폭락에 폭락을 거듭한 상태였다.
“정 걸프사 지분을 얻고 싶으시면 주식시장에서 제값 주고 건져보시든가요.”
“자신감이 참 대단하단 말이지.”
워렌 버퍼는 허공에 코를 킁킁댔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희한하게 더 흥미가 돋는다니까? 돈 냄새가 나.”
“돈 되는 이야기를 마저 더 해 볼까요?”
탁.
“이건 뭐지?”
“유전 개발에 투자하실 의향이 있다고 하셨죠?”
나는 씩 웃었다.
“걸프사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쿠웨이트 유전 개발에 대해 들어보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