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403)
재벌집 만렙 아들-403화(403/416)
403. 그 제안, 받아들이지!
일본 총리는 말문이 막힌 듯 한참이나 입을 꾹 다물었다.
“노스콥 게이트…….”
그로 인해 미국과 일본이 연일 시끄럽다.
그러라고 터트린 게이트였다.
“몇 년 전에 터졌던 록히드 게이트 때문에 전임 일본 총리님께서도 크게 곤욕을 치르셨다면서요?”
일본 측 인사들이 바짝 긴장했다.
록히드 게이트 때 법정에 불려 가서 곤욕을 치른 것은 비단 일본 총리뿐만이 아니었다.
“총리 비서부터 공안조사청을 비롯해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고.”
그렇게 빈 자리를 이 앞에 앉아 있는 총리 비서와 공안조사청장이 꿰찬 바 있다.
“록히드 게이트 뇌물 수수 자금 조달처로 지목된 마루베니 상사가 크게 털렸고.”
마루베니 상사만 털렸을까?
그들과 관련된 대기업은 한둘이 아니었다.
그때 일본경제연합회장도 축출당해 그 빈자리를 꿰찬 사람이 여기에 또 있네?
“더구나 뇌물 수수의 온상으로 지목된 자민당은 당 대표부터 소속 의원까지 큰 타격을 받았죠?”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자민당 당 대표도 그 덕을 보긴 마찬가지다.
전(前) 자민당 당 대표와 당 간부들은 지금도 옥살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거든.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정당이자, 압도적인 세력을 자랑하던 제1당이었건만.
록히드 게이트 이후, 사회당에 바짝 추격당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일본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불신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뇌물 수수 규모가 더 큰 노스콥 게이트가 터지면 어떻게 될까요?”
“막아 봐야지.”
“어떻게요?”
나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일본에서 터진 것도 아니라서 언론 통제하는 게 불가능할 텐데요?”
내가 왜 일본이 아닌 미국 공청회에서 터뜨렸겠어?
“코라이 게이트로 인한 불신을 만회하기 위해 미 의원들이 인정사정없이 일본을 물어뜯을 거예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록히드 게이트 때도 못 막았는데, 무슨 수로 막으실래요?”
“크흑!”
“막을 수 있었다면 이곳 한국까지 달려올 일도 없었을 텐데요?”
“……후우.”
일본 총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체념과 패색이 짙은 장탄식이었다.
“노스콥 게이트는 이쯤에서 멈춰달라면, 그래 줄 수 있나?”
“그거야 일본 정부의 성의에 달린 일이죠.”
“……가능하다는 말이군.”
“물론이죠.”
“좋다.”
일본 총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 기꺼이 성의를 보이도록 하지.”
“말로만?”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전 사람 말은 믿지 않아요. 특히 밥 먹듯이 뜬 공약과 날조, 선동, 거짓을 남발하는 정치인의 말이라면 더욱더.”
“하지만 통수권자의 말은 달라야 하지 않겠나?”
자리에 따라 발언의 무게도 달라진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보낸 뇌물이었다.”
뇌물과 청탁은 한 세트거든.
“난 정동진의 후계자가 일본 정부와 공생공사를 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대놓고 협박을 해요?”
공권력을 동원해서 우리 JH투자와 나까무라 부동산을 조지겠다며.
“동귀어진하자는 뜻 아니었어요?”
우리는 일본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을 조지고.
일본 정부는 내 회사를 조지고.
상대가 죽을 때까지 물고 늘어지자는 소리 아니었냐고.
“그랬다면 세금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겠지.”
“면세도 아니고 고작 감세 따위나 들이밀면서요?”
“이걸 덧붙이면 고작 감세라는 소리 따위는 안 나올 것이다.”
탁.
일본 총리가 양복 주머니에서 봉투를 하나 꺼냈다.
‘저건 또 뭔데, 왜 황금색이야?’
아직 내용물을 제대로 내놓지도 않았는데.
봉투를 뚫고 황금빛이 번쩍번쩍 요란하게도 번뜩였다.
‘끝내준다.’
나는 홀린 듯이 손을 뻗었다.
탁.
일본 총리가 원목 탁자 위에 올린 봉투를 짚었다.
“봉투를 열기 전에 협상 의사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겠다.”
“그건 무엇을 내놓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이미 결심을 굳힌 자에게는 당근을 흔들어 봤자 무용지물이 아닌가.”
“그랬다면 지금의 이 자리는 만들어지지도 않았겠죠?”
나는 코웃음을 쳤다.
“누군 뭐 시간이 남아돌아서 여기 나온 줄 알아요?”
나도 바쁘다!
그림일기도 써야 하고, 탐구생활도 해야 하고, 방학 과제도 만들어야 한다.
어디 그뿐이랴?
집에 가면 저녁상에 올릴 콩나물 대가리도 따야 하고, 멸치 똥도 따야 하고, 마늘도 까고, 콩깍지도 까야 한다고.
“월말 신년 초의 정무를 내팽개치고 날아온 건 나도, 이놈들도 마찬가지다.”
일본 총리가 여전히 꺼낸 편지봉투를 움켜쥔 채 이를 갈았다.
“일본 정부가 정씨 일가의 사업체에 관해 관여치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일본의 국가부도를 내겠다는 뜻, 물러줄 텐가?”
“설마 고작 1년, 뭐 이렇게 선심 쓰는 척만 하고 입 닦는 건 아니겠죠?”
우리는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서로를 응시했다.
눈에서 불똥이 팍팍 튀었다.
“5년.”
“고작 5년 가지고 누구 코에 붙여요? 20년은 되어야죠.”
“과거까지 포함해서 20년이란 말인가?”
“과거는 서비스로 묻어두시죠. 향후 20년.”
“그렇다면 10년으로 하지.”
10년이라.
내가 할아버지에게 약속받은 시간이 10년.
미성년자 굴레를 벗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10년.
남들이 무시하지 못할 번듯한 학력과 세력을 준비하는 시간이 10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 않나. 정씨 집안 입장에서도 그리 밑지는 장사는 아닐 거다.”
“그거야 까봐야 아는 것이고요.”
“그럼 지금 이 자리에서 하나씩 까보기로 하지.”
일본 총리는 딱 잘라 말했다.
“JH투자의 단기차입금 회수를 유보해 줬으면 한다. 그 또한 10년으로.”
“흐음.”
일본 부동산 버블이 터지기 전에 전부 털어낼 생각인데.
그렇다면 10년은 너무 길지 않나?
“5년으로 해요.”
“10년.”
“싫으면 마세요. 참고로 일본 금융시장이 무너지면 그걸 복구하는 시간만 족히 10년은 걸릴 거예요.”
“으음.”
일본 총리는 반박하지 못했다.
그건 그의 최측근들도 마찬가지였다.
“총리대신, 5년이면 충분할 듯싶습니다.”
“JH투자가 당장 단기차입금을 회수하지 않겠다면 우리도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습니다.”
“솔직히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에서 그 많은 돈을 빌려줄지도 의문입니다.”
“또한 일본 은행들이 현재 시총 순위가 세계에서 손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적 약점을 노출하면 순식간에 수십억 엔이 증발하고 말 겁니다.”
일본 총리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5년간 JH투자의 단기차입금 회수를 유보하는 것에 관해…….”
“단, 조건이 있어요.”
“조건?”
“그럼 맨입으로 거저 얻을 줄 알았어요?”
“…….”
그렇게 놀란 얼굴 할 것 없다.
“정부가 민간 기업 사업에 관여치 않는다는 건 시장 논리의 기본이잖아요. 그게 뭐 그리 대수라고 생색을 내세요?”
“……원하는 게 뭐지?”
“정씨 가문의 이름으로 된 금융지주회사 설립이요.”
“하아.”
일본 총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금융지주회사 설립. 정말 그거면 되나?”
“네. 전부 한국 기업이 아닌, 일본 기업으로.”
일본 총리의 최측근들은 크게 반색했다.
“총리대신, 일본 기업으로 설립하겠다니 오히려 잘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씨 가문의 이름으로 된 제대로 된 금융회사가 여태 없었던가요?”
“정씨 가문이 사채로는 뿌리가 깊었지만, 제도권 금융기업으로 거듭나지는 못했죠.”
“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잖습니까? 허가서 하나와 단기차입금 회수권을 맞바꾸는 거면 남는 장사죠.”
일본 총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씨 가문이 지하 금융사업을 정리하고 제도권 금융 사업으로 전환한 것을 축하하지. 앞으로 세금 걱정에 흰머리가 늘었다고 후회하지나 말게.”
그렇게 일본 총리가 먼저 손을 내밀려는 찰나, 총리 비서가 난감한 얼굴로 그 팔을 붙들었다.
“총리대신, 이건 그리 간단하게 볼 사안이 아닙니다.”
“뭐가 문제야?”
“우리 일본 정부는 지금껏 재벌 기업과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제한하는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미국의 강력한 일본 견제 정책 때문이었다.
또한 일본의 정치인들은 금력을 거머쥔 재벌들이 그들의 권력을 위협하는 상황을 원치 않았다.
“정씨 집안이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려 한다면 일본법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할 겁니다.”
“크게 뜯어고칠 것도 없지 않나?”
일본 총리는 회의적인 눈으로 총리 비서를 바라보았다.
“우리 일본은 세계적인 금융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어찌 보면 이건 또 다른 기회이자, 새로운 재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맞습니다, 총리대신! 지당하고 옳으신 말씀입니다!”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즉시 동조하고 나섰다.
“사실 일본 은행들은 금융 당국의 규제로 인해, 세계시장에서 번번이 발목 잡히기 일쑤였습니다.”
일본 중앙은행 총재의 눈에서 야망과 기대가 번뜩였다.
“미국을 뛰어넘는 초거대 일본금융기업의 탄생을 위하여, 일본의 자본과 금융시스템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하여! 이제는 금융제도를 개선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몇 번이나 목소리를 높였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입법부의 반대에 부딪쳐 매번 좌초되었던 발의안이었다.
“총리대신께서, 각 당의 의원들께서, 그리고 각 부의 행정부처 장관들께서 이를 면밀히 검토하여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와 꺾이지 않는 각오가 엿보였다.
일본 중앙은행 총재는 허리를 굽힌 채, 크게 외쳤다.
“일본경제연합회장께서는 하실 말씀 없으시오?”
“예?”
“금융지주회사 설립에 관한 규제가 완화되길 바라는 것은 우리 은행들만이 아닐 텐데요?”
“아!”
일본경제연합회장도 즉시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일본의 금융이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야, 이를 발판으로 일본의 기업도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원래 기업과 금융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관계를 이루는 법.
“일본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제도가 밑받침을 해 줘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일본경제연합회장은 목청도 컸다.
“세계의 자본을 일본으로, 일본의 자본을 기업 투자로, 일본의 산업을 키워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서야 일본 경제가 삽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일본경제연합회장은 읍소했다.
“기업과 금융의 상생 구조를 이룩하기 위해서, 더 풍요로운 일본을 위해서, 일본 정부와 의원들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때였다.
자민당 당 대표가 탁 소리를 내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이 무슨 매국노 같은 소립니까?”
못마땅한 목소리, 불쾌한 표정이었다.
“정씨 집안을 위해 일본법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소리가 가당키나 합니까?”
자민당 당 대표는 매서운 눈으로 좌중을 훑어봤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에서 단기차입금을 내어주면서 악질적인 조건을 덧붙인다 한들, 어찌 일본의 근간이 되는 법을 뜯어고치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겠습니까?”
자민당 당 대표는 콧방귀를 뀌었다.
“총리대신, 이건 너무 과한 듯싶습니다. 아무리 JH투자의 단기차입금 유보 제안이 달콤해 보여도…….”
“그동안 선동질하기 바빠서 이젠 돈 계산까지 영 안 되는 모양이야.”
일본 총리는 불쾌함을 숨기지 못한 채, 자민당 당 대표를 흘겨봤다.
“당 대표 자리에 앉더니 못된 버릇만 들었군.”
“총리대신?”
“사회당의 발언이라면 무조건 반대하던 버릇을 여기에서까지 내보이면 쓰나.”
일본 총리는 혀를 찼다.
“금융지주회사 설립 허가와 일본 금융시장의 보호.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가는 누가 봐도 확연해.”
“일본 금융시장을 망치려 드는 건 JH투자 아닙니까?”
자민당 당 대표는 원수를 보듯 우리 쪽을 노려봤다.
“나까무라 부동산을 담보로 장난질을 친 것도, 얕은 눈속임으로 일본 은행들을 농락한 것도, 단기차입금을 두고 협박한 것도, 일본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것도 전부 JH투자란 말입니다!”
자민당 당 대표는 특히 동남쪽 스컹크를 보며 이를 갈았다.
“우리 일본이 왜 고작 이런 놈들에게 머리를 숙여야 합니까?”
자민당 당 대표와 동남쪽 스컹크는 서로 간에 칼을 겨눈 바 있었다.
자민당 당 대표는 목을 꼿꼿하게 세웠다.
“분탕은 저놈들이 쳤는데, 우리가 왜 저놈들의 편의를 봐줘야 하느냐 이 말입니다!”
“이것으로 협상 결렬인가요?”
아무래도 저 양반은 대화할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나는 두 손 모아 정중하게 배꼽 인사했다.
“어쩔 수 없군요. 그럼 살펴 가세요.”
“그 제안, 받아들이지!”
일본 총리는 딱 잘라 말했다.
“정씨 집안의 금융지주회사 설립, 내가 책임지고 무조건 통과시킬 것을 약속하겠다.”
“총리대신, 우리 자민당은 절대로 이를 묵과하지 않을 겁니다!”
일본법을 뜯어고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자민당은 과반수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했다.
“그것참 유감이군.”
일본 총리의 눈은 서슬 퍼렇게 빛났다.
“그럼 당 대표직을 내놓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