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404)
재벌집 만렙 아들-404화(404/416)
404. 진심을 증명할 시간
자민당 당 대표는 발끈했다.
“지금 저더러 당 대표직을 내려놓으라 하셨습니까?”
“제대로 들었군.”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을 그렇게 쉽게 입에 담으실 수 있습니까?”
자민당 당 대표는 배신당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는 지금까지 총리대신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헌신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총리대신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언론과 싸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지요!”
“그건 고맙게 생각하네.”
일본 총리는 여전히 90도로 수그린 두 사람을 가리켰다.
일본 중앙은행 총재와 일본경제연합회장이었다.
“하지만 이것 보게. 상황이 그렇잖나. 금융전문가와 전문기업가가 일본 경제를 위해 한목소리로 올린 충언이다.”
“저 또한 이 나라의 정치인으로서 드리는 충언입니다. 법 개정을 그리 쉽게 보면 곤란하지요.”
탕!
자민당 당 대표는 손바닥으로 원목 탁자를 내리쳤다.
“여태 문제없던 제도를 일개 사채업자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뜯어고치겠다고요?”
탕탕탕!
“이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문제가 없기는 왜 없어? 지금 당장 일본 은행들의 입에서 파산 소리가 나왔는데!”
일본 총리의 눈초리는 차가웠다.
“지금 은행들이 JH투자의 단기차입금을 갚지 못하겠다잖나. 그것도 한두 개 은행이 아닌, 이십여 개의 은행이!”
탕!
일본 총리 역시 지지 않고 원목 탁자를 후려쳤다.
“이대로 놔두면 은행에서 기업까지 줄줄이 넘어지게 생겼어! 이래도 문제가 아니야?”
“총리대신, 그건 법이 잘못된 문제가 아닙니다. 대출 관행의 부조리 때문이었죠.”
자민당 당 대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일본 중앙은행 총재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부동산 담보 가치보다 훨씬 웃도는 대출을 발행하란 조항은 일본법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잘잘못은 나중에 따져도 돼! 지금 중요한 건 당면한 사안에 대한 해결이야.”
일본 총리도 일본 중앙은행 총재를 노려보고 있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내 그 눈길을 거둬들였다.
“시작이야 어찌 됐든 결국 금융 당국의 감사와 감찰을 늘려야 한다는 소리로 귀결되는 문제 아닌가? 금융제도 개선이 시급해.”
“하지만 총리대신께서 하고자 하는 바는 금융감찰 강화가 아닌, 금융지주회사 건립의 규제 완화 아닙니까?”
“결국 이 또한 다 일본의 미래 금융시장을 위해서가 아닌가?”
일본 총리와 자민당 당 대표가 서로를 노려봤다.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하는 일본 금융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게 뭐가 나쁘지?”
“절차대로 하시죠. 국회에 정식으로 이 안건을 발의하시면 되겠군요.”
“이렇게 어렵게 갈 일인가?”
“저는 자민당 당 대표로서 확실하게 반대 의사를 표한 겁니다.”
휘하 의원들을 동원하여 입법 과정에서 훼방을 놓겠다는 엄포나 다름없었다.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해? 켕기는 게 많은 모양이야?”
“…….”
자민당 당 대표는 순간 움찔했다.
일본 총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자네와 처가 또한 노스콥 게이트에서 자유롭지 않기는 마찬가지일 텐데.”
“전 정동진의 후계자가 노스콥 게이트를 닫을 수 있다는 것조차 못 믿겠습니다.”
자민당 당 대표는 이를 으드득 갈았다.
“힘으로 뭉갤 수 있는 상대와 대화해야 할 필요성 역시 못 느끼겠고 말이지요.”
자민당 당 대표는 싸늘하게 말했다.
“기자회견을 열겠습니다.”
“기자회견? 여기서 일을 더 크게 만들겠다고?”
“국민들에겐 알 권리가 있습니다.”
탕!
일본 총리가 노하여 원목 탁자를 내려쳤다.
“일본 국가부도를 조용히 막아보겠다고 한국까지 날아와 이 자리를 만들었건만. 자네가 뭐라고 이 판을 다 망치려고 들어!”
“정동진의 후계자? 그깟 놈이 위협하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요.”
자민당 당 대표는 이죽거렸다.
“우리 일본은 세계 2위의 선진 금융국입니다. 고작 개도국 출신의 일개 사채업자에게 농락당할 만큼 금융시장이 연약하지 않습니다.”
자민당 당 대표가 우리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타협은 강자 혹은 대등한 적수와 하는 겁니다. 일본과 일개 사채업자!”
삿대질은 비웃음과 함께였다.
“확연한 힘의 차이가 나는 약자에게 우리가 굳이 굽혀 들어갈 이유가 있겠습니까? 일본 체면이 있지!”
자민당 당 대표는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총리대신, 부디 일본을 팔아먹는 매국노 짓은 하지 않으시길 빕니다.”
“앉아! 얘기 아직 안 끝났어!”
“전 더 들을 말도 없고, 할 말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탁.
어느새 일어난 일본 공안조사청장이 자민당 당 대표를 제압했다.
순식간이었다.
일본 공안조사청장이 그의 품을 뒤졌다.
“꿍꿍이가 따로 있었군.”
은색 녹음기가 나왔다.
뒤로 감기를 눌러 대화를 확인한 일본 공안조사청장은 대뜸 벽에 녹음기를 내던졌다.
“이걸 언론 앞에 내놓으려 했단 말이지?”
콰직!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테이프를 꺼내 뽀각 두 동강을 내었다.
카세트테이프를 좌르륵 풀어 지포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아니면 미국에 보내 흥정할 생각이었나? 노스콥 게이트에서 본인만 쏙 빼달라 청탁할 생각으로?”
쿠당탕탕!
일본 공안조사청장의 발길질에 채인 자민당 당 대표가 크게 나가떨어졌다.
발길질 몇 번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자민당 당 대표가 꽥꽥대며 외쳤다.
“나는 일본의 국회의원으로서 면책 특권을 가지며, 불체포특권도…… 커헉!”
“알 게 뭐야? 한국에서 변사체로 발견되고 싶지 않으면 입 닥치고 있어.”
“……!”
자민당 당 대표가 새하얗게 질려 입을 다물었다.
일본 공안조사청장은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발길질을 거듭했다.
일본 총리는 쓰게 웃었다.
“이거 일본 체면이 말이 아니군.”
일본 총리는 양복을 탁탁 털었다.
“자, 이제 금융지주회사 건립에 반대하는 인물도 없는 것 같으니, 솔직하게 까놓는 게 어떤가?”
“뭘요?”
“노스콥 게이트를 막을 방법.”
은근한 웃음에는 꿍꿍이속이 한가득이었다.
“노스콥 게이트에 연루된 사람이 많아. 일본 국정 운영에 사활이 달린 이런 중요한 일 처리를 두고 제 말만 믿으라고 우기는 건 곤란하지.”
결국 못 믿겠다는 소리였다.
“믿을 만한 증거, 확실하게 틀어막을 방안, 뒤탈 없이 빠져나올 후처리 계획까지. 전부 다 털어놔야지.”
일본 총리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결과로 증명한 후였으면 내 이런 소리는 안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말뿐인 믿음을 논하기엔 우리 사이에 신뢰란 게 존재하지 않잖나.”
일본 총리는 좀 더 고개를 쭉 빼내어 우리를 노골적으로 샅샅이 훑었다.
“무엇을 믿고 자네들의 편의를 봐줄 것을 약속해야 하나?”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쪽의 뭘 믿고 우리 패를 다 까놓으라는 거죠?”
“난 일본의 수상이다. 최고통수권자 발언의 무게를 우습게 보지 마라.”
“전 사람 말은 안 믿는다니까요.”
나는 방긋 웃었다.
“거기엔 일본 최고통수권자의 말도 예외는 아니에요.”
“난 이미 행동으로 보여줬다.”
일본 총리는 구석에서 몸을 웅크린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민당 당 대표와 망가진 채 굴러다니는 은색 녹음기를 가리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 대표직 박탈과 금융지주회사 입법 개정에 관한 약속은 쏙 빠진 채 입 닦았잖아?’
딱 봐도 한눈에 견적이 나오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소리.
“정씨 가문에서 요구한 금융지주회사 설립에 관한 내 의지가 바로 이와 같다.”
일본 총리는 차가운 눈으로 좌중을 훑었다.
“내가 작심한 이상 누구도 이 뜻을 꺾지 못할 것이요, 무엇도 이를 가로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도 일본의 최고통수권자로서 약속하는 말인가요?”
“허!”
일본 총리는 낮게 헛웃음을 흘렸다.
“이만하면 내 진심은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
“진심은 문서로 증명해야죠. 말보다, 행동보다, 돈과 문서가 더 확실하거든요.”
나는 준비해 왔던 서류를 올렸다.
열심히 타자를 쳐서 만들어둔 서류였다.
“이게 뭐지?”
“정씨 가문의 금융지주회사 건립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에요.”
“뭐?”
“정씨 가문에 딸린 사람이 많거든요. 가문의 사활이 달린 이런 중요한 일 처리를 두고 제 말만 믿으라고 우기는 건 곤란하죠.”
“허?”
“총리님 말처럼 믿을 만한 증거, 확실하게 틀어막을 방안, 뒤탈 없이 빠져나올 후처리 계획까지. 전부 다 털어놓으려고요.”
전부 일본 총리가 했던 말이었다.
“총리님께서 법을 바꿔 결과로 증명한 후였으면 저도 이런 소리는 안 했어요.”
내 목소리도 더욱 낮아졌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말뿐인 믿음을 논하기엔 우리 사이에 신뢰란 게 존재하지 않잖아요?”
“허!”
“그래서 준비해 봤어요.”
나는 일본 총리 쪽으로 서류를 스윽 밀어 넣었다.
“총리님이 작심한 이상 누구도 이 뜻을 꺾지 못할 것이요, 무엇도 이를 가로막을 수 없을 만큼 약속 이행에 대한 뜻이 강경하시다면.”
콕콕.
나는 서류를 손끝으로 짚었다.
“여기에 서명 날인해서 진심을 증명해 주세요.”
“하?”
내가 내민 서류를 읽어 내려가던 일본 총리는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노스콥 게이트를 막고, JH투자가 단기차입금 회수를 유보하는 대신 일본의 기업으로 금융지주회사를 건립하겠다?”
“그건 이미 앞서 제가 요구한 사안이니까요.”
하지만 일본 총리의 반응은 조금 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이건 들어주기 곤란하겠군.”
딱 잘라 떨어진 거절이었다.
“왜요?”
“이 조항들대로라면 일본의 은행, 보험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을 1개 기업씩 내놓으란 소리밖에 더 되나?”
“맨입으로 꿀꺽하겠다는 것도 아니잖아요?”
내가 언제 기업을 내놓으랬어?
지분권 행사에 군말 없이 동의해 달라고 했지.
“JH투자가 단기차입금 채권을 장기로 전환해 주는 대가로 보유한 해당 은행, 보험사,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지분권을 위임해 달라는 것뿐인데요.”
“JH투자가 해당 금융그룹의 경영진을 교체해 제 입맛대로 주물러도 이에 관해 개입하지 말란 소리고!”
“이미 그러기로 총리대신께서 먼저 제안하신 내용인데요?”
“내가 언제!”
“기억 안 나세요?”
나는 고개를 반대편으로 갸웃했다.
“일본 정부가 향후 10년간 정씨 일가의 사업체에 관해 관여치 않겠다고 약속한다고 하셨어요.”
“뭐?”
왜 그렇게 당황한 얼굴이야?
이 말, 내가 했나?
당신이 알아서 먼저 제시했어!
“정씨 가문의 이름으로 된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전부 한국 기업이 아닌, 일본 기업으로 하기로 합의 봤잖아요?”
“서, 설마……!”
일본 총리가 입을 떡 벌렸다.
그건 총리 비서, 일본 중앙은행 총재, 일본경제연합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게 그런 뜻이 되는 겁니까?”
“JH투자에 목줄이 잡힌 일본 은행과 일본 증권사, 일본 보험사, 일본 자산운용사를 거둬 가는 것에 개입하지 말라는……!”
“조용!”
일본 총리의 윽박에 최측근들의 입이 다물려졌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놓지 못했던 불만은 얼굴 표정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일본 총리는 그들의 소리 없는 항의를 알아주지 않았다.
모든 신경을 서류에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일본 기업의 기술 교류 및 제공에 관한 협약에 관해서도 일본 정부가 개입하지 말라고?”
“아시다시피 정씨 가문은 일본 기업의 대주주잖아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것도 정씨 가문의 사업 중 하나거든요. 일본 정부가 관여 안 하기로 약속하신다던.”
“젠장!”
일본 총리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아주 대놓고 콕 짚어서 반도체 기술과 자동차 엔진 기술, 전기전자제품 생산 기술을 이전받겠다고 적어놨군.”
80년대엔 일본 기업들이 반도체 시장과 자동차 시장 및 전기전자제품 시장을 휩쓸었다.
“그 정도는 되어야지 정씨 집안 입장에서도 밑지지 않는 장사랄 수 있죠. 안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