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406)
재벌집 만렙 아들-406화(406/416)
406. 빨대를 꽂겠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실까요?”
“자, 잠깐!”
일본 총리가 비명처럼 외쳤다.
“아직 협상 안 끝났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저 쓰레기, 안 보이세요?”
일본 총리가 구겨 버린 합의서였다.
“이게 대답이라면서요?”
“그건 그저 보여주기용 퍼포먼스일 뿐이었다.”
하지만 일본 총리의 낯짝은 생각보다 두꺼웠다.
“협상 과정에서는 흔하게 벌어지는 전략이자, 노림수였지. 정치인들이 곧잘 하는 그런 종류의 것 말이다.”
“통수권자의 발언은 무겁다면서요?”
“…….”
일본 총리는 말문이 턱 막혔는지, 입술만 달싹거렸다.
나는 두 손 모아 꾸벅 배꼽 인사했다.
“그럼 살펴 가세요.”
“아직이야!”
탁!
일본 총리가 내 팔을 잡아왔다.
“이렇게 나가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걸?”
일본 총리가 재빨리 원목 탁자 위에 올려두었던 서류 봉투를 들어 보였다.
“지금 이렇게 나가면 이것을 받을 기회도 없다!”
봉투를 다 열기도 전부터 황금빛이 번쩍번쩍 흘러나오던 바로 그 봉투!
협상 의사를 확인한 후에 개봉하겠다며 한껏 거드름을 피우더니.
이게 바로 일본 총리가 야심 차게 준비해 온 비장의 무기였을 터.
‘궁금하긴 한데…….’
황금빛이 어찌나 요란하게 번쩍거리는지.
제법 구미가 동한단 말이야?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일본 총리는 은근하게 덧붙였다.
“장담컨대, 저건 지금까지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달달한 제안일 거다.”
“흐음.”
“말했지? 난 이미 결심을 굳힌 자에게는 당근을 흔들지 않아.”
얼마나 달콤한 당근이기에.
이 양반이 이렇게 자신만만해하는 걸까?
“우리 서로 한 발씩만 물러나 양보하는 게 어떤가?”
일본 총리의 목소리는 더욱 은근해졌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려 들면 우리만큼이나 정씨 가문도 타격이 클 거다. 상잔보다는 상생이 낫지.”
“하지만 죽어도 도장 못 찍겠다고 하신 건 총리님인데요?”
“…….”
무겁다던 통수권자의 발언이 그의 족쇄가 되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하하하, 아까의 일은 잊어버려라. 협상 조건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다.”
“…….”
일본 총리는 예상보다 훨씬 더 뻔뻔했다.
“이견이야 조율하면 그만이지. 그러라고 만든 협상 자리 아닌가?”
“이미 결심을 굳혔다면서요?”
“결심이야 굳혔지. 우리의 공생공사를 위해 기꺼이 성의를 보이기로!”
“…….”
그래, 이 정도 철면피는 되어야 정치하는 양반이라 할 수 있지.
덥석.
일본 총리가 내 손에 서류봉투를 통째로 쥐여 주었다.
“이만하면 대화를 재개하는 값으로는 충분하지 않겠나?”
뇌물과 청탁은 한 세트였다.
“정씨 가문의 이름으로 된 금융지주회사 설립? 좋아, 약속하지!”
“말로만?”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
일본 총리는 자민당 당 대표와 총리 비서를 바라보며 외쳤다.
“올해 상반기 내로 무조건 금융지주회사 설립 규제 완화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키지.”
“초, 총리대신, 그건 아직 따로 합의가……!”
“여기엔 협상도, 타협도 없으니, 이견도 반박도 받지 않겠다!”
일본 총리는 눈을 부라렸다.
“또한 부실금융사에 관한 구조조정도 겸할 생각이다.”
“총리대신!”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경악성을 토했다.
하지만 일본 총리는 콧방귀를 뀌었다.
“일본으로 돌아가는 즉시 부실기업 리스트를 추리지. 은행, 증권사, 보험사, 자산운용사 각 1개 사.”
“총리대신, 그걸 그렇게……!”
“토 달지 마라.”
일본 총리가 손을 들었다.
“이에 관해서라면 이미 관광버스에서 내릴 때 손해를 각오한 사안이지 않은가.”
“끄응.”
“하나 더. JH투자와 얽힌 은행과 기업들은 우호적인 협력을 약속할 것. 단, 차입금을 상환할 때까지로 한해서.”
“하아…….”
총리의 최측근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달리 반박하지 못했다.
“별수 있나. 억울하면 빚이나 빨리 갚으라고 해.”
이건 비단 금융권에서만이 아닌 뒷골목에도 통용되는 힘의 논리였다.
“총리대신, 이참에 우리 측 조건도 확실하게 전해야지요.”
아까부터 끼어들 기회만 엿보던 자민당 당 대표였다.
“나까무라 부동산의 장부와 노스콥 게이트를 닫는…….”
“짜증 나는군.”
간파된 속내는 약점으로 돌아오는 법.
짜고 치던 고스톱 판이란 게 발각된 이상, 그저 납작 엎드려서 선처를 바라는 수밖에.
“아까 자민당 당 대표직 내놓으라던 말, 빈말 아니야.”
엄중한 경고였다.
자민당 당 대표의 눈알이 데구르르 굴렀다.
그러자 일본 총리가 혀를 찼다.
“날 설득할 생각 하지 말고, 그 자리 지키기 위해 움직여. 그게 순서지.”
“……예, 총리대신.”
자민당 당 대표가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일본 총리는 나를 돌아보았다.
“이만하면 충분한 약속이 되었겠지?”
충분은 무슨.
“전 말이나 행동 대신 돈과 문서만 믿는다니까요?”
“그래, 좋다. 문서를 쓰자면 써야지.”
일본 총리의 목소리는 시원시원했다.
“단, 아까의 조건은 안 돼.”
“협상 결렬인데요?”
“이견을 조율하고 조건을 조정하는 게 협상이야. 우린 지금 협상 자리에 나와 있는 거고.”
일본 총리는 제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단기차입금 회수 기간을 유보하고, 정씨 집안의 사업체 불간섭 기한을 조정했던 것처럼. 조건 맞춰 봐야겠지.”
진즉 이렇게 나왔으면 오죽 좋아?
하지만 나는 일부러 눈을 한껏 가늘게 떴다.
당신만 의도적인 퍼포먼스 하는 줄 알아?
그건 나도 할 수 있어!
일명 ‘꼬우면 꺼지시든가!’ 전략!
“조건이 마음에 안 든답시고 또 아까처럼 싫다고 우길 생각이죠?”
“천만에.”
그래서 물었다.
“그럼 우리 정씨 집안 사업체에 대해 감세 대신 면세 혜택으로 조건 조정해 줄 수 있어요?”
“면세?”
“차라리 돈을 요구하라면서요?”
“…….”
“왜요? 이것도 권한 밖이에요?”
“그 제안 받아들이지.”
일본 총리가 시원하게 내지르자, 총리의 최측근들이 기함했다.
“총리대신, 사전에 합의된 사항도 아닌데 이렇게 막 지르셔도 됩니까?”
“시끄럽다! 이건 엄연히 내 권한 내의 일!”
맞는 말이었다.
“일본 정부의 예산을 꺼내 쓰겠다는 것도 아닌데, 내가 이 정도 권한도 행사 못 하나?”
“…….”
그러니 다들 염려 어린 얼굴을 하면서도 입 닥치는 수밖에 없었다.
‘크, 이것이 바로 공권력의 횡포!’
나를 위해 발휘하는 최고통수권자의 특혜!
아주 마음에 든다!
그래서 은근하게 되물었다.
“그럼 사람과 물건에 관해서는요? 이것도 조건 조정할 의향 있어요?”
“가능하다면.”
일본 총리가 먼저 선을 딱 그었다.
“단, 반도체 특허 기술, 자동차 엔진 기술, 전기전자제품 생산 기술에 관해서는 안 된다.”
“안녕히 계세요.”
도로 내 팔을 붙잡는 손길이 다급했다.
“그건 일본의 향후 10년간의 경제를 책임질 핵심 기술이야!”
그렇긴 하지.
“10년 동안 특허권과 최신 생산 설비들을 양도한다는 건 너무 과해!”
“그럼 5년은 어때요?”
“이건 애초에 조건 협상 자체가 불가능한 국가보안급 기밀 사안이자, 관리 사항이야!”
알고 있다.
그러니 일본 총리가 저리 곧 죽어도 그것만은 안 된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거겠지.
“우린 일본을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섰다. 하지만 그 결과가 일본을 팔아먹는 매국노 짓이라면 목적이 전도된 격이야.”
“그럼 전부 말고 일부는 어때요?”
“음?”
내 팔을 붙든 일본 총리의 손에서 힘이 슬쩍 빠졌다.
그래서 나도 슬쩍 한발 물러섰다.
“향후 일본 경제를 책임질 정도의 핵심 특허 기술 말고, 그보다 다운그레이드된 기술이요. 그 정도는 내어줘도 상관없잖아요?”
“다운그레이드라면…….”
“예를 들면 일본 30대 기업의 기술은 제외.”
“흐음.”
일본 총리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망설임이 떠올랐다.
일본경제연합회장이 즉시 입을 열었다.
“안 됩니다, 총리대신. 30대는커녕 100대 기업도 과합니다!”
“그렇다면 300대 기업은 어떤가?”
“그 정도면 뭐…… 괜찮을 것 같습니다, 총리대신.”
일본경제연합회장이 한발 물러섰지만, 나는 아니었다.
“300대 기업? 그건 너무 중소기업 아니에요?”
“우리 일본에서 300대 기업이면 세계에서 300대 기업이다.”
자부심이 지나치게 과하시구만!
하지만 나는 시비를 가리는 대신 조건을 바꾸기로 했다.
“좋아요. 대신 그 경우 어떤 일에도 간섭과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해요.”
“콜.”
일본 총리는 흔쾌히 콜을 불렀다.
총리 비서와 일본경제연합회장이 즉시 반박할 기색을 드러내자, 일본 총리는 손을 들었다.
“난 일본의 수상으로서, 일개 개인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꼴은 용납하지 않겠다.”
“총리대신, 하지만……!”
“시장의 논리에 따라서. 일본법이 허용하는 내에서.”
일본 총리는 씩 웃었다.
“불법적인 일까지 우리 일본 정부가 묵인해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지극히 옳으신 말씀입니다, 총리대신.”
총리 비서와 일본경제연합회장은 그제야 안심하여 입을 다물었다.
일본 총리는 나를 돌아보았다.
“금융지주회사? 해. 기업 간 기술 협약? 해. 단, 합법적으로 해야지. 이게 어려운가?”
“그러죠.”
나도 흔쾌히 오케이를 불렀다.
그러자 외려 일본 총리가 의아한 기색을 비쳤다.
“진심인가?”
“그럼요.”
나는 서류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고작 3장밖에 안 되는 얄팍한 서류를 원목 탁자 위에 나란히 펼쳤다.
“그건 또 뭐지?”
“바꾼 내용으로 만들어 둔 협의서요.”
“…….”
일본 총리가 말없이 서류를 꺼내 들더니 헛웃음을 흘렸다.
“허?”
어처구니가 없다는 기색이 만연한 웃음이었다.
“어떻게 토씨 하나, 기한 하나 틀리지 않고 이런 것을…….”
“거기에 찍힌 정씨 집안 가문의 문장 보이시죠?”
미리 우리 측 서명 날인 자리에 정씨 집안 인장을 찍어 두었다.
“어때요? 이쪽의 진심은 확인하셨나요?”
“허!”
“진심을 증명할 마지막 기회예요.”
일본 총리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그건 3장짜리 서류를 넘길 때마다 더욱 짙어졌다.
“우리가 바꿔서 합의한 조건들이 어떻게 미리 서류로 작성되어서 그 서류 가방 속에서 나올 수가……!”
“뭐가 문제죠?”
나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결과만 봐요. 우리가 합의한 조건 전부 제대로 박혀 있는 합의서 맞잖아요?”
“어떻게 입법 약속은 물론 10년, 5년 기한에 300대 기업과 면세, 개입 불가 조건까지 그대로……. 허, 허허, 허허허.”
일본 총리가 낭패한 기색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서 도장 찍으실 거예요, 말 거예요?”
나는 손끝으로 서류를 콕콕 짚었다.
아직 도장을 받아내지 못했기에.
나의 의도적인 퍼포먼스 전략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꼬우면 꺼지시든가요.”
“정말 대단한 수완가였군.”
체념한 얼굴이었다.
일본 총리는 일필휘지로 만년필을 휘갈겼다.
‘우와!’
황금빛이다!
서명날인으로 완성된 서류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빛이 번쩍거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야……!’
대화를 재개하는 값으로 쥐여 준 서류봉투를 열어보았더니.
그보다 더 눈부신 황금빛이 번쩍거리는 서류가 튀어나왔다.
<국가사업 허가권>
일본 정부가 허가할 수 있는 국가사업 1개에 관해 무조건적인 권한을 인정해 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제법인데?’
정씨 집안의 최측근들이라면 혹할 만한 내용이었다.
일본 정부는 정씨 집안이 자금과 인력을 끌어들여서 일본의 기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정씨 집안은 양지 진출의 기회이자, 세력과 영향력을 넓힐 수 있으니까.
‘이 문구가 특히 아주 마음에 들어.’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빛이 유독 진한 부분.
<특정 지역, 특정 사업에 대해 배타적인 권한을 인정한다.>
특정 지역에 관해서라면 경쟁자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사업을 진행해도 좋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역의 범위라는 걸 참 영악하게도 지정해 놓았다.
<단, 30만 가구 이하의 도시, 혹은 농림어업지 및 그에 준하는 지역에 한하여.>
한마디로 마음껏 활개 치고 싶다면 시골 촌동네로 내려가라는 뜻!
말끝마다 ‘단’이란 제한 조건을 붙이기 좋아하던 일본 총리다운 짓이었다.
‘그럼 나야 완전 땡큐지!’
나는 씩 웃었다.
“결정했어요. 제7광구 개발사업권, 우리한테 주세요.”
이참에 남해와 동중국해의 공유수면에 위치한, 추정 매장량 약 1천억 배럴의 석유가스 자원에 빨대를 꽂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