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407)
재벌집 만렙 아들-407화(407/416)
407. 마음의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일본 총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7광구 개발사업권?”
왜 그렇게 의아하단 표정이야?
“일본 정부가 허가할 수 있는 국가사업, 이것으로 할게요.”
“……굳이?”
“네. 굳이.”
“…….”
더욱 황당하다는 얼굴이 되었다.
총리의 최측근들도 ‘미쳤나?’ 하는 얼굴로 날 보았고, 우리 정씨 가문 5인방도 이번 일에서만큼은 깜짝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약속대로 배타적인 권한을 인정해 주세요.”
“단서 조항은 제대로 읽었고?”
“30만 가구 이하의 도시, 혹은 농림어업지 및 그에 준하는 지역에 한하여.”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남해와 동중국해의 공유수면이니, 사람 안 살고, 어업지에 준하는 지역 맞잖아요?”
“그것 때문에 이러겠나?”
일본 총리의 눈알이 데구르르 굴렀다.
“정씨 가문이 새로운 터전으로 삼을 도심 외곽 지역이라면 훨씬 좋은 입지 조건이 차고 넘칠 텐데, 굳이?”
같은 이유로, 정씨 가문 5인방도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날 바라보았다.
그 반응을 확인한 일본 총리가 조금 더 넘겨짚었다.
“작년에 한국과 일본이 제7광구를 두고 대륙붕 협정을 발효한 것 때문인가 본데.”
내가 땅을 치고 아쉬워한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회귀했어도!’
1974년 1월 30일, 한일 양국은 제7광구의 공동 개발을 두고 대륙붕 협정을 체결하였다.
그 결과 한일 양국의 영유권 문제는 잠정적으로 보류되었고, 대신 ‘한일공동개발구역’이 설정되었다.
‘뭐, 내가 좀 더 빨리 회귀했다 해도 한일 양국의 대륙붕 협정은 못 막았겠지만.’
그땐 내가 너무 어려!
유치원도 못 다닐 코찔찔이 신세거든.
일본 총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쪽을 탐색했다.
“내년부터 일한 양국이 일한공동개발구역을 탐사하고, 시추를 시작할 것이란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인가?”
총리 비서와 일본 공안조사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두 손 들고 반색했다.
“총리대신, 허락해 주시죠!”
“묻고 재고 따질 것도 없습니다! 던져줍시다!”
둘 다 몸이 달아서 일본 총리 곁에 찰싹 붙어, 작게 속삭였다.
“어차피 이건 한국의 영유권 선언을 어떻게든 방어할 요량으로 들쑤셨던 일이잖습니까?”
“협정에 따라 공동 탐사가 아니면 한쪽의 일방적인 개발은 불가능합니다.”
이는 협정 당시 개발 기술이 없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단독 개발을 막기 위해 내건 조항이었다.
“당장 내년부터 일본 정부의 예산을 들여서 시추공 7개를 뚫기로 했지만, 벌써부터 등골이 휠 지경입니다.”
“어차피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개발 중단하기로 작정한 사업 아닙니까?”
전생에서 일본은 갑작스럽게 개발 중단을 선언하며 개발을 무기한 보류한 사업이었다.
총리 비서와 일본 공안조사청장은 눈을 빛내며 앞다투어 말했다.
“원래라면 한국이 먼저 설정했기에 한국 소유였던 개발권입니다.”
“그런 개발권을 정씨 집안에 던져버리고 입 닦을 수 있다면 남는 장사지요.”
“어차피 한국은 돈도, 기술도 없습니다. 보나 마나 중간에 백기 들고 항복할 사업입니다.”
“한국이 나가떨어지면 정씨 집안은 닭 쫓던 개처럼 손가락만 빨며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음흉하고 비열한 웃음이 그 뒤를 따랐다.
“우리 일본 입장에서는 계륵밖에 더 되는 곳 아닙니까?”
애초에 일본 입장에서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바득바득 우겨서 얻어낸 개발권이었다.
“심지어 아직까지 그럴듯한 게 발견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럴 기미도 없고.”
아직 본격적인 탐사가 시작되기 전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제7광구 바로 옆에서 원유 시추 시설을 수십 개나 박아놓고 무단으로 열심히 뽑아 먹고 있었는데.’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래의 일이다.
“해안자원 탐사엔 돈이 많이 듭니다. 그냥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아주 많이 들지요.”
“탐사 한 번 할 때마다 수천, 수만 엔씩 깨질걸요?”
“뭐 할 때마다 한국 정부와 실랑이를 벌여야 하는 건 덤이죠.”
“그 귀찮고 어려운 길을 정씨 집안이 가겠다면 우리야 완전 땡큐 아닙니까.”
심지어 그 비용을 동업자끼리 나눠 내야 한다면 뒤따를 실랑이는 숙명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두 남자는 한목소리로 읍소했다.
“개발권, 줘버립시다, 총리대신.”
“그거 주고 깨끗하게 손 털어버리자고요.”
일본 총리는 씩 웃었다.
“좋아. 제7광구 개발권, 정씨 집안에 주지.”
“잠깐만요.”
나는 즉시 일본 총리가 넘겨준 서류를 뒤집었다.
새하얀 뒷장에 만년필로 휘갈겨 쓰기 시작했다.
“허?”
일본 총리는 헛웃음을 흘렸다.
“제법이군. 한두 번 계약서를 작성해 본 솜씨가 아닌데?”
내가 좀 그런 편이긴 하지.
사채업이 X으로 보이시나.
“전권에 관한 위임장?”
바로 봤다.
하지만 일본 총리는 ‘이게 뭔가?’ 하는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정씨 집안이 제안했고, 내가 승낙했으니, 그것으로 이야기 끝난 일 아니던가? 여기에 위임장이 왜 필요하지?”
“전 말이나 행동보단 돈과 문서를 더 믿는다고 했잖아요.”
나도 씩 웃었다.
“우리는 민간 기업체로 일본 정부를 대신해 참여할 생각이에요.”
“음?”
왜 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인데.
척하면 척하고 알아들었으면 오죽 좋아?
귀찮지만 어쩔 수 없지.
몇 마디 보충 설명을 덧붙여 주기로 했다.
“제7광구 개발을 시작하려면 필연적으로 한국과의 교섭권, 면담권, 탐사권, 개발권, 협상권, 분담권, 청구권, 사업권, 운영권, 판매권, 특허권 등이 필요하잖아요?”
“……!”
일본경제연합회장과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입을 떡 벌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럴 때마다 한일 대륙붕 협정에 의거, 일본 정부가 우리를 대신해 한국 정부와의 협상을 타진해야겠죠? 이에 관한 특별위원회 등을 발족시켜야 할 텐데요.”
나는 계속했다.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동원되어야 하는 부처가 총리부, 궁내청, 국가공안위원회, 감독청, 대장성, 총무성, 법무성, 외무성, 문부성, 후생성, 노동성, 농림수산성, 통상산업성, 특허청, 공부성, 방위청 등이에요.”
“……!”
총리 비서와 공안조사청장이 입을 떡 벌렸다.
아직 멀었다.
“물론 양국 공동 탐사 및 개발인 만큼 일본 정부는 우리가 따로 사업을 계획하거나 확정할 때마다 해당 회의에 참석하여 이에 관한 비용과 시간, 인력 등을 조율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좋다. 내 어디에 서명날인을 하면 되지?”
일본 총리는 듣기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눈꼬리를 휘게 웃으며 위임장의 마지막 글자까지 완성했다.
<전권 위임>,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사업권 인정>, <간섭 불가>란 대목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여기요.”
“정말 지독한 가문이군.”
일본 총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어떻게 된 집구석이 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꼬마까지 이렇게 악착같지?”
혀를 내두르는 것은 덤이었다.
“정씨 집안의 미래가 참 볼만하겠어.”
“정씨 집안의 미래가 달린 사업이니까 허투루 취급하면 안 되죠.”
“못 말리겠군.”
일본 총리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체념과 피곤이 가득 담긴 장탄식이었다.
“약속은 지킬 것이라 믿겠다.”
일본 총리는 떠나가는 그 순간까지도 나까무라 부동산 장부 공개나 노스콥 게이트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게 마지막 남은 그의 체면이자 자존심이었다.
“잠깐만요.”
탁.
이번엔 내가 그의 팔을 잡았다.
의아한 얼굴로 날 돌아보는 일본 총리에게 나는 방긋 웃어 보였다.
“오가는 성의 속에 싹트는 신뢰!”
그가 내게 제7광구 개발권을 주며 성의를 표했듯, 나도 그에게 작은 성의를 돌려주기로 했다.
“저는 말보다 문서를 믿거든요.”
“이, 이건……!”
“나까무라 부동산의 뇌물 장부예요.”
“……!”
일본 총리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환희와 흥분이 가득 찬 눈으로 그가 날 돌아보았다.
“왈가왈부 시끄럽게 떠드는 놈들 입을 다물게 만드는 데엔 이만한 게 없죠?”
“허!”
달싹이는 입술로 보아 많은 것을 묻고 싶은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도, 나도, 구차한 말은 덧붙이지 않기로 했다.
“이만하면 충분한 약속이 되었겠죠?”
“아무렴. 충분하고도 남지.”
일본 총리는 흡족한 얼굴로 웃었다.
“윈윈의 거래, 확실하군.”
국회의원들을 휘어잡을 무기까지 손에 쥐여줬는데, 금융규제 완화에 관한 법률 개정에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는 뜻이었다.
* * *
우리끼리 남겨지자 스승님은 혀를 내둘렀다.
“계산 확실하시구만! 이게 되네?”
스승님은 알짜 기업으로만 쏙쏙 골라 올 테니, 저도 같이 보내달라 청한 바 있었다.
“일본 총리가 먼저 나서서 금융구조조정을 언급할 줄이야. 이야, 이거 오래 살고 볼 일이로다!”
감격에 겨운 목소리였다.
스승님은 독립군 군자금 담당이었던 만큼, 예로부터 일본, 특히 금융당국에 대한 유감이 아주 많았다.
“우리 정씨 집안이 사채 한다고 틈만 나면 쥐 잡듯이 잡아대던 놈들이! 은행, 보험사, 증권사, 자산운용사를 먼저 자진 납세하겠다고 해?”
날 보는 스승님의 눈매가 참으로 따스하고 기뻐 보였다.
“도련님이라면 우리 정씨 집안을 크게 일으키고, 양지의 꿈을 이뤄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스승님의 눈이 희망과 희열로 빛났다.
정씨 집안의 양지 진출과 금융지주회사 설립은 그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자, 꿈이었다.
스승님은 크게 기꺼워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 약삭빠르고 비열한 일본 놈들에게 한 방 거하게 먹여주시다니. 정말로 자랑스럽습니다!”
“하, 승부수는 내가 띄우려고 타이밍 잡고 있었는데!”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뒤로 벌러덩 드러누우며 피식 웃었다.
“흐흐흐, 배짱 좋고, 말빨 좋고! 치고 들어가는 포인트가 어찌나 깔끔하던지, 끼어들 틈이 없었다니까?”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매우 흡족해하며 손을 쥐락펴락해 보였다.
“도박판뿐만 아니라 협상판까지 쥐락펴락하실 줄은 몰랐는데.”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주먹으로 제 가슴을 탕탕 쳤다.
“일본 총리가 도련님께 매달려서 쩔쩔맬 때는! 아아, 오십 년 묵은 체증이 싸악~ 내려가더란 말이지?”
“암요! 보는 내내 어찌나 통쾌하던지요. 기가 막혔습니다!”
종로 금이빨도 누런 금니를 드러내며 시원하게 웃었다.
“인제 보니 우리 주인님, 협박이 아주 수준급이더군요. 여차하면 뒷산에 파묻을 것 같은 살벌함까지 그야말로 와안벽!”
종로 금이빨은 뿌듯하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오늘 돼지 새끼 멱을 몇이나 따야 하나 각오했었습니다만, 회칼 쓸 일이 없으니 이거 좋군요. 크하하하!”
“인간아, 목청 좀 줄이자! 데시벨 난사 때문에 집중이 안 되잖아욧!”
까치산 방 여사는 서류를 보다 말고 빼액 소리쳤다.
그러자 호탕하게 웃어대던 종로 금이빨이 합죽이가 된 것처럼 입을 합 다물었다.
그제야 까치산 방 여사는 오호홋 아줌마 웃음을 터뜨렸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야무지게 후려치셨죠? 보고도 믿기지가 않네요. 이게 다 얼마짜리 사업이야?”
단춧구멍처럼 작은 눈은 탐욕스럽게 빛났고, 두툼한 입매는 만족스럽게 올라갔다.
“만만치 않은 전력이라고 잔뜩 쫄았던 게 억울할 만큼, 그놈들 눈 뜨고 코 베이더라니까요? 오호홋!”
까치산 방 여사는 황홀한 듯 서류 가방을 꼭 껴안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나까무라 부동산 운영은 진짜 저한테 맡기시는 거 맞죠? 동남쪽 스컹크가 아니라, 저 까치산에게!”
“누님께서 맡아주시면 저야 좋죠.”
동남쪽 스컹크는 향수를 칙칙 뿌리며 활짝 웃었다.
“안 그래도 이참에 일본 생활은 접고, 한국에 말뚝을 박아볼까 했던 참입니다.”
“파친코는 어쩌고? 일본 정재계 인맥 관리는 어쩌고?”
“파친코는 야쿠자들에게 비싼 값에 넘기면 그만이고, 일본 정재계의 인맥 관리야…….”
동남쪽 스컹크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그림자 라인이 복구되면 이에 관해서 더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오!
그림자 라인은 정씨 집안이 야심 차게 만들었던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 조직이었다.
스승님이 물었다.
“스컹크야, 마음의 결정은 내렸느냐?”
“저야 결정하고 말고 할 게 있습니까? 이미 성준이와 주인님께 충성을 맹세한 몸인데요.”
동남쪽 스컹크는 고개를 돌려 싸리나무 발 너머를 응시했다.
“마음의 결정이라면 제가 아니라 저 양반이 내리셔야 할 듯싶습니다.”
동남쪽 스컹크를 따라 다들 싸리나무 발 너머를 바라보았다.
“이만 나오시지요.”
촤르륵.
일본 총리와 담판 짓는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던 실루엣.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이쪽으로 걸어 나왔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나는 물었다.
“JH투자 사장 자리와 금융지주회사 회장 자리, 그리고 걸프사 회장 자리. 하나만 골라 보세요.”
“으아아아!”
심 사장은 머리통을 붙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