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411)
재벌집 만렙 아들-411화(411/416)
411. 큰사람은 크게 써야 하는 법
심 사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파친코 때문에 미련이 남아서 그럽니까?”
“전혀 아닙니다.”
동남쪽 스컹크는 고개를 저었다.
“파친코가 제법 짭짤한 벌이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야쿠자에게 웃돈 받고 넘기면 또 그만인지라.”
“억! 아깝게!”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눈알을 굴렸다.
“그 파친코, 나는 안 되겠니?”
일본에서 파친코는 국민 도박 기계였다.
도박이 불법인 일본에서 파친코는 카지노와 달리 도박 대신 놀이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파친코는 일본 전역에 걸쳐 점조직처럼 잘게 분포되어 있었다.
“난 경마장 다음으로 카지노를 꿈꾸는 남자야!”
전생에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카지노를 노리다가 마카오에서 총 맞아 죽었다.
“나한테 맡겨주기만 하면 입 떡 벌어지도록 잘 굴려먹을 자신 있는데!”
“자산운용사는 어쩌시고요?”
“둘 다 굴리면 안 되겠니?”
“한국의 하우스 도박장까지 굴리면서요?”
“셋 다 굴리지 말란 법도 없잖아?”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보란 듯이 심 사장을 가리켰다.
“저 양반도 회사 세 개를 굴리는데, 나라고 업종 세 개 굴리지 말란 법 있냐?”
“…….”
동남쪽 스컹크는 반박하지 못했다.
반면 심 사장은 아드득 이를 갈았다.
“체력이 아주 남아도시나 봅니다.”
말 끝나기 무섭게 심 사장은 보약 팩을 꺼내 쪽쪽 빨아 마셨다.
단숨에 한 팩을 깨끗하게 비워낸 심 사장은 보약 팩을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아주 좋습니다. 파친코 굴릴 체력이면 금융사 하나 더 굴려야죠.”
“엥?”
“카드사 하나 더 맡아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으악!”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식겁한 얼굴로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카드사는 뭔 놈의 카드사? 일본에서 누가 카드를 쓴다고?”
“일본크레딧뷰로(Japan Credit Bureau: JCB) 모르십니까?”
일본크레딧뷰로는 1961년에 동양신탁은행, 일본신판주식회사, 산화은행이 공동 출자하여 설립한 일본 은행 연합 신용카드사를 말한다.
“대한민국과 달리 일본에선 1970년대에 이미 신용카드 사용이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잖습니까?”
“……그런가?”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소위 일본통이라 불리는 동남쪽 스컹크를 돌아보았다.
동남쪽 스컹크는 고개를 끄덕여서 심 사장의 말에 동의했다.
“엄청나게 활성화되어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한국만큼 카드 사용이 뒤떨어진 형편은 아닙니다.”
“그 정도였어?”
“이래 봬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금융선진국 아닙니까.”
현재 세계 시총 순위 상위권을 일본 은행과 금융사들이 휩쓸고 있는 상황이다.
심 사장은 말했다.
“지금이야 카드사가 태동하여 널리 쓰이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보편화되기까지 머지않았다고 봅니다.”
“……그렇습니까?”
동남쪽 스컹크가 미심쩍은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서 심 사장의 말에 동의했다.
“일본은 경제 성장과 함께 소비 수준이 상승하고, 소비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요.”
일본의 황금기라는 1980년대가 코앞이다!
“분명 신용카드란 편리한 결제 수단이 각광받게 될 거예요.”
“오!”
아니, 카드사 설립하잔 소리를 먼저 꺼낸 양반이 그렇게 놀란 얼굴을 하고 있으면 안 되지!
“아직 완전히 자리매김하지 못한 일본의 신용카드 산업에 뛰어든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봐요.”
“보셨죠?”
심 사장이 매우 기뻐하는 얼굴로 말죽거리 말대가리를 돌아봤다.
“카드사 사장 당첨.”
“아니, 나더러 자산운용사 사장 자리를 맡아달라며?”
“둘 다 맡으면 됩니다. 임시 공석이란 방법이 있는데, 뭐가 걱정입니까?”
“…….”
심 사장은 콧방귀를 팽 뀌었다.
“업종 세 개 돌릴 수 있는 체력이라면 4개인들 못 돌리겠습니까? 제가 기꺼이 그 꿈, 응원해드리겠습니다!”
“시, 심 사장!”
“호칭 똑바로 하십시오. 저 이젠 심 회장이에요!”
심 사장이 거만한 얼굴로 품에서 꺼낸 보약을 내던졌다.
“장담컨대 앞으로 그 혈관엔 피 대신 보약이 흐르게 될 겁니다.”
“…….”
털썩.
분에 넘치는 과욕을 부리던 말죽거리 말대가리의 말로였다.
“4대0.”
심 사장이 손바닥을 탁탁 털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두 명, 남은 자리는…….”
“자, 잠깐만요, 심 사장, 아니, 심 회장님!”
까치산 방 여사가 선수 쳤다.
“요즘 사모님의 바가지가 현저하게 줄어들지 않으셨나요?”
“아니, 그걸 어떻게……?”
“오호호홋! 사모님께서 목련회에 들어갔다는 소리는 들으셨고요?”
목련회는 대한민국 상위 0.0001%를 위한 회장 사모님들의 친목계였다.
지금껏 비밀에 싸인 계주가 누구냐는 소문만 무성할 뿐, 그 누구도 계주의 존재를 특정하지 못했다.
다만 목련회에서 굴리는 곗돈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며, 해마다 입이 떡 벌어지는 무지막지한 수익률을 자랑한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이다.
“까놓고 말해서 사모님께서는 회원 자격 요건이 부족하셨지만, 제가 특별히 힘써 보았답니다.”
“설마……?”
“오호호홋! 여자들에게는 여자들만의 네트워크가 있는 법이죠.”
대치동에는 돼지엄마가 있고, 강남에는 복부인이 있듯, 청담동에는 목련회가 있었다.
“이번 휴가에서 사모님의 재테크 고민을 살짝 덜어드린 사람이 있었다고 말씀 안 하시던가요?”
“설마……!”
까치산 방 여사가 아줌마 웃음을 터뜨렸다.
“그간 심 회장님께서 뼈 빠지게 벌어온 돈을 어떻게 굴릴까, 사모님이 고민을 아주 많이 하셨거든요.”
까치산 방 여사의 단춧구멍 같은 눈이 번뜩였다.
“고르고 골라 알짜 부동산으로만 여럿 소개해 드렸더니, 매우 만족해하셨답니다.”
“혹시 청담동과 압구정동 건물과 땅을 추천해 준 게?”
“맞아요. 제가 누구죠? 대한민국 최고의 복덕방과 떴다방을 운영하며 사모님들과 곗돈을 굴리는 여자, 까치산이랍니다. 오호호홋!”
까치산 방 여사는 퉁퉁한 손목에 걸린 알 굵은 진주 팔찌를 촤라락 굴렸다.
모피와 보석으로 휘감고 오는 복부인들의 취향에 맞춘, 부티 패션의 결정체였다.
심 사장은 이마를 탁 쳤다.
“우리 마누라가 왜 일주일이나 바가지 한 번을 안 긁나 했더니만!”
“미리 보인 제 성의라고 해 둘까요? 오호호홋!”
까치산 방 여사는 으악산 똥파리가 했던 것처럼 손바닥을 빠르게 파바바박 비벼댔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데이~ 우리가 남이가!”
미리 칠하는 기름칠이었다.
옥분 할머니께 미리 건넨 홍삼세트로 까치산 방 여사 혼자만 양파 대신 감자를 깎았던 것처럼.
까치산 방 여사는 심 사장에게 선택권을 쥐여준 순간부터 주변인 공략에 들어갔던 것이다.
“훌륭합니다.”
“전 다른 거 안 바라거든요. 나까무라 부동산만 맡겨주세요!”
“좋습니다.”
심 사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4대1.”
“오호홋, 앞으로 사모님 걱정은 내려놓으세요. 이미 태성호텔 커피숍 독서 모임부터 태성백화점 피부 관리 서비스까지 연계 코스로 일정 관리 들어갔답니다?”
“끝내주는군요.”
심 사장과 까치산 방 여사는 굳게 악수했다.
심 사장에게 차례대로 깨졌던 정씨 집안 남자들이 나지막하게 감탄했다.
“역시 까치산, 후려치기와 친목계의 달인!”
“오호호홋, 저 까치산이에욧!”
심 사장은 아직 거취를 결정짓지 못한 마지막 사람, 동남쪽 스컹크를 바라보았다.
보험사 소리를 다시 꺼내 보기도 전에 동남쪽 스컹크가 먼저 선수 쳤다.
“거절하겠습니다.”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만?”
심 사장이 반문했다.
“이미 정씨 집안의 사채를 관리하면서 깊은 연을 맺은 일본 기업이 상당히 많고, 그들의 약점과 기업 속사정도 줄줄이 꿰고 있다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잖습니까?”
“그럼 도로 일본에 말뚝 박아야 하잖습니까?”
“……허?”
심 사장이 못 믿겠다는 얼굴로 입을 떡 벌렸다.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오로지 그 이유 때문에.”
“…….”
‘뭐 이런 꼴통이 다 있지?’란 표정은 덤이었다.
심 사장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보험사는 다른 금융 계열사들과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신용이 아주 근본적이고 중요한 거래 지표가 됩니다.”
워렌 버퍼의 버크셔 헤서웨어사가 북미 제1의 보험사가 된 건 철저한 신용관리 때문이었다.
“고객이 보험사를 이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횡액을 맞았을 때,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워렌 버퍼는 입버릇처럼 ‘신용이야말로 금융 거래에서 그 모든 것보다 우선하는 덕목이다!’라고 하였다.
“10여 년 동안 일본의 정재계 윗선들과 맺어 온 끈끈한 관계입니다. 지금껏 쌓아둔 신용과 인맥을 이대로 사장시키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동남쪽 스컹크를 바라보는 심 사장의 눈길이 뜨거웠다.
탐나는 인재를 바라보는 눈이었다.
하지만 심 사장의 눈을 마주하는 동남쪽 스컹크의 눈도 뜨겁긴 마찬가지였다.
“죄송하지만, 제 뜻은 이미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 있습니다.”
“한국에? 왜요?”
“성준이의 힘이 되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동남쪽 스컹크가 진심을 담아 충성 맹세를 한 사람은 우리 아버지였다.
심 사장은 아쉬워했다.
“차성준 부회장님을 따라 태성그룹 홍보부에 남아 있어 봤자, 큰 도움은 못 될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림자 라인이 복구되는 대로 비서 일을 거들까 합니다.”
“귀한 인력을 그렇게 낭비해서야 쓰겠습니까?”
심 사장은 혀를 찼다.
“부회장님을 설득하는 일은 제가 맡지요.”
“심 사장님.”
“금융지주그룹 출범, 이거 정씨 집안의 일이자, 정혁 도련님의 일이기도 합니다.”
“…….”
심 사장의 딱 자른 말에, 동남쪽 스컹크는 움찔하여 반박하지 못했다.
“사채왕 정동진이 죽었으니, 이젠 정씨 집안 일 따윈 내 알 바 아니라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저도 굳이 강요하진 않겠습니다.”
“그, 그건……!”
“정혁 도련님께 충성 맹세를 한 것에 관해서도 따져 묻지 않겠습니다. 배신만 안 하면 된 것.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까?”
“그, 그것은…… 후우.”
동남쪽 스컹크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잠깐. 웨이러 미닛.”
나는 손을 들었다.
“결론을 내리기 전에 뭐 좀 물어봐도 돼요?”
“그럼요. 무엇이든, 언제든지 물어보십시오.”
“태성보험사를 맡아줄 심복과 잡일이나 거드는 보좌, 둘 중 어떤 명함을 들고 가야 우리 아빠에게 힘을 더 실어줄 수 있죠?”
“……!”
왜 그렇게 놀란 얼굴이야?
“태성엔 보험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없으면 만들어야겠단 생각은 안 들고요?”
“허?”
“일본에서 보험사를 굴리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 돌아와 태성보험사를 굴린다면요?”
“……!”
그렇게 경악한 얼굴 할 것 없다.
“어때요? 우리 아빠가 아주 좋아할 것 같죠?”
동남쪽 스컹크가 눈을 번뜩였다.
기대와 욕심, 의욕과 열정이 불타오르는 눈이었다.
“도련님의 그 말씀은…….”
“아시다시피 우리 아빠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은 큰사람이 되었어요.”
태성그룹 부회장이 되었으니까.
“아빠에게 필요한 사람은 지지 세력이 되어줄 계열사 사장이지, 뒷수발이나 드는 비서 따위가 아니거든요.”
“하지만…….”
“알아요. 지금으로선 그게 최선이라는 거.”
“예, 부끄럽게도.”
동남쪽 스컹크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태성그룹 계열사를 맡아 운영할 경영 실력은 물론 남들 앞에 내세울 커리어도 부족합니다. 그러니 비서 일이라도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돼요. 함께 나아가고 싶다면 어깨동무하고 나란히 걸을 수 있는 큰사람이 되어야죠.”
동남쪽 스컹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
그의 마음이 손에 잡힐 듯이 보였다.
“제가 만일 일본에서 보험사를 성공적으로 열심히 굴린다면…….”
“세계 2위의 금융선진국 일본에서 엄청난 커리어를 쌓고 온 유능한 인재가 되어주세요.”
나는 내친김에 다른 미끼도 마저 더 던지기로 했다.
“게다가 태성에는 아직 카드사도 없어요.”
“그렇긴 합니다만.”
“심지어 증권사도 없고요.”
“그도 그렇습니다만.”
“자산운용사까지 없네요?”
“…….”
동남쪽 스컹크가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물음을 왜 굳이 묻느냐는 표정이 되었다.
나는 우후훗 웃었다.
“이왕 태성에 돌아갈 거라면 보험사 커리어 하나만 들고 가는 것보다 다양한 금융사를 굴려봤던 커리어를 줄줄이 들고 가는 게 더 돋보이지 않겠어요?”
“그 말은…….”
“심 회장님께서 맡은 자리가 셋이나 돼요. 걸프사 일 보고, JH투자 일 볼 때, 빌 수밖에 없는 금융지주회사에도 회장 대리인은 반드시 필요해요.”
전생에 동남쪽 스컹크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본 지하금융계의 일곱 거물 중 하나였다.
큰사람을 굳이 작게 쓸 필요 있나.
큰사람은 크게 써야 하는 법이다.
“금융지주회사의 부회장님 자리, 맡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뜻이에요.”
“……!”
동남쪽 스컹크의 입이 떡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