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43)
재벌집 만렙 아들-43화(43/416)
< 일석삼조 탈탈탈! (2) >
유종태는 입을 떡 벌렸다.
‘저건 대체 무슨 돈이야? 현무건설에서 받은 계약금은 아까 명동 장수은행에 집어넣고 왔는데.’
유종태는 박철구와 눈이 마주치자 흠칫했다.
‘내가 바로 넘버원! 빡대가리 빡 중령님이시다!’ 하는 듯한 의기양양, 자신만만한 발걸음부터 눈빛까지.
박력이 철철 넘쳤다.
남자의 박력은 원래 빵빵한 주머니에서 나오는 법이다.
눈치 빠른 유종태는 크게 벌어지려는 입을 억지로 다물었다.
‘설마, 아니겠지? 푼돈으로 저렇게 많이 딸 리 없어. 그게 말이 되냐고.’
털썩.
박철구가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전문 도박꾼들이 은근슬쩍 눈짓했다.
오가는 눈짓에는 ‘이 새낀 누구냐?’ 하는 의문과 ‘다행이군.’ 하는 안도가 함께 깃들어 있었다.
마담은 손님의 얼굴을 확인한 후 한결 여유를 되찾았다.
마담은 새 담배를 입에 물며 생긋 웃었다.
“종목은 뭐로 할까요? 포커? 훌라? 바카라? 아니면······.”
“아무거나. 좋을 대로.”
“어머, 생긴 것만큼이나 화끈하신 분이네. 멋져라. 그럼 시작은 포멀하게 포커부터 해요. 어때요?”
“그거 좋지.”
촤라락.
마담이 카드를 섞으면서 도련님께 눈웃음을 보냈다.
“개평 얻으러 아빠 따라왔니? 목마를 텐데, 누나가 사이다 시켜줄까?”
“됐어요.”
“괜찮아. 마셔도 돼. 이건 누나가 사는 거야.”
“난 도박판에서 거저 주는 건 사양하거든요.”
개평도 안 받겠다는 소리였다.
“사이다가 싫으면 콜라는 어때?”
“이유 없는 호의가 아니란 거 다 아니까 개수작은 그만두시죠.”
“어머, 개수작이라니? 이래 봬도 누나 눈 높다? 네 아빠는 내 스타일이 아니······.”
“사이다에 설사약 탈 생각 따윈 집어치우라는 소리예요.”
마담은 깔깔깔 웃었다.
“어머, 그렇게 말하면 누나가 상당히 민망해지잖니. 귀여워서 선심 쓰려다가 누명 쓰게 생겼네?”
“좋아요. 그럼 사이다로 할게요.”
“그럴 줄 알았어. 좋으면서 튕기기는.”
“대신 그 사이다는 누나가 마시는 거예요. 이왕이면 원샷으로.”
마담은 또 깔깔깔 웃었다.
“사실 누나는 사이다 싫어해.”
“사이다가 싫으면 콜라로 마시든가요.”
모른 척 카드를 섞는 마담의 손길은 확연히 부산스러워졌다.
“누나 다이어트 중이야.”
눈치 빠른 유종태는 다른 도박꾼들 사이에 오가는 눈짓의 의미를 파악했다.
‘진짜로 설사약 탄 음료수를 내놓으려고 했다고?’
상대를 어떻게든 흔들겠단 악의였다.
‘도련님, 그것까지 한눈에 간파하셨던 겁니까?’
그런데 방금 도련님의 눈이 상당히 위험하고 음흉하게 빛난 것 같았는데.
왠지 여기서 왕창 더 딸 것 같은 눈치.
설마, 아니겠지?
* * *
설마가 사람 잡았다.
아니, 하우스를 통째로 잡았다.
유종태는 입을 떡 벌렸다.
‘미쳤다! 스케일 진짜 엄청나다!’
박철구는 포커, 훌라, 바카라, 고스톱, 섯다를 가리지 않고 하는 족족 전부 이겼다.
말 그대로 연전연승!
‘이게 가능해? 상대는 전문 꾼들인데?’
기술을 쓰다 걸려서 퇴장당한 꾼만 벌써 다섯 명!
박철구는 기이할 정도로 쉽게 반칙을 잡아내곤 했다.
‘애초에 판돈이 워낙 크다 보니 몇 판 만에 전세가 완전히 기울어 버렸잖아?’
박철구는 칩을 한 아름 쓸어 담았다.
우람한 팔뚝으로 갈퀴처럼 긁어오는데, 산더미란 말도 무색할 정도로 칩이 넘쳐났다.
하우스의 칩이란 칩은 전부 긁어가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내가 또 이겼네?”
반면 도박꾼들의 테이블 위에는 칩이 단 한 개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담을 제외하고 도박꾼들은 죄다 팬티 바람에 양말 차림이었다.
칩이 부족해서 하고 있던 시계는 물론 입고 있던 옷까지 전부 걸고 싸우다가 장렬하게 망한 것이다.
“내 금방 차용증 쓰고 칩을 더 구해올 테니까!”
“이번에는 기필코 이기고 만다! 그러니 한 판 더!”
“내 손모가지를 걸 테니, 제발 한 판만 더!”
전문 도박꾼들은 구차하게 매달렸다.
마담 역시 주렁주렁 달았던 온갖 패물까지 전부 내놓고 단출한 차림이 된 지 오래.
하지만 그녀만큼은 비굴하게 매달리는 대신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로 철구 아저씨를 노려보았다.
“내 하룻밤을 걸겠어요! 그러니까 우리 한 판만 더 해욧!”
알고 보니 마담도 다른 꾼들처럼 눈 돌아간 건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이번 한 판으로 역전해 보자!”
“딱 한 판이면 돼! 어차피 인생 한 방이야!”
전문 도박꾼들이 아까부터 곡소리를 내면서 주문처럼 외우던 말이었다.
반면 하우스 매니저들은 바쁘게 다리를 놀리며 달려나갔다.
“칩! 칩이 모자라! 칩을 더 가져와!”
“이런 빌어먹을! 금고의 칩까지 전부 싹 다 긁어온 거야!”
“안 되겠다! 역대급 비상사태다! 이건 보스밖에 해결 못 해!”
* * *
나는 느긋하게 입구를 바라봤다.
이제 슬슬 나타날 때가 됐는데?
촤르륵!
말대가리가 구슬로 꿴 발을 뚫고 총알처럼 달려왔다.
“누구냐, 넌?”
눈치 빠른 경호원, 자칭 넘버 투, 내 수족을 자처하며, 맡은 임무를 확실하게 수행하겠다며 큰소리쳤던 유종태가 잽싸게 벌떡 일어났다.
“저 유종태, 초대장 가져왔습니다!”
“심부름꾼, 넌 빠져 있어!”
말대가리는 콧김을 씩씩 내뿜으며 철구 아저씨를 매섭게 노려봤다.
살기와 적개심이 하늘을 찌르는, 말 그대로 극대노한 상태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철구 아저씨는 순박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볼일도 끝났겠다, 난 이만 가볼까 하는데?”
“가긴 어딜 가! 앉아!”
말대가리는 도박꾼의 멱살을 잡아 끌어낸 후 의자를 차지했다.
철구 아저씨의 반대편에 앉았다.
“올 땐 네 마음대로였을지 몰라도 갈 땐 내 허락을 받아야지. 앉아!”
“내가 내 발로 가겠다는데 당신 허락을 왜 받아? 내가 빚졌어? 너야말로 돈 내놔!”
철구 아저씨는 테이블 위에 쌓인 칩을 가리켰다.
“우리 정산은 확실하게 하자고.”
하우스의 칩이란 칩은 죄다 긁어왔을 텐데.
말대가리가 아무리 현금 동원력이 좋다 해도 이걸 오늘 내로 전부 정산할 수 있을까?
저걸 정산하려면 서울 전역에 만들어둔 도박장의 금고를 몇 개나 털어야 할까?
이건 나도 궁금했다.
“너, 너 이 새끼······!”
말대가리는 입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게임 끝났으면 정산은 확실하게 해야지. 그건 도박장의 신용이야. 난 확실하게 받아내고, 확실하게 내어준다.”
나도 안다.
정확한 정산은 도박장의 철칙이자, 신용이다.
도박장이 딴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
그럼 도박쟁이들은 단번에 발길을 끊는다.
돈줄이 끊기지 않으려면 말대가리도 정산만큼은 확실하게 해야 했다.
‘정산은 확실하나 그 외의 모든 수단 방법이 워낙 지저분하고 더러워서 문제지. 악명은 괜히 붙었겠어?’
내가 이 양반을 몇 년이나 봤는데, 그걸 모를까.
“더럽게 운 좋은 얼룩 곰탱아, 너 오늘 나랑 제대로 붙어 보자!”
말대가리는 타고난 승부사였다.
그는 가져온 서류 뭉치를 테이블 위에 탁 올려놓았다.
“하우스의 땅문서와 도박쟁이들에게 받아놓은 빚 문서다. 이 게임에 전부를 걸겠다.”
“그거 다 걸어도 이 칩은 정산 못 해줄 것 같은데?”
“소도 걸고, 개도 걸고, 닭도 걸고! 아무튼 여기 하우스의 재산이라면 뭐든 다 걸지.”
“그래 봐야 택도 없어 보인다만?”
금고의 칩까지 전부 가져온 참이다.
아무리 현금 동원력이 좋다고 해도 이걸 전부 환전할 수는 없을 터.
도박장에서 운용되는 현금의 한계란 건 분명히 존재했다.
탁!
“효창동, 신사동, 무교동 하우스도 걸겠다.”
“오!”
나는 팔꿈치로 철구 아저씨를 툭 쳤다.
아직 멀었다. 더 뜯어내야 한다.
약속된 신호를 알아듣고 철구 아저씨는 인상을 팍 썼다.
“그래 봐야 본전인 것 같은데?”
“받고 인사동, 성북동, 신설동, 오장동 추가!”
좋아!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
평소였다면 절대로 제 밑천을 내어 보이진 않았을 텐데.
자존심을 구길 대로 구긴 말대가리는 호탕하게 배팅하기로 작정했다.
“보스, 안 됩니다!”
“만일 지면요? 하우스가 몇 개나 날아가는 겁니까!”
마담을 비롯한 꾼들이 사색이 되어 말대가리를 말렸다.
하지만 임전 태세에 돌입한 말대가리는 광기 넘치는 눈빛을 번뜩였다.
“이기면 돼! 따면 돼! 한판승에 인생 역전! 그게 이 바닥의 룰이야!”
말리던 놈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그들도 도박판 앞에서 말대가리와 별반 다르지 않게 굴었다.
말대가리는 웃었다.
“대신 전판 올인이다. 콜?”
철구 아저씨도 웃었다.
“콜!”
철구 아저씨는 손목시계를 힐끔 보았다.
“근데 말이야. 내가 약속이 있어서 오래 못 어울려줄 것 같은데.”
“삼세판! 상대의 실력을 가늠하고 승부를 결정 내는 덴 삼세판이면 충분하지.”
철구 아저씨가 나를 힐끔 바라보았다.
나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대어가 미끼를 덥썩 물었으니, 제대로 한번 탈탈 털어보자고요!’
도박 기술과 수 싸움, 눈치싸움으로는 말대가리를 이기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 편에는 엄청난 히든카드가 있었다.
[이번에도 내게 맡겨라.]저승사자가 말대가리의 뒤에 서서 패를 읽고 알려주는데.
이래도 내가 질 것 같아?
철구 아저씨는 씩 웃었다.
“삼세판. 좋다. 콜!”
“그럼 게임을 시작해 볼까?”
그렇게 도박판이 벌어졌다.
* * *
“······이런 시팔!”
“내가 또 이겼네?”
삼 판 전승!
철구 아저씨는 도박쟁이들의 빚 문서와 하우스 땅문서를 한 아름에 쓸어 담았다.
탁.
말대가리가 철구 아저씨의 손목을 붙잡았다.
놈은 눈썹을 꿈틀대며 으르렁거렸다.
“잠깐. 동작 그만.”
말대가리는 푸들푸들 떨면서 외쳤다.
“한 판 더 하자!”
도박쟁이나, 전문 도박꾼이나, 도박장의 주인이나.
하여간에 어째 하는 소리가 죄다 비슷하단 말이지.
철구 아저씨는 손목시계를 힐끔 보았다.
“약속 시간 다 됐다. 지금부터는 정산 타임이야.”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네 자식새끼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앉아!”
말대가리는 비열하게 웃었다.
“전판 올인으로! 네놈이 지면 몸 성히 보내주마. 그러니 선택해.”
철구 아저씨가 표정을 굳혔다.
“어째 말이 달라졌다?”
“아직 게임 안 끝났어. 그러니 이건 정산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참고로 난 게임 하다 죽은 놈한테는 정산 안 해 준다.”
어느새 마담을 비롯해 전문 도박꾼들은 자취를 감춘 후였다.
“그러길래 적당히 털어먹고 눈치껏 그만뒀어야지.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단 소리는 하지 말자.”
하우스 매니저들이 도박장 문을 걸어 잠갔다.
“곰탱아, 뒈져서 야산에 파묻힌 뒤에는 이 돈이 다 무슨 소용이냐? 황천길 노잣돈으로 쓰려고? 선택해라. 돈이냐, 목숨이냐?”
나는 혀를 찼다.
‘내 이럴 줄 알았지. 하여간에 지저분한 놈.’
철구 아저씨도 혀를 찼다.
“이거 상종 못 할 개새끼였잖아? 넌 장사를 이딴 식으로 하냐? 시끄럽고. 정산이나 똑바로 해라.”
“아직 게임 안 끝났다니까.”
그때였다.
왜애애애애애앵!
약속 시간에 딱 맞춰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난 도박장에 들어오기 전에 철구 아저씨에게 약속한 바 있었다.
-내가 저놈들 주머니도 탈탈 털고, 이 도박장도 탈탈 털고, 말대가리 멘탈도 탈탈 털 수 있는 일석삼조의 비법을 알려드릴게요.
저놈들의 주머니는 지금까지 탈탈 털었으니, 이젠 이 도박장을 탈탈 털 차례였다.
우리 철구 아저씨는 애국하시는 분이거든.
이 나라에 해악을 끼치는 불법 사설 도박장을 보고도 못 본 척은 못 하겠다잖아.
그러니 어쩌겠어. 법대로 신고해야지.
탕탕탕!
밖에서 걸어 잠근 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며 외쳤다.
“보스, 큰일 났어요! 지금 경찰이 어마어마하게 몰려오고 있어요!”
“당황할 것 없다. 이 근처 관할 경찰들은 전부 매수해 놨어.”
“경찰이란 경찰은 전부 출동한 것 같아요! 중무장한 경찰 특공대 깃발까지 보인다고요!”
“뭐?”
응. 미리 김 비서한테 전화 넣었거든.
경찰서장 좀 움직여 달라고.
예상 시간을 때려맞춘 보람이 있네.
“자동차 시동부터 켜! 다들 흩어져서 튀어!”
“시동이 안 걸린단 말이에요! 선은 죄다 잘렸고, 타이어도 전부 펑크 났어요! 우리 이제 어떡해요!”
게임은 끝났다.
그럼 지금부터 정산을 시작해 볼까?
< 일석삼조 탈탈탈! (2)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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