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44)
재벌집 만렙 아들-44화(44/416)
< 일석삼조 탈탈탈! (3) >
말대가리와 하우스 매니저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런 빌어먹을!”
우당탕탕!
문을 이중 삼중으로 단단히 걸어 잠근 후였다.
손발은 복잡해졌고, 낭패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잠깐. 동작 그만.”
철구 아저씨였다.
눈치 빠른 유종태는 이미 날 안아 들고 잽싸게 철구 아저씨 뒤에 숨은 뒤였다.
“어이, 간첩 새끼들아. 반항하면 재미없다. 움직이면 쏜다.”
철구 아저씨 손엔 권총이 들려 있었다.
우리 집에 쳐들어왔던 중정 요원에게서 빼앗은 물건이었다.
“참고로 너희들은 경찰서 유치장이 아니라 중정 지하실로 끌고 갈까 한다. 서빙고 물 고문실이라고 들어는 봤나 모르겠네?”
철구 아저씨는 중정 요원의 신분증을 보란 듯이 들이밀며 말했다.
“중정 공안국에서 나왔다. 너희들 대북 송금책이지?”
터무니없는 누명이고, 뻥카였다.
하지만 경찰이란 공권력이 투입된 상황에서 공안국 소속 중정 요원이 선언하면 먹히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대북 송금책이라니요!”
“그건 절대 아닙니다!”
“억울합니다! 도박할 돈도 없는데, 북에 돈은 왜 보냅니까!”
70년대의 정부는 반공을 전면에 내세웠다.
실제로 무장 공비가 침투해 소란을 피워댔고, 대통령 암살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런 시절에 대북 송금책으로 잡혀가?
차마 눈 뜨고 못 볼 꼴을 볼 게 틀림없었다.
“조사하면 다 나와.”
중정은 실질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했다.
심지어 없는 죄도 자백하게 만든다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잡아다가 탈탈 털어보면 알게 되겠지. 죄가 있는지 없는지.”
끌려가면 무슨 짓을 당할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일단 중정에 잡혀가면 반병신이 되든가, 시체가 되어서 나온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걱정할 것 없어. 죄 없으면 금방 풀려나.”
철구 아저씨는 주머니에서 은색 녹음기를 꺼냈다.
중정에서 지급한 녹음기였다.
-곰탱아, 뒈져서 야산에 파묻힌 뒤에는 이 돈이 다 무슨 소용이냐? 황천길 노잣돈으로 쓰려고?
-선택해라, 돈이냐 목숨이냐?
철구 아저씨는 녹음기를 껐다.
“이건 살인 교사냐, 살해 협박이냐? 일단 이것부터 중정에서 따져 볼까?”
말대가리와 하우스 매니저들은 사색이 되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나오니, 얼토당토않은 누명과는 압박의 수위 자체가 달라졌다.
철구 아저씨를 향한 눈빛에 불순함이 스치려 할 때, 경찰차 사이렌이 왜애앵 요란하게 울렸다.
이대로 일을 벌인다면 말 그대로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끌려갈 것이다.
그러면 그 뒷감당은 어찌하고?
도박장 사람들의 눈에 체념과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여기까지가 채찍인 협박.
그다음은 회유란 당근이 뒤따랐다.
“흠, 지금 중정에 끌려가지 않을 방법이 있는데.”
“그게 뭡니까?”
“차용증부터 써. 우리 정산은 확실하게 해야지.”
철구 아저씨가 내민 것은 미리 몽블랑 만년필로 적어둔 차용증이었다.
“어디 보자. 말죽거리, 효창동, 신사동, 무교동, 인사동, 성북동, 신설동 하우스에 관한 모든 권리 일체. 맞나?”
“아저씨, 오장동이 빠졌어요. 오장동 추가요.”
“아, 그래. 오장동, 지금 적고 있다. 끝.”
철구 아저씨는 순박하게 웃으며 고쳐 쓴 차용증을 흔들었다.
“서명 날인하고 지장 찍어. 아, 아직 결정 못 했으면 이따 서빙고 물 고문실에서 찍어도 돼. 거기 인주는 빨갛게 색이 고운 게 비싼 거더라.”
말대가리는 말없이 차용증을 받아 들었다.
단번에 눈이 커졌다.
“연리 89.8%?”
“이 도박장에서는 89.8% 이율을 쓴다며?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래서 나도 같은 룰을 적용시켜 봤는데. 왜? 싫어?”
도박하는 놈들은 이런 살인적인 고금리에도 차용증에 도장을 찍는다.
-따서 갚으면 돼!
-이번 판은 내가 이겨!
-한 방에 뒤집는다!
도박에 눈 돌아간 놈들이 자주 내뱉는 말이다.
말대가리가 호기롭게 ‘올인 삼세판!’을 외친 이유이기도 했다.
놈은 세 판 내에 어떻게든 이기리라 자신했던 것이다.
“받을 땐 당연한데, 주려니까 아까워? 여긴 정산 확실하다며?”
말대가리가 들고 있는 차용증이 덜덜덜 떨렸다.
나조차도 지금 당장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는 막대한 액수!
차용증에 적은 것은 딱 떨어지는 금액이 아니라, 해당 하우스의 재산권 일체였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끔찍한 도박은······ 젠장!”
도박으로 흥한 자, 도박으로 망하는 법.
말대가리의 멘탈이 실시간으로 갈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것 같았다.
“흠, 연리를 평균 사채 이율인 67.8%까지 낮춰줄 방법이 있는데.”
“좋다.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지?”
금리를 89.8%에서 67.8%로 낮춰준다니까 즉시 반응한다.
“송년의 밤. 거기서 빚 까자.”
철구 아저씨는 말대가리의 손에 초대장을 쥐여 줬다.
우리가 이곳 도박장까지 오게 된 이유이고, 말대가리의 목줄을 잡아 강제 동참시키려는 까닭이 여기에 있었다.
“거기 모인 인사들 앞에서 선언해. 태성건설에 50억쯤 투자하겠다고. 간단하지?”
“나더러 50억이나 더 내놓으라고?”
“여기서 더 내놓을 돈은 있고? 그냥 빚 갚는 셈 쳐. 거기서 까준다니까.”
철구 아저씨는 차용증을 가리켰다.
“도박 빚보단 후원금이 듣기 좋잖아.”
“그러니까 나더러 지금 광대 노릇을 하라는 거냐?”
“왜? 싫어? 역시 넌 당근보단 채찍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철구 아저씨는 씩 웃었다.
“나머지 도박장도 탈탈 털어줘? 한 일곱 군데쯤 더 남았다며?”
“······!”
“왜? 내가 못 할 것 같아?”
철구 아저씨가 오늘 도박장을 탈탈 털지 않았다면 말대가리는 콧방귀를 뀌며 협박에 굴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아저씨의 실력을 두 눈으로 확인했고, 미리 준비한 차용증에도 정확한 사업장이 기재되어 있다.
그런 걸 보게 된 이상 말대가리는 굴복하는 수밖에 없다.
“하겠다. 대신 내 밑천은 더 이상 건들지 마라.”
“그러지. 이 차용증에 지장 찍으면.”
철구 아저씨가 품에서 새로 꺼낸 차용증은 연리 67.8%짜리였다.
“태성?”
말대가리는 눈을 크게 떴다.
<이 빚을 전부 탕감할 때까지 태성의 행사에 전력으로 협조한다. 도박장과 말대가리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이건 정산 조건이다.>
새로운 차용증에는 새로운 이율과 함께 저 문구도 추가되어 있었다.
하우스 매니저가 급히 덧붙였다.
“아까 초대장을 가져왔다는 심부름꾼이 태성의 경호원이라고 보고드렸잖습니까.”
“내가 지금 그딴 게 궁금하겠어? 야, 얼룩 곰탱이! 너 태성의 일을 돕고 있었냐?”
“그쪽 집안에 목숨 빚을 지고 있어서.”
“태성이라. 어째서 경찰이 이렇게까지 대거 동원됐나 했더니.”
말대가리는 헛웃음을 지었다.
“우리 같은 음지 인간들에겐 공권력 투입은 재앙 그 자체지. 이거 완벽한 외통수로군.”
말대가리는 눈 딱 감고 지장을 찍었다.
“좋다. 받아들이겠다. 정산은 확실하게 해야지.”
놈은 우는소리를 내지 않았고, 구차하게 개평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저 씁쓸하게 웃으며 붉은 인주가 묻은 엄지를 휴지로 박박 닦아냈다.
“한판 승부에 울고 웃는 게 도박이야. 오늘 졌다고 내일 또 지란 법도 없어. 정산 약속인 만큼 내 태성은 확실하게 밀어주마.”
말대가리는 초대장을 챙겼다.
“그깟 빚 좀 생겼다고 날 우습게 보진 말고. 오늘 넘긴 그 하우스들, 조만간 전부 되찾아 올 작정이니까.”
철구 아저씨가 건넨 차용증은 내가 챙겼다.
말대가리에게 건넨 초대장의 황금빛이 이 차용증으로 옮겨온 것만 같았다.
너무 눈부셔서 황홀할 정도였다.
쿠당탕탕!
마침 하우스 철문이 요란하게 박살 나며 뒤로 넘어갔다.
경찰이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왔다.
“손 들어! 너희들은 지금 포위됐다!”
“반항하지 말고 순순히 자수해라!”
왜애애애앵.
아직도 밖에선 사이렌 소리가 요란했고, 도박하던 사람들은 경찰에게 붙들렸다.
김 비서가 태성그룹 경호원들과 함께 뚜벅뚜벅 걸어왔다.
김 비서가 경찰 간부에게 말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쪽은 중정 요원과 태성그룹 경호원입니다.”
“수사에 협조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불법 도박 신고에 따른 소정의 포상금은······.”
“포상금은 됐습니다. 전 우리 쪽 사람들만 데려가면 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경찰 간부가 고개를 끄덕이자, 모든 일이 쉽게 풀렸다.
철구 아저씨와 유종태, 나는 물론 말대가리까지 풀려나게 된 것이었다.
말대가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고맙단 말도, 원망한단 말도 하지 않겠다. 이 또한 도박장을 열면 언제나 각오해야 하는 일이니까. 그럼 송년의 밤에서 보자.”
말대가리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김 비서는 그 뒷모습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김 비서님, 한창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직접 오셨어요?”
“경찰 간부를 움직이는 일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제가 직접 챙겨야지요.”
김 비서는 미리 챙겨온 아동용 목도리를 내 목에 둘러 주었다.
“도련님,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어쩌다 이런 불법 사설 도박장까지 오셨습니까?”
“이걸 받아내려고요.”
나는 차용증을 김 비서에게 건넸다.
“아니, 이건······!”
김 비서는 눈을 크게 부릅떴다.
“말대가리에게 차용증을 받아내셨습니까?”
“태성건설이 지하철 공사를 맡아야 하는데, 돈이 많이 부족하죠? 이거라면 도움이 될 거예요.”
“······!”
김 비서는 날카로운 눈으로 차용증을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내렸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말대가리를 다룰 때 쓸, 좋은 카드가 될 거예요.”
“혹시 도박장을 직접 운영하실 생각은 있으십니까?”
“아니에요. 정리할 거예요. 불법 사설 도박장을 운영하면 현금이야 벌어들일 수 있겠지만, 태성의 이름에 흠집이 날 테니까요.”
도박장은 내 취향이 아니다.
굳이 골치 아픈 일을 떠맡아가며 돈 벌 생각은 없다.
“하우스 재산을 경찰이 쓸어담기 전에 제가 먼저 손쓰겠습니다.”
도박장의 돈을 국고로 환수하기 전에 가로채겠단 소리였다.
김 비서의 지시에 태성그룹 경호팀이 급히 달려나갔다.
“넉넉하게 성의를 쥐여주면 탈 나진 않을 거예요. 공권력이 투입된 이상 손해는 감수해야죠.”
우리 같은 음지 인간들에겐 공권력 투입은 재앙, 그 자체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도련님. 그쪽은 제 전문입니다.”
절로 믿음이 가는 든든한 지원!
나는 내친김에 동전 지갑에서 또 하나의 계약서도 내밀었다.
“현무건설에서 잔금을 보낼 거예요. 이것도 우리 아빠 공사 자금에 보탤게요.”
“이것마저 시세대로 팔아치우셨습니까? 급매로 헐값에 넘길 수밖에 없을 거라 예상했습니다만.”
김 비서의 눈이 위험할 만큼 빛났다.
날 바라보는 눈에는 놀람이 가득했다.
“사실 현무건설 오 사장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유종태가 다녀갔다면서 내일까지 잔금을 치를 테니 당장 땅을 넘겨주었으면 한다더군요.”
“잘됐네요. 내일 잔금 받고 수서동 아파트 부지를 넘겨주세요. 그것도 부탁할게요.”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어차피 내 이름으로는 못 받아요. 난 아직 출생신고도 안 되어 있어서······.”
“도련님, 그 문제는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회장님의 명으로 도련님의 출생신고와 호적까지 전부 깔끔하게 정리 끝냈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다.
기쁜 소식이었다.
“송년의 밤에서 회장님은 도련님과 어머님을 정식으로 소개할 겁니다. 앞으로 어디 가서도 태성의 직계임을 인정받게 되시는 거죠.”
숨겨진 사생아란 소리는 듣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도련님. 아버님과 할아버님께서도 무척 기뻐하실 겁니다.”
“이건 모른 척해 주세요. 전 사실을 밝힐 생각이 없거든요.”
“예? 공을 세웠으면 마땅히 포상을 받으셔야죠. 회장님께서 두둑하게 챙겨주실 겁니다.”
“도박장에서 차용증을 무슨 수로 받아냈겠어요?”
김 비서는 입을 다물었다.
“할아버지께서 아시면 크게 경을 칠걸요? 또한 절 도와준 유 팀장과 철구 아저씨는요? 할아버지의 눈 밖에 나서 미움을 받을지도 몰라요.”
금쪽같은 손자에서 싹수 노란 도박쟁이로 낙인찍힐 수야 없지.
“과정 대신 결과만 보자고요.”
나는 씩 웃었다.
“같은 의미로 난 이 차용증을 이용해서 태성이 거물에게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만 보여주면 돼요. 이번 송년의 밤에서요.”
“도련님,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그게 태성의 힘을 과시하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잖아요. 우리가 보여줘야 할 건 승리의 기대감이에요. 사람들은 승리자에게 환호를 보내거든요.”
김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께서 원하신다면, 예, 알겠습니다. 입 다물고 있겠습니다.”
“그럼 부탁할게요.”
* * *
한남동 저택은 하루 종일 바쁘게 드나드는 태성건설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쉴 새 없이 일하는 태성의 엘리트들을 모두 물리치고.
정혁의 아버지인 차성준은 서재에서 깊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
“재정상태가 정말 엉망이군. 지하철 2호선 공사 자금이 턱없이 모자라.”
이건 정말 큰 일이었다.
< 일석삼조 탈탈탈! (3)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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