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47)
재벌집 만렙 아들-47화(47/416)
< 송년의 밤 (2) >
‘어이, 수호신. 저쪽 소리 좀 키워봐.’
[이번에 입장한 사람들이 꽤 많은데. 그러니까 어느 놈?]‘얼굴에 심술이 덕지덕지 붙은, 제일 교활하고 비열해 보이는 놈.’
[아, 그럼 이놈인가?]저승사자는 정확하게 우광건설 사장을 콕 짚었다.
‘빙고.’
빠르게 주변의 눈치를 살핀 우광건설 사장이 작게 고했다.
“형님, 오늘따라 행사 분위기가 평소와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알아.”
“제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미리 가서 파악을 한 후에 형님이······.”
“됐어.”
우광그룹의 총수 김 회장은 껄껄 웃었다.
“다들 이렇게 우리를 격하게 반겨줄 줄은 몰랐는데. 이거 크게 후원하란 소린가요?”
우광그룹 김 회장은 손가락 세 개를 들어 올렸다.
“3천만 원! 우광의 이름으로 후원하겠습니다.”
강남 아파트 두어 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평소의 우광이라면 적당히 1천만 원 정도만 내놓고 체면치레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영 좋지 못하자, 우광그룹 김 회장이 그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통 크게 불렀다.
짝짝짝짝!
홀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통 크게 후원금을 쾌척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의례였다.
하지만 평소와 사뭇 다른 기색에 우광그룹 김 회장의 눈매는 조금 가늘어졌다.
“김 회장, 물어볼 말이 있습니다.”
“얼마든지요. 뭐가 그리 다급하기에 숨 돌릴 틈도 없이 용건부터 묻겠다고 나서는지는 모르겠지만.”
우광그룹 김 회장은 여유로운 태도로 가볍게 손을 들었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던 종업원이 쟁반을 내밀었다.
우광그룹 김 회장은 느긋하게 샴페인 한 모금을 마셨다.
“음악도 멈추고, 시선도 멈추고, 대화도 멈추고.”
김 회장은 눈을 돌려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훑어내렸다.
싸늘하지만 날카로운 눈이었다.
“김 사장, 자네가 문제인 것 같은데.”
우광그룹 김 회장의 눈이 대번에 우광건설 사장에게 향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우광건설 김 사장은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안 그래도 짚이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대놓고 사납게 노려보는 인사들이 특정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실 이번 지하철 2호선 공사를 위해······.”
“지하철 2호선 공사. 나중에. 자세히.”
“······예. 알겠습니다.”
우광그룹 김 회장이 스윽 눈을 돌렸다.
사람들 사이에서 할아버지가 걸어 나왔다
“김 회장, 어서 오게. 기다리고 있었네.”
할아버지는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우광그룹 김 회장은 할아버지와 손을 맞잡고 악수했다.
“차 회장, 먼저 와 있었나? 요즘 통 연락이 없어서 안 그래도 궁금했던 차야. 잘 지냈지?”
“나야 늘 똑같지. 바빴다.”
“건강 챙기면서 쉬엄쉬엄해. 자네 일 중독도 병이야.”
“자네야말로 건강 좀 챙기면서 적당히 해.”
할아버지와 우광그룹 김 회장의 사이가 퍽 친근해 보였다.
할아버지도 종업원을 불러 샴페인 한 잔을 집어 들었다.
* * *
나는 저승사자와의 연결을 끊었다.
‘태성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태성과 우광은 혼맥으로 엮여 끈끈하다더니. 그 이전부터 총수끼리 친교가 오갔던 모양이지?’
생각해 보니까 의아했다.
과거에 아버지는 비행기 추락으로 요절하셨고, 지금까지 태성과 우광은 혼맥이랄 게 없다.
그럼 태성과 우광은 누가 어떻게 엮여서 끈끈한 혼맥을 만들었던 것일까?
“우광그룹 비서실에 전화 넣었더니, 자네가 중동 갔단 소리를 해. 어쩐 일로 거기까지 날아갔나?”
“그래, 사우디에서 차관 좀 끌어올까 해서 다녀왔지. 안 그래도 공항에서 바로 오는 길이야. 중동 간 김에 성준이나 잠깐 볼까 했었는데······.”
우광그룹 김 회장의 눈이 이쪽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날 데리고 걸어갔기 때문이었다.
“성준이는 여기에 있었군. 오랜만이다.”
“오랜만입니다, 김 회장님.”
“귀국할 예정이었으면 미리 연락을 하지. 괜히 헛걸음할 뻔했어.”
아버지 근처에 있던 젊은 사람들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할아버지와 우광그룹 김 회장, 그리고 우리 세 식구 사이가 뻥 뚫렸다.
“성준아, 사우디 왕가에서 네 칭찬을 아주 크게 하더라. 주베일 산업항에 들어갈 도시 하나를 통째로 건설하기로 했다며? 대체 몇억 달러짜리 공사를 따낸 거냐?”
“1억 달러짜리 공사입니다.”
“대단하구나. 중동 오일 머니를 네가 다 쓸어오겠어. 국위 선양이 따로 있나? 이런 게 바로 국위 선양이지.”
우광그룹 김 회장은 곧 엷게 짓던 웃음을 멈췄다.
눈빛은 싸늘해졌다.
“성준이 곁에 못 보던 아가씨가 있군. 게다가 한눈에 봐도 성준이 어릴 때랑 똑 닮은 아이까지.”
“그래, 내 며느리와 손자야. 인사해라, 우광그룹 김 회장님이시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수진입니다.”
“안녕하세요. 차정혁이에요.”
우광그룹 김 회장은 우리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
말없이 할아버지를 응시했을 뿐이었다.
“흠······.”
무거운 침묵이 홀에 내려앉았다.
할아버지와 김 회장은 물론 이곳에 모인 사람들까지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성준이가 이번에 지하철 2호선 공사와 관련된 모든 일을 맡아 처리하기로 했어. 곧 태성건설 사장으로 정식 발령받을 예정이야. 앞으로 자주 보게 되겠군.”
김 회장은 말이 없는데, 우광건설 사장은 참지 못했다.
“그럼 태성건설을 맡고 있던 차 사장은 어떻게 됐습니까?”
할아버지는 이미 동생의 자백서를 보았다.
덕분에 일이 어떻게 됐는지 아주 잘 알게 되었고.
동생과 갈라서게 된 문제의 원흉을 노려보는 눈길이 차가웠다.
“그놈은 은퇴했어.”
“이렇게 갑자기요? 며칠 전에 만났을 때도 별말 없었고, 태성의 정기주총 때도 아무 말이 없다가······.”
“누구 때문일 것 같나?”
우광건설 김 사장은 입을 다물었다.
“그놈 못나고 부족해도 내가 아끼던 동생이야. 윤성이 그놈 최소 15년간 옥살이를 할 뻔했어. 지하철 사업 운운하면서 꼬드긴 누구 때문에.”
“그, 그건······.”
“내가 지금 자네 형 체면을 봐서 입 다물고 있는 줄이나 알아. 비켜!”
“······예.”
대답이 궁한 우광건설 김 사장은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우광그룹 김 회장의 눈이 대번에 우광건설 사장에게 향했다.
우광건설 김 사장은 입을 꾹 다문 채로 식은땀만 삐질삐질 흘렸다.
“태성의 사정을 굳이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하지만 이쪽 사정은 확실하게 설명해 줬으면 하는데.”
우광그룹 김 회장이 우리를 가리켰다.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이 칼날처럼 박혔다.
“저 여자와 아이 말이야. 상당히 거슬리는군.”
“그렇겠지.”
할아버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그렇게 됐다. 그러니 성준이와 자네 딸의 혼사는 없던 일로 해야겠어.”
“정부와 혼외자식이란 거군. 그거라면 딱히 문제 될 게 없지 않나?”
우광그룹 김 회장은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이 바닥에서는 흔한 일이지.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 이와 같은 문제 한번 없었던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나? 사업상 문제만 없으면 이런 것쯤이야 별일 아니고.”
“아이들 인생이 달린 일이야. 내 새끼 인생만 달린 게 아니라 자네 딸 인생도 걸렸어.”
“그러니까. 내가 괜찮다잖나.”
우광그룹 김 회장은 지팡이를 쿵 찍었다.
“하지만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 저들을 내 눈앞에 보란 듯이 데려오는 것은 문제라고 보는데.”
“그래서 내가 지금 확실하게 말하고 있잖냐. 우광아, 우리 애들 파혼시키자!”
“누구 맘대로?”
“원래 사귈 땐 쌍방 합의로 시작하지만, 이별할 땐 일방 통보로 종결이야! 네 딸에게도 이혼녀 딱지 붙는 것보다 파혼이 더 나을 거다.”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사업이지.”
우광그룹 김 회장은 콧방귀를 뀌었다.
“태성화학은 어찌하고?”
“그것도 정리하자!”
“정리?”
우광그룹 김 회장의 한쪽 눈썹이 크게 올라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할아버지는 당당하게 말했다.
“혼사를 전제로 추진한 일이야. 혼사를 정리하는데 사업 정리가 빠질 수 있나. 우리 지저분하게 굴지 말고 깔끔하게 끝내자!”
“공동 출자 했던 10억 중에서 5억만 돌려주고 태성화학을 털어먹겠단 말이냐?”
“너한테 손해 보란 소리는 안 해. 내가 파혼하자고 했으니 내가 책임져야지. 그거 감안해서 지분 정리하자는 소리야.”
우광그룹 김 회장은 혀를 찼다.
“차태성, 너답지 않게 멍청한 결론을 내리는구나. 하여간에 넌 자식새끼 일이라면. 쯧.”
“어쩌겠냐. 나한텐 처자식이 전부인데. 정말 미안하게 됐다. 우광아, 이 일은 이쯤에서······.”
“그만.”
김 회장은 손을 들어 할아버지의 말을 막았다.
대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성준아, 네 뜻은 어떠냐? 신중하게 대답해야 할 거다.”
“아버지의 뜻과 같습니다. 파혼하겠습니다.”
“내가 네 정부와 혼외자식을 묵인해 주겠다고 하는데도?”
“예. 제 결정은 변하지 않습니다.”
“네 아버지가 애써 키워놓은 300억짜리 태성화학을 눈 뜨고 빼앗긴다고 해도?”
“아버지께는 면목 없습니다만, 그게 제 처자식을 포기할 이유는 안 됩니다.”
우광그룹 김 회장은 할아버지를 노려보았다.
“태성아, 넌 아들 덕분에 사업을 망치게 생겼구나.”
“내 아들 덕분에 네 딸 인생을 건진 거다. 그뿐이야? 네 회사도 내 아들 덕분에 숨통 트이게 생겼다. 우광은 철강 사업 때문에 여태 적자만 보고 있어서 돈이 궁했잖아.”
할아버지는 말했다.
“어떻게 할래? 내가 지분을 넘길 테니 네가 태성화학을 가질래, 아니면 나한테 지분을 넘기고 돈으로 받을래?”
“차태성!”
“좋다. 사업 정리엔 시간이 필요하지.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명심해라. 이미 결론이 난 일이야. 상황이 바뀌면 입장도 바뀌니까 협상은 빠를수록 네게 유리할 거다.”
우광그룹 김 회장은 등을 돌렸다.
“차태성, 넌 반드시 오늘의 일을 후회하게 될 거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내가 벌인 일이니 내가 책임진다!”
우광그룹 김 회장은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 나갔다.
할아버지는 말없이 그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절뚝거리며 걷던 우광그룹 김 회장이 우뚝 걸음을 멈췄다.
김 회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크게 외쳤다.
“태성아, 애들 혼사나 사업 문제는 잠시 미뤄두고 우리끼리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하자!”
“그러자.”
“현무호텔 바에 먼저 올라가 있지. 오늘은 네가 사라!”
“당연하지! 오늘 우리 코 삐뚤어지도록 마셔 보자! 마침 내게 아주 좋은 더덕주가 몇 병 들어왔는데, 그것도 한 병 까자!”
우광그룹 김 회장은 롱코트를 떨치며 걸어갔다.
할아버지는 뒤를 돌아보았다.
“태성도 후원금으로 3천만 원! 내 아들 성준이 부부와 손자 차정혁 이름으로 2천만 원 더!”
오늘 송년의 밤 행사에서 최고액 후원금 확정이었다.
할아버지는 송년의 밤 후원자 명단에 나와 우리 어머니를 공식적으로 못 박은 것이다.
이건 앞으로 그 누구도 나와 어머니에게 헛소리를 하지 말란 엄포와도 같았다.
짝짝짝짝!
사람들이 후원자 예우에 따라 박수를 쳤다.
할아버지는 손을 들었다.
“좋은 행사에 유쾌하지 못한 소란을 피웠으니 박수는 받지 않겠습니다. 오 사장, 이거 미안하게 됐네.”
“주먹질이 오간 것도 아닌데요. 이 정도 소란이 어디 소란 축에나 끼겠습니까? 개의치 않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좋아. 그럼 현무호텔 술 매상은 오늘 내가 책임지고 올려주지! 이 호텔에서 제일 좋은 술로 올려주게. 알다시피 우광이랑 코 삐뚤어지게 마실 작정이라서.”
할아버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욕봤다. 난 먼저 가 보마. 눈치 보지 말고 사람들 눈도장이나 찍어주고 와라. 헛소리하는 놈이 있으면 잘 기억해 뒀다가 나한테 알려주고.”
할아버지 뒤를 따라 태성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모여들었다.
“회장님, 정말 우광과 이대로 갈라설 생각입니까?”
“그렇게 됐다.”
“태성화학이라면 회장님께서 오랫동안 공들여서 키워온 사업체가 아닙니까”
“이제 와서 정리하면 손해가 막심할 겁니다!”
할아버지는 손을 들었다.
“살다 보면 작게 투자해서 크게 키우는 사업도 있고, 크게 투자해서 작게 말아먹는 사업도 있는 법이지. 태성화학은 키우다가 말아먹은 사업이라 치자.”
“회장님!”
“그까짓 것 별거 아니라니까. 태성화학 하나 없다고 태성이 무너지냐? 우린 지하철 공사에 집중한다.”
할아버지는 딱 잘라 말했다.
“예상 입찰가만 1,800억짜리 사업이야. 300억짜리 태성화학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건이다. 태성화학 때문에 생긴 손해는 충당하고도 남아.”
“맞습니다.”
“지하철 공사만 따내면 태성건설은 우리나라 최고의 건설사로 입지를 굳히게 된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다들 잘 알지?”
“예.”
“파혼 때문에 태성화학을 넘긴다고 지하철 공사까지 순순히 넘길 거라 넘겨짚지 말고! 난 우광건설을 봐줄 생각이 아예 없어! 그러니 다들 그런 줄 알고 성준이를 적극 도와줘라!”
“예, 알겠습니다!”
태성그룹 계열사 사장단은 우렁차게 외쳤다.
짝짝짝!
할아버지가 후원자 박수를 받지 않겠다는데도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우광건설 김 사장이 콧방귀를 뀌었다.
“태성건설의 보유 자금이 바닥난 거 모르는 사람도 있답니까? 무슨 돈으로 태성화학을 정리하고, 무슨 돈으로 지하철 공사를 추진하려고요?”
나는 홀 안으로 조용히 들어오고 있는 초대 손님들을 확인했다.
스승님, 말죽거리 말대가리, 종로의 금이빨과 까치산 방 여사까지.
전부 입장 완료했다.
< 송년의 밤 (2)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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