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48)
재벌집 만렙 아들-48화(48/416)
< 송년의 밤 (3) >
우광건설 사장은 목청을 더 높였다.
“태성건설 차윤성 사장이 은행장들을 찾아다니며 땅 팔러 다닌다면서요? 국내 건설 공사도 많이 밀렸고, 태성건설 아파트 건설도 완전히 올 스톱 상태고.”
우광건설 사장은 자신 있게 외쳤다.
“공사가 멈췄으니 이제 막아야 할 어음이 돌아오게 되면 태성건설이 넘어지는 건 한순간일 겁니다. 결국 돈이 없어서 지하철 2호선 공사를 따내도 진행 못 할지도 모른다는 소리잖습니까!”
그는 두 주먹을 들며 말했다.
“태성을 빼고 보면 지하철 2호선 공사를 거뜬히 해낼 건설사는 우리 우광밖에 없습니다! 요즘 우광 아파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요! 그래서 우린 자금 사정이 아주 넉넉하고 좋습니다!”
우광건설 사장의 말에 누군가가 콧방귀를 뀌었다.
“지하철 2호선 공사는 지하 토목 기술이 받쳐주지 않으면 시작조차 하기 어려운 대공사잖습니까.”
“태성과 달리 우광은 지하 토목 건축 경험이 거의 없죠.”
우광건설 사장은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기술과 경험이 없다고 못 해내는 건 아니지요.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되고, 기술은 배우면, 경험은 쌓으면 그만입니다. 우리 우광에게 그 정도 능력은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껄껄 웃었다.
“그 정도로 능력이 있는데, 왜 나한테는 공동 입찰을 제안했었나?”
“그, 그것은 사돈 될 사람들끼리 힘을 합쳐서 대역사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그런 일이 있었나?
나로서는 금시초문이었다.
그래서 더 괘씸했다.
‘누구 좋으라고 공동 입찰을 해? 지하철 2호선 공사는 우리 아버지 몫으로 내가 밀어주고 있는 건데.’
하지만 나는 고작 일곱 살짜리 어린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우광과 손을 잡겠다면 반대할 도리가 없다.
‘우광건설 사장이 대체 뭐라고 꼬드겼을까?’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우광건설 사장이 내놓을 수 있음 직한 제안들을 떠올려 봤다.
하지만 대부분 시시한 것들이었다.
‘만약 당근이 아니라 채찍을 휘둘렀다면······.’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가족을 아끼는 사람들이었다.
만약 우광건설 사장이 가족을 빌미로 협박을 했다면 먹힐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나는 불안한 눈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우리 태성은 공동 입찰 안 해! 단독 입찰이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시원시원하게 딱 잘라 말했다.
“여러분, 우리 태성은 일본 교통국 및 일본제도고속도교통영단과 기술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지하철 2호선 공사에 선진 토목 기술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눈을 크게 떴다.
안 그래도 태성은 우광보다 지하 토목 기술과 경험 및 실적으로 몇 수 앞선다는 평가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과의 선진 기술 협약까지 끝냈다면 기술적으로 크게 앞선다는 소리였다.
나는 그제야 빙그레 웃었다.
‘그래야지. 내가 왜 뇌물 장부를 미리 줬는데.’
저렇게 쓰라고 줬다.
김 비서라면 뇌물 장부를 이용해서 확실하게 상대를 옭아맬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우광건설 사장이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왔다는 건 일본과 이중 협약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가?’
김 비서가 그걸 가만히 두고 봤다고?
‘기술 협약을 맺었으면 일본인들을 재빨리 귀국시켜버려야지. 설마 우광과 접촉하도록 내버려 두었던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이거 실망인데.
설마 내가 김 비서를 과대평가한 건가.
우광건설 사장도 지지 않고 외쳤다.
“기술 협약은 한일기술협정에 의거한 문제이니, 우리 우광도 지하철 공사를 따내면 일본의 협력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그 일본인들이 앞으로 우광과는 상종도 안 하겠다며 침 뱉고 돌아가던데? 자네 회사 부사장이 똑똑히 들었으니까 그치한테 가서 물어보면 되겠군!”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완전히 말아먹은 주제에 대체 무슨 깡으로 저렇게 큰소리를 치는 거지? 따로 믿는 구석이 있지 않고서야.’
흘러나오던 헛웃음이 딱 멎었다.
‘따로 믿는 구석?’
딱 봐도 비열하고 교활해 보이는 우광건설 사장이다.
멍청하지 않은 놈이 큰소리를 칠 때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뭘까. 우광건설 사장이 믿는 구석이라는 게. 돌아가는 분위기로 보아 우광그룹 김 회장은 아닌 것 같고.’
일본과의 기술 협약이 어그러져도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이유.
공동 입찰까지 제안했음에도 저렇게 나댈 수 있는 이유.
나는 그게 궁금해졌다.
그때 정관계 고위직 인사들이 낮게 웃음을 흘렸다.
우광이 건넨 뇌물을 받아먹다가 탈 난 후로 이를 가는 사람들이었다.
“우광은 기술도 없는 주제에 밉보이기까지 했을 줄이야.”
“장부 관리도 제대로 못 하고, 아랫사람 관리도 제대로 못 했군. 대체 일본과의 기술 협상을 어떻게 진행했기에 이런 소리가 나와?”
“이거 우광은 지하철 공사를 따내도 토목 기술이 없어서 손도 못 대겠는데?”
우광건설 사장은 이를 으드득 갈았다.
“지하시설 토목 기술은 일본만 가지고 있답니까? 유럽에서 찾든, 미국에서 찾든,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합니다! 하지만 돈 문제는 다르지요! 없는 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답니까?”
“자넨 아직 못 들었나? 우리 태성에는 후원자가 붙었어.”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여서 동조했다.
“현금만 30억을 쾌척했다는데?”
“그깟 30억! 지하철 공사 규모를 볼 때 아직도 턱없이 모자라 보이는군요! 반면 우리 우광은······!”
그때였다.
“30억! 태성건설에 투자하겠소이다!”
스승님이었다.
누군가가 스승님을 알아보고 외쳤다.
“명동 송골매다!”
“강남의 목 좋은 아파트를 몽땅 쓸어담았다는 투자의 귀재?”
“지금까지 돈 내고 말아먹은 투자처가 단 하나도 없다는 지하금융계의 전설이라던데. 그거 뜬소문 아니었어?”
이게 바로 스승님의 명성이자, 쌓아온 신용이었다.
-투자의 귀재라는 스승님이 선택한 투자처, 태성건설!
내가 스승님께 바람잡이를 부탁한 이유였다.
스승님은 부채를 살랑살랑 부치면서 말했다.
“난 태성건설의 지분이나 고리대를 요구하는 대신, 이번 지하철 2호선 공사 체비지를 준다면 더 투자할 용의도 있소이다. 한 20억쯤 더. 그래서 총 50억!”
계약서를 안 썼으니, 스승님으로서는 공식적으로 못 박아두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바로 지금의 이런 상황을 원했다.
내가 일부러 뒷거래의 흔적을 남기지 않은 또 다른 이유였다.
아쉬운 사람이 애를 쓰는 법이거든.
“체비지?”
“그렇군요. 태성건설이 지하철 공사를 따내면 부족한 공사 자금을 체비지로 충당하잖습니까.”
“그럼 저 체비지는 무조건 지하철역 근방의 땅이라는 거네?”
사람들의 눈이 번뜩였다.
지하철이 지나가는 곳이라면 지하철이 없는 곳과 비교해서 같은 기간 동안 보통은 수 배, 많게는 수십 배나 땅값이 뛰었다.
그들은 지하철 1호선 체비지 사업이 대박이 나는 것을 이미 목도한 바 있었다.
‘지하철역이 들어가는 땅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데, 누가 혹하지 않을까.’
부동산 투기로 재테크에 열심인 복부인은 물론 정치자금 세탁을 원하는 정치인들까지 전부 고개가 돌아갔다.
또한 지하철역 근처에 상가를 지어 팔고 싶은 재계 사람들이나, 뇌물 외에 뒤탈 없이 제집 금고를 채우고 싶어 하는 고위 공직자들도 귀를 쫑긋 세웠다.
“태성건설에 투자하면 체비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까?”
“체비지는 땅값 쌀 때 가격으로 책정됩니다. 지하철역 근처에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하면 무조건 땅값이 크게 뛸 겁니다.”
“강남 아파트나 개발 지역 후보지 땅을 사놓는 것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겠는데요?”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나도 50억 투자한다!”
투자금을 내놓는다면 도박 빚에서 이자를 까준다니까 거침없이 지른다.
김 비서님이 도박장을 돌며 금고를 통째로 털어와 가져온 현금이 30억!
나머지 20억은 도박 빚 문서와 해당 하우스에 묶인 부동산 및 동산 일체였다.
“난 체비지도 필요 없다! 대신 이자나 넉넉하게!”
넉넉하게 이자를 까달란 소리였다.
무려 일 년 금리가 67.8%나 하는 무지막지한 사채 고리대가 적용되었으니까.
사람들은 말대가리를 보고 또 숨을 들이마셨다.
“말죽거리 말대가리까지?”
“아니, 저 양반은 돈 걸린 승부에서 지는 법이 없다던데······.”
“도박장 고리대도 마다하고 태성건설 지하철 2호선 공사에 돈을 쏟아붓겠다고 나올 줄이야.”
“허, 화끈하게 배팅하는군. 정말 태성건설이 지하철 2호선 공사를 따내려나?”
사람들의 눈이 더욱 반짝거렸다.
누구나 승리자의 편에 서서 전리품을 나눠 먹고 싶어 하니까.
태성건설이 지하철 2호선 공사를 따내면서 흘릴 콩고물 냄새를 맡은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종로의 금이빨과 까치산 방 여사까지 합세했다.
“난 30억을 투자하겠다! 이왕이면 종로 근처로 지하철이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나는 20억이에요! 대신 체비지 중에 내가 원하는 걸 골라 가져도 되겠죠?”
사전에 이미 약속된 투자였다.
지하철역 하나당 5억씩.
종로의 금이빨과 까치산 방 여사는 각각 6개, 4개씩 지하철역의 정보를 넘기기로 약속한 후였다.
“종로의 금이빨과 까치산 방 여사까지?”
“대한민국 지하금융을 움직인다는 거물들이 먼저 달려들어서 투자를 결정해?”
“이럴 수가! 난 돈 빌리러 갈 때마다 자존심 다 버리고 무릎걸음으로 기어갔는데, 누구는 고리대도 필요 없다며 여기까지 달려오다니!”
사람들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는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기쁘게 웃었고, 할아버지는 잔뜩 상기된 채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아버지, 투자금이 180억 원입니다!”
“그래!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할아버지 주변으로 몰려든 태성그룹 계열사 사장단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회장님, 정말 잘되었습니다!”
“하늘이 우리 태성을 돕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다니요!”
할아버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제 돈 걱정 없이 지하철 공사를 할 수 있겠어. 원하는 대로 일이 술술 풀리다니. 이렇게까지 운이 좋을 수도 있나? 꼭 귀신에 홀린 기분이야.”
하지만 배알이 꼴린 표정으로 우광건설 사장은 버럭 외쳤다.
“대체 누가 사채업자들을 이곳에 들였나! 언제부터 송년의 밤이 돈놀이하는 뒷골목 놈들까지 나대는 난장판으로 전락하게 된 거지?”
대뜸 끼얹는 찬물에 홀이 조용해졌다.
우광건설 사장의 신경질적인 손짓에 연주자들은 합주를 멈췄고, 초대 가수의 노래는 중단되었다.
종로의 금이빨이 웃었다.
옥수수처럼 박아넣은 누런 금니가 조명을 받아서 부담스럽게 반짝거렸다.
“말 참 섭섭하게 하는군. 우리도 엄연히 초대받아서 온 건데 말이야. 여기 송년의 밤은 불우이웃 돕기 자선 바자회라며. 우리가 초대받지 못할 이유가 있나?”
까치산 방 여사도 한마디 보탰다.
“그럼요. 우리가 돈이 없어요, 사람이 없어요, 능력이 없어요? 우리도 불우이웃 도울 줄 안답니다?”
말대가리가 입가를 씰룩이면서 앞으로 나섰다.
“야, 넌 뭐 하는 새낀데 이렇게 싸가지가 없냐?”
소매를 걷는 폼이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집어엎고 난동을 부릴 기세였다.
나는 작게 혀를 찼다.
‘저놈의 성질머리는 진짜. 여기서 저놈이 눈 까뒤집고 날뛰면 탈이 나게 마련인데.’
저들이 태성건설에 투자한다거나 약간의 실랑이를 일으키는 것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난동을 부리는 것은 말이 다르다.
분명 인정받지 못한 불청객이 어떻게 여기까지 입장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 말이 나오게 마련이고.
그렇게 따지다 보면 이를 묵인해 준 현무건설 오 사장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며.
초대장을 받아가 송년의 밤을 망친 주범으로 태성은 곤란해질 것이다.
“김 비서님.”
“예.”
김 비서가 즉시 말대가리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말대가리는 막 의자를 집었다가 김 비서를 발견했다.
“한국마사회, 뚝섬 서울 경마장, 은행 지점장.”
“······!”
김 비서가 언급한 세 단어에 말대가리는 즉시 얌전해졌다.
의자에 씌운 천을 툭툭 털면서 헛기침을 했다.
“크흠!”
높지 않은, 아주 작은 수군거림이 시작되었다.
우광건설 사장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것 보십시오. 돈놀이하는 놈들은 낄 데 안 낄 데 구분을 못 한다니까요. 이거야 원. 도매금으로 우리까지 급 떨어지게 생겼군.”
종로 금이빨은 콧방귀를 꼈고, 까치산 방 여사는 초대장을 흔들었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그만이고, 흰 돈이든 검은돈이든 후원금만 잘 내면 그만 아니던가?”
“초대장 받고 돈 내러 왔다는데, 왜 주인도 아닌 것들이 나서서 면박을 줄까? 누구 돈은 돈이고, 누구 돈은 똥이야?”
우광건설 사장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끼지 못하는 자리다. 이 호텔 경호원들은 뭐 하고 있어! 빨리 저 작자들을 끌어내지 않고!”
그때 현무호텔의 주인이자, 현무건설 오 사장이 마이크를 들었다.
“초대장을 가지고 들어온 사람은 모두가 내 손님입니다. 김 사장부터 예의를 갖춰 주십시오.”
< 송년의 밤 (3)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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