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50)
재벌집 만렙 아들-50화(50/416)
< 구 시장의 제안 >
현무건설 오 사장은 빙그레 웃었다.
“우리 현무건설이 아파트 부지를 찾는다고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몰라. 그러던 와중에 자네가 내게 사람을 보내서 수서동 땅을 넘겨준 거야.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네.”
아버지는 묘한 표정으로 현무건설 오 사장을 보았다.
안 그래도 태성건설 통장에 잔금이 전부 입금된 것을 확인했을 터.
수서동 아파트 부지는 현무건설에 확실하게 넘겼다.
“호의를 받았으니 호의로 갚아야지. 자네의 호의에 비하면 고작 서울시장을 소개해 주는 내 호의는 딱히 별거 아니겠지만.”
“아닙니다.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행히 나랑 구 시장은 개인적인 친분이 꽤 두텁다 할 수 있으니, 내가 옆에서 슬쩍 거들어주겠네.”
든든한 지원이었다.
원래라면 할아버지가 커버해 주었을 일이지만, 할아버지는 지금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은 물론 우광그룹 김 회장을 만나야 해서 바쁘다.
그렇게 생긴 빈틈을 현무건설 오 사장이 메워주겠다고 자진하고 나섰으니, 이건 호의이자 보답이 분명했다.
* * *
“구 시장.”
현무건설 오 사장의 부름에 말끔하게 차려입은 중년 남자가 돌아보았다.
“어, 오 사장. 이번 송년의 밤 행사는 평소보다 훨씬 화려해. 준비하느라 고생했겠어.”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지하철 2호선 공사와 관련해서 말이야.”
“지하철? 그거 좋지.”
구 시장의 눈짓에, 대화를 나누던 여당 의원들은 슬쩍 뒤로 빠져 주었다.
“흠, 그런데 옆에 있는 친구는······.”
“태성그룹 차 회장의 막내아들. 아까 들었지? 태성건설의 차기 사장이 될 친구야. 인사드리게.”
“안녕하십니까, 구 시장님. 차성준입니다.”
“차 회장이 자네에게 지하철 2호선 공사를 맡겼다면서?”
“예,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태성건설이라면 강남 개발의 큰 축을 맡아야 할 건실한 건설사지. 앞으로 잘해보자는 의미로 우리 악수나 한번 할까?”
구 시장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아버지가 단단히 손을 맞잡았다.
현무건설 오 사장이 덧붙였다.
“이 친구, 나름 능력 있는 수완가야.”
“그래?”
“전국 방방곡곡에 지어진 태성호텔과 리조트도 이 친구 솜씨거든.”
“지방에 경치 좋고 목 좋은 곳에만 골라 들어갔다는 태성호텔과 리조트의 숨은 공신이었군.”
“그뿐만이 아니야. 태성건설이 중동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것 역시 전부 이 친구 솜씨라네.”
“그래? 아까 김 회장이 언급했던 사우디의 도시를 통째로 건설한다는 공사 말일세. 그건 어느 지역의 무슨 공사였나?”
구 시장이 몹시 흥미로워하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 혹시 물어보면 실례가 되는 질문인가? 비밀 유지 조항이 붙은 극비 사항이라면 더는 묻지 않겠네.”
“아닙니다. 해당 도시는 주베일 산업항이 들어가는 인근 지역입니다. 태성이 기초 토목은 물론 도로와 수로관 및 배수로 정비까지 맡아 도시 구획을 정리하게 됐습니다. 신도시를 건설하는 일이죠.”
“젊은 나이에 상당히 굵직한 공사를 맡았군.”
구 시장이 슬쩍 웃었다.
“이번 지하철 2호선 공사 입찰도 기대해 봐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지하철 2호선은 지상선인 지하철 1호선과는 달라. 도심 아래를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지하 터널 공사가 무척 중요해.”
“태성은 개착식 흙막이 공법에서 대한민국 1위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이번에 일본에서 NATM(New Austrian Tunnelling Method) 공법과 TBM(Tunnel Boring Machine) 공법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지하터널 공사도 문제없을 겁니다.”
“그래, 태성은 확실히 우광이 쩔쩔대는 것과는 대조적이었지. 왠지 벌써 믿음이 가는 것 같군.”
“태성은 투자금을 충분하게 확보해서 공사 자금도 아주 넉넉합니다. 맡겨만 주시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사하겠습니다.”
“좋아, 좋아. 난 이런 적극적인 자세를 가진 젊은 친구를 아주 좋아해.”
구 시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각하께서도 이번 지하철 2호선 공사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계신다네.”
지하철 2호선은 청와대의 뜻에 따라 추진하게 된 일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시절에 1,800억이나 되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울 도심을 관통하고 있는 지하철이 하나도 없다. 서울시 인구가 벌써 700만이 넘었어. 도로 교통만으로는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제시간에 실어 나르기 점점 어려워질 테지.”
구 시장이 강력하게 지하철 2호선 공사를 밀어붙이는 이유였다.
“우리로서는 심혈을 기울이는 중요한 국책사업이란 얘기야.”
“명심하겠습니다.”
구 시장은 샴페인을 한입에 털어 마신 후 말했다.
“난 양택석 전(前) 서울시장이 그려놓은 지하철 2호선 노선표를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네. 아무래도 지하철 노선을 전면 수정해야겠다 싶어서 내가 따로 노선도를 그려봤는데······.”
구 시장은 품에서 슬쩍 더듬었다.
새로운 노선도란 것을 꺼내려던 모양이었으나, 어째서인지 순간 멈칫했다.
“흐음, 이거 갑자기 태성의 의견이 궁금해지는데?”
구 시장은 품에 넣었던 손을 도로 꺼냈다.
빈손이었다.
“어떤가? 태성도 한번 지하철 2호선 노선도를 그려서 내게 보여주지 않겠나?”
“예?”
아버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차 사장, 일주일이면 되겠지?”
아버지는 확답하지 못했다.
“가볍게 한번 구상해서 보내 보게. 내 참고할 테니.”
아버지 대신 현무건설 오 사장이 버럭 외쳤다.
“지하철 공사가 애들 장난인가? 지금 한창 지하철 공사 입찰 견적서와 건설 계획서를 작성하기도 바쁜 사람에게 지금······.”
“불이익을 주겠다는 게 아니야. 오히려 가산점을 주려고 한다. 이건 기회일세.”
구 시장은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왕이면 같은 목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시공사와 함께 일하는 게 낫고, 건설 공사 전문가의 의견을 한 번이라도 더 들어보는 게 낫지. 자네에게도 나쁜 제안은 아닐 거야.”
“누가 봐도 무리한 요구일세! 고작 일주일 만에······!”
현무건설 오 사장은 크게 당황했다.
“구 시장, 생각을 해 보게. 무려 지하철 2호선 노선도를 짜는 일이야. 어디 보통 인력이 들어가야 하겠나?”
현무건설 오 사장이 기함하는 이유였다.
“전문가들이 전부 달라붙어서 지형도와 지적도를 살펴봐야 하는 건 물론이고, 토질이며 암반 등 지질까지 조사해야 해. 게다가 근방의 문화재와 중요 시설까지 전부 고려해야 하고, 또······.”
“그만, 그만. 내가 그걸 몰라서 이러는 것 같나?”
구 시장은 손을 내저었다.
“우리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고.”
“어려운 일을 요구하면서 어렵게 생각하지 말란 소리가 어찌 나와!”
“난 태성이 지하철 2호선 공사에 어떤 꿈을 그리고 있는지, 지금보다 더 획기적인 계획이 나올 수 있을지, 문득 그런 게 궁금해진 것뿐이야.”
구 시장은 진지하게 말했다.
“최소 1,800억이나 투입해야 하는 대공사야. 공사 기간만 어림잡아 5년은 걸릴 테고.”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일단 지하 터널을 뚫기 시작하면 못 멈춘다. 멈춰서 돌아갈 때마다 엄청난 돈이 깨져야 할 거야. 물론 그 모든 변경 비용은 시공사가 부담해야겠지?”
서울시가 지불하는 돈은 공사 견적에 따른 입찰가뿐이다.
현장 상황에 따라 변경되는 모든 비용은 시공사의 몫이 된다.
그러니 아버지의 표정이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구간과 노선을 변경하기 극히 힘든, 한번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는 공사. 지하철 2호선 공사 계획이 더 철저하고 완벽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야. 돈과 시간, 그리고 인력을 헛되이 낭비할 수야 없지.”
“구 시장, 그러니 더욱 신중하게······!”
“물론 태성도 가벼운 마음으로 지하철 2호선 공사에 뛰어들지는 않았다는 건 잘 알고 있네.”
구 시장은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행정 관료들은 현장 상황도 전혀 모르면서 되지도 않는 도시개발계획을 들이밀곤 해. 탁상행정이지. 그래놓곤 문제가 생겼을 때 모든 책임과 부담은 시공사에 전가한다.”
“으음.”
“우리는 약속대로 딱 입찰가만 내쳐. 반면 돈이 얼마나 깨지든 당초에 계획했던 결과를 만들어 가져와야 하는 건 시공사다. 그게 관급 공사 계약이야.”
“······.”
“그래서 건넨 제안일세. 차라리 공사 계획 단계에서부터 시공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제시해 보면 어떨까? 왠지 시행착오가 많이 줄어들 것 같지 않나?”
현무건설 오 사장은 미묘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관급 공사를 맡는 건설사의 수장이다.
탁상행정과 그에 따른 답답한 현장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말 불이익은 없는 거지?”
“물론이야. 아까도 말했듯이 가산점이나 주면 그만이지, 이런 일로 쓸데없이 불이익을 줘서 뭐 하겠어? 어차피 내가 이미 지하철 노선도를 따로 그려 봤다지 않아.”
구 시장은 양복의 안쪽 주머니를 탁탁 쳤다.
아까 꺼내려던 것이 분명했다.
“정부에서 내칠 수 있는 예산은 정해져 있네. 만일 태성이 그려온 계획이 획기적이고 뛰어나지 않다면? 별수 없이 우리가 계획한 탁상행정에 따라야지. 그래서 기회라 한 걸세.”
구 시장은 경고도 잊지 않았다.
“다만 이건 국익과 관련된 국책사업이라는 점은 명심하게. 사적인 이득을 위해 괜한 무리수를 두지 말란 소리야.”
구 시장은 아버지의 어깨를 지그시 짚었다.
“무려 2천억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될 대공사를 아무에게나 맡길 수 있나. 이참에 태성의 능력을 한번 구경해 볼까 하는데. 자신 없나?”
아버지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함부로 패기만만하게 말을 내뱉을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구 시장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어렵지 않을 리가 있을까.
태성의 엘리트들이 달라붙어서 자료를 검토해야 한다.
예상 입찰가만 1,800억, 최소 40개 이상에 달하는 지하철역을 일주일 안에 백지상태에서 정해야 한다.
이건 태성건설의 사장이라고 해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구 시장은 싱긋 웃었다.
“자신 없으면 포기하고. 하지만 난 같은 제안을 우광건설에도 건네볼 참이야.”
“구 시장, 자네 진짜······!”
“혹시 아나? 태성과 달리 우광건설은 내 마음에 쏙 드는 지하철 공사 계획서를 제출할지.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하겠습니다.”
마침내 아버지 입이 열렸다.
“일주일이라고 하셨습니까? 좋습니다. 태성도 지하철 2호선 노선도를 계획해서 제출하겠습니다.”
분명 우광은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어차피 수세에 몰릴 대로 몰렸으니까.
지하철 2호선 공사 결정권자가 내려주는 동아줄에 기뻐하며 잽싸게 달려들 테지.
그런 상황에서 태성은 겁쟁이처럼 물러날 수 없다.
“주어진 예산 범위 내에서 가장 효율적인 노선으로 뽑아오도록 하죠.”
“좋아! 역시 큰물에서 놀았던 사내는 다르군! 태성의 패기만만한 적극성을 높이 사겠네! 불이익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한번 도전해 보게!”
“예.”
아버지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부디 구 시장님께서 태성의 노선도를 더 마음에 들어 하셨으면 좋겠군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버지는 정중하게 인사하고 돌아섰다.
하지만 언제 자신만만하게 굴었냐는 듯, 아버지의 표정은 무거웠다.
품을 더듬는 모양새가 담배 생각이 간절해 보였다.
* * *
저승사자와 시야 공유를 끊었다.
“우후훗!”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쉬운데?’
지하철 2호선 노선도?
백지상태에서 43개 역과 노선을 결정해야 한다면 무척 어렵겠지만, 난 이미 완공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다녔던 사람이다.
‘구 시장이 그린 지하철 노선도를 그대로 공사해서 만들어진 게 지하철 2호선이라며. 아, 지하철 1호선 환승역이 변경된 것만 빼고.’
내가 왕년에 지하철에서 팔아본 껌이 몇 통인데.
‘내가 아는 지하철 2호선을 그대로 그려내면 되는 일이구만? 3분이면 되겠네!’
그러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 구 시장의 제안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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