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60)
재벌집 만렙 아들-60화(60/416)
< 포상주 >
이 룸에 들어온 장관들의 시선이 아버지에게 꽂혔다.
칼날처럼 날카롭고 따가운 눈길이 아버지를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훑어내렸다.
-변명 대신 결과로 결백을 증명하겠다.
-뇌물수수와 부정부패를 동원하지 않고도 같은 노선도를 그릴 수밖에 없는 까닭을 직접 보여주겠다.
이 배짱 좋은 발언을 어찌 책임질까 가늠해보는 것이다.
아버지는 담담하게 말했다.
“머리가 제대로 달려 있는 자라면 지하철 2호선 노선도를 비슷하게 그려낼 수밖에 없습니다.”
아버지의 되바라진 대답에 대통령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이미 시퍼렇게 질렸던 구 시장의 안색은 아예 거무죽죽하게 변했다.
청와대 비서실장뿐만 아니라 각 부의 장관들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버지는 한 손을 들어 올렸다.
“만일 각하께서 즉석에서 지하철 노선도를 그려야 한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버지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말했다.
“지하철역 약 40개 이상을, 예산 약 1,800억 원 내외로, 공사 기한은 약 5년으로 잡고, 총길이는 48~49km짜리 노선으로, 강남과 강북을 연결하고, 도심의 중요시설을 통과해야 합니다.”
아버지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하려면 가장 효율적인 노선으로 짜낼 수밖에 없습니다.”
“지도.”
대통령이 손을 까딱이자, 곁에 앉아 있던 청와대 비서실장은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지하철 노선도를 주워 테이블 위에 반듯하게 펼쳤다.
태성이 제출한, 빨간 사인펜으로 그려낸 노선도가 제자리를 되찾았다.
“저건 빼고.”
“예, 각하.”
청와대 비서실장은 우광건설 사장이 그려냈던 조잡한 지도를 재빨리 치워냈다.
순식간에 와락 구겨진 지도는 곧장 양철 쓰레기통 안으로 직행했다.
“흠.”
대통령은 테이블 위에 펼쳐진 두 장의 지도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구 시장이 연필로 그려낸 지하철 2호선 노선도와 달리 빨간 사인펜으로 그려낸 노선도에는 중간중간에 글자가 적혀 있었다.
도심의 중요시설들을 우선순위까지 매겨가며 표기한 것이다.
“구 시장.”
“예, 각하!”
이름이 아닌 직책으로 불렸다.
직무에 따라 대답하라는 뜻이었다.
대통령이 원하는 바는 뚜렷했다.
-정보의 교차 검증.
구 시장은 식은땀을 흘렸다.
대통령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뇌물수수와 부정청탁.
구 시장은 이를 반드시 해명해야 했다.
지금 정부는 군사정변으로 권력을 틀어쥐었기 때문에 정당성에 취약하다.
따라서 국가유공자 보상이나 소실된 문화재의 복원, 부정부패 척결 등 국민들이 좋아할 만한 단어를 내세워서 깨끗하고 바른 정부를 지향하는 척하며 이미지를 세탁해 왔다.
그러니 뒤에서 오가는 정경유착엔 눈감을지언정 눈앞에 드러난 부정부패는 용서치 않을 터였다.
그건 서울시장이자, 대통령의 최측근인 구 시장이라도 피할 수 없는 덫이었다.
“제안을 꺼내게 된 이유.”
“혹시나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건 아닌가, 시공사의 능력은 어느 정도 되는가, 그걸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5년 동안 2천억에 가까운 국가 자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대공사이기에 계획 단계에서 신중을 기하고자 하였습니다.”
구 시장의 말은 점점 더 빨라졌다.
“솔직히 말하면 초장부터 시공사의 콧대를 눌러줘야겠다 싶어서 장난처럼 꺼내본 제안이었습니다. 하지만 믿기 힘들게도 이 친구는 30분 만에 지하철 2호선 노선도를 그려내서······!”
“결론.”
“저는 맹세코 뇌물과 청탁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또한 지하철 2호선 노선도 역시 항시 품에 넣고 다니면서 기밀 보안에 만전을 기하였······.”
“거기까지.”
가볍게 손을 드는 것으로 대통령은 구 시장의 입을 틀어막았다.
대통령은 아버지를 향해 턱 끝을 들어 올렸다.
“마저 해 봐. 증명.”
“욕심을 부리면 완공까지의 비용과 책임 부담을 전부 태성이 떠안아야 하고, 꾀를 부리면 공사비 착복과 부실 공사로 곤란해집니다. 하여 그 조건에서는 그게 최선이었습니다.”
대통령은 소파에 등을 기댔다.
더 떠들어보란 소리였다.
“굳이 ‘그 조건’이라는 단서를 붙인 이유.”
“예산과 기한을 조금 더 늘릴 수 있다면 구 시장님이 놓친 지하철역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게 보다 효율적인 노선 구성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지하철 노선도를 힐끔 내려다봤고, 구 시장은 화들짝 놀랐다.
내심 자신의 지하철 계획과 아버지의 계획이 몹시 흡사하여 스스로 ‘최고의 계획이었다!’ 자화자찬하던 모양이었는지, 충격이 꽤 커 보였다.
“뭐? 내가 놓친 지하철역이라니?”
“강남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말입니다.”
구재철 서울시장은 도심 집중을 완화하고 강남을 개발하기 위해 반포동에 종합버스터미널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가건물 형태로 임시 준공하여 버스 회사별로 서울역과 동대문역에 산재해 있던 고속버스 노선들을 반강제로 이전시켰다.
그게 불과 1년 전 일이었다.
“아······!”
구 시장은 이마를 탁 쳤다.
“맞아! 내가 그걸 까먹고 있었군!”
이건 역사적으로 알려진 구 시장의 실수였다.
지하철 3호선에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역이 제일 먼저 추가된 이유였다.
“서울과 지방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를 깜빡하여 빼놓고 말다니! 이건 정말로 씻지 못할 불찰입니다! 각하, 정말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철도의 종점으로 서울역, 청량리역 등을 꼽는다면 시외버스의 종점은 용산 시외버스터미널, 고속버스의 종점으로는 강남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꼽곤 했다.
이곳은 경상도, 강원도, 전라도를 오가는 서울 교통의 핵심 관문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 곳이었다.
“지금이라도 지하철 2호선 노선도에 거길 끼워 넣으면······!”
“구 시장님, 아까도 말했듯이 예산과 공사 기한이란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현재 상황으로선 그게 매우 어렵습니다.”
“아······! 그렇군. 태성이 모든 책임과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할 테니까.”
구 시장이 몹시 안타까워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래서 자네가 지하철 3호선과 4호선 노선도를 그렇게 뽑았던 것이군! 지금 당장 예산과 기한을 조금만 더 추가하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일인데, 그게 어려우니 다음 계획으로 넘겨서······!”
대통령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좋아.”
대통령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그러자 청와대 경호실장이 아버지를 막아서던 팔을 내렸다.
청와대 경호실장은 턱 끝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앉아.”
그것이 아버지의 대답이 얻어낸 대통령과의 거리였다.
룸에서도 가장 말석에 불과한 자리였지만, 다른 장관들은 지금 벽에 붙어 서 있었다.
“······!”
장관들은 물론이고 청와대 비서실장도 놀란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구 시장만이 입꼬리를 씰룩이며 기쁨을 참아내는 표정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털썩.
아버지는 얌전하게 걸어가 허락된 좌석에 앉았다.
대통령은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면서 말했다.
“재무부, 건설부, 서울시.”
“예!”
“이 의견을 포함한 계획. 다음 주 월요일까지 내 책상 위에.”
“예, 알겠습니다.”
고작 사흘 안에 끝내란 소리에 호명된 장관들과 구 시장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대통령이 새 담배를 꺼내 물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급히 라이터를 꺼내 들었으나, 어느새 달려온 청와대 경호실장이 그 손을 거칠게 쳐냈다.
“깝치지 말고. 어?”
청와대 경호실장이 안 그래도 부리부리한 눈을 부릅떴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들고 있던 라이터를 조용히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청와대 경호실장은 기어이 은색 지포 라이터로 대통령의 담뱃불을 붙여준 후에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대통령 뒤로 물러나 시립했다.
“굳이 여길 뺀 이유.”
좋아! 예상 질문 2가 시작되었다!
절대권력자의 한마디면 가볍게 따낼 수 있는 태성건설의 또 다른 국책사업!
이번엔 그걸 노려보자고!
“1년 전 강남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개통됐지만 고속버스 이용객이 폭증한 결과, 현재 서울의 고속버스 교통량도 전부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확장 공사는 피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는 조용히 말했다.
“조만간 공사가 예정될 곳이라 가정해 보면 상황은 몹시 복잡해집니다. 안 그래도 상하행 고속버스가 오가는 복잡한 도로에, 터미널 확장 공사는 물론 지하철 2호선 공사까지 한꺼번에 진행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음.”
“도로 공사 인부와 지하 토목 공사 인부는 물론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승객과 상인까지 한꺼번에 몰릴 겁니다. 당연히 동원되어야 하는 중장비와 필요 설비 및 재료 적재까지 욱여넣을 것을 고려한다면 안전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하여 일부러 뺐습니다.”
툭툭.
대통령은 담뱃재를 떨었다.
“해결 방법.”
“간단하게 해결하려면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하면 됩니다. 지하철 2호선 노선에 포함시키는 것을 포기하거나, 강남 서울고속버스터미널 확장 공사를 뒤로 미루면 됩니다.”
“기각.”
강남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안 그래도 현재 이용객 과포화로 인해 터미널 확장 공사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이용객이 이처럼 넘쳐나는데, 공사가 복잡하단 이유로 지하철 2호선에서 제외시킨다면 도심의 교통량 완화와 시민의 교통 편의성 충족이란 당초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된다.
“강행 시엔?”
“공사 일정과 인부 동원, 중장비 배치와 적재 공간 확보 등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건설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됩니다.”
“좋아.”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대통령 뒤에 서 있던 청와대 경호실장이 즉시 반응했다.
그가 빈 술잔을 가져와 아버지 앞에 내려놓았다.
쪼르륵.
청와대 경호실장이 로열 살루트를 직접 따라주었다.
“마셔. 각하께서 내리는 술이다.”
“감사합니다.”
아버지는 두 손으로 공손히 술잔을 들어 올려 한입에 털어 마셨다.
그럴수록 청와대 비서실장과 벽에 서 있던 장관들의 표정은 더욱 묘해졌다.
구 시장만이 뿌듯하게 웃었다.
“구 시장. 지하철 2호선 공사 연장해.”
“예, 각하. 강남 서울고속버스터미널까지 포함시켜서 말이지요?”
“터미널 확장 공사도 이 친구에게 주고.”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터미널 상가 공사 포함.”
“예. 알겠습니다.”
좋아! 바로 그거지!
“경쟁입찰까지 갈 것도 없을 것 같고.”
“그럼 단독입찰로 결정하겠습니다.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건 어떠십니까?”
“알아서 해.”
“예, 각하.”
구 시장의 웃음이 더 진해졌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면 일사천리였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확장 공사에 터미널 상가 공사까지 확정 났다!’
심봤다!
괜히 내가 적은 쪽지가 황금빛으로 빛났던 게 아니었어!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하철 공사. 시간 더 끌 필요 있나?”
지하철 2호선 공사 시작일을 앞당기란 뜻이다.
그 말은 우광건설이 무슨 수를 써도 지하철 2호선 공사는 우리 태성의 몫이란 소리!
대통령이 확정 지은 지하철 공사였다.
이건 결정권자이자, 관리 감독의 책임자라는 구 시장이 나서도 못 바꾼다.
“재무부, 건설부, 상공부, 서울시.”
“예!”
이번 대통령의 호명에는 상공부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이 의견도 반영해서. 다음 주 화요일까지 내 책상 위에.”
“예, 알겠습니다.”
보고서 제출 기한은 고작 하루가 더 늘어났을 뿐이다.
총 나흘밖에 시간이 없는 상황인지라, 안색이 시커멓게 죽은 장관들 목록에 상공부 장관도 포함되었다.
웃고 있던 구 시장은 이미 체념한 듯, 너털웃음이 허탈한 웃음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어쩔 수 있나.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각하, 그럼 언제부터 공사를 시작하면 좋겠습니까?”
“바로. 올해 넘기지 않게.”
이렇게 성급할 데가!
새해까지 며칠이나 남았다고!
만족스러운 웃음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이번에 온 가족이 모이는 새해 식사 자리에서 이 얘기가 나오면 어떻게 되려나?’
모르긴 몰라도 가족들의 관심이 아주 대단할 것이다.
아버지가 대통령과 담판을 지어서 굵직한 국책 공사를 두 개나 추가로 따낸 데다, 할아버지가 내내 붙잡고 힘쓰던 지하철 2호선 공사마저 확정 지었으니까.
그런데 대통령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사우디 왕실의 국빈으로 초대됐다고?”
아버지를 부른 대통령의 진짜 목적이었다.
내가 꼽은 마지막 예상 질문이기도 했다.
< 포상주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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