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67)
재벌집 만렙 아들-67화(67/416)
< 고모의 하트 >
고모의 눈에서 하트가 나오는 게 아닐까 싶은 순간, 명품관 직원들이 작게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사장님 조카래.”
“조카 중에 저렇게 작은 아이가 있었어?”
“어쩐지 꼬마 손님이 화끈하게 마구잡이로 사들인다 했더니. 이유가 있었네.”
다들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내가 다음엔 어떤 명품관으로 향할까 촉각을 곤두세우던 차였으니까.
눈빛이 순식간에 돌변한 고모는 똑단발을 찰랑거리면서 홱 돌아보았다.
“다들 아주 한가하군요? 여기가 시장통인지 백화점인지 헷갈리네요.”
뾰족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였다.
“김 전무, 대체 직원들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예요? 다른 곳도 아니고 명품관 직원들이 고객을 앞에 두고 신원을 운운해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직원들 교육에 보다 철저히 힘쓰겠습니다!”
김 전무라는 중년 남자는 식은땀을 흘렸고, 작게 쑥덕대던 명품관 직원들은 새파랗게 질렸다.
입을 함부로 놀린 대가로 곡소리 나게 구를 미래가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백화점의 매출은 질 좋은 물건에서, 백화점의 평판은 질 좋은 서비스에서 나와요. 특히 명품관은 대한민국 최고의 서비스로 고객을 모셔야 한다고 누누이 말했을 텐데요.”
“시정하겠습니다!”
“입을 연 사람들 포함, 여기 모인 직원들 전원 시말서 쓰고 감봉 조치하세요.”
불이익 조치가 떨어지고 나서야 명품관 직원들은 허리를 굽혀 외쳤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
고모는 딱 잘라 말했다.
“지금까지 태성이 VIP 고객을 어떻게 상대했는지 훤히 보이네요. 실수를 저지른 후에 사과하겠다는 자세로 일해왔다는 거죠?”
“죄송합니다!”
“사과하면 다예요? 그럼 고객의 상한 기분이 원상복구 된대요? 그럼 나도 직원들 전부 해고한 뒤에 미안하다 사과하고 퉁치면 일 깔끔해지겠네요!”
카랑카랑하고 뾰족한 목소리에 딕션은 또 어찌나 좋은지.
말 한마디 한마디가 화살처럼 귀에 쏙쏙 박히는 타입이었다.
까칠하고 성격 모났다는 소리가 어디서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매대는 내팽개치고 여기서 그렇게 계속 구경하고 있을 건가요? 당장 돌아가지 못해요? 진짜 해고당하고 싶다 이거죠?”
명품관 직원들은 바퀴벌레 떼가 해산하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고모는 팔짱을 낀 채 달려가는 명품관 직원들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태성백화점이 꼴찌인 데에는 이유가 있단 소리를 들어도 싸지. 이게 다 직원들 관리를 못 한 내 탓이니 누굴 탓하겠어? 하!”
짜증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까칠하던 고모의 눈빛이 나를 바라보는 순간 초콜릿처럼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착각인가?
고모의 말투는 여전히 냉랭했기 때문이었다.
“네가 성준이 아들이라고? 흥, 씨도둑은 못 한다고 성준이 어렸을 때랑 붕어빵이네.”
“안녕하세요, 고모.”
“귀엽게 생긴 게 인사성까지 발라. 흥, 어려울 땐 서로 돕고 사는 거라고? 네 엄마가 그렇게 말했니?”
툴툴거리는 뾰족한 어투인데, 희한하게 호감과 반가움이 느껴진다.
뭐지?
유종태가 재빨리 두 손으로 내 귀를 감쌌다.
‘공격적이고 뾰족한 말투는 오해를 부르기 십상이지. 고모는 따로 번역기를 돌려야 하는 타입이로군.’
나랑 아빠가 닮아서 조카로 인정하겠다는 뜻이고, 엄마가 자신을 도와주려 했냐고 묻고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유종태는 눈썹을 송충이처럼 움직였다.
“얘, 넌 왜 여기서 이러고 있니? 엄마는 어디 가셨고? 화장실 가셨니?”
그것참 이상하다니까.
낯선 백화점에서 미아처럼 혼자 남겨진 내가 놀랐을까 봐 걱정했단 소리로 들린다.
“아니에요. 엄마는 지금 집에서 아빠 일을 돕고 계세요.”
“그래서 너 혼자 왔다고?”
내 뒤에 서 있던 유종태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저 유종태, 도련님을 모시고 함께 왔습니다!”
“잘됐네요. 유 팀장은 이만 우리 정혁이 데리고 돌아가세요. 김 전무, 오늘 정혁이가 올린 매상은 전부 환불 조치하세요.”
“예, 사장님. 즉각 원상복구 시켜놓겠습니다.”
분명 차가운 태도인데. 날 바라보는 눈빛이 따뜻하기 때문인가?
어린 내가 행여 돈을 함부로 썼다고 부모님께 혼나지 않도록 봐주겠단 의미로 들리니, 이거야 원.
“우리 도련님 방금 태성백화점 역대급 매상을 올려주신 분이십니다. 좀 더 상냥하고 부드럽게 대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눈치 빠른 유종태가 고모의 호의를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유들유들한 유종태답지 않은, 딱딱하고 과민한 반응이 튀어나왔다.
“VVVIP 고객 관리 차원에서 말입니다.”
“방금 전액 환불 조치했고, 매상 처리 안 됐다고 말했을 텐데요.”
“섭섭합니다. 우리 도련님의 호의를 이렇게 매정하게 거부하시다니. 상냥하게, 부드럽게, 이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유종태는 고모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미 상한 기분은 사과한다고 원상복구 되는 게 아니잖습니까. 부탁드립니다.”
유종태는 여전히 내 귀를 꽉 틀어막은 채였다.
“우리 도련님을 울리면 그땐 저도 안 참겠습니다.”
간도 크게 여차하면 고모를 들이박겠다는 소리였다.
나는 내 귀를 막고 있던 유종태의 손을 떼어냈다.
“고모, 백화점 매상은 취소하지 않아도 돼요.”
“응?”
“연말 매출은 백화점의 성적이자, 자랑이자, 간판이잖아요.”
“······얘?”
“지금은 일 년 중 할인 행사를 가장 크게 열 때고, 고객들이 지갑을 가장 많이 열 때예요. 어차피 준비하는 성탄 선물과 새해 선물인데, 이왕이면 태성백화점에서 사고 싶었어요.”
나는 방긋 웃었다.
“엄마가 그랬어요. 우리나라에서 태성백화점이 최고라고요.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이라고. 그래서 온 건데요?”
고모의 뾰족한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나는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꼽았다.
“우리 엄마는 좋은 물건을 선물 받아서 좋고, 나는 보고 싶었던 고모를 만날 수 있어서 좋고, 고모는 실적을 올릴 수 있어서 좋······ 혹시 고모는 내가 여기 온 게 싫어요?”
“아, 아니? 누가 싫대?”
고모는 똑단발을 찰랑거리며 고개를 홱 돌렸다.
내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태성의 VIP 고객들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매출의 구멍을 내가 책임지고 채워주겠다는 뜻.
고모는 흠흠, 헛기침을 했다.
“계속 거기에 서 있을 거야?”
많이 걸어서 행여 다리 아플까 봐 걱정된다는 소리였다.
“알겠으니까 더 침 튀길 것 없어.”
길게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차 뭐 좋아해? 코코아? 율무차? 유자차?”
나랑 같이 있는 게 싫지 않다는 말이다.
처음 만난 조카를 이대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쌍화차요. 계란 두 개 동동 띄워서.”
“취향은 뭐, 촌스럽지는 않네.”
고모도 쌍화차를 좋아한다고요?
쌍화차에 계란 두 개가 황금비율이라는 소리로 들리는데.
이것 참 내가 제대로 알아듣는 게 맞나 모르겠다.
난 가끔 여자 말 번역기 돌리는 게 진짜 어렵더라고.
나만 그래?
* * *
호로록!
태성백화점 사장실에 올라온 고모와 나는 나란히 소파에 앉아 쌍화차를 마셨다.
곁들이는 간식은 뻥튀기.
이건 고모의 센스였다.
“엄마가 하셨던 말 중에 이해가 안 되는 말이 있어요. 고모를 만나면 꼭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물어봐도 돼요?”
“뭔데?”
“돈 많은 아줌마들이 백화점을 찾아오는 이유가 뭘까요?”
“그야 비싸고 좋은 물건을 백화점에서 파니까.”
“그럼 같은 물건을 제일 싸게만 파는 곳에만 사람들이 몰리겠네요?”
“꼭 그렇지도 않아. 돈이 아주 많은 아줌마들은 떨이 물건을 사려고 오는 게 아니라, 품위와 부를 과시하기 위해서 백화점에 오니까.”
“이해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고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같은 물건을 싸게 파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들리지 않니?”
“그래서 고모에게 물어본 거예요.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백화점에서 물건만 팔아먹으라는 법 있니? 서비스도 팔아야지.”
“응?”
“돈 많은 아줌마 고객들을 잡고 싶으면 백화점에 계속 와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한다지 뭐예요?”
“뭐?”
고모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고모, 돈 많은 아줌마들은 딱 봐도 돈 들인 티가 나는 걸 좋아한대요. 겉으로 보이는 품격을 사기 위해 시간과 돈을 쓴대요.”
고모는 입을 다물고 귀를 쫑긋 세웠다.
“예로부터 돈 많은 아줌마들을 끌어오는 데엔 피부 미용만 한 게 없다는 거예요. 관리는 하루만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니까요. 한 번 팔아치우면 땡인 물건과는 또 다르대요.”
여기까지 말하자, 고모가 입을 떡 벌렸다.
내가 뭘 말하는지 알아챈 것이다.
“VIP 고객이 태성백화점을 자주 찾아와야만 하는 이유!”
그렇지!
“사람들은 특별한 서비스를 원한대요. 태성백화점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게 필요하다나?”
“다른 백화점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특별한 서비스! 태성의 차별성!”
바로 그거지!
“돈 많은 아줌마들은 매일 아침에 비싼 미용실에서 머리를 만진다면서요?”
지금 고모의 머리만 해도 그렇다.
이렇게 찰랑거리는 똑단발도 세심하게 관리해주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렵다.
매일 아침마다 드라이를 사용해 공들여야 했을 터다.
“머리는 전문 미용사에게 맡기면 되는데, 피부는요?”
상류층 사모님들은 예나 지금이나 미용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대신 큰돈을 들이는 만큼 최고의 서비스를 받길 원한다.
반면 지금 이 시절의 피부 관리 서비스는 조악하기 짝이 없다.
“눈에 보이는 피부를 모른 척할 수도 없고, 사람들 만나는데 화장을 안 할 수도 없어요.”
지금은 피부과가 보편화되지 않았고, 전문적인 피부 관리실이랄 것도 없다.
결국 최상류층 사모님들도 콜드크림 따위나 사다가 스스로 피부를 관리해야 한다는 뜻.
고모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설마 백화점에서 전문적인 피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보자는 거야?”
이건 역사적으로도 증명이 된 아줌마 전용 세일즈 기법이다.
바로 요쿠르트 아줌마와 쌍벽을 이룬다는 화장품 방문판매란 아줌마 마케팅!
화장품 대리점이 흔치 않던 시절이라 주로 방문 판매로 화장품을 팔았다.
그러다 화장품 대리점이 전국적으로 들어서던 80년대, 90년대엔 사람들을 끌어오기 위해 화장품 마사지란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최고급 화장품에, 전문 마사지사가 붙어서, 최고급 피부미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태성백화점에서만 받을 수 있는?”
“거기에 손님마다 따로 장부를 마련해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적어두는 거죠.”
“고객 맞춤 서비스!”
척하면 척 알아들으니까 얘기가 쉬워서 좋네.
“그럼 돈 많은 아줌마들이 태성백화점에 꼭 와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거예요?”
“그럼! 원래 피부 관리는 꾸준히 받아줘야 하니까!”
내 목적은 VIP 고객을 태성백화점까지 불러들이는 구실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판매는 고모의 몫이고.
고모는 손뼉을 짝 쳤다.
“최고야! 최고급 피부 관리샵! 있는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는 직원들을 돌리면 돼!”
그뿐만이 아니지.
나는 슬쩍 가리켰다.
“백화점 층 하나가 통째로 텅텅 비었잖아요. 거기에 방을 만들어서 마사지실을 꾸며 보는 건 어때요?”
“그럼 따로 마사지샵 차린다고 목돈도 안 들겠네? 좋아! 어차피 입점할 매장을 못 찾아서 내내 놀리던 곳이야!”
“아줌마들 기분 좋으시라고 향초도 피워주고, 향수도 뿌려주세요.”
“최고급 기능성 화장품도 팔고, 마사지 서비스도 팔고, 마음에 드는 향초나 향수가 있다면 그것도 같이 팔고?”
내 용건은 이 정도면 끝났다.
나는 빙그레 웃었다.
“우리 엄마는 그렇게 말했는데요. 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고모는 진짜 잘 아시는 것 같네요. 역시 고모에게 물어보길 잘했어요.”
“아유, 우리 예쁜이! 우리 똘똘이!”
고모가 날 와락 껴안았다.
내 볼에 고모의 뺨을 마구 부비면서 기분 좋게 깔깔 웃었다.
“씨도둑은 못 한댔는데, 우리 성준이는 절대로 이런 귀여운 짓은 안 하거든! 이건 아마도 네 엄마, 아니, 우리 올케를 닮은 거겠지?”
고모는 날 안아 들고 둥가둥가 흔들었다.
“우리 올케는 왜 직접 안 오고 우리 귀염둥이만 몰래 보냈을까? 이런 깜찍한 조언을 슬쩍 전하라 시키고 말이야?”
“몰라요. 우리 엄마는 하나도 모르는 일이랬어요.”
“응?”
“엄마는 아직 고모를 못 만났으니, 누가 물어도 모르는 일이랬어요.”
모든 실적을 고모에게 넘기겠다는 뜻이었다.
고모는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
“어머, 그런 센스까지! 우리 새로운 올케, 마음에 드는데? 마음 씀씀이도 그렇고, 머리 돌아가는 것도 그렇고.”
고모는 활짝 웃었다.
“엄마에게 이 빚은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전해줄래?”
좋아!
“혹시 알고 있니? 우리 아버지 사업 신념이 ‘포상은 화끈하게!’야. 난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사람이고.”
고모는 똑단발을 뒤로 넘기며 새침하게 말했다.
“호의를 받았으면 호의로 갚아야지. 내일 식사 자리에서. 나도 호의를 보여줘야겠네?”
그래, 이거지!
내 미소를 부르는 말이었다.
“태성화학 때문에 올케들이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거든. 걱정 마. 누구도 네 엄마를 건들지 못하도록 이 고모가 확실하게 커버 쳐줄 거야.”
목표 클리어!
나는 소파에서 내려와 두 손을 모으고 꾸벅 배꼽 인사 했다.
“고모, 차 잘 마셨어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뭐? 벌써? 아니, 뻥튀기도 아직 다 안 먹었······ 흠흠, 얘, 혹시 뭐 또 필요한 건 없고?”
뭐든 내어줄 사람처럼 고모가 말했다.
< 고모의 하트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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