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70)
재벌집 만렙 아들-70화(70/416)
< 도련님은 계획이 다 있으셨군요 >
뜨억한 표정이었던 두 사람 중 김 비서는 재빨리 표정을 수습했다.
김 비서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사이에 돈을 또 불리셨군요?”
짧은 감탄에는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었다.
나는 그제야 김 비서가 왜 놀랐는지 깨달았다.
‘김 비서는 내 주머니 사정을 이미 뒷조사한 바 있으니까.’
내가 집을 산다고 돌아다녔을 때 우리에겐 겨우 1천만 원밖에 없었다.
그랬던 내가 그새 주머니가 두둑해져서 거물은행에 15억이나 투자한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허······!”
하지만 태성화학 심 사장은 표정 관리를 못 했다.
그는 반쯤 넋이 나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은행과 합작하여 지하철역 근방의 땅을 10만 3천 평이나 사들인단 말입니까?”
“돈도 있겠다, 정보도 있겠다. 못 살 이유가 있나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땅값이 폭등할 것을 뻔히 아는데, 안 사는 게 바보죠.”
“몇 년 내에 거둘 수십 배의 시세 차익을 노리고 투자회사를······ 허, 그걸로 유공을 인수······, 허허허.”
태성화학 심 사장은 기가 막혀서 말문까지 막힌 모양이었다.
그는 김 비서를 돌아보았다.
“김 비서, 올해 도련님 나이가 몇이나 되십니까?”
“이제 여덟 살 되십니다.”
그럴수록 태성화학 심 사장은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냈다.
“여덟 살, 허······, 이제 고작 여덟 살인 도련님이 15억짜리 투자회사를 굴려서 땅 투기와 돈세탁을······ 누굽니까?”
태성화학 심 사장의 표정이 착 가라앉았다.
“도련님의 배후가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성준 도련님이십니까? 아니면 사모님? 어쩌면 회장님이실지도.”
김 비서의 표정이 묘해졌다.
나를 돌아보는데, ‘이걸 어디서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하는 난감함이 엿보였다.
나는 피식 웃었다.
“지금은 내 배후가 누구냐보다 심 사장님의 거취를 어디로 정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인 것 같은데요.”
“음.”
태성화학 심 사장은 턱을 쓸어내리더니 입을 열었다.
“도련님, 지하철역의 땅을 사서 벌어들인다는 계획은 분명 크게 성공할 겁니다. 돈세탁까지 완벽한 투자회사도 큰돈을 벌게 되겠죠. 하지만 부족합니다.”
태성화학 심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유공을 인수하려면 4억 달러는 있어야 할 겁니다.”
그래, 오일쇼크가 일어나기 전이라면 그렇겠지.
“일단 미국 걸프사의 지분이 50%나 됩니다. 그걸 시세대로 인수하는 데에만 약 2억 달러가 들 겁니다.”
하지만 오일쇼크가 일어나면 걸프사는 헐값에 지분을 처분하더라고.
삼황정유의 유공 인수금이 1억 달러였다면 믿으시려나?
그런데 그땐 다들 달러가 없어서 손가락만 빨았다.
“정부가 유공을 민간 기업에 쉽게 이양하려 하겠습니까?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석유는 말 그대로 캐시 카우나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런데 이양하더라고.
오일쇼크 때문에 영국과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압박이 워낙 대단하여서.
석유 때문에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막대한 빚을 국가 차원에서 떠안기엔 부담스럽다 이거지.
그래서 망해도 기업 차원에서 망하라고 민간에 떠넘겼다.
“정부의 몫을 그냥 내어준다고 가정해도 최소 2억 달러는 있어야 하는 사업입니다. 모자란 돈은 어찌 해결할 생각이십니까?”
“사우디에서 차관을 들여올 생각이에요.”
“사우디에서? 차관을?”
태성화학 심 사장은 한 방 먹은 표정이 되어 입을 다물었다.
곰곰이 생각하는 모양새가 긍정적이었다.
태성화학 심 사장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들었다.
“가능하겠습니까?”
“잊었나 봐요. 우리 아빠가 사우디 주베일 상업항 근처에 도시를 건설하고 있잖아요. 공사 입찰금이 무려 1억 달러예요.”
“아, 쥬베일 산업항 도시 건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중동에서 따낸 건설 공사가 어디 사우디뿐이겠어요?”
“들었습니다. 성준 도련님께서 중동을 돌며 여러 나라에서 따낸 공사가 어마어마한 수준이라고.”
“중동은 지금 오일 머니는 넘쳐나지만 기반시설은 형편없어요.”
“그럼 공사 수주를 더 많이 따낼 수도 있다는?”
태성화학 심 사장은 척하면 척 알아들었다.
“아빠는 이미 중동에서 공사를 거듭 완공시키면서 신용의 기반을 닦아놨어요.”
“그렇군요. 중동은 워낙에 배타적인 사회라 외국인이 쉽게 진입하기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삼황이나 우광은 물론 현무나 금조도 번번이 실패했다죠?”
“중동에서 중요한 건 실적과 신용이에요.”
“이미 실적과 신용으로 증명한 태성건설이라면 사우디 혹은 중동 다른 나라에서 오일 머니를 끌어오기에 몹시 유리하다는 소리로군요.”
바로 그거지!
“이번에 태성건설을 맡게 되면서 아버지는 지하철 2호선 공사와 강남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공사를 맡게 됐어요. 그렇다면 중동에서 따낸 공사는 어떡하죠?”
“마침 태성화학 임원들이 태성건설로 들어갔지요!”
태성화학 심 사장은 씩 웃었다.
“그놈들, 생각보다 몹시 유능하고 성실한데다 건설에서 오래 굴러서 잔뼈가 제법 굵은 놈들입니다.”
그렇겠지.
태성화학 임원들도 할아버지의 오랜 충복들이다.
할아버지는 시멘트와 건설로 기업을 일으켜 재벌까지 성장하신 분이고.
그러니 다들 어렵던 시절에 시멘트와 건설을 기반으로 굴러다녔던 사람들이다.
“지금 중동은 미국에 주로 건설 공사를 맡긴다죠? 하지만 한국에 비해 워낙에 비싸고, 늦어서 완공 기일을 못 맞춘다고 불만이 아주 많대요. 그래서 다른 거래처를 찾고 있다고 들었어요.”
80년대 한국에 불었던 중동 건설 붐.
한국은 빠른 공사 속도와 값싼 공사 비용, 그럼에도 괜찮은 건설 품질을 내세워서 건설 사업을 다수 따냈다.
한때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외화수입의 85%가량이 중동 머니일 정도였다.
“석유를 독점한 이후 중동은 도시 건설에 힘쓰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대수로는 물론이고 고속도로조차 제대로 안 뚫렸어요. 공사거리가 넘쳐나요.”
“맞습니다. 도로 공사 하나만 제대로 맡아도 족히 2천, 아니, 3천만 달러는 벌어들일 수 있으니.”
태성화학 심 사장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사우디에서 맡은 공사 하나가 1억짜리이고, 중동 건설이란 호재를 틈타 다른 공사들까지 마구 따낸다면······. 이거 충분히 가능할지도.”
태성화학 사장은 주먹을 꽉 쥐었다.
“성준 도련님께서 중동에서 기반을 그 정도로 닦아뒀다면 완공은 녀석들이 책임질 겁니다.”
태성화학 심 사장의 얼굴에 웃음이 깃들었다.
“그놈들이 어떻게 임원 자리까지 올라왔겠습니까. 영업에도 일가견이 있는 놈들입니다. 아마 중동에서도 한국식 영업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줄 겁니다.”
한국식 영업이라.
박카스라도 돌리면서 중동에서 공사를 따내려나?
“다들 아버지를 도와 지하철 공사는 물론이고 중동 건설까지 훌륭하게 해낼 거라고 믿어요.”
“물론입니다. 그럴 겁니다. 그래야죠.”
“어때요? 지금 이 그림, 마음에 드시나요?”
“물론입니다. 마음에 들다마다요.”
태성화학 심 사장은 크게 웃었다.
“더할 나위 없습니다. 안 그래도 기존의 태성건설 사람들과 행여 알력 다툼을 벌이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해외에서 큰 공을 세우고 돌아온다면······.”
“영전이 되는 거죠.”
좌천과 영전은 다르다.
“실적이 곧 능력이고, 공을 세웠으면 대접을 받아야죠. 태성화학이 넘어가서 태성건설에 목숨을 구걸한 패잔병이 아니라, 중동에서 외화벌이를 이끈 일등공신으로 금의환향하는 거예요.”
“훌륭합니다. 그 누구도 섭섭하지 않을, 완벽한 그림입니다.”
태성화학 심 사장은 몹시 만족한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성준 도련님께서 여자 때문에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미래를 망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시 섭섭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태성화학 심 사장은 아버지의 사람으로 낙점된 인물이다.
아버지의 힘이 되기 위해 태성화학을 키웠고, 아버지의 비자금과 주식을 관리해온 충신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우광과의 혼사를 거부하자, 애써 키워온 태성화학이 홀랑 넘어가게 되었으니.
말은 안 하더라도 속은 쓰렸을 것이다.
태성화학 심 사장의 웃음은 조금 씁쓸해 보였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를 생각해주고 계셨군요. 그러니 태성화학 임원들을 중동에서 큰 공을 세우도록 설계하시고······ 탄복할 따름입니다. 역시 제가 사람을 잘 택한 것 같습니다.”
어느새 태성화학 심 사장은 후련하게 웃었다.
“덕분에 이제는 미련 없이 은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이 사람이 진짜?
아버지에게 가지 못한다고 은퇴하겠다고?
안 될 말이지.
“저는 어때요?”
“······예?”
나는 스승님과 체결한 투자 약정서를 톡톡 두들겼다.
“심 사장님께 드린 제안, 잊으셨어요? 투자회사.”
태성화학 심 사장은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아빠를 배신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큰아빠로 말을 갈아탄 것도 아니고, 할아버지나 태성을 저버리는 것도 아니에요.
-분명히 기회는 와요. 미리 준비하는 사람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뿐이죠. 그래서 난 투자회사를 세워서 그때를 대비하려고 해요.
태성화학 심 사장은 제 이마를 탁 쳤다.
“큰 그림! 태성의 미래! 정유회사 인수를 위한 준비! 성준 도련님의 미래가 달린 대계!”
“그럼요. 이렇게 중요한 일을 아무에게나 맡길 수 있겠어요? 도와주실 거죠?”
태성화학 심 사장의 눈동자는 지진이 난 것처럼 거칠게 흔들렸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
“제 손을 잡으세요. 그러면 훗날 심 사장님께 선택권을 드리겠어요.”
“선택권?”
“유공 인수를 성공적으로 끝내면 투자회사, 정유회사, 태성화학, 셋 중에 원하는 곳으로, 따르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드리죠.”
“······잠깐만요, 도련님. 투자회사와 정유회사는 그렇다 치고 태성화학은 거기에 왜 끼어있는 겁니까?”
심 사장은 고개를 떨궜다.
“태성화학은 우광에 넘기기로 말 끝났습니다. 아까운 일이죠. 성준 도련님의 뜻이 건설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짐작했다면······ 태성화학을 이렇게 허무하게 빼앗기지는 않았을 텐데. 후우······!”
태성화학 심 사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성준 도련님이 건설과 정유, 화학까지 손에 넣었다면 차기 총수 자리까지 노려볼 수 있었을 것을······. 제가 멍청하게 처신하는 바람에······.”
“태성화학을 버린 게 아닌데요?”
“······네?”
태성화학 심 사장은 눈을 번쩍 떴다.
하지만 이내 피식 웃었다.
“어쩔 수 없었다는 것, 이해합니다. 태성화학을 버리지 않고서는 소중한 가족을 지키지 못하셨을 테니까요. 제 말은 그저······.”
“태성화학, 우광에게서 도로 빼앗아 올 생각이에요.”
“······예?”
그건 우리 어머니 몫이다.
태성화학을 빼앗겼다는 이유로 두고두고 흠집 잡히지 않도록.
어머니 혼수로 태성화학을 딸려보낼 생각이니까.
그런데 태성화학 심 사장과 김 비서는 뜨억한 표정으로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도련님,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광그룹의 김 회장은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닙니다.”
“회장님께서도 달리 방법이 없어서 태성화학을 넘겨주신 겁니다.”
다들 안 된다고 못을 박고 있는 모양인데.
이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내기할래요?”
아니, 왜들 이렇게 놀라?
이건 유공을 인수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한 일이거든요.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 하나 들어주기. 어때요?”
* * *
정혁이를 먼저 안으로 들여보낸 후.
심원철은 담장 벽에 머리를 박았다.
쿵!
김 비서가 놀라 심원철을 붙들었다.
“심 사장님,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김 비서, 나 지금 꼭 귀신에 홀린 기분이야. 암만 봐도 제정신이 아닌 듯싶어.”
심원철은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까 고용 계약서에 서명 날인을 마쳤더라니까?”
김 비서는 그제야 심원철을 내버려 두었다.
“대체 그 동전 지갑은 뭐 하는 물건이지? 김 비서도 봤지? 회장님 각서랑 투자 약정서는 물론이고 미리 작성한 고용 계약서까지 나오더라니까?”
심원철은 마른세수를 했다.
“정혁 도련님께서 오늘 날 두고 영입 쟁탈전이 벌어질 거라고 했는데. 자네 혹시 회장님께 이에 관해 따로 언질 받은 건 없나?”
“없습니다.”
“기준 도련님께서 정말 내게 그런 제안을 건네실까?”
“글쎄요.”
김 비서는 빙그레 웃었다.
“이제 와서 그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심 사장님께선 이미 결정을 내리셨잖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여덟 살짜리 어린애 말에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는······.”
그때 한 무리의 사람들과 평창동 저택에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입꼬리에 그린 듯한 웃음을 매달고 있는, 실눈의 30대 사내.
“심 사장님, 태성화학이 우광에 넘어가게 되었다고요?”
“기준 도련님.”
차 회장의 둘째 아들이자, 태성유통의 사장 차기준이 도착했다.
“어떻습니까. 마침 제게 좋은······.”
“거절하겠습니다.”
너무도 단호한 대답이었다.
순간 항상 입꼬리에 달려 있던 차기준의 미소가 굳었다.
하지만 차기준은 더욱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내가 심 사장님께 어떤 제안을 건넬 줄 알고 그리 단칼에 자르십니까?”
“태성물산 해외 지사 아닙니까? 미국, 영국, 독일을 커버하는.”
“······!”
차기준은 눈을 부릅떴다.
그런데 웬걸?
차기준의 반응에 심원철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 도련님은 계획이 다 있으셨군요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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