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76)
재벌집 만렙 아들-76화(76/416)
< 태성은 한가족 >
쿠당탕탕!
불광동 휘발유의 발에 채인 김갑용은 병원 복도를 굴렀다.
“내 돈 안 갚을 거야? 어?”
“아직 돈 빌린 지 보름밖에 안 지났는데, 왜······!”
“벌써 이자가 원금의 두 배로 불어났거든.”
“뭐요? 이건 정말 너무하잖습니까!”
“사채 이자란 게 원래 다 이런 걸 어쩌라고. 아니꼽고 더러우면 처음부터 사채를 쓰지 말든가.”
불광동 휘발유는 귀지를 튕겼다.
“내 돈, 빨리 갚아. 아주 더러운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내 별명이 뭔지 알지? 나 불광동 휘발유야.”
불광동 휘발유는 손가락을 김갑용의 가슴을 쿡 찔렀다.
“내게 당신 직장에 쳐들어가면 아주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지 않아?”
“대체 뭘 어쩌려고······!”
“어떤 일이 생길지는 상상력에 맡겨두겠어. 무엇을 상상하든 아마 그 이상의 일을 마주할 수 있을 테니까. 내 장담하지. 당신 오늘부로 직장에서 쫓겨날 거야. 큭큭큭.”
불광동 휘발유는 건들건들 웃으며 병실 안을 기웃거렸다.
그러자 김갑용은 재빨리 달려가 병실 앞을 온몸으로 막아섰다.
“허튼짓할 생각은 그만둬요. 내가 직장에서 쫓겨나면 돈 받아내기 어려워질 겁니다.”
“내가 돈을 못 받긴 왜 못 받아? 보험은 왜 들어놨는데?”
불광동 휘발유는 비열하게 웃었다.
“직장에 쳐들어가서 퇴직금도 받아내고, 보험금도 받아내면 내 돈은 단번에 넉넉하게 회수할 수 있겠네?”
“당신 지금 무슨 소리를······!”
“원래 사람은 태어나서 죽는 게 자연의 순리라고. 이왕 죽는 거 가계에 보탬이 되면 더 좋잖아?”
불광동 휘발유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말로 할 때 듣는 게 좋을 거야. 이건 마지막 경고다.”
“겨,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해 봐. 그런데 증거는 있고? 큭큭큭, 머리를 이상한 데 쓰시네. 잔머리 쓸 시간에 내 돈이나 갚으세요. 네?”
불광동 휘발유는 고개를 좌우로 꺾었다.
“직장 다음에는 병원이 될 거야. 안 그래도 병원비가 밀렸다며? 내가 작정하고 깽판 치면 네 딸은 당장 병원에서 쫓겨나서 길바닥에 나앉게 될 텐데, 괜찮겠어? 큭큭큭.”
“안 돼!”
“직장이 어디랬지?”
“안 됩니다! 안 된다고요!”
불광동 휘발유는 손을 튕겨 딱 소리를 내었다.
“아, 맞다. 태성화학! 오케이, 알았어. 기다리고 있으라고.”
불광동 휘발유는 건들거리며 돌아갔다.
김갑용은 벽에 기댄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대체 무슨 짓을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김갑용은 이를 악물었다.
벼랑 끝까지 내몰린 사람이 짓는 표정을 숨길 수는 없었다.
“여보.”
김갑용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아내였다.
“역시 병원비 때문이죠?”
“그건 내가 어떻게든 해결할게. 너무 걱정하지 마. 당신은 예린이만 신경 쓰면 돼.”
김갑용은 아내의 손을 잡았다.
“못난 남편 만나서 당신이 고생이 많아. 아픈 아이 병간호하는 것도 힘들 텐데 틈틈이 인형 눈깔 붙이고, 종이봉투 붙이고, 마늘 까고.”
“여보.”
“심 사장님이 그러셨어. 태성건설에서 아파트 살 사원에게 사내 대출을 해준대. 마지막 희망을 거기에 걸어보려고.”
“대출받기 까다롭잖아요. 경쟁률도 셀 테고요. 어려울 거예요.”
“몰라. 밑져야 본전이잖아. 또 알아? 열심히 살다 보면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을지. 난 다른 건 몰라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은 자신 있어.”
“당신, 코피!”
김갑용은 아내가 준 손수건으로 코피를 틀어막았다.
“나 이만 가볼게. 점심시간이라고 잠깐 들른 거야.”
“오늘도 철야 근무예요? 예린이 곧 깰 시간인데 얼굴이라도 보고 가요.”
“예린이한테는 이번 주말에도 휴일 근무가 있어서 못 올 것 같다고.”
김갑용은 씩 웃었다.
“사랑한다고, 그림 잘 받았다고, 우리 딸 최고라고, 그렇게 전해줘.”
김갑용은 서둘러서 병원을 빠져나갔다.
무거운 발걸음마다 한숨이 섞여 들었다.
김갑용의 머리 위에는 [4시간]이라는 황천길 카운트다운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는 태성건설 공사 현장이 아닌 태성화학 공장으로 향했다.
* * *
‘앗!’
푸르게 일렁이던 장면에서 강제로 튕겨 나갔다.
나와 악수하던 김갑용이 손을 떼었기 때문이었다.
“도련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공장 라인이 돌아가는데 자리를 오래 비울 수도 없으니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김갑용은 깍듯하게 인사하고 몸을 돌렸다.
‘이렇게 끊긴다고? 안 돼! 저승사자, 뒤를 좀 더 보여줘!’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보지 못했다.
‘4시간 뒤에 태성화학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김 반장은 어떻게 됐는지,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는지, 아직 하나도 제대로 못 봤다고!’
김 반장과 다시 부딪치면 이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다급한 마음에 김갑용을 향해 손을 뻗었다.
비틀거리는 내 몸을 심 사장이 붙잡았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갑자기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안색도 영 안 좋습니다.”
“김 반장님!”
“아무래도 화학 약품 냄새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잠깐만요! 김 반장님!”
“예?”
김 반장은 작업장으로 복귀하려다가 돌아봤다.
“할 얘기가 있어요! 그러니까 잠깐만······!”
“으앗, 도련님! 그렇게 움직이면 넘어지십니다!”
심 사장이 기우뚱하는 날 단번에 잡아챘다.
‘저승사자, 난 뒤가 더 궁금하다니까! 그것까진 보여줘야지!’
그때였다.
눈앞이 다시 푸른색이 일렁거렸다.
푸른색 장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 * *
콰앙!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폭발 소리.
창문 너머로 바라보니 태성화학 공장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우광의 인수협상단과 마주 앉아 실랑이하던 심 사장은 벌떡 일어났다.
“빌어먹을!”
심 사장은 쏜살같이 회의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소방차부터 부르십시오! 사람들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어서! 서두르세요!”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하나하나 따져대던 우광의 인수협상단도 놀라서 뒤따라 달렸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어느 공장에서 무슨 이유로 폭발한 거죠?”
심 사장은 버럭 외쳤다.
“지금 그걸 확인하러 가고 있잖습니까!”
심 사장은 제6공장 위로 불길에 크게 솟아 일렁거리는 것을 보았다.
화상을 입은 부상자들을 부축해서 나르는 사람들.
공터 바닥에는 누워서 끙끙 앓는 부상자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족히 50명은 넘어 보였다.
“부상자를 주차장으로 대피시키세요! 원료 수송차도 전부 밖으로 빼고!”
그을음을 잔뜩 묻힌 채 누군가가 달려와 보고했다.
“제4공장 김 반장님과 제1작업반이 위험합니다!”
“제4공장 사람들은 또 왜요!”
지금 불이 난 곳은 제4공장이 아니라 제6공장이었다.
“폭발 소리가 들리자마자 제4공장 김 반장님과 제1작업반 사람들이 달려와서 부상자들을 여럿 구했습니다! 지금 안쪽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마저 구해야 한다고······.”
콰앙!
그 순간 엄청난 폭발음이 터졌다.
그렇게 태성화학 제6공장은 시커먼 그을음을 내면서 불길에 완전히 잡아먹혔다.
* * *
눈앞에서 푸르게 일렁이던 장면이 사그라들었다.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젠장. 대체 몇 명이나 죽고 다친 거지?’
저승사자가 사람들 머리 위에 황천길 카운트다운과 주황색 화살표를 띄워놓았을 때 막연히 예감하던 일이었건만.
‘이 사고로 23명이 죽고, 166명이 병원으로 호송됐다더니.’
하늘 높이 치솟은 시커먼 매연과 함께 불길이 사방으로 번지던 장면이 생생했다.
사람들의 울부짖음과 고통스러운 비명이 귀 따갑게 들려오던 아수라장이었다.
‘그래도 태성그룹 보고서에 비해 부상자 수가 확연히 적어 보였다. 태성화학 인수가 본격화되면서 공장 가동률을 줄이고, 태성화학 직원 대부분을 태성건설로 보내서겠지.’
차갑게 가라앉는 이성과 달리 마음은 뜨갑게 들끓었다.
귀한 목숨들을 허무하게 잃었다.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청와대에서 크게 진노하여 그룹 총수를 호출할 만한 사고였군.’
마음은 무거워졌고,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도련님?”
김갑용과 심 사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이고, 새파랗게 질리셨네요.”
“식은땀까지! 진짜 어디 많이 안 좋은 거 아닙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도련님, 그만 집으로 돌아갈까요?”
“심 사장님, 혹시 모르니 병원부터 들려보는 게 어떻습니까?”
나는 손사래를 쳤다.
“진짜 괜찮아요. 전 그러니까······.”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그때 이쪽을 주시하고 있던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데? 얼른 작업장으로 복귀해야 한다면서 김 반장님은 왜 이렇게 안 와?”
“애가 찾아온 모양이던데. 혹시 저 애가 김 반장님의?”
“에이, 그쪽은 딸이야. 지금 태성병원에 입원해 있을걸? 쟨 모르는 애야.”
“그런가? 그러고 보니 정말 귀티 나게 잘생긴 부잣집 도련님이긴 하네.”
그들과 눈이 마주쳤다.
‘아······!’
그들의 머리 위에는 여전히 [10일]이란 글자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열 명이 넘는 사람들 머리 위에서 별처럼 빛났다.
‘김 반장과 함께 동료를 구하기 위해 불타는 공장 안으로 뛰어들었던 사람들인가.’
순박한 얼굴들이었다.
연휴도 반납하고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이었다.
작은 호기심과 짙은 피로감이 깃든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과 눈이 마주치자 그냥 씩 웃어버리면서 작게 손을 흔들어주는 사람들.
나는 그들의 가슴에 오버로크로 박혀 있는 명찰을 확인했다.
‘최범석, 이철용, 박진섭, 송원길, 오대만, 강우진, 고성학, 김경호, 정일군, 박만수, 최영준, 고대영, 윤현오, 이규혁.’
심 사장의 말이 맞았다.
그들은 태성의 자랑이었다.
나는 그 이름을 다시 한번 더 속으로 되뇌었다.
“아무래도 이게 다 회장님 탓인 것 같습니다! 그놈의 떡국!”
심 사장은 혀를 찼다.
“이럴 줄 알았습니다! 그 많은 사람 앞에서 기어이 떡국을 먹이시더니! 안 그래도 걱정돼서 소화제까지 챙겨갔건만!”
쪼그려 앉아서 날 살펴보던 심 사장이 벌떡 일어났다.
“안 되겠습니다. 체를 해도 단단히 했지 싶군요. 지금 당장 태성병원에 가야겠습니다!”
“잠깐만요! 김 반장님과 할 얘기가 있다니까요!”
나는 필사적으로 김 반장의 작업복을 움켜쥐었다.
김 반장은 놀란 모양인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예?”
“병원비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는 온몸을 던져 태성화학 식구들을 구했다.
“태성은 한가족!”
나는 의리 있는 사내를 좋아하거든.
“태성 가족을 위해 병원비를 지원하려고 하거든요!”
김 반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예?”
김 반장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아까부터 계속 멍청한 소리만 흘렸다.
나는 심 사장을 돌아보았다.
“아까 그랬잖아요. 김 반장님의 따님이 아파서 사내 의료 보험 덕을 보고 있다고. 수술 일정이 안 잡혀서 곤란하다고요.”
나는 김갑용을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처음부터 김갑용을 염두에 두고 태성병원 기부 얘기를 꺼냈었다. 세 가지 이유로.’
첫째, 범행 동기가 충분한 사람인 만큼 행여 태성화학 화재를 일으키지 않도록 회유할 생각이었다.
둘째, 태성의 계열사 임원들 앞에서 공표한 만큼 이왕이면 태성화학 쪽을 부각해 돋보이게 만들 계획이었다.
셋째, 철구 아저씨의 갱지가 황금빛이라서 혹시나 하고 보험을 들어두는 셈 치자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를 돕고 싶다.
마음이 움직였다.
그뿐이다.
“난 김 반장님을 돕고 싶어요. 그럼 안 될까요?”
“안 될 게 뭐 있겠습니까? 애초에 세뱃돈이 아닙니까. 그건 원래 도련님이 쓰고 싶은 곳에 쓰시는 겁니다.”
심 사장은 빙그레 웃었다.
심 사장은 여전히 어리둥절해하는 김갑용의 어깨를 작게 두드렸다.
“자네 올해 운이 아주 좋은 것 같군. 안 그래도 오늘 정혁 도련님은 회장님과 계열사 임원들 앞께서 태성 가족의 환우를 돕겠다고 선언하셨어.”
“네?”
“나중에 태성병원에 걸린 플래카드를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태성의 계열사 임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태성 가족 환우 돕기에 동참했거든.”
“그, 그게 대체······.”
“그렇게 모은 성금으로 자네를 돕겠다고 말씀하시는 거야.”
그제야 김 반장의 입이 점점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서, 설마······!”
< 태성은 한가족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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