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87)
재벌집 만렙 아들-87화(87/416)
< 깽판을 부렸으면 깽값을 물어야지 (1) >
쿠당탕탕!
불광동 휘발유의 발에 채인 김갑용은 병원 로비를 굴렀다.
김갑용의 아내는 비명을 질렀고, 김갑용의 직장 동료들은 안색을 굳혔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왜 때려!”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불광동 휘발유는 버럭 외쳤다.
“돈 받으러 왔다! 왜!”
불광동 휘발유는 한 손을 주머니에 푹 찔러넣은 채 건들건들 걸어왔다.
쓰러진 김갑용을 다시 걷어차기 위해서였다.
“어이, 김갑용. 내 돈 진짜 안 갚을 거야? 어?”
“아직 돈 빌린 지 한 달 보름밖에 안 지났는데, 왜······!”
“벌써 이자가 원금의 두 배로 불어났거든.”
“뭐요? 이건 정말 너무하잖습니까!”
“사채 이자란 게 원래 다 이런 걸 어쩌라고. 아니꼽고 더러우면 처음부터 사채 쓰지 말든가.”
잠깐. 이거 어디서 본 적 있는 장면인데?
태성화학 공장에서 김갑용과 악수했을 때.
병원비 때문에 의사를 붙잡고 쩔쩔매던 김갑용에게 불광동 휘발유가 찾아와 했던 말이었다.
“요즘 쥐새끼처럼 숨어다니는 데엔 도가 텄더라? 시팔, 출근을 안 하는데 내 돈은 언제 갚을 거야!”
김 반장이 출근을 안 할 리가.
방금 전까지 직장 동료들이 아침 일찍부터 야간 근무까지 김 반장이 열심히 한다고 증언을 한 참이구만.
문득 김갑용을 엿봤을 때 불광동 휘발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직장이 어디랬지? 아, 맞다. 태성화학! 오케이, 알았어. 기다리고 있으라고.
김갑용이 태성화학에서 태성건설로 옮겼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내 돈, 빨리 갚아. 아주 더러운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내가 작정하고 깽판 치면 네 딸은 당장 병원에서 쫓겨나서 길바닥에 나앉게 될 텐데, 괜찮겠어? 큭큭큭.”
“아, 안 됩니다! 선생님, 이러지 마시고······!”
“이러지 말기는 뭘 이러지 말래? 내가 여길 왜 찾아왔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돼?”
불광동 휘발유는 구둣발로 김갑용의 가슴을 걷어찼다.
“으윽!”
“네 딸 병원비 낼 돈은 있는데, 빌린 거 갚을 돈은 없다는 게 말이 돼? 그러니 열이 받겠냐, 안 받겠냐? 꼭지가 돌겠냐, 안 돌겠냐?”
“김 반장님!”
김갑용의 직장 동료들이 우르르 달려나가 김갑용 앞을 막았다.
다들 머리끝까지 화가 난 표정이었다.
“돈 빌린 게 뭐 그리 죽을죄라고 사람을 패?”
“경찰 불러! 저 새끼 폭행죄로 콩밥 먹여야 돼!”
“돈 빌린 건 죄가 아니지만 사람을 때리는 건 죄가 맞지!”
그렇게 시시비비를 따지고 들어봤자 사채업자에게 먹힐 턱이 있나.
불광동 휘발유는 귀지를 튕겼다.
“자꾸 날 자극하면 좋을 일이 없을 텐데. 딸내미 걱정은 안 되는 모양이야. 얘들아, 아무래도 오늘 여기서 푸닥거리 한번 하고 가야겠다!”
불광동 휘발유의 외침에 화려한 옷을 입은 사채업자 두 명이 더 합세했다.
‘개판이로군. 전형적인 악덕 사채업자 행세까지.’
한 놈은 파마머리를 한 채 껌을 짝짝 씹었고, 다른 한 놈은 머리만 아니라 눈썹까지 빡빡 밀고 굵직한 금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이야, 큰 병원은 역시 달라. 돈을 오죽 많이 벌었으면 이런 자선행사를 다 하냐?”
“눈먼 돈이 생겼으면 당연히 제일 먼저 우리 몫을 떼놨어야지. 이거 섭섭하게 우리만 따돌리고 있어, 쯧.”
사채업자들이 다짜고짜 달려들어서 벽에 걸린 플래카드를 북 잡아당겼다.
벽보도 찢고, 색 끈과 풍선으로 장식된 <태성 가족 환우 돕기>란 글자도 떼어 구둣발로 콱콱 밟았다.
송 원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 이게 무슨 짓인가!”
이들이 병원 로비에서 난장을 부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송 원장과 태성병원이 준비한 행사를 망치려 들고 있었다.
송 원장으로서는 좌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네놈들이 뭔데 태성병원에서 소란을 부리나!”
“넌 또 뭐야? 거 좋은 말 할 때 제3자는 빠져 있지? 괜히 남의 일에 끼어들었다가 피 보지 말고. 어?”
“나 이 병원 원장이다! 됐냐?”
사채업자들은 움찔했다.
똘마니들이 불광동 휘발유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형님, 병원장이랍니다.”
“어디 가서 칼 맞았을 때 치료 안 해주겠다면 어쩝니까?”
“시끄러워, 새끼들아!”
불광동 휘발유가 버럭 외쳤다.
“병원 안에서만 소란을 부리지 않으면 되는 거 아냐! 저 새끼 끌고 나가자!”
“경호원!”
송 원장이 다급히 불렀다.
‘경비원이라면 병원 밖에 있던데. 투척물을 잔뜩 들고 난장 피울 기회를 엿보고 있는 우광 사람들을 경계하느라.’
과연 불광동 휘발유가 비열하게 실실 웃으면서 두 손을 들었다.
“우리 말로 합시다.”
대화라는 좋은 수단을 김갑용에겐 쓰지 않더니, 송 원장에겐 대화를 제안하고 있었다.
“난 댁이랑 할 말 없어! 경호원!”
“거참 경비원 지금 없다니까! 뭘 그렇게 자꾸 불러 싸. 이 새끼만 끌고 나가면 되는 거 아니야! 안 그래?”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표정이 잔뜩 굳어져서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한 무리의 검은 양복 입은 남자들이 있었다.
‘유종태와 태성그룹 제5 경호팀이 왜 여기서 나와? 평소보다 신경 써서 옷을 빼입고서?’
유종태가 들고 있는 것은 아버지가 가져온 즉석 사진기.
태성그룹 경호원들이 들고 있는 것은 꽃다발이었다.
내가 주관하는 행사라고 축하해주러 온 모양이었다.
“태성그룹 경호원이다. 누가 우리 병원에서 행패를 부리지?”
“이런 시팔! 태성그룹 경호원이 여기서 왜 나와!”
불광동 휘발유는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똘마니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혀, 형님. 경호원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우리 태성 가족의 멱살부터 놔. 셋 센다. 하나, 둘.”
“놨어! 놨다고! 어이, 김갑용이 너 오늘 운 좋은 줄 알아!”
탁!
“됐지? 그럼 이제 볼일 끝?”
“경찰 불러! 저 새끼들 당장 끌어내고!”
“젠장, 두고 보자!”
콰당탕탕!
불광동 휘발유는 신경질적으로 태성의 로고가 박힌 단상을 걷어찼다.
“빌어먹을, 오늘 재수 옴 붙었······ 컥!”
빠악.
철구 아저씨가 불광동 휘발유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불곰 같은 남자의 풀스윙에 불광동 휘발유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쿠당탕탕!
철구 아저씨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불광동 휘발유는 요란하게 바닥을 굴렀다.
빠악! 빠악!
똘마니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넌 또 뭐야!”
“이런 시팔! 진짜 붙어보자는 거냐?”
“그럴까?”
빠악! 빡! 빠악!
철구 아저씨의 주먹에 불광동 휘발유와 똘마니들은 게거품을 물고 나동그라졌다.
명치를 제대로 얻어맞은 탓에 꺽꺽대는 게 숨도 제대로 안 쉬어지는 듯했다.
‘괜히 무장공비, 남파간첩을 때려잡던 솜씨가 아니네.’
이 정도면 뒷골목 조폭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급 솜씨였다.
불광동 휘발유가 이를 악물고 외쳤다.
“시팔, 넌 누군데 대뜸 튀어나와서······!”
“중정에서 나왔는데.”
철구 아저씨는 신분증을 들이밀었다.
중정은 실질적으로 기소권과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70년대엔 경찰과 검찰마저 한 수 접어준다는 악명 높은 곳이었다.
불광동 휘발유는 숨을 들이마셨다.
동공에 지진이 난 것 같았다.
“누구 사주 받고 여기서 행패를 부렸지? 빨갱이야?”
반공을 부르짖던 시대에 간첩이나 빨갱이로 몰리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다.
뒷골목 세계에서 경찰이나 검찰 같은 공권력이 들이닥치는 건 곧 대재앙과도 같았다.
그럴 때면 말대가리마저도 꽁지를 말고 튀었는데, 불광동 휘발유와 똘마니쯤이야.
“아,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돈 받으러 온 것뿐입니다!”
“아닌 것 같은데. 그저 돈 받으러 왔으면 태성의 행사에서 일부러 깽판을 놓을 리가 없잖아. 그치?”
“그, 그건······!”
불광동 휘발유의 안색이 희게 질렸다.
그제야 자신들이 깽판을 부린답시고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 찢어 내린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태성 로고가 박힌 단상이 나뒹굴고, 태성 회장 이름이 박힌 플래카드가 찢어지고, 벽보가 뜯어져 있었다.
철구 아저씨는 잇몸을 드러내며 씩 웃었다.
“맞지? 돈 뜯어서 북한에 송금한다는 간첩 새끼.”
“아닙니다! 소, 송금이라뇨! 억울합니다!”
“어. 취조하면 다 나와.”
중정에 끌려가면 있는 죄는 물론 없는 죄까지 줄줄이 자백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똘마니들이 재빨리 기어와 철구 아저씨의 다리를 붙잡았다.
“형님, 한 번만 봐주십셔!”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모르고 한 겁니다. 누가 일부러 태성의 행사를 망치려 듭니까, 예?”
철구 아저씨는 불광동 휘발유 앞에 쪼그려 앉아서 씩 웃었다.
“우리 자세한 얘기는 중정 지하 취조실에서 마저 듣자고.”
“튀, 튀어!”
“어딜!”
철구 아저씨가 불광동 휘발유의 뒷덜미를 대뜸 잡았다.
빠악!
냅다 갈긴 뒤통수에 불광동 휘발유는 게거품을 물며 정신 줄을 놓았다.
축 늘어진 불광동 휘발유를 질질 끌면서 철구 아저씨가 순박하게 웃었다.
“유종태, 똘마니 새끼들은 알아서 끌고 와.”
“예, 빡 중령님!”
태성그룹 경호원들도 이미 똘마니 사채업자들을 제압한 후였다.
똘마니 사채업자들은 어떻게든 튀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태성그룹 경호원들 솜씨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튀다 잡히면 진짜 뒈진다.”
“······!”
“자신 있으면 튀어 봐. 셋 센다.”
“아, 아닙니다!”
“저흰 결백합니다! 믿어주십셔!”
똘마니들은 반항을 멈추고 순순히 태성그룹 경호원들에게 잡혔다.
그제야 철구 아저씨는 잇몸을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병원장님이랬나? 좋은 마음으로 좋은 행사를 하신다는데, 이런 새끼들 때문에 망치면 쓰나요. 계속하십시오. 어이, 유종태.”
“지금 수습하고 있습니다! 누굴 얼간이로 보시나. 잔소리 좀 작작 하십셔!”
눈치 빠른 유종태는 안 그래도 단상을 일으켰고, 바닥에 떨어진 풍선과 글자들을 도로 벽에 붙이고 있었다.
김갑용이 재빨리 그 일을 도왔고, 태성화학 직원들이었던 사람들이 빠르게 현장을 수습했다.
송 원장은 손수건으로 식은땀을 닦았다.
“도련님, 이거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바로 자선 행사를······ 엇?”
송 원장이 날 찾고 있을 때쯤엔 난 이미 튀고 없었다.
* * *
철구 아저씨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코를 킁킁댔다.
“휘발유 냄새가 독하게도 배었네. 이 새끼들은 대체 뭐 하는 새끼들이지?”
이미 게거품을 문 채 기절한 불광동 휘발유는 대답하지 못했다.
“돈 받으러 다니는 사채업자 새끼들이 방화범이나 풍길 만한 냄새를 풍기고 다닌다라. 뒤가 영 구린데?”
철구 아저씨는 불광동 휘발유의 품을 더듬었다.
“허, 담배도 안 가지고 다니는 새끼가 토치를 들고 다녀? 이거 진짜로 수상한데.”
철구 아저씨는 쪼그린 상태로 불광동 휘발유의 뺨을 찰싹 쳤다.
“야, 일어나 봐.”
“으음! 조금만 더 자······.”
“지금 처잘 때냐?”
철썩!
그저 반대편 뺨을 때렸을 뿐인데, 정신을 차리려던 불광동 휘발유가 게거품을 물면서 도로 기절해 버렸다.
불광동 휘발유에게서 쌍코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부러진 이빨도 굴러나왔다.
“젠장, 또 힘 조절에 실패해 버렸나? 아니지. 이 새끼가 너무 부실하게 생긴 거 아닌가?”
“철구 아저씨!”
“어이, 꼬맹이는 그만 들어가. 이런 거 보는 거 아니야. 에비, 지지다.”
철구 아저씨가 축 늘어진 불광동 휘발유를 질질 끌며 빠른 걸음으로 태성병원 후문으로 걸어갈 때였다.
“아저씨, 잠깐만요!”
불광동 휘발유와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았다.
아까는 간첩 운운하면서 이들을 끌어내렸지만, 철구 아저씨는 없는 누명을 씌우면서까지 사채업자들을 중정에 끌고 갈 만한 사내가 아니었다.
‘김갑용과의 일을 매듭지어야 해. 이번엔 순순히 물러났어도 다음엔 또 쳐들어와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테지.’
김갑용은 목숨 걸고 동료의 목숨을 구한 의인이었다.
나는 그가 몇 푼 안 되는 사채 때문에 두고두고 불광동 휘발유에게 시달리지 않기를 바란다.
철구 아저씨, 이 양반은 사람 하나 끌고 가는데도 왜 이렇게 빨라?
순식간에 턱까지 숨이 차오를 만큼 전력질주했는데도 따라잡지 못하다니!
“아저씨, 진짜 잠깐만······!”
불광동 휘발유의 몸에 손을 대자마자 순간 눈앞에 푸른빛이 일렁거렸다.
철구 아저씨와 김갑용의 미래를 엿봤을 때와 똑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 * *
촤악!
서빙고 물고문실이었다.
예전엔 철구 아저씨가 저기에 묶여서 물고문을 받고 있었는데, 지금은 불광동 휘발유와 똘마니가 나란히 묶여서 쫄딱 젖게 되었다.
벌벌 떨던 똘마니들 중 하나가 참지 못하고 비명처럼 외쳤다.
“처음부터 사람들을 죽이려고 불을 지른 게 아닙니다! 진짭니다!”
< 깽판을 부렸으면 깽값을 물어야지 (1)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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