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89)
재벌집 만렙 아들-89화(89/416)
< 박수 치러 온 사람들 >
이 새끼들, 같이 엮어서 조지는 것으로 확정.
‘그럼 얼마나 조지느냐만 결정하면 끝이군. 쉽고 빠르게 적당히 조져? 아니면 공을 좀 더 들이더라도 스케일을 키워서 치명타를 먹여?’
게거품을 물고 기절한 불광동 휘발유를 내려다보며 바쁘게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였다.
“꼬맹아, 너 표정이 왜 그렇게 심각하냐?”
철구 아저씨가 걱정스럽게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까짓 것 뛰었다고 헥헥대기나 하고. 자, 아저씨 따라 해 봐. 훕훕, 하아- 훕훕, 하아-”
어디서 많이 보던 호흡법인데?
“그건 산모들이 아기 낳을 때 쓰는 호흡법 아니에요?”
“몰라, 인마. 아무튼 숨 잘 쉬는 데엔 최고랜다. 따라 하라니까? 훕훕, 하아-, 훕훕, 하아-”
“······.”
“그래, 이제야 좀 꼬맹이다워졌구나. 아깐 많이 놀랐냐?”
그럴 리가.
“인마, 풍선 몇 개 터지고, 벽보 좀 찢어진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다고 좋은 일이 나쁜 일이 되냐?”
철구 아저씨가 씩 웃으며 내 머리를 파바박 쓰다듬었다.
“사내라면 그까짓 일은 그냥 웃어넘기는 거야. 뭘 또 여기까지 달려와서······ 아차차, 머리!”
철구 아저씨는 본인이 헝클어놓은 내 머리를 도로 정리한다고 바쁘게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우리 꼬맹이가 단상에 올라가서 직접 후원금을 수여한다는데, 멋지게 짠 하고 나타나야지.”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구레나룻까지 각을 잡아가며 손질하려 하시나.
“오늘 저기서 행사가 왜 열리는지 떠올려 봐라. 넌 아픈 아이들의 미래를, 병으로 고생하는 가족들을 절망에서 구한 거야. 그게 몇 명이나 되는지 알고 있냐?”
내가 병원비를 후원하게 된 태성의 가족은 스물다섯 가구였다.
“그들에겐 네가 꼬마 영웅일걸? 그러니 가슴 쫙 펴고, 어깨 쫙 펴고. 알았지?”
철구 아저씨가 내 몸을 잡아 자세를 바로 하며 순박하게 웃었다.
‘그 실력으로 중정에서 그런 취급이나 당하고.’
뒷골목 전국구 조폭들과 견주어서도 윗줄로 평가받을 만한 실력이 아깝다.
‘출세를 시키든가, 내 경호원으로 빼와야지 싶은데.’
철구 아저씨가 두 눈을 꿈뻑거렸다.
“왜 그런 눈으로 날 봐? 아하!”
철구 아저씨가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졌다.
“먹을래?”
은단이었다.
그때 유종태가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도련님, 이제 곧 태성가족 환우돕기 행사를 시작할 거라는군요. 슬슬 가실까요?”
“이 사람이랑 같이 다니던 무서운 아저씨들은요?”
“그놈들은 저쪽 병원 창고에 묶어서 처박아 놨지요. 우리 애들이 지키고 있으니까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유종태는 게거품을 물고 있는 불광동 휘발유를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봤다.
철구 아저씨가 품을 뒤져 발견한 토치가 근처에 놓여 있었다.
“이 새끼들 질이 영 안 좋은데요. 놈들 품에서는 이런 게 나왔습니다. 휘발유더군요.”
“담배도 안 피우는 새끼가 토치를 갖고 다니고, 유리 물통에다가 휘발유를 담아 다녀? 이거 진짜로 수상한데?”
나는 은근슬쩍 물었다.
“그럼 아저씨가 이놈들을 중정에 끌고 가서 조사하는 건가요?”
“아니. 눈여겨보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수사해야지. 꼬맹아, 대한민국엔 말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이라는 게 있다고.”
철구 아저씨는 불광동 휘발유의 토치 옆에 휘발유가 든 유리 물병을 나란히 내려놓았다.
“이런 걸 갖고 다니는 것만으로 죄가 되지는 않는단 말씀. 중정이 뭐 깡패 소굴이라도 되는 줄 알아?”
이런 답답한 양반 같으니.
그러면 이놈들은 어쩌다가 덜미가 잡혀서 중정에 끌려간 거야?
그때 병원 정문 쪽에서 소란스러움이 번지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카메라 플래시가 요란하게 터졌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고급 세단이 줄줄이 들어오고 있었다.
아까 송 원장은 우광 쪽 인사들이 우광병원의 합동 장례식이 끝나고 이쪽 병원으로 위문 올 거란 소문이 돈다고 말했다.
딱.
‘어이, 수호신.’
[왜?]‘가 봐.’
저승사자가 샤사삭 빠르게 달려나갔다.
* * *
사람들 사이에 스며든 저승사자의 눈이 전방을 주시했다.
태성병원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우광 사람들.
그들은 당장이라도 집어 던질 요량으로 투척할 물건들을 매만졌다.
그중에는 ‘우광노조’란 조끼를 갖춰 입은 자들도 여럿 보였다.
<우광은 각성하라!>, <우광가족이 죽었다!>, <피해를 보상하라!> 같은 피켓도 들고 있고.
‘잠깐! 저기 할아버지 차랑 심 사장 차도 있잖아!’
그걸 우광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아니, 다들 기다리던 우광은 안 오고, 왜 우리 태성에서는 이렇게 무더기로 찾아왔대? 이러다 봉변당한다고요!’
나는 당황해서 외쳤다.
“할아버지! 심 사장님!”
그런데 내 옆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종태였다.
“오, 도련님도 알고 계셨습니까? 회장님은 물론 기부에 동참하셨던 계열사 임원들까지 행사에 참관하겠다는 연락이 왔었습니다.”
깜짝 놀랐다.
‘저승사자와 시야를 공유하고 있는데, 옆 사람이랑 대화가 가능하다고?’
고건 안 해 봐서 몰랐지!
“유 팀장님, 할아버지랑 태성그룹 사람들이 봉변을 당하면 어떡해요.”
“그래서 저희가 왔잖습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고 실장님이 이끄는 태성그룹 제1 경호팀 솜씨가 끝내줍니다.”
그래?
나는 저승사자가 보여주는 시야에 집중했다.
승합차 문이 열리고 거구의 근육질 거한인 고 실장을 비롯해 태성그룹 경호원들이 우르르 내렸다.
“다들 옆으로 비켜서십시오! 태성그룹 회장님과 계열사 임원이십니다!”
투척물을 집어 던지려던 우광 사람들이 움찔했다.
“태성그룹 회장님이 여긴 왜 와?”
“그래, 우광그룹 회장이라면 또 모를까!”
“태성가족 환우 돕기 행사에 참관하러 오셨습니다! 다들 길을 비켜주십시오!”
고 실장의 손짓에 태성그룹 경호원들이 우르르 달려가 인간 바리케이드를 형성했다.
할아버지와 태성의 계열사 임원들이 걸어갈 길을 내기 위해서였다.
“고 실장, 그만해라!”
“회장님.”
“억지로 길을 내려다 다치는 사람들이 생기면 안 되지!”
우광 사람들은 차에서 내린 할아버지를 보고 몹시 당황했다.
“진짜 태성그룹 회장님이잖아?”
그 뒤를 따라 줄줄이 늘어선 세단에서 태성의 계열사 임직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내렸다.
찰칵! 찰칵! 찰칵!
행여나 있을 충돌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들었던 기자들이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방송국 특파원과 취재 기자들도 방송국 카메라를 켰다.
“태성그룹의 차태성입니다!”
할아버지가 웅성대는 우광 사람들을 슥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추운 날에 태성병원 정문 앞까지 미리 나와 계셨습니까? 이토록 우리를 환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광 사람들이 들고 있는 투척물을 보면서도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태성가족의 환우 돕기 행사에 깊은 관심을 가져 주실 줄은 몰랐군요!”
우광 쪽 사람이 버럭 외쳤다.
“우리는 태성의 행사를 보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닙니다! 우광의 김 회장과 계열사 사장들을 맞이하기 위해······.”
“우광에서는 안 올 겁니다.”
“뭐?”
“방금 우광병원 합동 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오는 길입니다. 우광의 회장과 계열사 사장들은 못 봤습니다. 정치인들도 전부 조문을 마치고 흩어졌고.”
우광 사람들은 몹시 분개했다.
참았던 욕설을 터뜨리거나 분하고 억울한 눈물을 흘리는 자도 여럿이었다.
“여러분, 오지 않는 우광을 기다리느니 이만 해산하고 밥이나 같이 먹읍시다! 준비한 도시락과 음료수도 넉넉합니다!”
할아버지가 손짓하자, 태성그룹 경호원들이 승합차에서 박스째 물건을 내리기 시작했다.
태성의 로고가 박혀 있는 철제 반합 도시락이 그득하게 쌓여 있었다.
“추운데 여기서 떨지 마시고 안으로 들어가시죠! 따뜻한 차도 한 잔씩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할아버지가 롱코트를 휘날리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병원 정문을 막아섰던 우광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웅성거릴 뿐, 선뜻 비켜서는 사람은 없었다.
고 실장이 태성그룹 경호원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자칫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순간, 아버지의 차가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아버지를 보고 우광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태성건설 차 사장님이다!”
“차 사장님, 그때 의료 지원을 와주신 덕분에 우리 아들이 살았습니다!”
“사장님 덕분에 어머니가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보호자와 유가족들이 쉴 수 있도록 임시 천막도 전부 태성건설에서 쳐주셨죠?”
“지급해주신 모포와 도시락도 잘 받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버지를 향한 환호가 몹시 뜨거웠다.
“오늘 예정된 태성가족 환우돕기는 태성건설 차 사장의 아들이자, 제 여덟 살짜리 막냇손자가 기획하고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하하하!”
할아버지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병으로 고생하는 어린 환우를 돕는 자선행사이니, 다들 오셔서 뜻깊은 자리를 빛내주십시오. 성준아!”
“예, 아버지. 가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걸어가자 태성병원 정문을 막아서던 우광 사람들이 좌우로 쫙 갈라졌다.
마치 모세가 나타나 홍해가 갈라지듯.
순식간에 길이 만들어졌다.
아버지들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도 함께 들어가시죠. 이왕이면 제 아들을 위해 박수 한 번만 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물론이죠!”
“제가 제일 크게 박수 치겠습니다!”
아버지의 한마디에 우광 사람들은 군말 없이 우르르 따랐다.
아버지가 할아버지 곁에 나란히 서자, 할아버지가 아버지의 어깨에 손을 탁 올렸다.
“잘했다.”
투박한 한 마디였다.
하지만 그 속에는 자랑스러움이 듬뿍 묻어나왔다.
할아버지의 입꼬리는 숨길 수 없이 하늘로 치솟았고, 태성의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의 발걸음엔 힘이 붙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언론과 방송국의 카메라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고 실장과 태성그룹 경호원들이 안전 통제에 신경을 쓸 필요도 없었다.
“와!”
병원 안에 들어선 우광 노조 조끼를 입은 사람들 중 하나가 감탄을 터뜨렸다.
“우광에선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회장은커녕 계열사 임원들 머리털 하나도 보이지 않던데, 여긴 아픈 가족을 돕겠다고 회장부터 계열사 임원들이 달려나와 주머니를 털었네!”
병원 로비에 커다랗게 붙은 플래카드를 봤기 때문이었다.
이름과 기부 금액이 명시된 그곳의 제일 위 칸은 할아버지와 내 이름이 나란히 박혀 있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기자들 옆에 붙어서 누군가가 슬쩍 귀띔했다.
유종태가 데리고 있는 태성그룹 제5팀 경호원이었다.
“벽보 읽어 보셨어요? 태성건설 사장님 아드님께서 새해 소원으로 태성가족을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혀 시작된 일이래요. 그 뜻에 계열사 임원들이 동참한 거고요.”
아버지에게 감사한다고 크게 외쳤던 아저씨가 냉큼 동의했다.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로군!”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저씨였다.
“세뱃돈을 전부 털어서 환우를 돕겠다잖아. 그게 어디 보통 심성이야? 다 아버지를 닮은 거지!”
“그럼, 다른 애들이라면 어디 그랬겠어? 세뱃돈으로 뭘 살까 궁리하기에 바쁘지! 떡잎부터 다르구만!”
태성그룹 경호원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렇게 태성의 회장 가족과 계열사 임원들이 힘을 합쳐 스물다섯 가구의 병원비를 지원했다지 뭡니까?”
“뭐야? 우리 우광은 사람이 죽었는데, 사망 위로금이 30만 원이랜다!”
“다친 사람들은 또 어떻고? 병원비 보조는커녕 공장 일 펑크 냈다고 월급도 없다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열받은 거 아냐!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지!”
고 실장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 부디 이곳에선 어린 환자들이 놀라지 않도록 정숙해주시기 바랍니다.”
고 실장이 가리킨 곳.
작은 어린애들이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맞으며 병원 로비 한쪽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어린 환자들은 병원비 걱정을 덜었다고 재잘대며 꺄르륵 웃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을 보고 우광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줄지어 섰다.
“자, 도시락 받으세요!”
“태성이 준비한 음료수는 좀 차갑습니다!”
“석유곤로에 물 주전자 잔뜩 올려뒀습니다! 이따 행사 끝나고 커피 한 잔씩들 하고 가세요!”
할아버지는 맨 앞줄에 준비된 벤치에 앉았다.
할아버지가 김 비서 쪽으로 머리를 기울이며 작게 말했다.
“누가 금쪽같은 내 새끼의 행사를 망치려 들었던 모양이다.”
찢어진 플래카드, 터진 풍선, 구겨지고 뜯긴 벽보, 발자국이 찍힌 단상 때문이었다.
“되먹지 못한 자식, 혼꾸멍 좀 내줘라.”
“예, 회장님. 개잡놈만도 못한 새끼가 누구의 사주를 받고서, 어떤 의도로 작정하고 태성의 행사를 망치려 들었는지, 기필코 알아내 확실하게 응징하겠습니다.
은테 안경 속에서 김 비서의 눈이 차갑고 살벌하게 번뜩였다.
“아무래도 서빙고 물고문실로 보내는 게 나을 것 같군요. 다시는 도련님의 행사를 망칠 엄두조차 나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해.”
“마침 적당한 인재가 한 명 있습니다. 우광건설 뇌물 장부를 태성에 전달하고도 마땅한 포상을 받지 못한 중정 요원입니다.”
“공을 세웠으면 포상을 받아야지. 그 친구 뒤는 확실하게 밀어주고.”
“예, 회장님. 이참에 그 친구 출셋길은 제가 책임지고 열어주겠습니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옆자리에 앉은 아버지 쪽으로 머리를 기울였다.
“성준아, 아무래도 병원 확장 공사는 네가 맡아줘야겠다.”
“예, 아버지.”
“쯧, 태성의 이름을 달았는데 널찍한 강당도 없어서. 병원 로비 구석에서 금쪽같은 내 새끼의 행사를 열다니. 태성병원, 지금보다 한 다섯 배는 크게 짓자.”
“아버지, 예산이······.”
“정혁이 이름으로 지어줘.”
“예산은 차고 넘칩니다. 여기를 확장하느니 차라리 강남 한복판에 열 배 규모로 새로 짓겠습니다.”
송 원장이 태성 로고가 박힌 단상 앞에 서서 확성기를 켰다.
“자, 이제부터 태성가족 환우돕기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버럭 외쳤다.
“아직이야! 우리 정혁이가 안 왔어!”
< 박수 치러 온 사람들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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