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94)
재벌집 만렙 아들-94화(94/416)
< 우리 철구, 스타 되겠네 >
다음 날 신문에서는 앞다투어 우광에 대한 신랄한 기사를 싣기 시작했다.
우광화학 화재 사고가 터졌을 때엔 우광을 포장하기에 급급했던 언론이건만.
이제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일제히 비난을 퍼부었다.
<우광은 우광화학 피해자들의 통곡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책임지고 우광화학의 화재 사고 원인을 규명하겠다던 약속, 애초에 지킬 생각은 있었나!>
<누가 우광화학 방화를 지시했나! 김우광 회장은 왜 침묵하는가!>
나는 무릎을 탁 쳤다.
“그래, 처음부터 이렇게 나왔어야지! 대체 사상자가 몇 명이야?”
우광화학 화재 사고 사망자 56명, 부상자 142명.
아까운 목숨이 죽고 다쳤다.
‘김 비서가 협박 편지를 제대로 돌렸구만!’
나는 김 비서에게 부탁했었다.
우광건설 뇌물 장부를 이용해서 익명의 협박 편지를 돌려달라고.
고위 관료와 정치인은 물론 언론인들까지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받았을 터였다.
<선택하십시오. 우광과 손을 잡고 같이 침몰할 것인가, 우광과 손절하고 치부를 털어낼 것인가.>
<만일 우광과 생사를 함께하겠다면 이 명단도 함께 공개해드리죠.>
내가 작성한 협박 편지를 보며 김 비서는 몹시 만족스러워했다.
‘협박 편지가 없었다면 언론이 일제히 집중포화를 터뜨릴 리 없었겠고.’
하나 더.
청와대에서 진상 규명을 지시했다는 속보가 뒤이어 떴다.
‘고위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청와대에 은근슬쩍 귀띔을 넣은 것이 틀림없다.’
신문만이 아니었다.
뉴스 방송에서도 우광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김우광 회장의 저택 앞입니다! 김우광 회장은 어젯밤부터 두문불출하며 취재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무화학에 직접 문의해 보았습니다! 우광화학 공장에 다량의 인화성 물질을 배달했다는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잠시 후 아홉 시 뉴스에서 자세히 뵙겠습니다!
뉴스 카메라에는 우광 노조의 시위 현장을 비췄다.
우광그룹 본사 앞에서 그들은 노조 조끼를 입고서 <우광이 불 질렀다!>, <우광가족이 죽었다!>, <피해를 보상하라!> 피켓을 들고 크게 외쳤다.
“우광이 우광 가족들을 죽였다!”
“죽였다! 죽였다!”
“사망 보상금이 30만 원! 개처럼 일하다 개같이 죽었는데 개값만도 못 받았다!”
“못 받았다! 못 받았다!”
“우광이 지른 불에 사람이 다쳤다! 공장 일을 못 한다고 월급조차 안 주더라!”
“안 주더라! 안 주더라!”
“우리는 개가 아니라 사람이다! 노동 인권 보장하라!”
“보장하라! 보장하라!”
우광그룹 경호원들이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맞섰다.
경찰과 의경은 방패를 든 채 굳어 있었다.
붉은 띠를 이마에 두르고 시위에 합류한 야당 의원들이 재빨리 카메라 마이크 앞에 얼굴을 들이댔다.
“김우광 회장 나와! 나와서 직접 해명하십시오!”
“당신들이 지른 불에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고 다쳤습니다! 피해를 보상하세요!”
“이것은 노동 운동이 아닙니다! 이것은 인권과 범죄에 관한 절규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야당 정치권 인사들이 악을 쓰며 외쳤다.
“왜 이런 자작극을 펼쳤단 말입니까! 무고한 사람이 대체 몇이나 죽었습니까!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입니다!”
“다시는 이런 끔찍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시민,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달칵. 달칵. 달칵.
[아앗! 채널을 왜 돌려? 이제 곧 일일연속극 할 시간인데!]‘다른 방송국 뉴스에서는 우광을 또 얼마나 야무지게 씹어댈지 궁금해서. 이것만 보고 줄게.’
[그 말만 대체 몇 번째야! 하루 종일 뉴스만 볼 거야? 내 일일연속극은!]저승사자는 최신식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온몸으로 껴안으며 울부짖었다.
[놓친 방송은 다시 볼 수 없어! 시키는 일 잘하면 채널권도 준다며!]내가 태성백화점에서 사준 텔레비전이었다.
‘서빙고 물고문실에 끌려간 놈들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한데 말이야.’
[뭐? 지금 나더러 거길 다녀오라고? 내 일일연속극은 언제 보고! 싫다! 안 가! 못 가!]저승사자가 팔짱을 낀 채 완강하게 버티며 고개를 저었다.
역시 인생은 당근과 채찍!
나는 텔레비전을 사면서 같이 산 최신 버전의 필립스 VCR(Video Cassette Recorder)을 가리켰다.
‘이건 연속극을 녹화하고 재생할 수 있는 기계야.’
[녹화? 재생? 그게 뭔데?]‘뭐긴 뭐야. 지나간 연속극을 다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고 또 볼 수 있다는 소리지!’
[오오오오!]‘원해?’
[원한다!]‘그럼 가랏! 서빙고 물고문실로!] [간다!]
저승사자는 콧김을 내뿜으며 달려갔다.
* * *
저승사자가 보여주는 곳은 천장에 매달린 백열전구가 삐걱삐걱 흔들거리는 음침한 지하실이었다.
서빙고 물고문실이다.
촤악!
불광동 휘발유와 똘마니가 나란히 묶여서 쫄딱 젖게 되었다.
벌벌 떨던 똘마니들 중 하나가 참지 못하고 비명처럼 외쳤다.
“처음부터 사람들을 죽이려고 불을 지른 게 아닙니다! 진짭니다!”
“저희는 몰래 기름만 잔뜩 뿌려뒀을 뿐이라고요!”
전에 불광동 휘발유를 만졌을 때 엿봤던 미래라서 나도 모르게 억 소리를 낼 뻔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건물 조금 타고, 사람들 겁먹어서 순순히 돈 내놓고!”
“화재 보험 들어놓은 것으로 따로 돈 더 챙기고. 그래야 했던 일이었어요!”
“입 닥쳐, 이 새끼들아!”
불광동 휘발유가 악을 질렀지만, 똘마니들은 겁에 질려서 벌벌 떨었다.
“전 그저 형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믿어주세요!”
“재수가 없었던 겁니다. 우리도 놀랐다니까요?”
“이런 멍청한 새끼들아! 진짜 뒈지고 싶어서 그래?”
“지금 당장 뒈지기 직전이요!”
“차라리 감방을 가는 게 낫지! 이러다 진짜 죽겠다고요!”
철구 아저씨가 손뼉을 짝 쳤다.
“좋아. 수사에 협조하는 놈은 선처하기로 했으니 약속은 지킨다. 나머지 놈들은 취조실로 데려가.”
“예!”
공안국 중정 요원들이 똘마니 둘을 데려갔다.
서빙고 물고문실에는 철구 아저씨와 불광동 휘발유만 남았다.
“네가 친필로 적은 진술서까지 나온 마당에 그렇게까지 부인해서 뭘 어쩌려고?”
“난 모르는 일입니다! 내가 안 적었어요!”
“그냥 시원하게 불어. 그래야 감형이라도 받지. 이대로 혼자 독박 쓰고 뒈지려고?”
불광동 휘발유는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지켜야 할 의리도 없을 텐데. 왜 계속 입을 다무냐? 이해할 수가 없네.”
“의리는 안 지켜도 내 목숨은 지켜야 해서.”
불광동 휘발유는 존댓말까지 집어치우고 키득키득 웃었다.
“그럼 내가 믿는 구석도 없이 일을 쳤을까 봐? 댁은 감당 못 해. 거물이거든.”
“우광?”
“······!”
철구 아저씨가 웃으면서 취조 테이블 위에 신문들을 쫙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걸 어쩌나. 네 뒷배도 지금 X된 것 같은데.”
“이, 이게······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이럴 리가 없는데?”
“여기 갇혀 있느라 몰랐구만? 잘 봐라.”
철구 아저씨는 신문 제목을 하나씩 짚으며 친절하게 또박또박 읽어줬다.
그럴 때마다 불광동 휘발유의 안색은 시커멓게 죽어갔다.
“이런 시팔!”
“일이 이렇게까지 커져 버린 이상 저쪽도 살려면 꼬리를 잘라내야 할 것 아니야.”
철구 아저씨가 손날로 목 긋는 시늉을 했다.
“댁 혼자 불 지른 것으로 결론 나려나. 그럼 너는? 잘하면 무기징역 아니면 살인멸구. 어떻게 생각해?”
“사, 살려 주십시오!”
그제야 불광동 휘발유가 벌벌 떨며 빌었다.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전 이렇게 죽고 싶지 않습니다!”
“청와대에서 주시하는 사건이 됐어. 그냥은 못 빠져나가. 살고 싶으면 아는 것 전부 불어.”
“아는 대로 전부 불겠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좀 선처를······.”
그때 서빙고 물고문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박철구, 거기까지만 해.”
철구 아저씨를 고문했던 선배 요원이자, 우리 집 담을 넘어왔다가 처맞았던 놈!
서문 머시기.
“감찰국장님의 명령이다. 박철구 잡아.”
물고문실 안으로 감찰국 요원들이 우르르 달려들어왔다.
그들은 잽싸게 철구 아저씨를 붙들었다.
“왜 이러십니까?”
“원래 감찰국 일이야. 그럼 인수인계에 불만 없을 것으로 알고.”
“제가 잡은 놈들입니다! 증거도, 피해자 진술서도, 용의자 진술서까지 전부······!”
“박철구, 이게 간첩 사건이야? 아니잖아. 기업에 얽힌 방화 사건이라고. 다시 말해서 감찰국이 하는 일!”
“선배!”
“이건 우리가 마저 알아서 잘 처리해볼 테니까, 공안국에서는 신경 꺼.”
서문 머시기가 구겨진 서류 몇 장을 품에 챙겼다.
똘마니들이 옆 취조실에서 작성하다 만 진술서였다.
“지금 공을 가로채겠다는 겁니까?”
“공? 이야, 박철구. 너도 출세 욕심은 있다 이거냐? 하지만 이번 건은 네 깜냥에 소화 못 하는 일이야. 헛꿈 꾸지 말고 비켜.”
서문 머시기는 의자에 묶였던 불광동 휘발유를 직접 풀었다.
“전기의자 준비해. 세 놈 다.”
감찰국 요원들이 불광동 휘발유를 붙들고 질질 끌고 갔다.
“없는 죄도 자백하게 만드는 중정이란 말 들어 본 적 있어? 내가 또 전기구이 통닭이라면 아주 기가 막히게 굽거든. 아마 기대해 봐도 좋을 거야.”
“살려주십시오!”
불광동 휘발유가 비명처럼 외쳤다.
“전부 다 불겠습니다! 묻는 말에 성실하게 답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그 새끼 데려가. 짜릿한 전기 맛을 보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들 거야.”
철구 아저씨가 외쳤다.
“선배, 이미 물에 쫄딱 젖은 놈입니다! 이 상태로 전기 충격을 받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야, 박철구. 왜 자꾸 날 가르치려 드냐? 위아래도 모르는 시건방진 새끼가. 퉷.”
서문 머시기가 불광동 휘발유와 함께 서빙고 물고문실을 유유히 빠져나가려 할 때였다.
“설마 선배도 얽힌 일이요?”
“네가 지금 나한테 누명을 씌우려 드냐?”
“선배!”
“깝치지 마라. 너 그러다 또 저 물통에 처박히는 수가 있어.”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그래서 네가 아직까지 밖에서 뺑이나 도는 거야. X도 모르는 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어디서 나대?”
쾅!
그때 웬 양복 입은 남자가 물고문실 문을 걷어찼다.
입에는 담배 한 개비를 문 채였다.
“X도 모르고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새끼가 누군데?”
“고, 공안국장님!”
“내가 네 친구냐? 데시벨 안 줄여? 위아래도 모르는 시건방진 새끼가.”
그가 입에 문 담배를 까딱거리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어이, 감찰국. 박철구 그만 놔줘.”
서문 머시기와 감찰국 요원들은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힐끔 봤다.
그게 공안국장의 화를 북돋웠다.
“감찰국 새끼들아, 내 말 안 들려? 죄도 없는 우리 애는 왜 붙잡고 지랄이야! 당장 안 놔?”
“공안국장님, 이건 감찰국 일입니다. 우리는 감찰국장님의 명을 받고······!”
“그래서 내 말은 무시하겠다? 감찰국에선 위계 교육 따윈 아예 안 가르치냐?”
권총집을 찬 채 롱코트 소매를 툭툭 터는 남자가 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얘들아, 공안국장님 말씀하시잖냐. 이만 박철구 놓고 뒤로 물러나 줘라.”
“감찰국장님!”
“시말서 쓰고 싶어? 국장한테 대든다는 소리나 듣고 말이야, 새끼들.”
“그, 그게······.”
철구 아저씨를 붙들었던 감찰국 중정 요원들이 눈치껏 떨어져 나갔다.
공안국장이 물고 있던 담배를 까딱거리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거기서 뭐 하고 서 있냐? 감찰국 애들이 데려갔단 용의자들도 도로 되찾아 와야지.”
“예!”
“남의 밥을 가로채려 들다니, 양심이 없네.”
서문철이 감찰국장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국장님, 이건 출셋길이 보장되는······.”
“닥쳐. 윗선의 지시다. 까라면 까는 거지 뭔 말이 이렇게 많아?”
감찰국장이 공안국장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부장님이 직접 내려오고 있어.”
“부장님께서요?”
“부장님이 처음 이 건수 물어온 놈을 서포트하라셨다. 그러니 너도 그만 손 떼.”
감찰국장이 돌아서서 나가자 서문철은 입술을 깨물며 뒤따랐다.
곧 공안국 요원들이 불광동 휘발유와 똘마니들은 도로 데려왔다.
그제야 공안국장이 물고 있던 담배를 만족스럽게 흠뻑 빨아들였다.
“철구야, 준비해라.”
“예. 뭘 어떻게 준비할까요? 말씀만 하십셔.”
“이참에 수염 밀고, 이발하고, 양복 한 벌 맞춰 입자.”
“예?”
갑자기요?
“아, 푸석푸석해 보이지 않게 로션도 처바르고, 이빨도 광나게 잘 닦아야겠지?”
“······.”
철구 아저씨는 뭐라 대꾸도 하지 못하고 두 눈만 껌뻑거렸다.
공안국장은 손끝으로 담뱃재를 튕기며 씩 웃었다.
“부장님 지시다. 내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철구 네가 마이크 쥐고 중간 수사 결과 발표하기로 했다.”
“예?”
철구 아저씨는 눈을 느릿하게 꿈뻑거렸다.
공안국장은 철구 아저씨의 어깨를 툭 치며 씩 웃었다.
“우리 철구, 이번 일로 스타 되겠네.”
< 우리 철구, 스타 되겠네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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