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02)
# 102
강화석 던전 (2)
최초 방문 보너스가 다하기 전, 로칸이 다른 곳에 들른 것은 딱 한 번뿐이었다.
“룬 북 사용, 타이무라로.”
로칸은 타이무라로 이동한 뒤 대장간 망치와 모루로 향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강화를 하기 위해서!
그로 인해 더 빠른 사냥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신비의 조각, 사용.”
[빛나는 돌을 획득하셨습니다.]“사용.”
[신기한 발명품을 획득하셨습니다.]“사용.”
[신비한 가루를 획득하셨…….]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강화석의 획득부터 필요했다.
인벤토리 가득 쌓인 신비의 조각을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까기 시작했다.
[강화석을 획득하셨습니다.] [고급 강화석을 획득하셨습니다.] [강화석을 획득…….]확률성 아이템인 만큼 꽝도 많았지만 쌓아 둔 숫자가 숫자인 만큼 강화석과 고급 강화석도 심심치 않게 출현했다.
더구나 신비의 정수에서는 일반 몬스터에서 얻는 것보다 월등히 높은 확률로 강화석과 고급 강화석을 얻을 수 있었기에 입 아프도록 외치는 동안 무려 수백 개의 강화석이 한편에 쌓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대로 신비의 조각만 까다가 최초 방문 보너스가 끝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물론 체감상 그럴 뿐, 실제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충분히 강화석을 모았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노가다를 마치고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고급 강화, 부탁드리겠습니다.”
로칸은 일단 자신이 착용한 모든 장비에 강화석이 필요한 +6강 이상의 강화를 하기 시작했다.
까앙, 까앙, 까앙, 까앙.
일단은 모든 장비를 파괴 확률이 없는 +7강까지 맞추었다.
그 과정에서도 수십 번이나 실패하며 강화석과 수고비가 날아갔지만, 로칸에게는 그리 부담이 되는 돈이 아니었다.
‘모은 돈을 다 쓴다 해도 이득이지.’
설사 모은 돈을 모두 쓴다 해도 +8강 이상으로만 맞출 수 있다면 무조건 이득이다. +8강부터는 정말 ‘급’이 달라지니까.
그리고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자. 다 됐네.”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모든 장비를 +7까지 강화하는 것에 성공하자 이번에는 한 단계 더 욕심을 냈다.
다만 이때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었다. +8강 이상으로 강화를 시도할 때 일반 강화석을 사용하면 실패 시 무조건 장비가 파괴되는 것이다.
하지만 고급 강화석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고급 강화석을 이용해 강화를 하면 실패하더라도 +6강까지처럼 무조건 장비는 보전되고 고급 강화석만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9강을 할 때도 고급 강화석을 이용할 시 일정 확률로만 장비가 파괴되었다.
물론 재수 없으면 고급 강화석을 쓰고도 장비가 깨지겠지만, 그것만으로도 강화 실패에 대한 부담은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으으으, 지를까, 말까 역시 남자라면…… ’
까앙, 까앙, 까앙
드워프의 강철 같은 근육이 씰룩거리며 강화 성공 이펙트, 혹은 실패 이펙트가 나타나는 와중에 로칸은 더 로드를 다시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고민에 빠졌다.
+9강에 도전할 것이냐 말 것이냐.
“자, 모두 끝났네. 더 할 텐가 ”
“그, 그만!”
게이머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러시 본능이 꿈틀거렸지만 간신히 이성이 본능을 억눌렀다.
아마 트윈 헤드 오우거의 배틀 액스를 대신할 만한 서브 무기가 있었다면 무심코 질러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만이면 그만이지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나 자, 이거나 받게.”
결국 덜덜거리는 손으로 모든 장비를 받아 착용한 로칸의 모양새가 사뭇 대단해졌다. +8강부터 시작되는 아이템 이펙트가 드러난 것이다.
강화된 모든 장비에서는 오라 같은 은은한 푸른 빛이 감돌았고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약 1초 정도씩 푸른 빛의 족적이 남겨졌다.
게다가 그가 입은 장비는 모두 이곳 망치와 모루에서 세트로 맞춘 것! 세트 효과가 붙어 있지는 않았지만 룩에 통일성이 있어 소위 ‘간지’가 났다.
“이펙트 설정. 장비 이펙트 해제.”
하지만 로칸은 귀찮다는 듯 얼른 그것을 꺼 버렸다.
남들이 보았다면 물개 박수를 쳐 주었을 강화 이펙트가 불씨에 물을 부은 것처럼 피식하고 꺼져 버렸다.
이보다 훨씬 휘황찬란해서 적의 시선을 교란시킬 수 있다면 모를까, 효과도 없이 이목만 집중시키는 이펙트는 그의 취향이 아니었으니까.
“룬 북 사용, 채굴장으로.”
그리고 다시 비밀 던전으로 돌아가 최초 방문 보너스를 마지막까지 삭삭 핥아 먹었다.
[비밀 던전 ‘신비가 잠든 동굴’의 최초 입장 보너스가 종료되었습니다.]그리고 퀭해진 눈으로 마지막 보너스까지 모두 누렸을 때, 무심코 둘러본 홈페이지에서 놀라운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중앙 대륙 최초 진출 길드의 등장.
그들의 이름을 확인한 로칸의 표정이 악귀처럼 돌변했다.
“헬하운드 이 새끼들이 ”
역사가 바뀌었다.
다른 이들이 중앙 대륙 진출을 시도하는 동안 레벨을 올린 것인지, 무한 도전의 결과인지, 그도 아니면 운빨이 무지하게 좋은 것인지 몰라도 원래 중앙 대륙 첫 번째 진출자이던 ‘라그나로크 팀’을 제치고 ‘헬하운드’라는 길드가 첫 발자국을 남긴 것이다.
그래 봤자 최초 타이틀은 얻지 못하겠지만 아직까지 로칸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으니 현재까지의 공식적인 기록으로는 그랬다.
“그래. 네놈들이란 말이지.”
헬하운드, 일명 사냥개로 불리던 이들.
전생에서도 제법 두각을 나타내며 상위권 길드에 속해 있던 그들은 PK를 비롯한 여러 악질적인 행위들도 이익만 맞으면 서슴지 않아 달리 해결사라고도 불리던 놈들이었다.
그런 주제에 이득을 위해서라면 차후 의뢰인을 협박하는 일도 종종 벌일 만큼 쓰레기 같던 자들.
그럼에도 그들을 찾아 일을 맡기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사냥 실력과 레벨 또한 상당했기에 블러드 체이서 따위처럼 무너지는 일 없이 쭉 제 위치를 고수해 나갔었다.
반대로 이득이 되지 않는 일에는 철저히 몸을 사려서 정작 로칸과는 딱 한 번밖에 부딪힌 일이 없던 놈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한 번이었다.
“그럼 환영 인사를 해 줘야지.”
로칸이 그들의 이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전생의 마지막 순간, 그를 몰아붙였던 몰이꾼이 바로 헬하운드였던 것이다.
로칸이 몇 번이나 죽어 레벨이 떨어지고 아이템을 상당수 드롭했을 때, 마지막 목덜미를 물어뜯고 주저앉히는 역할을 자처하며 덤벼들었던 놈들이 놈들이었다.
‘그때도 보답은 해 줬지만, 그걸로는 성에 안 차지.’
물론 그때도 어느 정도 대가는 치렀다. 덤벼들었던 놈들 모두 최소 한두 번씩은 죽여 줬으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계속해서 달려들던 것을 보면 그보다 큰 이득이 약속되어 있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유가 어찌되었든, 배후가 누구였든 일단 놈들이 자신을 치는 데 한 발 걸쳤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기에 로칸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정기선으로 넘어왔으면 지금쯤 ‘거기’ 있겠군 ”
로칸의 머리가 빠릿하게 돌았다.
자신이야 해저터널을 이용했으니 단숨에 타이무라에 도착했지만 정기선을 이용한 이들이라면 도착지와 이동 루트가 뻔했다.
3차 도시의 위치별로 다른 출발지를 가지지만 도착하는 선착장은 단 한 곳이니까.
게다가 그곳에서 타이무라로 넘어오기 위해서는 어떤 지역을 거쳐야만 했다.
중앙 대륙에 적응한 뒤에는 가뿐하지만 정보가 없는 자들에게는 지옥이 되는 그곳을.
“일단은 그것부터.”
스산하게 눈을 빛낸 로칸은 즉시 로그아웃을 하고 컴퓨터를 조작해, 일찌감치 작업을 마쳐 둔 영상 파일 하나를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더 로드 중앙 대륙 대도시(4차 도시) 최초 공개]이미 며칠 전 편집까지 끝내 두었지만 굳이 올리지 않고 아껴 두었던 영상이다. 이 영상에 자극받아 다시 중앙 대륙 러시가 시작될까 싶어서다.
‘하지만 이제 의미 없지. 아니, 딱 한 놈들에게는 의미가 있겠군.’
그러나 이미 헬하운드의 중앙 대륙 진출 소식이 알려진 이상, 거리낄 것이 없었다. 오히려 헬하운드를 엿 먹이고 싶은 로칸의 마음을 조금은 채워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영상이 올라가는 순간 헬하운드에게 돌아갔던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로칸의 쪽으로 향할 테니까.
‘도시를 소개하는 쪽과 이제 막 선착장에서 벗어나 허우적거리는 놈들 중 누가 먼저일지는 뻔하잖아 ’
슬쩍 찾아보니 헬하운드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중앙 대륙 관련 영상이 전혀 올라와 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고작 광고 수익을 올리기보다 선점을 통한 더 큰 이득을 챙기려는 듯싶었다.
이제는 광고 수익조차도 제대로 얻기 어려워질 테지만.
‘내가 먼저 올리면 누가 네놈들의 영상을 볼까 ’
로칸은 아예 도시에서 선착장까지 역으로 이동하며 영상을 찍어 둘 참이었다.
타이무라 진출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되어 줄 ‘그곳’의 공략법이야 감출 테지만 헬하운드가 허우적거리는 모습이라든지, 그들이 감추고 싶어 할 선착장의 풍경과 대략적인 방향 정도는 오픈해 버릴 작정이었다.
그 덕에 후발 주자로 중앙 대륙에 도착하는 이들의 진행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었다.
“그 새끼들만 조질 수 있다면.”
헬하운드에게 빅 엿만 먹일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랴.
검색으로 헬하운드의 대략적인 위치를 가늠한 로칸은 타이무라의 각 구역을 소개하는 토막 영상 몇 개를 더 업로드하고 다시 더 로드에 접속했다.
“룬 북 사용, 타이무라로.”
타이무라에서 재정비를 마치고 놈들을 찾아갈 준비를 했다.
“음, 여기 와서 돈을 너무 막 쓰긴 했나 보군.”
몇 가지 물품을 추가로 구입하자 인벤토리의 잔고가 슬슬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자판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많은 돈을 넣어 두기도 했고, 요새 정신이 없어 상점에도 물건만 빠르게 채워 넣고 이동했기에 추가 수입이 별로 없던 것이다.
그나마도 포식자의 똥을 비롯한 영지 발전 자금으로 일부 털어 넣었으니 슬슬 바닥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한번 회수를 해야겠어.”
하지만 걱정 없다. 자금 회수를 안 했다뿐이지 여전히 브랜드 장비와 강화 아이템, 로칸에게는 잡템 수준이지만 남들에게는 워너비 템인 장비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으니까.
더구나 최근에는 로칸이 200레벨제 아이템들을 소량씩 판매하기 시작했기에 거기서 나오는 금액도 상당했다.
처음에는 2차 도시에서처럼 190레벨대의 장비로 장난을 칠까도 생각했지만 그럴 경우 생각보다 쉽게 중앙 대륙 진출이 이루어질 수 있었기에 190레벨대 장비는 건너뛰고 200레벨 대의 아이템을 올려 둔 것이다.
200레벨에 도달하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페널티를 각오하면 사용할 수는 있지. 하지만 그래 봤자 190레벨대 상위 템과 비슷한 정도니까.’
물론 몇 가지 편법을 사용한다면 레벨 제한이 걸린 아이템도 미리 사용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대부분 적지 않은 페널티가 부여된다.
수준이 다른 아이템으로 비정상적인 레벨 업이 불가능하도록 대미지나 방어력 등을 대폭 낮춰 버리는 것이다.
로칸이 옵션이 특출나지 않은, 소위 ‘깡통 템’을 판매하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페널티를 먹어도 옵션은 유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어쨌든 로칸의 이런 전략은 제대로 들어 먹혔고, 그가 올린 200레벨 무기들은 상점에 짧은 시간만 머무른 뒤 주인을 찾아 떠나가고 있었다.
휘익!
생각을 마친 로칸은 즉시 흑색 말을 소환해 선착장이 있는 방향으로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헬하운드를 맞이하기 위하여.
아주 반가운 인사를 건네주기 위해서 말이다.
“이랴!”
한참을 달려 타조처럼 생긴 선공형 몬스터들의 서식지를 지나자, 그를 맞아 준 것은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렵게 만드는 짙은 안개였다.
이대로는 앞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 당장 뭔가에 부딪혀 나자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야간시조차 통하지 않고 있었지만 말을 모는 로칸의 움직임은 여전히 거침없었다.
마크를 사용해 룬 북에 장소를 저장한 뒤 곧장 뛰어들었다.
식스 센스를 이용해 튀어나온 무언가와 부딪히는 것을 피하고 질주하듯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어어어.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어떤 존재들이 몸을 일으켰다. 소리에 반응해 무한히 생성되는 언데드 몬스터들이었다.
과거 커다란 전투가 있던 흔적이 이곳에 잠들어 있는 것이다.
그들이 어미 새를 따르는 새끼들처럼 로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