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03)
# 103
헬하운드 (1)
“다들 룬 북 마크는 찍었지 ”
“예!”
“후우, 그래도 룬 북 저장이 되니 다행이군. 아무리 신대륙이라지만 무슨 잡몹도 레벨이 이 따위야 ”
헬하운드의 수장 갓독은 머릿수로 밀어 붙여 어렵게 잡아 낸 몬스터의 시체를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중앙 대륙 최초 진출!
최초 타이틀은 뜨지 않았지만 그 위대한 업적을 이룬 것까지는 좋았다.
한데 선착장을 벗어나자마자 마주친 몬스터들은 그들의 불안한 출발을 야기했다.
그냥 필드를 어슬렁거리는 일반 몬스터. 일명 잡몹들의 수준이 최소 190레벨에 달하는 것이다.
아니, 그것만이라면 어떻게든 괜찮겠지만 같은 190레벨이라도 이놈들은 뭔가 달랐다. 3차 도시 인근에서 만났던 190레벨대의 몬스터들보다 20% 정도는 더 강한 느낌이랄까.
방어든 공격이든 특징이 분명해서 상대하기가 더 까다로웠다.
그나마 죽음까지 간 길드원이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모두 조심해. 다음 도시에 도착하기 전에 죽기라도 하면 끝장이다.”
갓독은 길드원들의 긴장을 유지시키면서 빠르게 소모품을 점검했다.
안전을 기하기 위해 다시 룬 북을 이용해 3차 도시에서 보급을 하고 돌아올까도 생각했지만, 자칫 이동 불가 판정이라도 받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 보기로 한 것이다.
다행히 소모품은 적당히 쓸 만큼은 남아 있었고 조합과 진영만 잘 갖춘다면 다음 도시까지는 괜찮을 것 같았다. 이때를 대비해 미리 소모품을 꽉꽉 눌러 담아 온 것이니까.
“탱커 전방으로. 주문 계열은 원거리 딜러들이 호위하고, 메인 탱커들은 경계에서 습격에 대비해.”
불 같이 달려들어 적을 물어뜯는 것이 주특기인 헬하운드라도 이번만큼은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것 하나 정보가 공개된 바 없는 길을 개척해 가는 것이니까.
그나마도 선착장에 머물며 정보를 캐지 않았다면 방향조차 잡지 못해 갈팡질팡하다가 전멸을 했을지 몰랐다.
‘무조건 성공시킨다.’
길드원들을 지휘하는 갓독의 눈이 욕망으로 타올랐다.
“도적 계열, 은신하고 정찰! 걸리겠다 싶으면 무리하지 말고 돌아와!”
그렇기에 더욱 신중을 기했다.
어차피 죽는다 해도 룬 북으로 돌아오면 그만이겠지만 자칫 길드원들과 떨어진 곳에서 부활하면 다시 합류할 방법이 막막해지는 것이다.
길드원들의 평균 레벨은 180 중반에 불과했으니까.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절대 안전에 초점을 맞춰 길을 뚫어 내자 새로운 지형이 나타났다.
“전원 대기!”
바로 협곡.
어쩐지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곳이지만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차피 기존 지역에서도 언데드 지역 등을 돌아봤으니 이 정도에 겁을 먹을 것도 아니다.
다만 대형을 좀 더 오밀조밀하게 갖추고 단단하게 진형을 짜서 안으로 들어섰다.
“안개입니다!”
“지져!”
5분쯤 들어가자 다른 세계인 것처럼 회색 안개가 들어찼다.
하지만 갓독의 오더는 빨랐다. 불을 써서 안개를 날려 버리도록 지시한 것이다.
화르륵!
“안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수한 힘이 깃든 안개는 마법사들의 화염 마법에도 끄떡 없이 시야를 제약했고, 갓독은 다시 마법사들을 뒤로 물렸다.
이렇게 되면 강행 돌파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모두 긴장해! 안개만 있을 리 없다!”
아니나 다를까, 몇 걸음을 더 내딛자 즉시 안에서 반응이 있었다.
그워어어…….
앓는 소리 같은 음성과 함께 검은 실루엣이 나타난 것이다.
“사제들, 인챈트 걸어!”
“홀리 웨폰!”
과연, 그냥 먹은 게임 짬밥이 아니라는 것일까 적의 형체가 드러나기도 전에 전방의 탱커와 근접 딜러들에게 보조 주문이 쏟아졌다.
무기에 신성력을 어리게 해 신성 대미지를 추가하는 인챈트 주문.
순수 공격력만이라면 마법사의 속성 인챈트가 더 위력적이지만 상대가 언데드라는 확신이 있기에 행할 수 있는 결단이었다.
‘이 정도야 소리만 들어도 알지.’
달려 나가는 선두. 하지만 나머지는 자리를 지켰다. 언제 생길지 모르는 변수에 대비했다.
그만큼 전원이 탄탄한 기본기와 게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상당한 통제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원한의 좀비][Lv 194]역시나, 나타난 것은 언데드. 그중에서도 좀비였다.
일반적으로 좀비라 하면 하급 언데드로 생각하기 쉽지만, 일단 레벨부터가 194를 기록하고 있으니 무시할 수는 없다.
“속공!”
갓독의 지시가 떨어지자 달려들던 전사들이 득달같이 자신의 조합 스킬을 퍼부었다.
천천히 상대의 패턴을 읽어 내는 것도 좋겠지만 일단은 마나가 가득 찬 상태이니 조금 비우고 보려는 것이다.
마나와 생명력은 가만히 있어도 조금씩 회복되니까.
그어……억. 철푸덕.
덕분에 난도질을 당한 좀비는 그대로 바닥에 썩은 몸을 뉘었고, 갓독은 즉시 지시를 내렸다.
“교체!”
그러자 선두와 2선이 위치를 바꾸어 섰다.
조합 스킬을 한 방씩만 날려 적을 처치하고 이후부터 마나 관리에 들어가는 것이 사냥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인 것이다.
소수면 모를까, 중앙 대륙으로 넘어온 헬하운드 길드원의 숫자가 쉰 명가량 되었기에 이런 인해전술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그워어어…….
“몇 마리야!”
그들도 많았지만 나타난 몬스터의 숫자 역시 많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아질 예정이라는 것이다.
“둘, 셋. 아니 다섯! 계속 나타납니다!”
소리에 반응해 무한히 생성되는 좀비들이었기에 단숨에 돌파하는 것이 공략 방법이지만, 이곳이 처음인 헬하운드가 그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그저 덤비는 놈들을 족치며 천천히 나아가는 수밖에.
“젠장. 돌진형이나 파워 타입은 아니니까 뭉쳐!”
그나마 200레벨대의 몬스터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포기나 우회보다는 길드원들을 한데 모아 돌파하는 쪽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좀비가 더 소환될 시간을 주는 셈이었지만 그것은 갓독의 잘못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했다.
“장기전 각오해! 마나 안배에 신경 쓰고! 전투 지휘권은 각 팀장에게 넘긴다!”
그리고 격돌.
사방에서 달려드는 좀비들을 확인한 갓독은 혼자서 모든 지휘를 하는 것을 포기했다. 열 명 단위로 묶인 팀에게 개별 지휘권을 부여하며 눈앞의 적을 섬멸하는 것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루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 * *
“허억, 허억.”
“이 새끼들은 대체 언제까지 나오는 거야 ”
무려 수십의 좀비가 일시에 덮쳐들고, 그 후로도 계속해서 좀비들이 몸을 일으켰지만 헬하운드는 다섯 명의 길드원을 잃었을 뿐, 어떻게든 버텨 냈다.
그리고 제법 앞으로 전진하는 데 성공했다.
후퇴할 수 없어서, 떠밀리듯 나아간 것이긴 했지만 협곡의 3분의 1 지점까지는 어떻게든 뚫어 낸 것이다.
본인들은 아직 어디까지 왔는지, 무슨 영문으로 좀비들이 이렇게 덤벼드는지 알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거 풀링으로 숫자를 줄여 가면서 몇 번 트라이했어야 했을까요 ”
“아무도 온 적이 없는 곳이라 리젠된 몹이 쌓인 모양인데…….”
“그래도 부활한 녀석들이 선착장에 있다니 다행이긴 합니다만…….”
잔뜩 지친 기색으로 새롭게 달려드는 좀비들을 처치하는 헬하운드의 모습에는 이미 패색이 짙게 깔려 있었다. 좀비들의 스킬을 파악하고, 이제는 제법 상대하는 요령을 찾은 모양이지만 그래도 버거운 것은 여전했으니까.
이 상태로 기약 없는 전투를 이어 갈 자신이 점점 사라졌다.
투다다다다다다.
그때, 저 먼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 ”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새로운 적이 나타난 걸까
잔뜩 긴장하는 그들의 눈에 어떤 실루엣이 빠르게 커져 왔다.
“인간 ”
“NPC인가 ”
“모두 조심해!”
검은 실루엣의 형태는 분명히 인간이었다. 아니, 적어도 좀비는 아닌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다만 이상한 것은 말을 탄 인간이라는 것.
모두가 긴장하는 가운데 몇몇은 헛된 망상을 품었다.
“혹시 구출 이벤트인 건…… ”
그들이 전투를 치르고 있는 이곳은 도저히 클리어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지 않았으니까.
그러는 사이 실루엣은 가까워졌고, 분명한 외형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말 ”
“사람 ”
헬하운드의 대다수 종족은 역시 하프엘프였다. 가장 고르게 높은 능력치를 가졌기에 초반 성장이 빨랐으니까.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눈앞에 나타난 인간이 유저라는 것을, 로칸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새로운 장비를 맞춘 로칸의 모습은 한 번도 공개된 적 없으니까.
“온다!”
덕분에 조금 멀리 있던 좀비들의 어그로가 그에게로 끌렸지만 상대의 돌진에는 멈춤이 없었다.
좀비들을 따돌리고, 헬하운드의 진형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돌파를 시도했다.
“제길, 피해!”
맞부딪칠 수도 있지만 헬하운드는 회피를 택했다. 지금도 버거운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까지 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새끼들, 쫄기는.’
그 모습에 로칸은 아쉬워하면서도 계속해서 말을 몰았다. 그리고 진형을 돌파하자마자, 한 가지 스킬을 사용했다.
“은신.”
안개 속에 사라지듯 모습을 감춘 로칸. 아주 간단한 행위였지만 그 여파는 상당했다.
“끄아아악!”
로칸을 쫓아 돌진하던 수백 마리의 좀비들이 타깃을 바꾸어 헬하운드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차피 ‘소리를 내는 살아 있는 모든 것’에 살의를 품는 좀비들이었기에 굳이 로칸을 쫓는 데 연연하지 않았다.
“씨발 몹 몰이…….”
그렇게, 헬하운드의 ‘1차’ 전멸이 일어났다.
“어디 수거하러 가 볼까 ”
실컷 몰아온 좀비 떼에 놈들이 전멸 당하는 것을 여유 있게 구경하던 로칸은 모든 유저가 죽은 것을 확인하자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몰려든 좀비 떼를 기계적으로 도륙하며 놈들이 드롭한 아이템들을 주섬주섬 인벤토리에 챙겨 넣었다.
헬하운드에게는 지옥 같은 광경이었겠지만 좀비들의 레벨은 고작해야 200도 되지 않았으니, 로칸에게는 그야말로 ‘잡몹’에 불과한 것이다.
“쳇, 꽤나 운 좋은 놈들이었군. 어디 그 운이 언제까지 가나 보자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놈들이 드롭한 아이템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장비를 떨군 놈들도 몇몇 있는 듯 했지만 무기는 없었고 상의나 하의, 투구, 신발 같은 주요 파츠도 아니었다.
이래서야 시간을 내서 찾아온 본전도 안 나오게 생겼지만 어차피 돈벌이가 목적은 아니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전력의 약화. 그리고 놈들의 멘탈을 쿠크다스로 만들어 버리는 것. 그것이 로칸이 친히 이곳까지 왕림한 목적이었다.
이번에는 경험치밖에 손해가 없었지만 다음번은, 또 그다음 번에는 어떤지 두고 보자고.
“그럼 어떤 낯짝을 하고 있을지 구경이나 가 볼까 ”
주변 정리와 아이템 수거를 마친 로칸은 다시 흑색 말을 소환했다. 길을 막는 좀비들만 가볍게 목을 따 주며 선착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오, 역시 근성 있어.’
로칸 자신도 자신이지만 전생에도 헬하운드의 근성, 혹은 끈질김이라면 알아줬었다.
그래서일까, 헬하운드는 로칸이 선착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이쪽으로 출발을 한 상태였다.
그들을 먼저 발견한 것은 다행히 로칸 쪽.
슬쩍 은신을 한 로칸은 그들이 성난 표정으로 돌진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서둘러라! 입구 쪽 좀비들이 리젠되기 전에 도착해야 해!”
한참을 공들여 뚫어 두었으니 바로 덤비면 훨씬 수월하게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인 듯했다.
보통의 지역이라면 옳은 판단이지만 그들이 들어가는 통곡의 협곡에서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빠르게 치고 나가고 싶어 할 테니 체감상 나타나는 좀비는 더 적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호락호락 길을 열어 줄 리 없었다.
‘슬슬 나도 다시 준비해야겠군.’
그들이 모두 다시 협곡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뒤, 로칸은 룬 북을 사용했다. 협곡의 반대편으로 돌아왔다.
“휘익!”
흑색 말을 소환해 다시 그들을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