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04)
# 104
헬하운드 (2)
다섯 번. 헬하운드가 같은 장소에서 전멸을 당한 횟수였다. 그것도 연속으로.
하지만 마지막 전멸을 당할 때까지도 놈들은 로칸의 정체를 특정하지 못했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특별한 이벤트를 자신들이 놓치고 있는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을 하게 된 것은 여섯 번째 도전을 할지 말지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대장, 보셨습니까 ”
“뭐 이 새끼야!”
기분이 좋지 않으니 말이 부드럽게 나올 리가 없다.
갓독의 입에서 험한 소리가 튀어나왔지만 말을 꺼낸 길드원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듯, 굴하지 않고 계속 말을 건넸다.
“유튜브요! 로칸 유튜브!”
“씨발, 지금 그 새끼 유튜브 뒤지고 있을 때야 너 이 새끼 정신 상태가……!”
그때까지는 참고 들어 주던 갓독의 표정이 악독하게 변했다.
‘지금 다섯 번을 전멸당해 사기가 바닥을 치는데 남의 유튜브나 뒤지고 앉았어 ’
당장이라도 팀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듯 눈을 치켜뜨는 갓독에게 상대는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아니! 그 새끼가 지금 여기 와 있다고요! 로칸!”
“뭣 ”
갓독의 표정이 순간 멍해졌다. 상황을 바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아직 로칸이 올린 영상을 확인하지 못했고, 그렇기에 중앙 대륙 최초 진출자가 자신들이 아닌 로칸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뜬금없이 ‘누군가 여기 있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
몇 초간 초점 풀린 눈을 하다가, 황급히 그 역시 더 로드 홈페이지를 통해 유튜브에 접속했다.
“이, 이, 이 새끼!”
그리고 직감했다. 자신들이 협곡을 건너려 할 때마다 나타나던 ‘개자식’이 바로 로칸이라는 것을.
로칸의 영상 어디에도 본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외형으로 특정할 수는 없지만 4차 도시라는 타이무라 소개 이외에 그가 올린 영상을 보면 그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무라, 타조처럼 생긴 몬스터가 서식하는 초원 필드, 회색 안개가 짙게 깔리고 좀비가 덤벼드는 협곡, 그리고 자신들이 전력을 기울여 어렵게 뚫어 낸 평원과 선착장까지!
로칸의 영상에는 자신들이 도착했고 앞으로 가야 할 곳들이 역순으로 촬영되어 있었다.
즉, 그가 타이무라에서 이곳으로 왔다는 것이다.
“당장 이 새끼 찾아내!”
빠득!
갓독은 결코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승산이 없고 이득이 되지 않는 일은 철저히 피하는 그였지만 이쯤 되면 눈이 돌아가다 못해 정신이 돌아버려도 이상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은 이미 로칸이 자신들에게 명백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새끼는 왜 우리한테 지랄이야 ”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억울했다. 그렇기에 더 화가 났다.
자신들과 로칸 사이에 접전이라고는 똑같은 중앙 대륙에 있다는 사실 이외에 아무것도 없으니까.
애초에 1차, 2차, 3차 도시를 전혀 다른 곳으로 거쳐 왔으니 접점이 생길 리가 만무했다.
그러다보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굳이 또 한 가지 접점을 찾아내자면 그들이 크로스로드의 방문자 상점에서 구입한 아이템들을 상당수 구매했다는 것뿐이다.
그럼 혹시 로칸이 노리던 장비를 자신들 중 누군가가 구입하기라도 한 걸까 하지만 어떻게 알고 경매장은 철저히 구매자와 판매자의 익명을 보장하는데!
“이건 그냥 우리를 견제하는 거야. 따라잡힐까 봐.”
한참을 다시 생각하던 갓독은 생각을 굳혔다.
이건 견제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자신들보다 조금 일찍 중앙 대륙에 도착한 로칸이 후발 주자인 자신들에게 따라잡힐 것을 우려해 어떻게든 훼방을 놓으려는 것이 분명했다.
“말! 그래, 해답은 말이었어!”
그렇게 이 근처 어딘가에 있을 로칸을 향해 이를 갈던 갓독이 뭔가 깨달았다는 듯 소리쳤다. 묘한 카타르시스와 환희가 뒤섞인 소리였다.
“대장, 그게 무슨 소립니까 ”
“말이라고 이 새끼야! 협곡을 건널 방법!”
“어……. 아 ”
그제야 선착장을 지키던 다른 길드원들도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갓독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는 것이다.
바로 말의 기동력을 이용한 강행 돌파.
로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자신들에게 몹을 몰아온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들 역시 말을 타고 질주하면 뒤늦게 몸을 일으키는 발 느린 좀비 따위는 따돌려 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렇군요. 기동력을 살려서……. 근데, 이 인원이 전부 다요 ”
갓독의 추측은 절반의 정답이었다. 기동력이 해법인 것은 맞지만 로칸처럼 말을 타고 돌파하려면 말 위에서 단박에 좀비들의 목을 쳐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인 것이다.
하지만 일반 평지에서 무기를 떨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컨트롤이 필요한 마상 무예라는 것은 그리 호락호락한 종류가 아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그들을 가로막았다.
“미쳤냐 이 인원이 어떻게 다 백골마를 타! 일단은 소수 정예로 넘어간다.”
바로 ‘돈’이다. 탈것인 말을 사기 위해서는 1인당 1백 골드라는 거금이 필요한 것이다.
비록 3차 도시 중 한 곳에서 최상위를 찍은 그들이지만 쉰 명이나 되는 인원 전부에게 백골마를 지급할 만큼 여유롭지는 않았다.
당장 정기선을 습격하는 해양 몬스터들을 물리치고 중앙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해 모든 자금을 장비와 소모품에 투자한 것이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바다 건너에 있는 다른 길드원들이 착실히 자금을 모으고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했다.
그래서 갓독은 결단을 내렸다.
“소수 정예……입니까 ”
그 말을 들은 길드원들의 표정이 불편해졌다.
여기까지 아등바등 경쟁해서 올라왔고,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바다를 건너왔건만, 또다시 소수만을 데리고 협곡을 돌파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타이무라도 들어간 뒤, 상위 장비를 구입하거나 파밍을 통해 질 좋은 장비들을 얻고, 또 팔아 다른 이들이 넘어올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마도 간택받는 것은 팀장들일 터.
그중에서도 자금 수급에 따라 일부는 백골마 지급이 늦어질 테니 눈치 싸움이 치열해졌다.
“찾았습니다! 아, 아니, 나타났습니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의 비명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갓독의 말처럼 정말로 로칸을 발견한 것이다.
“안녕, 친구들 ”
정확히는 찾아낸 것이 아니라 인근에 은신하고 있던 로칸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은신 스킬의 레벨이 낮아 어지간하면 근처에만 가도 발각이 되어야 정상이지만 레벨 차이가 워낙 큰 탓에 가까이에서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그 덕에 로칸은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
‘좋은 반응이군.’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그들이 잘해서 아니다. 그럴 리가. 만약 그랬다면 어떤 간교한 말을 해서라도 엇나가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이대로만 두면 알아서 자멸할 것이 뻔하니까.
백골마를 산다고 돈은 돈대로 버릴 것이고, 그 과정에서 길드원들을 쥐어짜며 인망은 인망대로 잃을 것이며 실패를 반복하면서 장비와 경험치 손해가 커져만 갈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
잘하면 후발 주자들에게 따라잡히고, 더 운이 좋으면 짓밟히겠지. 물론 로칸의 기준에서 말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손 안 쓰고 코를 풀 수도 있겠다.
“너 이 새끼, 우리한테 무슨 원한이 있어서…….”
“뭐 해 덤벼!”
그러나 그렇게만 끝나면 로칸이 아니다. 아마 화병이 나서 죽을 터였다.
이미 다섯 번이나 전멸을 시키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몹 몰이를 이용한 간접적인 처치.
그렇기에 더욱 그들의 앞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뭐든 직접 해치워야 성에 차는 로칸이니까!
“오냐, 대화 같은 건 필요 없다 이거지 ”
그리고 한 성격 하는 것은 갓독을 비롯한 헬하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로칸이 자신들보다 고레벨일 것이란 건 인정하지만 ‘강하다’는 것은 다른 의미라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자신들보다 레벨이 높은 이들을 물어뜯고 끌어내리며 이 자리까지 온 그들이니까.
한순간 수십 명의 눈에 독기가 어리더니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간파!”
그러나 무작정 돌진 같은 어리석은 행위는 없었다.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계속해서 물어뜯는 것이 그들의 방식!
도적 유저 하나가 먼저 잽을 날리듯 간파를 사용해 로칸의 레벨을 확인했다.
“젠장, 확인 불가!”
어디 이런 쌈박질이 하루 이틀이던가 그 정도도 방비하지 않을 로칸이 아니다.
이미 ‘안개의 장막’이라는 소모품을 사용해 이레 또는 1백 회의 간파를 막아 내는 효과를 얻은 로칸은 씨익 기쁜 미소만 지어 보이며 그들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언제까지 기고만장한지 보자! 포메이션 A!”
그런 로칸의 배려 아닌 배려 덕분에 헬하운드는 원하던 진형을 갖출 수 있었다.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오 ”
[길드 ‘헬하운드’가 진형 효과 ‘결속의 힘(D)’을 사용했습니다.]‘난 또 뭐라고…….’
정기선이 아예 공격을 받지 않은 것도 아닌데 이 정도 수준으로 어떻게 지켜 냈나 했더니 진형 효과를 얻을 덕인 듯싶었다.
스킬 북처럼 아주 낮은 확률로 몬스터가 드롭 하는 진형 효과는 다른 버프들과 중첩이 가능한 데다 일반 스킬로는 얻을 수 없는 특수 효과들을 가진 경우가 많아 상당히 쓸 만한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그것도 얻어야 하는데…….’
자신을 향해 수십 명이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형국이지만 로칸의 행동은 마치 산책을 나온 것 같았다.
그들의 행동, 그들의 공격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딴 생각을 하는 로칸의 모습에 헬하운드가 마수를 드러냈다.
“건방을 떤 값을 치르게 해 주마! 가자!”
선두에 선 것은 놀랍게도 길드장인 갓독이었다.
길드장이 죽는다고 뭔가 바뀌지는 않지만, 자신이 있더라도 길드원들로 힘을 빼 둔 뒤 확실할 때 나서는 것이 보통인 것을 생각할 때 꽤나 파격적인 일이었다.
‘제일 낫기야 하지.’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실력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길드 생성이 가능한 ‘군주’라는 직업이 따로 있지 않은 더 로드이다 보니 가장 실력 좋은 놈에게 길드장 자리를 넘긴다거나, 길드장이 도장 깨기 하듯 일대일을 겨룬 뒤 길드원을 받아들이는 일 따위가 가능한 것이다.
헬하운드 역시 그런 식으로 인원을 모은 케이스였고.
“귀여운 새끼들.”
그리고 그게 문제였다.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과한 것.
차라리 나중에 만났다면 상대의 힘을 가늠하고 자존심을 굽힐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시기였다.
실력에 대한 자신감에 더해 방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중앙 대륙 최초 진출이라는 오만함이 더해져 상대를 파악하지 못했음에도 전투를 거는 무모함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정당방위가 성립합니다.]스킬을 발동시킴과 동시에 로칸의 시야에 그들의 이름이 주황빛으로 표시되었다.
정당방위. 이번 전투에 한하여 PK를 만난 것과 다름없도록 인정된 것이다.
로칸의 무자비한 폭력이 시작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