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08)
# 108
점령전 (1)
중앙 대륙 진출!
그것은 비단 황금사자 진영만의 일이 아니었다. 검은용군단 역시 여러 루트를 통해 중앙 대륙으로 향하고 있었고, 성공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하지만, 로칸의 방해가 없어도 그들 중 4차 도시에 진출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었다.
“쉽다면 쉽지만, 어렵다면 더 어렵지.”
그건 바로 4차 도시로 향하는 길목에 황금사자 진영의 ‘별동대’가 있기 때문이다.
적진 깊숙한 곳에서 암약하며 야금야금 타격을 입히는 별동대의 활동 반경 안에 선착장에서 4차 도시로 향하는 길목이 포함되어 있기에 재수 없으면 그들에게 걸려 몰살당하기 쉬운 것이다.
물론 빙 돌아서 우회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럴 경우 시간도 너무 오래 걸렸고, 200레벨이 넘는 몬스터들이 서식지를 지나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로칸은, 그 어려움을 한층 배가시켜 줄 작정이었다.
“흐음, 자네를 ”
로칸이 조사단원의 신분과 기사라는 작위, 그리고 ‘의회’의 입김을 이용해 별동대의 위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황금사자 진영 내에서도 보안상 그들의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주요 거점이 몇 군데 있기에 그곳들을 돌며 찾아낸 것이다.
그리고 별동대의 합류를 자원했다.
“예. 생각해 둔 작전이 있습니다.”
“작전이라 ”
그들의 평균 레벨은 250 이상으로 로칸과 수준 차이가 있지만, 워낙 당당하게 이야기하자 잠시 고민을 하는 듯 보였다.
의회와 조사단의 보증이 있고, 최초의 기사와 불가능은 없다라는 타이틀까지 있으니 고려 대상이 되기에는 충분한 것이다.
“어떤 작전인지 들어 보기 전에, 자네가 우리와 함께할 실력이 된다고 생각하나 ”
“물론입니다.”
별동대장의 냉정하기 짝이 없는 질문에 로칸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들이 300레벨도 아닌데, 꿀릴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당돌하군.”
“자신감으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감은 별로 없었다. 대신, 눈짓으로 누군가를 지목해 불러낼 뿐이었다.
“그럼 증명해 보게.”
“그러죠.”
일대일 대련이라면 그 역시 바라던 바. 빙긋 웃으며 나서자 상대도 대놓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젠장, 아무리 미친 새끼라지만 기사 서임장에 잉크도 안 마른 애송이하고 드잡이질을 벌여야 하다니 너무한 거 아닙니까. 대장 ”
“그런 말은 대련이 끝나고 하도록.”
그러나 투정은 통하지 않았다. 일단 로칸이 광전사 클래스라는 것을 확인한 이상, 몇십 레벨 정도 떨어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상대 역시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경험을 믿었다.
클래스 익스퍼트에 오르고도 한참이 지난 자신과, 아직 적응도 못 했을 정도로 짧은 시간 머문 로칸과는 차이가 있다고 믿었다.
그 근거 있는 믿음이 박살 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겠지만.
“이렇게 하죠. 일단은 시험이니까, 버서크는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장비도 벗고, 무기만 쓰는 것 어떻습니까 아, 방패는 부무기로 인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뭐야 내가 장비발이라는 거냐!”
로칸의 성의 있는 제안에 상대는 발끈했지만 다음 순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장비 이펙트 제한 해제.”
“헉!”
로칸이 명령어를 말하자마자 전신에서 푸른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장비 차이가 압도적인 것은 그가 아닌 로칸 쪽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다.
“그, 그래, 좋다. 하지만 후회하게 될 거다.”
순간 겁을 먹은 것이 분하게 느껴진 것일까 상대는 으르렁 이를 갈았지만 로칸에게는 요란하게 짖어 대는 하룻강아지처럼 보일 뿐이다.
“시작하지.”
“마론이다.”
“로칸입니다.”
쩌엉!
통성명과 함께 두 사람은 탐색 없이 맞부딪쳤다.
마론은 기를 죽이기 위해, 로칸은 그것을 예상하여.
그리고 놀랍지도 않게, 밀려난 것은 마론 쪽이었다.
“큭 ”
“우우! 마론 너 이 자식, 뭐 하는 거냐!”
“어디서 연기야 져 주면 뭐 콩고물이라도 떨어질 것 같냐!”
그 모습에 동료들은 져 주는 척으로 착각을 했지만 정작 본인은 죽을 맛이었다. 코를 납작하게 눌러 주기 위해 전력으로 후려친 공격에 자신의 팔이 마비된 듯 저려 왔으니까.
“시끄러, 새끼들아!”
“뭐 새끼 너 끝나고 보자!”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당해 줄 수는 없다.
마론은 자세를 낮추고 횡으로 이동하며 로칸의 시야에서 벗어나려 애를 썼다.
“고속 이동!”
로칸이 따라서 몸을 돌리자 아예 생성 스킬까지 발동시켰다.
고속으로 몸을 이동해 배후를 점하는 기술.
걸렸다는 듯 눈을 반짝이는 그때, 로칸의 모습도 함께 사라졌다.
“탈출. 스트라이크.”
“커헉!”
콰앙!
뒤로 돌아간 마론의 등 뒤에서 나타난 로칸이 가볍게 배틀 액스를 휘둘렀다. 날 부분이 아닌 옆면으로.
방어구를 모두 벗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 행동이었지만 그 위력도 만만치 않았다.
마론의 몸이 단박에 패대기쳐져 튕겨 나간 것이다.
굳건한 다리로 황급히 균형을 잡아 보려 했지만 로칸의 다음 행동이 먼저였다.
“폭격.”
봐주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하다는 듯, 무시무시한 폭발의 힘이 깃든 손도끼가 그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의 머리가 진짜 돌로 만들어졌더라도 한 방에 가루가 되어 버릴 공격!
그것을 막아선 것은 별동대의 대장, 가룬이었다.
“여기까지 하지.”
그 묵직한 충격에 가룬의 창 역시 가볍게 떨렸지만 로칸은 정중하게 자세를 고치고 목례로 상대에 대한 예우를 했다.
“젠장! 특훈이라도 해야겠군. 벌써 방문자에게 따라잡히다니…….”
상대 역시 거칠게 말을 뱉긴 했어도 이제 로칸을 존중하는 분위기였다. 그저 형편없이 밀린 자신에게 화가 났을 뿐.
그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격돌에 다른 이들 역시 로칸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자신이라면 달랐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말 잘했다. 다들 조만간 지옥 훈련이 있을 테니 각오들 해.”
그런 그들에게 가룬의 노기 서린 경고가 뒤따랐다. 그 역시 로칸을 인정하지만, 그와 별개로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자, 그럼 들어 보지, 그 계획이란 것을.”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다.
시작되는 로칸의 이야기를 들은 별동대장 가룬의 표정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뭐 이런 놈이 있냐는 듯이.
* * *
타각타각, 타각타각.
말발굽 채는 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인마가 죽어 있는 땅을 거칠게 내달렸다.
지형 자체도 섬뜩했지만 그들이 뿜는 투기야말로 진정 두려운 것이었다.
그 증거로, 이미 죽어 있는 자들이 사시나무 떨 듯 덜덜 떨고 있었으니까.
“미친, 또야 ”
“아, 또 실패네. 나 이번에 죽으면 렙따라고!”
“한번 비벼 봐 ”
“저것들 모르냐. 250레벨도 넘는데 비비긴 뭘 비벼!”
바로 중앙 대륙으로 넘어온 언데드 유저들이다.
간간이 트롤과 오크들도 섞여 있긴 하지만 언데드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어떤 언데드 유저의 ‘미친 짓’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참 또라이도 많지.’
그는 유튜브 스트리머였는데 최상위 레벨을 지닌 것도, 상급 아이템으로 무장한 것도, 심지어 상위 길드에 가입한 것도 아니었지만 반복적인 미친 짓을 통해 검은용군단 측 개인 유저로는 최초로 중앙 대륙에 입성했다.
그 방법은 바로 ‘바닷속을 걸어서 중앙 대륙 진출하기’.
잠수를 했을 때 ‘호흡’에 영향을 받지 않는 언데드 종족의 특성을 이용해서, 무거운 무게 추를 몸에 달고 해양 몬스터들을 피하고 피해 걸어서 중앙 대륙에 진출한 것이다.
‘심지어 패치도 안 됐지.’
그 후로 중앙 대륙에 도달하고 싶은 유저들 사이에 이 방법이 유행처럼 번져서 이제는 제법 많은 언데드 유저들이 중앙 대륙에 나타나고 있었다.
게다가 이 방법을 통해 중앙 대륙에 진출해도 실력과 레벨이 받쳐 주지 않는다면 어차피 똑같다고 판단한 것인지 슈퍼컴퓨터 콘돌은 이 방법을 제약하는 패치를 진행하지도 않았다.
‘그래 봤자 여기서부턴 쪽수는 의미 없어.’
덕분에 물량으로 밀어붙이거나, 고레벨 유저들이 도시에 진출할 때 묻어 가려는 시도들도 많아졌다.
별동대를 비롯한 4차 도시까지의 장애물들이 그들의 진출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사실 그 난이도는 해저터널이 아닌 다른 루트로 왔을 경우, 로칸마저도 몇 번쯤은 좌절을 겪었을 정도였으니 아직까지 최초 진출자가 나오지 않은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시작하지.”
그런 그들의 앞에 나선 것은 로칸 혼자였다.
“폭격.”
“저, 저 사람은……!”
“로칸! 로칸이다!”
“미친! 쟤가 저기서 왜 나와 ”
자신의 진정한 힘을 증명하는 자리였기에 로칸은 유감없이 모든 힘을 드러냈다.
항거불능의 폭력을 선사하여 순식간에 유저들을 도륙해 버렸다.
조합 스킬 직업 조합 전술 그런 것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는.
그를 뒤따르는 별동대는 그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둘러싸기만 할 뿐, 단 한 명도 직접 목을 치지 않았다. 그것이 로칸과의 약속이니까.
“자네 정말…….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놀란 눈빛의 가룬에게 어깨를 으쓱여 보인 로칸은 그대로 말을 몰아 어딘가로 앞장섰다.
지켜보라는 듯 당당하게 수백의 군세를 앞에 두고 소리를 질렀다.
“이곳을!”
그와 함께 한곳으로 쏠리는 시선들.
그 시선의 주인은 유저들만이 아니라, 선착장을 지키는 경비병 NPC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접수하러 왔다.”
[점령전이 시작됩니다.] [인벤토리에 ‘깃발’이 추가됩니다.] [적을 전원 처치하거나 깃발 꽂이에 깃발을 꽂아 넣으면 ‘점령’이 완료됩니다.] [선착장 점령전][퀘스트]검은용군단 진영의 하오네스 선착장을 점령하십시오.
-성공 조건 : 깃발 꽂이에 점령군의 깃발 꽂기
-성공 보상 : 초대량의 공훈도, 초대량의 명성, 타이틀 ‘최초의 점령군’
중2병스러운 선언이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로칸에게 돌발 퀘스트가 생성되더니 점령전이 시작된 것이다.
무려 선착장 점령전.
앞으로 벌어질 점령전 중 가장 기초적이고 간단한 편에 속하는 일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 의미나 난이도가 엄청났다.
선착장이 점령되거나 파괴된다는 것은 곧 정기선의 운행이 중단된다는 뜻이고, 그 기간 동안 새로운 유저들의 진출이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니까.
즉, 상대 진영을 약화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뜻이다.
“무운을 비네.”
그렇다면 이 점령전을 어떻게 성공시킬 수 있을까.
별동대가 힘껏 돕는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점령전이 시작되자마자 그들은 한발 뒤로 물러섰다.
모든 전투를 로칸에게 맡기고 그들은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는 약속 때문이다.
하지만 로칸은 주춤거리거나 망설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선착장 방어’ 퀘스트를 받았을 유저들이 다가오건, 200레벨을 가뿐히 넘긴 경비병들이 모여들건 신경 쓰지 않고 성큼 앞으로 나갈 뿐이었다.
“어디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봐라.”
[타이틀 ‘천부적 싸움꾼’의 효과로 치명타 확률이 5% 상승합니다.] [타이틀 ‘17 대 1의 사나이’의 효과로 방어력이 20% 상승합니다.] [타이틀 ‘PKK’의 효과로 공격력과 치명타 확률이 각각 10%씩 상승합니다.] [타이틀 ‘폭군’의 효과로 적대 진영에서 모든 능력치가 15% 상승합니다.] [타이틀 ‘폭군’의 효과로 적대 진영 NPC를 대상으로 공격력과 방어력이 각각 15%씩 상승합니다.] [타이틀 ‘폭군’의 효과로 적대 진영 적의 수에 따라 공격력과 방어력이…….]씨익.
섬뜩한 미소와 함께 달려드는 로칸의 등 뒤로 아지랑이 같은 무언가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