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13)
# 113
피라미드 (1)
“도착했다, 인간이여. 참으로 오랜만의 방문자로군. 이곳은 마법적 힘으로도 닿을 수 없는 곳이니 만약 이곳에 다시 오고 싶다면 이것을 사용해 나를 부르거라. 다만 합당한 공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스핑크스의 피리를 획득하셨습니다.]삐지기라도 한 것일까 스핑크스는 피라미드에 로칸을 내려 주자마자 줄 것만 주고 사라져 버렸다.
그나마 언제든 다시 불러내어 피라미드에 입장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긴 한데, 대신 매번 들어올 때마다 공물을 바쳐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다.
만약 공물을 준비하지 않고 무작정 스핑크스를 부른다면 그 자신이 스핑크스의 먹이가 되고 말겠지.
매번 공물이 바뀐다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그것이야 피리를 확인하면 어떤 공물이 필요한지가 나타나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럼 들어가 볼까 ”
애초에 로칸은 이곳에서 사흘 동안 죽치고 나오지 않을 생각이지만 말이다.
[비밀 던전 ‘전설의 피라미드’에 입장하셨습니다.] [최초 입장 보너스로 사흘간 획득 경험치가 30% 증가합니다.] [최초 입장 보너스로 사흘간 드롭률이 30% 증가합니다.] [타이틀 ‘선구자’의 효과로 최초 입장 보너스가 10% 강화됩니다.]사실 피라미드는 발견을 해도 문제였다. 온통 커다란 돌로 막혀 있어 들어갈 틈을 찾을 수 없으니까.
심술궂게도 입구를 피라미드의 중턱에 만들어 놓은 까닭에 체력이 약한 주문 계열들은 전투 계열에 업혀 올라가거나 해야만 할 정도였다.
하지만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로칸에게는 식후 운동과 같은 간단한 일. 손을 짚을 때마다 몸이 쑥쑥 위로 올라가며 금세 중턱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울려 퍼지는 최초 입장 보너스 알림.
진득한 미소를 지은 로칸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시작은 역시 모래 병사인가 ”
그러자 곧바로 그를 맞아 주는 이들이 있었다.
“황제께…… 몸을…… 바쳐라…….”
모래로 이루어진 몸체를 이끌고 예리한 창날을 번뜩이는 녀석들.
샌드맨이라 불리는 모래 인간 몬스터와 비슷했지만 놈들은 장비를 갖추고, 서로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 달랐다.
“잡몹들이 시끄럽다!”
파앙!
날린 것은 폭격.
로칸의 손도끼가 적중하자 모래로 이루어진 놈들의 몸이 터져 나가며 허공에 모래가 비산했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모래 그 자체인 녀석들의 몸은 생명력이 남아 있는 한 무한히 재생하니까.
“귀찮기는.”
터져 나갔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놈들을 확인한 로칸은 인상을 찡그리며 달려 나가 놈들을 뛰어넘었다.
“잡……아라.”
모래 병사들이 파도처럼 바닥을 쓸며 따라붙었지만 로칸은 무시했다.
“샌드 월.”
“샌드 그랩.”
그러나 모래 병사들은 호락호락 로칸을 놓아주지 않았다.
모래 그 자체인 특성을 이용해 모래의 벽을 세우고 모래로 이루어진 손아귀가 로칸의 발목을 잡아채었다.
“스트라이크, 불굴의 전진!”
그러나 로칸은 힘으로 강행 돌파를 했다.
놈들이 펼친 장애물은 모래더미로 바스라졌고, 놈들은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돌진하는 로칸의 뒤로 따르는 모래 병사의 숫자만 무려 스물.
힐끗 돌아보며 놈들을 파악한 로칸은 적당한 위치를 잡자마자 방향을 돌려, 자신을 쫓는 모래 병사들 사이로 되레 몸을 날렸다.
“휠 윈드!”
퍼버버버버벅!
놈들을 아주 가는 모래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듯, 압도적인 힘으로 분쇄해 버리기 시작했다.
이미 무엇이든 베어 보세요 타이틀을 통해 무형의 존재에게도 온전한 대미지를 줄 수 있게 되었기에, 그 효과는 극적으로 나타났다.
“크워어억!”
쩔그렁
그저 한쪽 끝에서 끝으로 이동을 했을 뿐인데도 뒤돌아보니 남아 있는 것은 모래 병사들이 남긴 전리품뿐인 것이다.
“오호, 짭짤한데 ”
모래 병사들은 오직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장비들만을 일정 확률로 드롭했다.
다만 그 장비들은 바로 사용할 수 없었는데, ‘오래된 창’, ‘오래된 갑옷’, ‘오래된 부츠’ 따위로 따로 감정을 거쳐야만 진정한 능력을 드러내는 아이템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이 레어 이하의 잡템들이었지만.
“하지만 유저 놈들은 도박이라면 사족을 못 쓰지. 그리고…….”
그렇다고는 해도 소위 ‘대박’을 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로칸이 노리는 것 또한 바로 그것이다.
복권 긁듯 마구 감정해서 대박을 노리는 것 아니다.
로칸은 이 아이템들을 그대로, 고스란히 상점에 올려 팔아먹을 작정이었다.
겜블 전용 벤더를 하나 설치하고 개당 수십 골드씩의 엄청난 가격으로 올리는 것이다.
장비 부위에 따라 다르겠지만 무기쯤 된다면 한 30~40골드쯤 되더라도 불티나게 팔릴 터였다.
“인간의 욕심의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법.”
그가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이 나올 수 있다는 소문을 함께 퍼트릴 테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손해도 아니었다. 감정 후 나타나는 아이템은 어쨌든 200레벨대의 장비이고, 200레벨 제한의 노멀 등급 아이템이 8~10골드쯤 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것은 매우 양심적인 가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장 상위 등급 아이템만 떠도 15~20골드, 매직 등급이라도 뜨면 30~40골드는 받을 수 있을 테니까.
혹여나 레어 등급 이상이 뜨면 상당한 이득을 챙길 수도 있었다.
“백에 하나나 뜨면 다행이겠지만.”
어차피 ‘될놈될’. 정말 뭔가를 뽑을 운이라면 하나를 뽑아도 레어 이상이 뜨겠지. 로칸 자신이 그것까지 걱정해 줄 일은 아니었다.
“2층까지는 모래 병사였지. 일단 여기부터 뺑뺑이를 돌아볼까 ”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거린 로칸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실 나가듯 안으로, 더 안으로 들어갔다.
모래 병사들을 모조리 갈아 버리면서.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230레벨이 채 되지 않던 로칸에게 240레벨 초반의 모래 병사들은 아주 좋은 경험치 공급원이었다.
레벨이 같아서는 너무 싱거웠고, 레벨 차이가 너무 난다면 경험치 페널티 때문에 사냥 시간 대비 경험치 수급 효율이 좋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리젠 속도가 빠른 모래 병사들의 등장은 아주 기꺼운 것이었다. 경험치도 제법 많이 줬고, 최초 입장 보너스 덕분에 오래된 시리즈의 드롭률도 좋았으니까.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최초 입장 보너스가 끝날 새라 속도를 내어 사냥한 덕분에 로칸은 사흘 동안 240레벨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비밀 던전 ‘전설의 피라미드’의 최초 입장 보너스가 종료되었습니다.]“슬슬 다음으로 넘어가야겠군.”
무려 사흘 동안 더 진입하지 않고 모래 병사만 상대한 것이 아깝게도 느껴질 수 있지만 모르는 소리다. 더 안으로 내려가 봤자 나오는 몬스터들은 반복 사냥을 하기에 영 효율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기에 가지 않은 것일 뿐.
게다가 덕분에 인벤토리 가득 아이템을 쌓을 수 있었다.
“로봇도 아니고 합체는…….”
[거대한 모래 병사][Lv 248]3층이라고 할 수 있는 세 번째 층으로 내려가자 나타난 것은 거대한 모래 괴물들이었다. 쉽게 말해 모래 병사 여러 마리가 퓨전하여 합쳐진 것이라 생각하면 간단했다.
더 크고, 강하고, 생명력이 많아진 것이다.
그에 반해 뱉는 경험치는 고작 10% 정도 더 많고 드롭하는 아이템도 비슷한데, 리젠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노가다 대상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꺼져!”
푸확!
때문에 로칸의 선택은 단호했다.
패스.
놈을 쓰러뜨릴 생각 따위도 하지 않고 부수고 넘어서 통과해 버렸다. 곧장 4단으로 내려가 버렸다.
[모래 기사][Lv 250]다음 층 역시 까다로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병사보다 높은 기사 계급이었지만 경험치와 드롭 템은 거대 모래 병사와 다를 바가 없었기에 기를 쓰고 사냥할 필요 따위는 없었다.
이 또한 힘으로 찍어 누르며 패스.
그러자 환경부터가 달라지는 5층이 나타났다.
‘이제 진짜군.’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모래가 부스스 떨어지던 위 단들과는 재질부터가 달랐다. 피라미드 안에 또 다른 구조물이 숨어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위 단까지는 병사, 기사 등 노예와 군사들의 영역이라면 지금부터는 정예, 혹은 귀족들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로칸도 살짝 긴장하며 행동을 정비했다.
‘이제부터 각 단층은 하급 귀족, 중급 귀족, 상급 귀족쯤으로 봐야 하지.’
나타나는 몬스터들의 수준도 달랐다. 위에서야 제 육신도 갖추지 못하고 영혼만을 저당 잡힌 놈들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제대로 육신을 갖춘 놈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전투력부터가 크게 차이가 났다.
‘병마용과 미라.’
정확한 명칭은 ‘매장된 사병’과 ‘귀족 머미’.
매장된 사병은 각각 돌로 만들어진 놈과 쇠로 만들어진 놈 두 종류였는데, 고위 귀족일수록 더 많고 강력한 사병들을 거느리고 있었고 그중 하나라도 건드리면 같은 소속의 사병들과 귀족 머미가 우르르 나타나 몰매를 놓곤 했다.
“난 정말이지 찍기가 싫어.”
대신, 이들 모두를 상대할 필요는 없었다.
각 귀족 머미들은 랜덤하게 다음 층으로 향하는 열쇠 조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세 개를 모아 합치면 나머지 귀족과 사병들은 무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뽑기와 찍기에 약한 로칸으로서는 그들 모두를 상대할 각오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젠장.”
5층에 위치한 열 명의 귀족 머미 중 아홉 마리를 잡는 동안 딱 두 개의 열쇠 조각밖에 모으지 못한 것이다.
“잡아라! 산 자의 심장을 꺼내 내게 바쳐라!”
결국 마지막 한 놈까지 사냥해야 하는 셈. 투덜거리며 다가서는 로칸에게 붕대를 둘둘 감은 미라가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주군께 영광을!”
그와 함께 우르르 들이닥치는 돌조각상들.
생전의 모습을 본따 만든 조각상에 영혼을 억지로 잡아 둔 녀석들은 생전과 같은 충심으로 주인 되는 자를 위해 무기를 들었다.
“봉쇄의 붕대!”
그에 발맞춰 귀족 머미 또한 한 팔 거들었다.
마법적 힘에 의해 강화된 붕대를 길게 풀어내어 로칸을 묶으려 든 것이다.
“이 새끼가…….”
타악!
그것을, 로칸이 왼손으로 잡아챘다.
압박 붕대처럼 손바닥을 조여 오는 붕대를 마주 움켜쥐고 성난 어금니를 드러냈다.
“어디서 삿대질이야 ”
패애액!
그와 함께 거칠게 힘을 주어 당기자 귀족 머미의 본체가 볼썽사납게 딸려 왔다.
후웅!
로칸은 내친김에 녀석을 무기처럼 휘둘렀다.
어지간한 공격으로도 끊어지지 않는 붕대, 그 붕대로 둘둘 감겨진 몸체. 이쯤 되면 모닝스타 대용으로 써도 충분하지 않겠나
전생에도 가끔 기분 전환 삼아 모닝스타나 메이스 등 둔기류를 사용한 적 있는 로칸이기에 능숙하게 놈을 휘둘러 사병들을 후려쳤다.
“주, 주군이시여!”
그러자 대번에 AI가 꼬였다.
주군이 무기가 되어 휘둘러지니 공격도, 방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두들겨 맞기만 하는 것이다.
“오, 이거 쓸 만한데 ”
덕분에 로칸도 기분이 썩 괜찮아졌다.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투포환 선수처럼 몸을 휘돌리기 시작했다.
“휠 윈드!”
부아아아아아앙!
주변의 모든 것들을 휩쓸어 가기 시작했다.
오